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72 - 72화- 호랑이 앞을 기다리고 있는 건 절망뿐
“하아앙! 하으윽? 흐으윽! 흐아앙!”
계속 터져나간다. 끊임없이 터져나간다. 몸 구석구석에 심어진, 쾌락이란 이름의 폭탄들의 연쇄적인 폭발에 타이는 견딜 수가 없었다.
아니, 견딘다는 선택지를 고를 수가 없었다. 고르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하오옥, 호오옥, 호오옥, 호오오옥!”
자꾸만 가버리니까. 절정에 이르니까.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무한 왕복하는 쾌락의 질주를 도저히 막을 방도가 없으니까. 아무리 타이가 이 악물고 버티려고 해도, 두 눈에 힘을 주려 해도, ‘이딴 쓰레기에게 굴복하지 않겠다’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해도,
무의미했다. 녀석이 자지를 박으면 악물던 입은 저절로 열려 뜨거운 숨결을 토해낸다. 녀석이 자지를 박으면 분노로 가득 차 있던 금색 눈동자도 마약에 중독된 사람처럼 풀려버린다. 녀석이 자지를 박으면 주인님에게 푹 빠져버리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박고, 박고, 박고, 계속 박아댄다. 쓰레기, 아니 주인이 자지를 박을수록 타이는 절정에 이르렀다. 박는 횟수만큼 절정에 이르는 횟수도 늘어나고, 늘어난 횟수만큼 타이가 패배하는 횟수도 산처럼 쌓여갔다.
“이, 이럴 순 없어. 이럴 수느으으으은?”
그렇게 절규하는 타이를 강림은 비웃을 뿐이었다.
“이제 포기해. 너도 알고 있잖아? 개조당한 이상 네놈이 날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강림이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동안, 타이는 탈리아에게 개조당했다.
전사 아닌 성노예. 오직 주인을 위해 순결을 바치고, 모유를 바치고, 자식도 바치고, 영혼도 바치는 노예로 철저하게 개조당했다. 노예에겐 불필요한 것들이란 이유로 타이는 가지고 있던 모든 걸 빼앗겼다.
수장이란 이름에 걸맞게 피땀 흘려 훈련하며 얻은 기술. 기술을 연마하면서 단련된 육체. 타이가 소중히 여기는 걸 모조리 다 빼앗겼다.
주인님의 봉사를 위해 마땅히 가져야 하는 섹스 기술. 365일 내내 언제나 우유가 충만한 젖가슴. 순산하기 좋게 넓어진 골반. 딱 먹기 알맞을 정도까지 튼실해진 다리.
타이에게 있어 전혀 필요하지 않은 것들이 빈자리를 채웠다. 다시는 지우지 못하게 탈리아는 꼼꼼하게 용접해놨다.
육신과 지식뿐만 아니라 머리도 교정 당했다.
주인인 강림을 위해 봉사해라. 타이는 결코 따르고 싶지 않은 명령이 머릿속에 박혔다. 박혀버렸기에 치욕을 준 강림에게 복수하겠다는 일념도 희석되고 말았다. 이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도, 결국은 봉사하는 게 옳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렇게 탈리아는 타이가 오직 운명에 순응하도록 개조했다.
타이가 어떤 마음을 품어도 결국 주인님의 씨받이가 되는 결말에서 벗어날 수 없도록 철저하게 개조했다.
그렇게 개조당했기에 지금 타이는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
“하앙, 하앙, 하앙, 하앙, 하앙!”
박힐 때마다 절정에 이르는 것 말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것 말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호랑이족 수장의 처지가 강림은 너무나 우스워 보였다.
동시에, 약간 아이러니하다는 기분도 들었다.
‘녀석이 복수에 성공하는 모습을 봤을 때는 정말 통쾌했는데….’
원래 운명대로였다면 타이는 복수에 성공했어야만 했다. 그리드가 세운 제국을 무너뜨리고, 그리드에게 치명상을 입히는 것으로 죽은 동족들의 원한을 갚아야만 했다. 성공한 복수귀의 사례로 기록에 남았어야 했다.
그 운명을 강림이 비틀어버리고 말았다. 살아남기 위해서 타이를 쓰러뜨리고, 그녀가 가진 모든 것을 앗아가고, 반항하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복수는커녕 원수에게 농락당하는 배드 엔딩으로 던져버렸다.
그걸 생각하니 강림은 살짝 양심에 찔리는 기분이 들었다. 멀쩡한 사람을 불구로 만든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미안하지만, 타이. 너는 노예 확정이다.’
원래대로 되돌려 줄 마음은 쥐꼬리만큼도 없었다. 죽을 때까지 자신을 위해 봉사하는 노예로 취급한다. 강림 그리 방침을 정했고, 바꿀 생각도 없었다.
복수귀 속성을 가진 캐릭터는 원한을 쉽게 잊어버리지 않으니까. 수아만 봐도 알 수 있다. 자비를 베풀어줬지만, 동족을 학살한 원한을 잊지 못해 자신을 죽이려 했다.
수아가 그런 행동을 보였는데, 타이라도 하지 말라는 보장이 있을까?
“흐오오옥, 호오오옥, 호오오오옥!”
그러니 망가뜨릴 거다.
“흐아아악, 아히이이익, 히이이이익!”
타이도, 카르디안의 동생도, 그리드에게 원한을 가진 모든 사람도.
“머, 멈춰…하으으윽, 흐으으윽!”
원한이란 감정이 마모될 때까지 망가뜨리고, 재조립할 거다.
자신에게 충실한 인형으로 자신에게 매달리지 못하면 살 수 없는 인형으로. 복수는 다 의미 없는 짓이고, 원수와 사는 것만이 유일한 희망이라고 여기는 인형으로, 그 희망을 품고 살아가기로 마음먹는 바람에 완전히 죽어버린 인형으로 재조립할 거다.
“아아아, 제발, 제발, 머…아흐으윽, 흐으으윽?”
나쁜 짓이라는 건 잘 알고 있다. 한 인격으로 잔인하게 짓밟아버리는 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금기니까. 과거의 가치관이 오늘과 매우 달라도 사회적으로 매장당할 짓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없지만, 그래서 어쩌라는 건가? 그리드가 저지른 죄가 너무나 큰데. 너무나 커서 착한 사람으로 돌아가기에는 너무나 늦어버렸는데. 늦었기에 이런 짓이라도 해야 살 수 있는데, 하지 말라는 게 말이 되나? 원해서 그리드의 몸으로 빙의한 것도 아닌데, 자신이 그리드라는 이유로 죽어야 하는 게 더 억울한 일 아닌가?
허망하게 목숨을 잃고 싶지 않다.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살 거다. 현실에선 이루지 못했던 것들을 전부 다 이룰 거다.
그러니, 죄책감이라는 허무맹랑한 말은 입에 담지 말자. 이것은 오직 자신을 위한 길이다. 이기적이고 추악하지만, 자신이 좋아하기에 걷는 길이다. 좋아서 하기에 범죄라고 할 수 없다. 자신이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인데 누가 벌할 수 있으랴? 벌한다면 자신이 천벌을 내릴 거다.
“아흑, 흐끅? 제, 제발, 그만, 그만….”
분만대에 사지가 고정 당한 채 눈물, 콧물 다 흘리며 겁탈당하는 타이처럼 말이다.
“이제 싼다.”
강림은 드디어 타이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다.
“부디 많이 생기기를 빌어. 약속대로 700명을 낳아야 하니까.” “아, 안 돼. 시, 싫어, 싫…하오오오옥?”
사형 확정. 하얗고 냄새가 지독한 점액질이 자궁 안을 채운다. 한 층, 한 층, 채울수록 경직된 타이는 이에 반응하듯 움찔거렸다. 더는 채워지는 느낌이 들지 않자, 타이는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그대로 축 늘어졌다.
“하으윽, 하아악, 하아악, 하아악!”
늘어졌어도 절정은 계속 이어졌다. 강림이 남긴 강렬한 자지 맛은 사정이 끝났음에도 지워지지 않는 여운을 남겼다. 숨을 한 번 내뱉을 때마다 타이는 끊임없이 파닥거렸다. 파닥거릴 때마다 젖가슴도 흔들거렸고, 흔들릴 때마다 모유가 공중에 흩날렸다.
“이, 이제, 그만 놔줘.”
이 정도면 충분하잖아? 더는 자신이 네놈에게 반항하지 못한다는 걸 알잖아? 그러니까 이제 놔줘. 제발, 제발….
당연히도 그런 바람을….
“응, 싫어.” “하오오오옥?”
강림이 들어줄 리 없었다. 다시금 인정사정없이 박기 시작했다. 안쪽 깊숙이 커다란 이물질이 침범해오는 감각에 타이는 두 눈이 확 떠졌다. 강림이 본적으로 찌르기에 들어가니 벌린 입에선 다시금 신음을 토해냈다.
“호오옥, 흐오오옥, 호오오오옥?” “700명을 낳아야 하는데, 뭘 놔줘?”
죽인 숫자만큼 낳아라. 여우섬을 침공하면서 희생된 장병 숫자만큼 낳으라는 형벌이 타이에게 내려졌다. 끔찍한 형벌이지만, 할당량을 채우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고 강림은 생각했다.
아직 힘이 남아 있으니까. 힘이 남아 있기에 이번 주 내로 700명을 만드는 건 가능하다.
당장 타이의 배를 봐라.
“흐아아, 하아아아아악!”
한 번 더 질내 사정을 한 뒤, 타이의 배는 크게 부풀어 올랐다. 한 명이 아닌, 다섯 명의 아이가 성장을 마치고 밖으로 나갈 순간이 도래했다. 출산까지 걸리는 시간이 고작 1시간으로 줄였다.
“아, 안 돼, 아앙, 아앙, 아아아앙!”
여기서 한 번 더 싸지르면 1시간은 1분으로 줄어든다. 즉시 진통이 오고, 양수가 터진다. 생명을 잉태할 순간이 이렇게 바로 오니 700명을 만드는 건 거뜬하다.
“아아, 나, 나와. 나온다고. 빼, 빼 줘, 빼줘.”
여기에 강림은 한 번 더 영양분을 주기로 마음먹었다.
“응, 싫어.”
출산 직전인 타이의 몸에서 자지를 빼질 않고 다시 박기 시작했다. 열리려는 문을 다시 봉인하려는 것처럼 더 세게 박아댔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에 타이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왜, 왜, 이러는 거야. 네 아이잖아! 네 아이인데!” “내 아이니까, 이러는 거야.”
강림은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더 먹이면 더 키울 수 있다는 걸 알았는데, 내가 왜 그만두겠어?”
아트리아와 탈리아를 통해 깨달았다.
출산 직전 정액을 싸질러도 유산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오히려 정액을 더 먹인 덕분에 아이가 더 건강한 형태로 태어난다는 걸. 두 사람이 가능했으니 타이도 가능할 거다.
그러니까 박는다.
“너는 돼지가 되었지만, 아이들은 호랑이로 태어나겠지. 난, 호랑이가 될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기를 원해.”
박아서 먹일 거다. 먹여서 키울 거다. 자신이 세울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전사들로 키울 거다. 자신을 위해 봉사하는 노예로 육성할 거다.
그러기 위해서 윤리따윈 개나 줘 버려라. 필요한 건 오직 사랑뿐. 이것이 아비가 주는 사랑이라고 강림은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했다.
“그러니까, 무서워하지 말라고.” “흐으으으….”
강림은 양손으로 타이의 얼굴을 붙잡고,
“고통은 한순간에 불과하니까.” “후으읍?”
강제로 키스했다.
“후으윽? 후으응, 후끄으으윽?”
농밀한 혀 놀림으로 타이를 농락한다. 도망치는 타이의 혀를 붙잡고 핥아댄다. 핥으면서 자신의 타액을 넘긴다. 떠넘긴 타액은 타이의 목을 타고 위장으로 흘러내렸고,
“후으으, 후으으으, 우으으으….”
거칠게 몸부림치던 타이는 점점 얌전해졌다.
‘아, 안 돼….’
이대로 농락당해선 안 된다. 이대로 농락당하면 더는 헤어나올 수 없게 된다. 어떻게든 저항해야만 한다. 녀석의 혀를 깨물어서라도!
그래야 하는데, 몸이 말을 듣질 않는다.
“후읍, 후읍, 후읍, 후읍!”
어미한테서 떠나기 싫은 새끼처럼 타이는 강림에게서 떨어질 수가 없었다. 아니,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이대로 계속 범해지고 싶다. 강림의 말대로 건강한 아이들을 낳고 싶다. 낳을 수 있다면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이 무슨 대수냐. 원수, 아니 주인이 바라는 대로 몸을 맡기는 게 도리다.
그런 생각으로 가득 차 있기에 타이는 어떤 것도 할 수가 없었다. 이래선 안 된다고 소리치고 싶어도 이것이 무조건 옳다며 받아들이게 된다. 이런 자기 자신을 억누르고 싶어도 망가질 대로 망가진 타이는 도저히 억누를 수가 없었다.
자신의 의지마저 찍어누르는 현실에 타이는 피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 그런 표정을 지어야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하는 타이를 보며 강림은 속으로 쾌재를 울렸다.
‘오늘 확실하게 함락시켜줄게.’
그래야 1장이 끝나니까! 강림은 더욱 힘차게 자지를 박아댔다.
“후끅, 후끅, 후끅, 후끄으으으윽!”
절망과 고통이 어우러진 호랑이의 교성이 시설 내부에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