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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하라, 지배하라, 진짜 보스가 되어라-73화 (74/344)

Chapter 73 - 73화- 꿈에서도 현실에서도 호랑이의 악몽은 계속된다

"아아아악!"

타이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일으켰다. 잔뜩 겁에 질린 채로 타이는 주변을 황급히 두리번거렸다.

“여, 여기는….”

마을이 아니야? 타이는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혹시 꿈?’

그렇다. 조금 전까지 타이는 꿈을 꾸고 있었다.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도 않은 끔찍한 악몽을 꾸었다.

타이가 겪은 악몽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난 분명….’

동족이 보는 앞에서 타이는 강간당했다. 그리드가 강제로 옷을 찢어버리고, 양손으로 타이의 다리를 붙잡아 M자 형태로 들어 올린 뒤, 우뚝 솟아오른 흉악한 기둥을 가랑이 사이에 박았다. 뿌리 부근과 둔부가 맞부딪치면서 음란한 소리가 울려 퍼지고, 흉물스러운 가슴도 기쁜 듯이 세차게 출렁거렸다.

치욕과 모멸감으로 가득 차 있던 타이의 얼굴은 열락(悅樂)에 사로잡힌 탕녀의 모습으로 변해갔다.

그런 타이를 본 호랑이족들은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이 역겨운 배신자. 동족을 지켜야 할 수장이 감히 적에게 굴복해? 목숨을 다할 때까지 싸워야지, 영혼이 갈려 나가는 한이 있더라도 싸워야지. 우릴 끝까지 보호해줬어야지. 이겨서 정의를 실현했어야지.

그래야 하는데, 왜 패배한 거냐? 왜 져버렸냐? 왜 항복했냐? 항복해서 우리를 노예로 만드는 게 기분이 좋냐? 그렇게 쓰레기의 아이를 가지게 되어서 정말로 행복하냐? 아버지의 이름을 먹칠한 게 그리도 좋냐?

이 머저리 같은 새끼. 나가 뒈져라. 뒈져서 다신 우리 눈앞에 나타나지 말아라. 호랑이족들은 야유와 욕설을 날리며 타이를 매도했다. 심지어 죽으라며 돌멩이까지 막 던져댔다. 막는 것도, 피하는 것도 못 하는 타이는 그대로 얻어맞을 수밖에 없었다. 이마가 찢어져 피가 흘러내리고, 곳곳에 피멍이 들어도 그녀는 저항할 수단이 없었다.

'아니야, 나는 배신자가 아니야!'

자신은 패배했을 뿐이다. 패배하는 바람에 강제로 노예가 된 것이다. 배신을 한 게 아니다. 자신이 얼마나 동족을 사랑하는데, 어찌 배신할 수 있겠냐? 제발 믿어달라, 제발 자신의 무고를 알아 달아.

그런 식으로 호소해도 돌아온 건 동족들의 싸늘한 시선뿐이었다.

'자, 이 배신자를 알아서 처리하거라.'

신명 나게 타이를 따먹은 강림은 그녀를 종족들한테 던져버렸고, 분노에 찬 호랑이족들의 발길질이 타이를 덮쳤다. 동족들의 분노를 타이는 내장이 터지고, 눈알이 튀어나오고, 다진 고기가 다 될 때까지 전부 받아야만 했다.

그렇게 비참한 최후를 맞고 쓰러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아…."

이곳은 광장이 아니다. 분만실이다. 이를 증명하듯 세 대의 분만대가 있었으며,

바닥은 끈적끈적한 액체로 바다가 된 지 오래였다.

"아아…."

동족들의 분노로 갈기갈기 찢어진 자신의 피와 살점으로 이루어진 호수가 아니다. 애액, 양수, 혈액, 그리고 정액과 모유 등이 섞인 바다다. 꿈에서 봤던 호수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이가 장난이 아니었다. 그냥 누워있는데도 몸이 다 잠길 지경이었다.

이게 다 강림에게 겁탈당하면서 생긴 결과였다. 겁탈하면서 생긴 부산물들이 쌓이고 쌓인 끝에 만들어졌다. 그렇게 만들어진 바다에 잠겨 있었던 타이는 잠들기 전에 자신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 떠올릴 수 있었다.

‘나는, 나는….’

계속 낳았다. 끊임없이 낳았다. 녀석과 자신의 피가 섞인 자식들을. 사정할 때마다 임신하고, 사정할 때마다 출산하고, 사정할 때마다 또 임신하고, 사정할 때마다 또 출산했다. 쳇바퀴에 갇혀 끊임없이 달려야 하는 햄스터처럼 타이는 낳고, 낳고 또 낳았다.

그렇게 낳은 아이들은 밖에 있는 장치를 통해 무럭무럭 크고 있다. 앞으로 2주 뒷면 강림을 지킬 전사들이 될 거다.

‘계속, 계속 그 새끼의 아기를….’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언제나 두려움을 모르고 돌진하던 타이였으나, 이것만큼은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아니, 도저히 이겨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배가 찢어발겨지는 것 같은 고통을 천하의 호랑이족 수장마저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이토록 아플 줄은 타이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물론, 언젠가 출산의 고통을 겪어야 한다는 사실을 타이도 모르진 않았다. 수장의 자리에 앉은 이상, 그 후계자를 잉태하는 건 당연한 이치. 전대 수장인 아버지가 후계자인 자신을 낳은 것처럼 자신도 뒤를 이을 아이를 낳아야만 한다.

이것이 무섭다고 회피해서는 안 된다. 이것을 영광으로 여겨야 한다. 생명을 잉태하는 건 결코 두려운 일이 아니니까.

그러한 생각이 틀렸음을 타이는 깨달았다.

“아후으으, 후으으으….”

잉태는 기적이 아니다. 악몽, 그 자체다. 사랑하는 이와 몸을 섞은 끝에 탄생한 거라면 고통은 기꺼이 감수했을 거다. 너무나 고통스럽다고 해도 어찌 되었든 간에 인고 끝에 얻은 결실이니까. 그렇게 얻은 결실을 고작 아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타이는 버릴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낳은 아이들을 타이는 버리고 싶었다. 악몽의 부산물인 아이들을 도저히 마주 볼 자신이 없었다.

“아후으으으, 흐으으으….”

떠올라진다.

-아아, 아아악, 아아아아악!

그리드라는 괴물의 피를 이은 아이들을 힘겹게 낳는 자신의 모습이.

-아, 안 돼! 넣지 마, 넣지 마아아아아!

영양분을 준다는 명분으로 정액이 그득하게 찰 때까지 겁탈하는 그리드의 모습이.

-하아, 하아, 흐끅? 제, 제발 쉬게 해…하오오옥?

다 낳으면 또 박아서 임신시키고, 또 낳으면 또 임신시키는 그리드의 모습이.

-꾸륵, 꾸륵, 꾸륵, 꾸륵…우웨…으읍?

먹을 걸 주겠다며 입에다 정액을 싸지르는 그리드의 모습이. 자지가 안 되면 통에 있는 정액을 먹이는 그리드의 모습이. 더는 먹질 못해 토하려는 자신의 입을 봉하는 그리드의 모습이. 그 그리드에게 이기지 못해 끝내 정액을 억지로 삼키는 자신의 모습이.

-후오오옥, 호오오옥! 그, 그만, 그만해! 싫어, 싫어어어어!

자존심도, 긍지도 다 내다 버리고 살려달라고 절규하는 자신의 모습이.

“하으으윽, 흐으으윽….”

전부 다 떠올랐다. 다 떠올랐기에 타이의 두 눈에선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잊었던 악몽이 다시금 새록새록 떠오르니 타이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수인 연합에서 최강이라 불렸던 존재가 이리도 나약한 존재로 전락했다는 걸 알면 정말 경악하고도 남을 거다.

“하우으으, 흐으으으….”

타이는 왼쪽 벽면을 바라봤다.

하얀색 분필로 써놓은 듯한 글씨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문자는 오로지 정(正). 정(正)자만 가득 채워져 있었다. 이게 뭘 의미하는지 타이는 바로 깨달았다.

“내가, 내가. 저렇게도 많이?”

정(正)자를 쓸 때 들어가는 횟수는 총 5획. 그런 정(正)자가 60개 이상 쓰여 있었다. 이는 곧,

타이가 지금까지 300명 이상의 자식을 낳은 거다. 끔찍한 악몽의 부산물을 그만큼이나 낳은 거다.

“하으으으윽, 흐으으으….”

그걸 깨달은 순간, 타이는 머리를 양손으로 감쌌다.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타이는 되물었다. 누구에게 묻는 건지, 자기 자신에게 묻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어째서 왜,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거야?”

침략자를 격퇴한다. 극악무도한 해적인 그리드를 우리들의 손으로 끝장낸다. 평화로웠던 수인들의 일상을 무참히 짓밟아버리고, 모든 수인을 노예로 삼아버리려는 악당을 쓰러뜨린다.

쓰러뜨리고 영웅이 된다.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읽어주셨던 동화의 내용대로 타이는 되고 싶었다.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용사가 되어 악당을 쓰러뜨리고 싶었다. 그 기회를 하늘이 준 것이라고 타이는 그리 생각했다. 그래서 그리드라는 쓰레기가 나타난 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아니었다. 하늘은 타이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기회를 준 건 탐욕의 화신이었다. 탐욕의 화신에게 승리할 열쇠를 하사하셨다.

그 열쇠를 받은 화신을 타이가 쓰러뜨리는 건 불가능했다. 패배가 확정된 미래는 고정되고도 남았다.

패배하고, 개조당하고, 가지고 있던 걸 다 강탈당한다. 그것이 타이에게 주어진 미래. 당연히도 그런 엿 같은 미래를 타이는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바보가 아니었다. 아버지가 절대 쓰면 안 된다고 강조했던 금기의 기술까지 쓰며 어떻게든 이겨보려고 노력했다. 괴물이 되어서라도 녀석을 쓰러뜨리고 싶었다. 설화가 갑자기 자신에게 이상한 약물을 주입하는 바람에 제어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지만, 상관없었다.

녀석을 죽일 수 있다면, 녀석에게 오염된 수인들을 편히 보낼 수 있다면 자신은 괴물이 되어도 상관없다고 여겼다. 녀석이 오염시킨 땅을 정화하는 것만이 연합의 수장이었던 자신이 해야 할 마지막 의무라고 여겼다.

그래서 여우섬을 침공했다. 침공해서 악마의 부하들을, 악마의 꼬드김에 넘어간 구미호들을, 수장인 수아를 매장하려 했다. 그것이 자신이 내릴 수 있는 자비라고 여겼다.

“나, 난 그저 정의를 실현하고 싶었을 뿐인데….”

그것마저 실패로 돌아갔다. 자신과 똑같이 괴수가 된 강림에게 처참하게 패배하고, 귀물인 정수마저 빼앗기고 말았다.

도대체 인간인 주제에 수인들이 쓰는 금기를, 수아나 자신 말곤 쓸 수 없는 금기를 한낱 인간 나부랭이 따위가 어찌 쓸 수 있었던 걸까? 대체 무슨 수단을 썼기에 자신처럼 괴물이 될 수 있었던 걸까? 설마, 하늘이 내려보낸 신의 사자라도 된다는 건가?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거냐고….”

마지막 결전에서도 허망하게 패배한 타이는 노예가 되었다. 육감적인 몸매와 풍만한 가슴을 가진 암캐로 개조당했다. 지금까지 쌓은 모든 기술은 다 지워졌다. 오직 섹스에 관한 기술. 악마인 그리드에 대한 충성심만 채워졌다.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을 따르던 수인들도, 동족들도 마찬가지였다. 남자는 감정과 기억이 삭제당한 인형으로, 여자는 임신과 출산만을 강요받는 인형으로 전락했다. 간신히 인간들의 마수에서 살아남았던 수인들은 악마의 꼭두각시로 전락하고 말았다.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거냐고….”

그렇게 인형이 되고, 출산을 강요받고 있다. 자신이 죽인 장병 700명만큼 낳으라며 지금까지 강간당했다. 그 흉악한 몽둥이가 자신의 아래를 마음껏 헤집을수록 타이는 점점 망가져 갔다. 그냥 이대로 다 포기하고 그리드에게 맡기고 편해지자는 저주에 점점 잠식되어 갔다.

그렇게 되어버리는 게 타이는 너무나 두려웠다.

“아으으음….” “히익?”

녀석의 숨소리에 타이는 기겁했다.

“썩을 상사 새끼, 내가 가만두나 봐라….”

자신의 옆에서 그리드가 잠들어 있었다.

“주인님, 좀 더, 좀 더 박아주세요….”

그리드 옆에는 보라색 장발의 여인, 아트리아가 잠들어 있었고,

“그래, 나는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넘겼다. 그래서 어쩔 건데? 에헤, 에헤헤….”

검은색 더벅머리의 여자, 탈리아도 아트리아 옆에 잠들어 있었다. 출산을 끝마쳤는지 두 여자의 배는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잠깐만….”

이를 본 타이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도망칠 수 있지 않을까?’

녀석이 잠들어 있다면 이건 기회다. 이 악몽에서 벗어날 기회. 다시금 생기가 돌아온 타이는 몸을 일으켰다. 닫힌 문을 향해 살금살금 걸어갔다.

‘미안하다, 아가들아.’

너희들을 악몽이라 불러서 미안해. 데려가지 못해서 미안해. 그래도 살고 싶어. 녀석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탈출에 성공하면 반드시 구하러 올게. 녀석을 죽일 수단을 가지고 돌아올게. 그때까지만 견뎌주렴.

그렇게 다짐하며 타이가 문을 열려는 순간,

“어디 가는 거냐?” “…!”

큼지막한 손이 자신의 어깨를 붙잡는다. 타이는 덜덜 떠는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화장실은 안 돼. 하려면 저 두 녀석에게 부탁해.” “아아….”

강림이었다. 강림뿐만 아니라 아트리아와 탈리아도 깨어났다.

‘하늘이시여….’

왜 저한테 이런 시련을 내리시는 건가요? 왜 이 악당에게 기회를 주시는 건가요? 어째서 저한테 마지막 기회마저 주지 않는 건가요?

눈을 뜬 악마들을 본 타이는 절망에 휩싸였다.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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