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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하라, 지배하라, 진짜 보스가 되어라-76화 (77/344)

Chapter 76 - 76화- 이 세상을 노예로 삼겠다(1부 끝)

대관식은 알현실에서 진행되었다.

"디자이어 제국의 초대 황제여."

알현실에는 수많은 여자가 모여 있었다. 대관식에 참여하라는 강림의 초대장을 받고 온 자들이었다. 이들은 기대에 찬 얼굴로 옥좌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주인에게, 아니 이젠 폐하라고 불려야 하는 황제에게 시선이 꽂혔다.

무릎을 꿇은 강림 앞에는 한 수녀가 양손으로 왕관을 쥐고 있었다.

이날을 위해 강림이 제작한 왕관이다. 금으로 도금한 이 왕관을 수녀가 씌워지면 대관식은 끝난다. 왜 수녀가 왕관을 씌워주는 게 관례냐고 묻는 사람이 있겠지만, 이건 당연한 일이다.

이 수녀가 속한 카리타스 교단에 인정을 받아야 군주가 될 수 있으니까. 허례허식에 불과한 행사도 해야만 한다.

"우리 카리타스 교단은 신의 이름을 대신하여 당신을 정당한 권리를 가진 군주로 인정합니다."

카리타스 교단. 판타지 세계에서는 항상 성직자가 존재하며, 성직자들 대부분은 자신이 모시는 종교 단체에 소속되어 있다. 간혹 종교 자체가 없는 세계관도 존재하긴 하나, 대부분 가상의 신을 모시는 종교 단체가 하나씩 등장한다.

카리타스 교단도 그런 종교 단체 중 하나다. 게임 <여우의 은총>에 등장하는 세력이며, 그 세력이 너무 막강해 하나의 나라를 세웠을 정도다.

나라의 이름은 <성국>. 괴상한 이름 따위 붙이지 않고 오직 성국이란 이름으로 불린다. 성국의 지도자인 교황은 교리에 따라 나라를 다스리고 있으며, 그 나라에 사는 사람들 역시 교리에 따라 생활하고 있다. 왕국이 내전으로 약해진 지금, 현재 성국은 세계관 최강국이라 봐도 무방하다.

"그러니, 당신도 약속을 이행해주시길 바랍니다."

그 최강국이 모든 백성을 노예로 삼으려는 강림을 인정했다. 강림이 세운 디자이어 제국을 인정했다. 수인 연합이 다스렸던 남서쪽 군도들의 지배권이 강림에게 있음을 인정한 꼴이다. 해적이 세운 나라를 인정할 수 없다고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던 교황이 태도를 갑자기 바꿨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바꾼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당신이 붙잡은 저희 자매들을 풀어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신의 사자인 자매들을 납치했으니까.

“자매들이 성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시옵소서.”

강림이 자신에게 칼을 겨눈 영주를 공격했던 때였다. 강림을 일개 해적이라 비하하며 용병들을 이끌고 침공했던 영주는 목숨만 건진 채 자기 영지로 돌아갔다. 당연히 이를 가만히 두고 볼 마음이 없었던 강림은 즉시 보복을 단행했다. 영지를 영주와 함께 황무지로 만들고, 살아남은 영지민들을 노예로 끌고 갔다.

그렇게 속이 후련해질 무렵, 우연히도 근방을 지나던 배를 발견했다. 그 배에는 성국의 고위 인사들이 탑승해있었다.

설마 이곳에 제국군이 나타날 거라곤 그들은 예상하지 못했으며, 강림 역시 이곳에 성국 출신 배가 나타날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못했지만, 이대로 관망할 생각이 없었다.

'저 배를 나포한다. 천하의 교황 놈도 자기 권력을 위해서라면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을 거야.'

강림은 이들을 인질로 삼았다. 인질들을 석방하는 조건으로 교황에게 한 가지를 요구했다.

디자이어 제국을 국가로 인정해줄 것.

자신을 제국을 다스리는 정당한 군주라고 인정해줄 것.

이 두 가지 조건을 들어주면 인질들을 풀어주겠다고 제안했다.

물론 일이 뜻대로 안 풀릴 수도 있었다. 간혹 자신이 모시는 신에 광적으로 빠져든 자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단칼에 거절할 수도 있으니까. 잡힌 자매들을 이단이라 부르며 역공을 가할지도 몰랐다.

다행히도 교황은 광신도가 아니었다. 강림의 요구 조건을 받아들인 교황은 즉시 자신의 측근인 수녀를 파견했다.

이것이 수녀가 대관식에 참여한 이유였다.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되었기에 수녀는 적의 아가리 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예, 풀어드리겠습니다."

그 막중한 임무를 위해서….

"치욕을 감수하면서 웨딩드레스를 입었으니 마땅히 그래야죠." "으…."

수녀는 원치도 않은 옷을 입어야만 했다.

'미안하지만, 수녀님. 당신도 제겁니다.'

알현실에 있는 여성들은 흰색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아니, 드레스라기보다는 비키니라고 하는 게 더 맞겠다.

팬티와 브래지어 말곤 아무것도 입지 않은 상태니까. 그나마 입은 건 긴 흰색 스타킹과 흰 장갑. 머리에 씌운 흰 면사포뿐이었다.

그리고 다들 예외 없이 목에 쇠고랑이 채워져 있었다. 힘을 억제하는 기능이 달려 있기에 누구도 실력 행사를 할 수 없었다. 수녀 역시 마찬가지였기에 모욕적인 언사를 들어도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참을 수밖에 없었다.

'당신이 구하려는 인질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여해주는 거지, 돌려주는 거 아닙니다.'

알현실뿐만 아니다. 직접 들어오지 못한 여성들. 이 대관식을 마법 도구를 통해 실시간 영상으로 감상하고 있는 여성들 역시 똑같은 옷을 입은 상태다. 목에 쇠고랑이 채워져 있는 것 역시 마찬가지고. 입으라고 명령을 내린 건 강림이었으며, 이러한 명령을 내린 이유는 간단했다.

'내 노예들을 누구에게도 주지 않을 거니까 꿈 깨세요.'

자신의 소유물이니까. 자신과 뜨거운 밤을 보낸 가축들이니까. 이 나라를 지탱하는 기둥들이며, 그 기둥들을 이용할 권한은 오직 자신에게 있다. 오직 자신 말고는 누구도 건들지 못한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성인 영상에서나 나오는, 웨딩드레스를 가장한 수영복을 입으라고 강요한 거다.

'네놈들도 마찬가지다.'

수치심에 얼굴을 붉힌 사람은 수녀뿐만 아니었다.

"…." "…." "…."

다른 이들과 달리 귀가 길쭉한 여성들. 한눈에 봐도 반해버릴 것 같은 외모를 가진, 이질적인 여성들도 대관식에 참여했다. 여기에 들어오기 위해 이들 역시 노예를 상징하는 옷을 입어야만 했다.

이들의 정체는 엘프. 디자이어 제국에게 포위당한 대산림을 구하기 위해 파견된 특사들이다. 그래서 수도인 여우섬까지 왔는데,

다짜고짜 이 옷을 입으라고 하니 당연히 치욕스러울 수밖에 없을 거다.

이들을 제외하면 다른 사람들은 이런 옷을 입었다고 전혀 치욕스럽다고 여기지 않지만 말이다.

"살아서 이 광경을 볼 수 있다니. 역시 모시길 잘했어."

여비서 아트리아는 주인이 황제로 등극하는 모습에 감격스러워했다.

"나라 세운다고 했을 때는 정신이 나간 건가 싶었는데, 진짜로 될 줄이야. 진짜 놀랄 노 자다."

연구 주임 탈리아는 허무맹랑한 꿈이 현실이 되었다는 사실에 얼떨떨했다.

"이제 황후는 누가 되는 거지? 이미 정했나?"

황제가 있으면 황후도 응당 있어야 하는 건 아니냐고 여기사 이리스는 궁금해했고,

"한 명을 지목하긴 귀찮으니 그냥 다 황후라고 여기지 않을까? 아니면 다 첩으로 여기거나."

이리스 옆에 서 있던 함장 카르디안은 그리 판단했다.

"이런 식으로 섬이 발전할 줄이야. 갑자기 수도를 옮기진 않겠지?"

부디 이곳을 버리지 않기를 구미호족 수아는 간절히 원했다.

"주인님이 변덕을 부리지 않으면 괜찮을 거야."

들소족 수장 카우는 그 바람이 쉽게 꺾이지 않을 거라고 안심시켰으며,

"내 성보다 더 화려할 줄이야. 나도 이렇게 지을걸."

전 토끼족 여왕 레비는 강림처럼 구상하지 못한 걸 후회했다.

"흉성(凶星)은 없었으니 여기가 무너지는 일은 없을 거란다, 수아야."

거북이족 수장 아켈론은 오늘 친 점의 결과가 좋으니 문제없다고 안심시켰으며,

"그래요, 할머니가 친 점은 다 맞으니까 문제없을 거예요."

테가는 할머니의 말에 맞장구쳤다.

"하으으으으, 흐으으으…빠, 빨리 끝내줘. 나, 나 하고 싶어."

전사에서 성노예로 추락한 악어족 수장 크로커는 얼른 이 거추장스러운 행사를 끝내고 자신을 먹어주기를 간절히 원했고,

"에헤헤헤, 나도, 나도 박고 싶어. 박고 싶어요오오오…."

지독한 고문 끝에 망가져 버린 호랑이족 수장 타이도 자신의 음부를 맘껏 유린해주기를 원했다.

누구도 복장을 가지고 부끄럽다고 여기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강림이 황제로 등극하는 일에 불만을 품은 자도 없었다. 일상을 보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대화할 뿐이었다.

물론, 아직도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자들도 존재한다. 자신들을 노예로 추락시킨 강림에 대한 원한이 뼛속까지 새겨져 있지만, 이들도 곧 깨닫게 될 거다.

황제가 된 강림을 막을 방도는 이젠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황제 그리드여, 당신에게 묻겠습니다."

입에서 욕이 차오르는 걸 가까스로 참아낸 수녀는 물었다. 대관식을 할 때마다 하는 관례상 질문이었다.

"당신은 신에게 인정받은 군주가 되었습니다. 군주가 된 당신은 이 나라를 어떻게 다스릴 겁니까?" "내가 주인이고 나머지는 노예인 세상을 만들 겁니다."

고민할 필요도 없는 질문이었다.

"이 세상에 사는 모든 사람을 제 노예로 다스릴 겁니다. 남자는 인형으로 삼을 거고, 여자는 제 기쁨을 받는 가축으로 삼을 겁니다. 오직 제 명령을 따르면 행복해질 수 있는 세상을 만들 겁니다." "…이 세상을 적으로 돌린다 해도 말입니까?"

수녀는 물었다. 더는 물을 이유도 없지만, 물어보고 싶었다.

그 어느 왕도 이런 식으로, '나 빼고 다 노예'라는 식으로 나라를 통치한다고 선언한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까. 정신머리가 어찌 되었기에 이런 개 같은 소리를 지껄이는 걸까? 그걸 한다는 게 뭘 의미하는지 알고는 있는 걸까? 애초에 할 수는 있다고 믿는 이유가 뭔가? 모두가 연합해서 제국이란 이름의 약소국을 초토화하면 그땐 어쩌려고 그러는 건가? 왜 할 수 없는 일을 왜 하려는 걸까?

"온 세상이 당신을 이단이라 규정할 겁니다. 당신을 다스리는 백성들도 크게 고통받을 겁니다. 그래도 하실 겁니까?" "네, 할 겁니다."

그 할 수 없는 일을 강림은 무조건해야만 한다.

"그것 말곤 제가 선택할 길은 없으니까요."

구제 불능 악당인 그리드가 살아남을 길은 이것밖에 없으니까. 진정한 최종 보스가 되어 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만이 강림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도니까. 불가능하더라도 강림은 어떻게든 밀어붙일 작정이었다.

그리고, 이게 무작정 나쁘다고 할 순 없다.

"수녀님도 제 노예가 되시면 알게 될 겁니다. 저한테 복종하는 게 가장 좋은 일이라는 걸."

지금까지 자신에게 따먹힌 여자 중 불행하다고 여긴 여자는 한 명도 없었다. 예외 없이 자신과 몸을 섞은 것에 크게 기뻐했고, 큰 영광이라고 여겼다. 가축으로 취급받아도 다들 싫어하지 않았다.

다들 이랬고, 앞으로도 그렇게 취급할 거다. 모든 여자를 훌륭한 모체로 써먹을 거다. 차별하지 않고 똑같이 상을 내려줄 거다. 거부하면 억지로라도 상을 받게 할 거다. 받게 해서 노예로 살아가는 게 얼마나 좋은지 알려줄 거다. 모든 여자가 자신을 모시는 것만이 기쁨이라는 걸 알려줄 거다. 그런 세상에서 살아가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진심으로 알려줄 거다.

악당의 사고방식을 가지게 된 강림은 이를 바꿀 마음이 추호도 없었다.

"한 번 옆에서 지켜보세요. 내 제국이 성장하는걸. 성국도 제 발 앞에 무릎을 꿇을 겁니다." "…감히 어디서 주둥…꺄악?"

더는 기다리기 싫다. 강림은 바로 수녀에게서 왕관을 빼앗았다. 자신의 손으로 왕관을 쓰고, 한 손으로 수녀를 안은 채 옥좌에 앉았다.

"다, 당신 무슨 짓입니까? 관례는 지켜…후으읍?"

시끄럽다. 강림은 바로 키스를 날렸다. 누구에게도 주지 않았던 자신의 첫 키스를 이런 쓰레기에게 내주다니. 수녀는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치나,

"하우으으으…."

버티질 못하고 그대로 축 늘어졌다. 강림의 타액을 먹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자, 아무튼 대관식은 여기서 끝낸다."

기절한 수녀를 안은 채로 강림은 그리 선언했다. 이미 성국에게 인정받았으니까 그 이상은 할 필요는 없다. 이제 남은 것은….

"자, 누구부터 할래?"

신명 나게 박는 것뿐이다.

"차례대로 와라. 밀치지 말고."

자신과 몸을 섞고 싶어 줄지어 선 여자들을 보며 강림은 희열에 찬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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