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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하라, 지배하라, 진짜 보스가 되어라-82화 (83/344)

Chapter 82 - 82화- 연료가 된 독사는 농락당합니다

'기분 좋아.'

무언가가 안에 쏟아진다. 쏟아지고, 채워진다. 아랫배를 가득 채워지는 기분이 페르포네는 너무나 좋았다.

'너무 기분이 좋아.'

잠을 자면서 페르포네는 이런 기분에 휩싸여 있었다.

'너무 좋아서 날아갈 것만 같아.'

색다른 경험이다. 자신의 생일날 때 술을 진탕 먹었을 때 너무나 행복했던 그런 기분과 달랐다. 자신에게 모욕감을 준 자를 몰락시켰을 때 느꼈던 그런 기분과 달랐다. 일이 잘 풀려서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가던 그런 기분과 달랐다.

이것은 뭔가 높다. 높아서 비교할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페르포네가 겪은 어떤 기분도 지금 느끼고 있는 상쾌함 앞에 명함을 내밀 수가 없다. 이토록 몸이 붕 떠오를 것 같은 상쾌함을 느낄 수 있다니. 이 상쾌함에 페르포네는 이대로 녹아버리고 싶었다. 푹 빠져버리고 싶었다.

그래, 녹아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다. 잠시 영주의 자리에서 내려와 이 포근함에 동화되었으면 좋겠다. 테미네르와 함께 이 기분을 느꼈으면 얼마나 좋….

'잠깐, 테미네르?'

자신의 유일한 친구이자, 이해자, 그리고 사업 동반자인 보좌관의 이름을 떠올린 페르포네는 번뜩 정신이 들었다.

조금씩 의식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나, 테미네르에게 명령을 내렸는데….'

페르포네는 테미네르한테 지시를 내렸다.

돈만 밝히는 용병 대장의 사형을 집행하라고. 뼛속까지 구제 불능 쓰레기였던 그 남자를 공개 처형하라고. 처형하라는 명령을 경비병들에게 전달하라고. 페르포네는 그리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갑자기 거대한 괴물이 나타났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어둠을 집약해서 만든 것처럼 보이는 괴물이 페르포네의 집무실을 습격했다. 괴물이 내지른 주먹에 집무실은 건물 윗부분과 함께 통째로 날아가 버렸고, 테미네르는 괴물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그렇게 붙잡힌 자신이 괴물에게 삼켜졌다는 걸 깨달은 순간,

"후으으윽?"

<독사> 페르포네의 의식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죽어 있었던 갈색 눈동자는 다시금 생기가 돌아왔다.

"후윽? 후으으읍, 후으으으읍!"

그래, 자신은 잡아먹혔다. 괴물의 위장 속으로 떨어졌다. 분명 떨어진 직후 마법 도구인 목걸이를 통해 테미네르와 통신까지 했고, 그 이후로는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대체 뭘 당했던 걸까? 혹시 죽은 건가? 그럼 자신은 죽은 자들이 사는 세상으로 떨어진 건가? 페르포네는 사태를 확인하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아니, 일으키려고 했다.

"후으윽?"

팔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다리도 꼼짝하지 않는다. 어째선지 입도 무언가에 막혀 있어 말을 할 수도 없다. 그리고….

"후으으윽, 후으으으윽!"

왜 자꾸 배가 안으로 밀려 들어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이유가 뭘까? 내장이 관통당하는 느낌에 고통스럽지만, 이상하리만큼 황홀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대체 뭐가 일어나고 있는 거지? 페르포네는 간신히 시선을 아래로 내렸고,

'머, 뭐야 이건?'

이상한 게 가랑이 사이에 박혀 있음을 깨달았다.

'뭐냐고 이건!'

검은색 살덩어리로 이루어진 존재다. 뱀처럼 몸이 긴 살덩어리가 페르포네의 가랑이에 박혀 있다. 음부뿐만 아니라, 항문에도 박혀 있으며, 입에도 이 불길한 존재가 꽂혀 있었다. 두 팔과 두 다리가 꼼짝할 수 없었던 이유도 검은색 살덩어리에 파묻혀 있었기 때문이었으며, 이상하게도 가슴이 아픈 것도 뱀처럼 긴 검은색 살덩어리가 옭아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지금 페르포네는 촉수에 농락당하고 있었다.

'이것들은 뭐야. 이것들은 뭐냐고!'

어째서 자신이 알몸인 채로 이 촉수에 농락당하고 있는 건가? 분명 위장 속에 떨어져 녹아 없어져야 하는 거 아닌가? 그래야 하는데, 왜 이 괴물들에게 강간당하고 있단 말인가?

"깨어났네." "후윽?"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페르포네의 시선은 그쪽으로 향했다.

"언제 깨어나는지 궁금했어. 계속 잠자는 상태로 범하는 건 영 재미가 없어서 말이야."

사람이 아니다. 검은색 살덩어리다. 검은색 살덩어리가 사람의 형태를 갖췄다. 누구인지 페르포네는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 이 녀석은 그리드잖아!'

그리드. 최악의 악당이자 페르포네의 꿈을 앗아가려는 존재. 그런 존재이기에 그리드가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 페르포네는 다 알고 있었다. 알고 있기에 괴물이 그리드의 모습으로 변했다는 걸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후으으윽, 후으으으읍!" "이 상태론 대화하기 힘들겠네."

그리드, 아니 강림은 손가락을 튕겼다. 위장까지 파고든 검은 지렁이는 주인의 명에 따라 빠져나왔다. 빠져나옴과 동시에 페르포네는 토사물을 뱉어냈다.

"우웨에에에에엑!"

강림의 정액과 섞인 토사물이 바닥에 떨어진다. 그걸 본 강림은 매우 아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이런. 내가 주는 소중한 음식을 뱉어내면 쓰겠나? 음식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게 상인의 기본 소양 아냐?" "개, 개소리하지 마! 그보다 너는 누구야!" "당연히 그리드지."

페르포네의 질문에 강림은 친절하게 설명했다.

"정확히는 분신이지." "분신?" "그래, 여기 동력실을 관리하기 위해서 본체인 내가 만든 분신이지." "동…력실?"

위장이 아니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강림은 재밌다는 얼굴로 페르포네를 쳐다봤다.

"믿기 힘들겠지만, 사실이야. 이곳은 괴물이 된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아주 중요한 기관이야. 너는 그 기관을 움직여주는 연료고." "연료?" "싸움이 끝날 때까지 너는 내 성욕을 풀어주는 암퇘지가 되어줘야만 해."

정복 전쟁을 벌이면서 강림은 여러 번 괴수로 변했다.

그래야 좀 더 빨리 전쟁이 끝나니까. 제국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좀 더 자신을 희생해야만 한다.

그렇게 계속 변신하면서 강림은 치명적인 문제에 봉착했다.

'배가 고파….'

배가 고프다. 너무 고프다. 무언가를 먹고 싶다. 당연히도 먹고 싶은 것은 음식이나 물 따위가 아니었다.

‘여자를, 여자를….’

여자를 먹고 싶다. 여자를 따먹고 싶다. 여자를 따먹어야 공복감이 채워진다. 어서, 먹어야 한다. 어서 먹어야만 한다. 먹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다!

"문제의 원인이 몰랐을 때는 진짜 큰일이었지. 갑자기 몸이 움직여지질 않아서 하마터면 다 이긴 싸움에 재를 뿌릴 뻔했지."

만약 성욕을 해결하지 못하면 괴물은 그 자리에서 정지된다. 석상이 된 것처럼 꼼짝도 할 수 없게 된다. 실제로 이런 적이 있었으며, 이로 인해 정복 전쟁이 중단될 뻔했다.

"겨우 여자들을 삼키고 나서야 간신히 알게 되었지. 나는 여자를 먹질 못하면 안 되는 몸이 되었다는 것을."

만약 그 자리에서 피난민들을 삼키지 않았다면. 삼킨 피난민들 대부분이 여자들이 아니었다면 강림은 인간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살아있는 석상이 되었을 거다.

"이번 침공에서도 여자들이 많아서 다행이었어."

그렇게 말하던 강림의 뒤편에도 수많은 여자가 있었다.

-후으으윽, 후으으읍, 후으으으읍!

-후끅, 후끄그윽, 후끄으으윽!

-우으으윽, 후으으읍, 후으으으읍!

페르포네와 마찬가지로 검은색 살덩어리에 사지가 구속되어 있었고, 검은색 촉수에 가랑이 사이가 농락당하는 중이었으며, 입도 보지처럼 검은색 촉수가 들락날락하고 있었고, 가슴은 뜯어버릴 기세로 검은색 촉수가 세게 옭아매고 있었다.

강림의 피와 살로 만든 촉수는 쉴 새 없이 여자들을 겁탈하고, 쉴 새 없이 정액을 쏟아부었다. 망가져도 계속 쏟아부었다. 간혹 여자가 아닌 남자가 들어올 때도 있으나,

-이놈들, 이게 무슨 짓…으아아악!

-모, 몸이 녹아내리고 있잖아? 이럴 수는 없어. 이럴 수는!

-이 개새끼, 감히 감히 내 여자를…죽여버릴….

한 명도 예외 없이 촉수에 삼켜지고, 한 명도 예외 없이 소화액에 녹아내렸으며, 한 명도 예외 없이 참혹한 시신이 되어 밖으로 배출되었다.

살아남는 건 오직 여자들 뿐이었다. 오직 여자들만 이 공간에서 살아남을 기회가 주어졌다.

"근데, 적들이 이 사실을 알면 어찌 될까 걱정되긴 하네. 여자들을 숨겨버리면 내가 활약할 기회가 없어지는데…." "미, 미쳤어."

이 공간이 어떠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는지 깨달은 페르포네는 악마를 목격한 사람처럼 얼굴이 새파래졌다.

"따먹고 싶다고 여자들을 부품으로 사용하다니. 미쳤어, 너는 미쳤다고!" "당연히 미쳤지." "윽?"

그렇게 말하며 강림은 페르포네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검은색 살덩어리에서 피어오르는 고약한 정액 냄새에 페르포네는 눈살을 찌푸렸다.

"미치지 않고서야 내가 이런 짓을 할 것 같아?" "흐으으으윽?"

강림이 손가락을 튕기자 멈췄던 촉수들이 다시 일하기 시작했다. 열심히 페르포네의 가슴을 옭아매고, 열심히 자궁구를 밀어낼 기세로 박아대며, 열심히 창자 안을 유린(蹂躪)한다. 꿈속에서 느꼈던 상쾌함이 다시금 느껴진다. 상쾌함은 황홀함으로 변해가고, 황홀함에 빠져든 페르포네의 입에선 달짝지근한 숨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냥 아무 생각 말고 받아들여, 페르포네. 내 육노예가 되는 걸 영광이라 여기라고." "흐아아아…우, 웃기지 마."

망가지기 일보 직전인 목소리로 페르포네는 소리쳤다.

"내가 간신히 이룬 꿈을 너 같은 놈에게 빼앗길 순 없어!"

마침내 이룬 꿈이다. 마침내 얻은 섬이다. 마침내 얻은 옥좌다. 거지꼴에서 벗어나기 위해 악착같이 돈을 모아서 얻어낸 꿈이다. 그 꿈을 이런 미치광이 개새끼에게 넘길까 보나. 죽어도 넘기지 않을 거다. 자신이 얻은 명예와 재산을 절대 넘기지 않을 거다!

"미안하지만, 나는 빼앗을 거야."

그런 페르포네의 말에 강림은 정면으로 반박했다.

"네가 얻은 모든 것을 내가 다 가질 거야. 제국을 더 키우려면 네 것이 필요하거든."

게임상에서 언급되는 수준에 불과하지만, 페르포네의 자산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나온다. 어느 정도냐면 왕국의 10년 치 예산으로 써먹어도 될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부를 축적했다고 게임상에서 나온다. 당연히도 여러모로 구린 짓을 많이 했기에 나온 결과겠지만 말이다.

강림은 그 재산을 원했다. 그 재산으로 제국을 키우는 데 써먹고 싶었다. 반 그리드 동맹의 자금줄이 될 바에야 차라리 자신의 자금줄로 써먹는 게 낫다. 그럴 수만 있다면 독사의 꿈을 짓밟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다.

친구를 능욕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였고.

"테미네르라고 했나? 수아가 네놈의 보물창고를 알아내려고 그녀를 고문하고 있어." "무, 뭐라고?"

그 말을 들은 페르포네는 표정이 굳었다. 바로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잠깐만, 기다려, 알려 줄게. 알려 줄…후으으윽?"

하지만, 말할 수 없었다.

"후으윽, 후으으읍, 후으으으읍!"

강림의 형상을 한 검은색 살덩어리가 다시 촉수로 변했으니까. 촉수로 변한 강림은 벌린 페르포네의 입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옴과 동시에 열심히 운동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뒤로. 앞으로 뒤로. 자지를 박는 것처럼 반복 운동을 계속한다. 위장까지 내려온 기다란 자지가 난폭하게 움직이니 너무나 고통스럽다. 고통스러운 나머지 페르포네의 두 눈가엔 눈물이 맺혔다.

"후윽, 후읍, 후윽, 후으읍!"

[여기서 말해도 소용없어. 이곳에서 말한 내용이 본체에 전달되지 못하니까.]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분신은 알고 있다. 분신을 통해 본체도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그 안에서 어떤 대화가 오고 가는지 모른다. 오직 여자들이 절망에 빠져 농락당하는 것만 알고 있을 뿐. 머릿속으로 정보가 들어오는 일은 없었다.

전부 강림이 미숙하기 때문이다. 만약 분신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게 되었다면 불필요하게 테미네르를 고문한다는 선택지를 고르지도 않았을 거다.

[그러니, 포기하고 받아들여.]

이 자리에서 페르포네가 친구를 구하려고 무슨 짓을 한다 해도 의미가 없었다.

[걱정하지 마. 네 친구를 죽이라고는 하지 않았으니까. 사이좋게 노예로 삼을 건데 죽이겠냐?]

"후으윽, 후으으읍, 후으으읍!"

[그렇게 화내지 마. 정복이 끝나면 인간인 상태로도 따먹어 줄 테니까.]

"후으으윽!"

[친구 덮밥은 생소한데, 어떤 맛일지 궁금하다.]

“우으으으읍!”

이 미친 강간마 새끼가! 페르포네는 크게 분노했으나,

"후끅, 후끅, 후끄으으윽!"

잠시 뒤, 촉수들이 정액을 토해낸다. 토해냄과 동시에 절정이 해일처럼 덮쳐온다. 감전당한 사람처럼 페르포네는 부들부들 떨다가 축 늘어졌다.

"후끄으으윽?"

당연히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후끅, 후끅, 후끅, 후끅!"

강림이 다시 인간으로 돌아올 때까지 계속 농락당해야 한다. 끊임없이 농락당하며 성욕을 해결해줘야 한다.

설령 임신하게 된다 해도 말이다.

[앞으로 잘 부탁해, 페르포네. 내가 책임지고 보살펴줄 테니까.]

"후으으윽, 후으으읍!"

필요 없어, 필요 없다고! 독사의 절규가 메아리쳤지만, 외부에서 들리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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