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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하라, 지배하라, 진짜 보스가 되어라-75화 (76/344)

Chapter 75 - 75화- 드디어 대관식을 치른다

그로부터 석 달이란 시간이 흘렀다.

[수인 연합이 일개 해적 조무래기에게 멸망했다.]

수인 연합이 멸망했다는 소식은 모든 섬에 알려졌다. 천하의 왕국도 정복하면 엄청난 출혈을 각오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무시 못 할 세력이었던 수인 연합이 <더 퀸즈>라고 불리는 해적 함대에 의해 무너졌다. 모든 수인이 <더 퀸즈>의 우두머리인 그리드의 노예로 전락했다는 소식은 모든 이에게 충격을 주고도 남았다.

[그리드는 나라의 이름을 ‘디자이어 제국’이라 칭했다.]

수인 연합을 치워버리고 그들의 땅을 독차지한 그리드는 ‘디자이어 제국’이란 국가를 세웠다.

당연히도 그리드가 세운 나라를 인정하는 자는 한 명도 없었다.

해적이 세운 나라니까. 극악무도한 악당이 세운 나라를 누가 인정하나? 포악한 심정으로 유명한 그리드이니 한 달도 채 버티질 못하고 무너질 거다. 아직 신생 국가라 국방이 약해져 있을 테니 지금 공격하면 역사에서 지워버릴 수 있을 거다.

이런 어리석은 망상을 품고 디자이어 제국을 공격한 자들이 있었다. 모험가들을 꼬드겨 공격할 때도 있었고, 용병들을 고용해 공격할 때도 있었고, 사병들을 동원해 공격할 때도 있었다.

만약 얼간이가 세운 나라였다면 한 차례 습격만으로도 무너졌을 거다.

[디자이어 제국에 참수당한 영주는 수십 명에 달하며, 영지민들은 전부 노예가 되었다.]

유감스럽게도 그리드는, 강림은 얼간이가 아니었다. <여우의 은총>이란 게임을 즐긴 베테랑이다. 베테랑이기에 습격하는 자들의 약점이 무엇인지 훤히 꿰뚫고 있었다. 이점을 이용해 제국을 업신여겼던 자들에게 정의의 철퇴를 내려줬다. 놈들의 땅과 백성들을 모조리 다 자신의 것으로 삼았다.

[대산림은 제국이 포위했으며, 엘프들은 힘겨운 저항을 이어간다고 전해진다.]

이를 본 사람들은 겨우 깨달았다. 디자이어 제국은 얼간이가 세운 모래성이 아니라고. 무작정 싸운다고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제국을 자극해봤자 좋을 게 없다고 여긴 자들은 더는 분쟁을 일으키지 않았다. 괜히 건드렸다간 자기 기반까지 몽땅 잃는 건 싫으니까. 왕래는 하지 않되, 계속 감시를 이어갔다.

그렇게 감시를 이어가던 중, 한 가지 소식이 전해졌다.

[그리드의 대관식이 오늘 진행된다고 한다.]

나라의 기반을 닦느라 차일피일하던 그리드가 마침내 대관식을 열기로 마음먹었다.

●●●

"음, 나쁘지 않네."

자신이 입은 옷을 이리저리 훑어보는 흑색 머리의 남성은 매우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머리카락 색상과 눈동자 색상과 똑같이 새로 장만한 옷 역시 검은색으로 이루어진 제복이었다.

기존에 입었던 낡은 제복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깔끔했다.

'이제야 좀 사람다워진 것 같네.'

세계 정복을 노리는 악당, 그리드는 이름에 걸맞게 사치를 크게 즐겼을 거다. 수많은 여자를 노예로 삼은 폭군이니까. 폭군이니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짓거리도 했을 거다. 그리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다. 그리드는 쓸데없는 사치를 부리지 않는다. 부렸다면 당장 강림의 방을 금은보화로 도배했을 거다. 항상 낡은 옷만 입고 다니지 않았을 거다.

강림은 그리드와 달리 옷의 중요성을 잘 알기에 옷을 제작하는데 아낌없이 투자했다. 명색이 황제인데 낡은 옷만 고집할 순 없으니까. 지금 입고 있는 제복도 제작한 옷 중 하나였다.

‘내가 황제라니.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네.’

일개 회사원에 불과했는데. 이렇게 신분 상승을 하게 될 줄은 강림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처음 그리드의 육신에 빙의되었다는 사실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이제는 옛말이다.

더는 걱정할 필요도, 불안에 떨어야 할 필요도 없었다.

자신은 이제 황제니까. 자신이 세운 제국의 황제니까. 권력의 정점에 선 존재이며,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존재로 급부상했다는 사실에 강림은 감회가 새로웠다.

‘이런 집에서 사는 것도 정말 꿈만 같아.’

현재 강림이 있는 곳은 수아가 빌려준 방이 아니다. 여우섬에 존재하는 자신의 성. 그 성에 있는 자신의 방에 있었다. 오늘 있을 중요한 행사를 위해 옷을 갈아입는 중이었다.

‘섬 그 자체를 집으로 삼은 것도 꿈만 같고.’

성만 짓지 않았다. 성을 보호하기 위해 빙 둘러싸는 형태로 지어진 내벽. 섬 전체를 빙 둘러싸는 형태로 지어진 외벽. 외벽과 내벽 중간 사이에 마련된 거주 구역.

여우섬은 제국의 수도에 걸맞은 곳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역시 레비의 도움을 받길 잘했어.’

이 모든 것은 전(前) 토끼 왕국 여왕, 레비 덕분이다. 레비는 수도를 건설하는데 기술자들을 파견해줬다. 이 기술자들이 있었기에 강림은 구미호들의 낙원을 빠르게 자신의 낙원으로 개조할 수 있었다.

재료 수급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거북이족 수장 아켈론이 바친 고대 유물, <모래 모형>을 이용하면 그만이니까. 강림은 <모래 모형>을 이용해 낙원을 건설하는데 필요한 장비와 재료를 전부 만들어냈다.

공사하는데 필요한 인력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여자들과 신명 나게 떡을 친 대가로 얻은 수천 명 이상의 병사들을 동원하는 걸로 인력 문제를 해결했다.

이렇게 모두가 노력해준 덕분에 강림은 낙원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모두의 헌사 덕분에 깔끔한 제복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한 가지 불만이 있다면….

‘평생 이 옷만 입어야 하나?’

강림에게 주어진 새 옷이 죄다 검은색 제복뿐이라는 거다.

자신은 새 나라의 황제이니 이에 걸맞은 옷을 만들어 달라고 부하들에게 지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부하들은 강림이 바라던 선물을 갖다 바쳤다.

아무리 찢어지고, 더러워져도 바로 교체할 수 있는 수백 벌의 제복을 말이다.

'하아, 말을 잘못 꺼낸 내가 잘못이지.'

전적으로 강림의 책임이 컸다. 같은 옷을 수십 벌 이상 만들어도 상관없다고 얘기한 적이 있었다. 다양한 복장을 만드느라 머리가 터져 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기에 꺼낸 말이었는데, 무식하게 하나만 찍어댈 줄은 진짜로 예상하지 못했다.

혹시 일부러 자신을 골탕 먹이려고 한 게 아닐까?

강림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저기, 아트리아. 일부러 제복만 만든 건 아니지?" “일부러 만들었습니다.”

옆에 서 있는 보라색 머리의 여비서, 아트리아는 바로 대답했다. 비서답게 정복을 입고 있었다.

“저희가 아는 주인님은 하나만 고집하시는 분이었으니까요. 저희는 그런 주인님의 취향을 반영한 것뿐이랍니다.” “나는 그놈이랑 다른데?” “달라도 주인님은 주인님인데요?”

그런 식으로 여비서는 대꾸했다.

“아무리 부정해도 주인님이 그리드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요.” “변하지 않아도 옷은 좀….” “그럼, 지금 당장 원하시는 걸 말씀해주세요.”

아트리아는 바로 수첩과 펜을 꺼내 들었다.

“바로 주인님이 원하시는 옷 수백 벌을 찍어드리겠습니다.” “….”

왜 말끝마다 ‘수백 벌 이상’이란 말을 담는 거지? 그리드란 새끼가 옷을 그만큼 날려 먹는 건가? 날려 먹을 정도면 도대체 얼마나 몸을 험하게 구르는 걸까? 강림은 진심으로 궁금했다.

“크흠, 그보다 대관식 준비는 다 되었니?” “네, 완벽합니다.”

강림의 질문에 아트리아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모든 수장은 물론이고, 외부 인사들도 전부 현장에서 주인님이 나오시길 기다리고 계십니다.”

오늘은 대관식을 거행하는 날이다. 국호를 정함과 동시에 진행되었어야 하나, 진행하기에는 너무 바빠서 할 틈이 없었다. 점령한 영토를 길들여야 하고, 붙잡은 포로들을 노예로 가공해야 하고, 제국을 멸망시키겠다며 덤비는 개미들도 정리하느라 정신없었다.

간신히 내부가 안정되고, 외부의 침략도 뜸해졌기에 강림은 미루고만 있었던 대관식을 거행하기로 마음먹었다.

“전원 주인님이 바라시는 복장으로 갈아입었습니다.” “대관식을 구경하는 백성들은?” “마찬가지입니다.”

일생에 단 한 번밖에 없는 대관식을 성공적으로 끝내기 위해 아트리아와 그녀의 친구들은 만반의 준비를 다 했다.

남은 것은 강림이 어서 발표 장소로 향하는 것뿐이었다.

“너도 갈아입어야 하는 거 아냐? 난 분명 모두 그 옷을 입으라고 지시한 걸로 알고 있는데….”

막장 악당이 세운 막장 국가답게 대관식 역시 막장으로 할 작정이다. 드레스인지 속옷인지 분간할 수 없는 복장으로 다들 대관식에 참여하기를 강림은 진심으로 바랐다.

그래야 현장에서도 바로 따먹겠다는 마음이 끓어오를 테니까. 강림은 황제로 임명되는 것 이상을 해보고 싶었다.

그것이 설사 욕을 바가지로 먹는 짓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어차피 최악의 악당으로 찍힌 마당에 그 이상을 해도 문제 될 것은 없다고 강림은 그리 여겼다.

“걱정하지 마세요.”

아트리아는 그 자리에서 상의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

“여기서 갈아입을 생각이니까요.” “너무 대범한 거 아냐?” “주인님은 이런 걸 원하는 분 아니었나요?”

아트리아는 브래지어를 벗었다. 벗음과 동시에 풍만한 가슴이 크게 출렁이며 밖으로 튀어나왔다.

“포로들을 이런 식으로 갖고 노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런 놈들과 비교하면 제가 더 낫지 않나요?”

바지를 벗고, 팬티도 벗는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가 된 아트리아는 옆에 둔 가방에 손을 뻗었다.

“이렇게 주인님을 위해 옷을 벗어주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히이이익?”

아트리아는 그 이상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그래, 그래. 너처럼 날 위해 헌신하는 여자는 아무도 없을 거야.”

어느 순간 다가온 강림이 양손으로 아트리아의 젖가슴을 거칠게 주무르고 있었다. 바지춤은 커다란 벌레가 있는 듯 크게 부풀어 올라 있었다.

“그러니 여기서 한 발 빼면 안 될까?”

이 아름다운 몸매를 보니 박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안 박으면 괴로울 것 같다. 어차피 대관식이 시작하려면 아직 시간이 좀 남았으니 해도 상관없을 거다.

“네, 빼세요.”

아트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도 비서인 제가 해야 할 사명이니까아아아아악?”

강림은 바로 박았다.

“흐옥, 흐이익, 히이익, 흐이이이이익!”

그렇게 아랫배가 볼록해질 때까지 싸지르고 나서야 두 사람은 대관식이 진행될 장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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