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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하라, 지배하라, 진짜 보스가 되어라-66화 (67/344)

Chapter 66 - 66화- 거북이 점성술사는 경고한다

거북이족을 손쉽게 손에 넣을 줄은 강림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게임상에선 그리드에게 복수심을 불태우는 종족으로 나오니까. 수장과 가족, 친구와 이웃들을 모조리 죽여버린 그리드를 없애기 위해서라면 목숨도 다 바치겠다.

그런 심정으로 거북이족으로 나온 캐릭터들은 죽기 살기로 덤빈다는 걸 강림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 거북이족한테 잡혔을 때는 단체로 참수당한다고 걱정했으나,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저희 거북이족은 현 시간부로 그리드 님의 노예가 되겠습니다!]

수장 아켈론과 그녀를 따르는 거북이족 전원이 강림에게 투항했다. 시련을 돌파했다는 이유로, 운명이 뒤틀렸다는 이유로. 주인공 설화가 해야 할 일을 얼떨결에 대신 하게 된 강림은 설화가 받아야 할 보상 역시 자신이 독차지하게 되었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종족 하나를 꿀꺽 삼키는 쾌거를 이루었다.

"그런 이유로 거북이족들을 대량 양산할 작정이야."

세계관 최고의 잠수부들을 얻었다. 뼛속까지 얼어 붙이는 북해의 바다도 자유롭게 누비는 거북이족들을 이용하면 정복 활동에 여러모로 도움이 될 거다. 지금은 수가 적지만, 풍성하게 낳을 수단은 존재한다.

지금 아직 힘이 남아 있는 강림이 아켈론에게 하는 방식대로 가면 듬뿍 낳을 수 있을 거다.

“그래도 상관없겠지?” “사, 상관없네…흐윽?”

아켈론이 그리 대답했다.

“그, 그보다 주인님 당신에게 해야 할 얘기가 있…흐으으윽?” “얘기? 무슨 얘기인데?”

검은색과 파란색이 섞인 단발머리의 여성은 벽에 손을 기댄 채 엉덩이를 쭉 내밀고 있었다. 그런 여성의 먹음직스러운 엉덩이를 도망치지 못하고 꽉 붙잡고 있었다. 붙잡은 채로 열심히 자지를 박는 중이다.

박으면서 강림은 물었다.

“한 번 얘기해 봐. 들어줄 테니까.” “하으윽, 흐으윽? 할 테니까 잠시 멈춰 주게나.”

쾌락에 빠지기 일보 직전임에도 어떻게든 버텨보려는 목소리로 아켈론은 애원했다.

“자네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내용이네. 그러니까….” “응, 싫어.”

강림은 거부하고 더 세게 허리를 들썩였다.

“하으으윽? 어, 어째서?” “그야 흥이 깨지니까.”

어디 망나니가 할 법한 대사를 강림은 입에 담았다.

“흥이 잔뜩 오른 마당에 느닷없이 중단하는 게 말이 되냐?” “그, 그래도….” “그냥 이 상태로 얘기해. 못할 얘기도 아니잖아? 아니면….” “흐익?”

장난기가 발동한 강림이 느닷없이 아켈론의 몸을 감쌌다. 양팔로 거북이족 수장의 만삭의 배를 있는 힘껏 조르고, 그 상태로 더 힘차게 몸을 들썩였다.

“그, 그만두게. 그만두게나. 이러면 아이가, 아이가!” “괜찮아. 안 죽어.” “하으으윽, 흐으으윽?” “너만 죽어 나갈 뿐이야.”

강림은 악마나 다름없는 미소를 지었다.

‘임산부 배도 토실토실하네.’

만삭의 여인들과 몸을 잔뜩 섞였음에도, 배를 만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뭐랄까, 건드려서는 안 될 영역 같다는 기분이 들었으니까. 그래서 건들지 않았으나,

이제는 건드려도 상관없을 것 같다.

“흐이익, 히이익, 흐아아, 하아아악!”

이렇게 주물러도, 저렇게 주물러도, 요렇게 주물러도.

“그, 그만하시게나! 이러면, 이러며어어어언!”

너무나 재밌으니까. 주무를수록 온갖 괴성을 질러대는 아켈론의 모습에 강림은 더더욱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계속 주무르자. 더 주무르자. 배 속 아이도 기뻐하니 더, 더, 더 주무르자. 주무르면서 계속 박자. 아켈론을 더는 헤어나올 수 없는 늪에 빠뜨릴 때까지.

“흐이이익, 히이이익, 이, 이 나쁜…하오옥, 호오오오옥!”

이미 한 차례 강림에게 조교 당한 적이 있는 아켈론이다. 강림이 자신의 몸에 남긴 명령은 아직도 유효하다. 그래서 자극이 너무 심해지면 본능만 남은 암퇘지로 전락해 버린다.

그러기 전에 어떻게든 버텨서 자신이 알게 된 정보를 알려주려는 아켈론이었으나,

“히에에에, 에헤, 에헤헤헤헤!”

결국, 집어삼켜지고 말았다.

“아하, 아하하! 마, 말해야 하는데, 말해야 하는데에에에!”

본능에 먹힌 아켈론은 오직 섹스하는 것 말곤 어떤 것도 머릿속에 떠오르지 못했다. 말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섹스가 최우선이라는 아우성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얼른 싸달라고, 배 속의 새 생명을 위한 영양분을 달라고 아켈론은 호소했다.

“어서, 어서 싸주세요. 싸주세요!” “알았어. 그 전에….”

슬슬 사정감이 차오르던 강림이었으나,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얘기해 봐.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머, 먼저 싸주면….” “아니.”

강림은 악마와 같은 미소를 지었다. 소름 끼치는 그 미소는 점점 그리드와 닮아가는 것 같다.

“얘기가 먼저야. 아까 말했잖아? 하면서 얘기하라고.” “흐으으윽, 아흐으으윽….”

몇 번이고 입술을 달싹거리고, 몇 번이고 입술을 깨문 끝에 아켈론은 입을 열었다.

“봐, 봤네. 나는, 나는….”

어젯밤 하늘에서 본 내용. 그 내용이 뭔지 아켈론은 이 자리에서 밝혔다.

“자네와 똑같은, 또 다른 보라색 별을 봤다네!” “…하아?”

예상치 못한 답변에 강림은 싸지르는 순간마저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

"조, 조심하시게나, 주인이여…."

기진맥진해진 아켈론은 바닥에 널브러졌다. 엎어진 바닥은 양수와 피로 흥건히 젖어 있었다.

또다시 낳은 것이다. 강림과 아켈론의 피를 이은 새로운 거북이가. 이걸로 몇 번째인지 알 수 없으나, 아직 세 자릿수까진 가지 않았을 거다. 무사히 태어났고, 무사히 시설로 보냈다. 앞으로 2주가 지나고 나면 장성한 전사를 볼 수 있을 거다.

출산하느라 기력을 다 쓴 상태임에도 아켈론은 자신이 본 내용을 강림에게 알려줬다.

"주, 주인과 같은 별들이 드, 등장했으니까." "등장한 게 그리 위험한 일이야?" “그래, 위험한 일이지.”

강림이 되묻자, 아켈론은 긍정했다.

“보라색 별은 제왕의 별. 제왕의 별은 오직 하나밖에 뜨질 않네.”

게임에서는 나오지 않았던 진실을 아켈론은 술술 말했다.

“그런 별이 두 개나 뜬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네. 전대미문일세.” “그렇게 심각한 건가?” “아주 심각하지. 주인의 정복을 방해하고, 주인을 죽일지도 모를 자들인데.” “….” "어, 어째서 제왕의 별들이 갑자기 뜬 건지 모르겠네. 하지만,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될 문제야." "…." “부디 주, 주의하시게나, 주인이여.”

아켈론은 경고했다.

“하늘 아래에 제왕은 오직 한 명뿐이니까아아아….”

그 말을 끝으로 아켈론은 의식을 잃었다.

“하나만 떠야 할 별이 두 개나 떴다고?”

그 말에 강림은 눈살을 찌푸렸다.

“뭔가 느낌이 세한데….”

아켈론은 말한 적이 있었다.

죽음을 상징하던 그리드의 흑색별이 보라색이 되었다고. 보라색이 된 별이 주변의 별들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고. 이는 그리드가 제왕이 되어 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걸 의미한다고.

그 말을 들었을 때 강림은 기분이 좋았다. 운명을 비틀어서 해피 엔딩으로 향한다는 계획이 순항 중임을 뜻하는 거니까. 문제가 터지지 않는다면 보라색 별이 모든 별을 붉게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붉은 밤을 매일 볼 수 있을 거라고 강림은 그리 생각했다.

그리 생각했거늘, 자신을 상징하는 보라색 별이 두 개나 떴다니. 어차피 별인데 무슨 문제가 되겠냐고 넘어가겠지만, 강림은 그럴 수가 없었다.

이곳은 게임 속 세계. 현실의 법칙이 적용된다는 상식은 버려야 하는 판타지 세계. 단순히 별이 하나 더 뜬 것만으로도 세상의 종말이나, 재앙이 닥칠 수 있다. 최고의 점성술사인 아켈론이 그리 말했다면 무시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아켈론이 말한 보라색 별 두 개는 누굴 상징하는 걸까?

혹시 자신과 똑같이 <여우의 은총>이란 게임 속에 빙의한 자들이 아닐까? 아켈론이 말한 제왕의 별이 게임 속 세상에 빙의한 현실 속 사람들이라고 가정하면, 두 사람이 어느 캐릭터에 빙의된 상태로 눈을 뜬 게 아닐까? 자신처럼 본격적으로 활동을 개시했기에 평화로웠던 밤하늘에 보라색 별들이 뜬 게 아닐까?

‘만약 내 추측이 사실이라면….’

누가 이 세계로 건너온 걸까? 악인인 그리드의 몸으로 다시 태어난 강림처럼 누구의 몸으로 활동하고 있는 걸까?

일단 의심되는 인물은 한 명 있다.

‘왠지 설화가 아닐까 싶은데….’

게임 <여우의 은총>의 주인공인 설화. 원작 주인공의 행적이 너무나 의문스러웠다. 정말로 주인공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막 나가고 있다.

당장 타이에게 <흑광>을 주입해 괴물로 만든 것을 봐라. 설화였다면 자기 자신에게 그런 짓을 하지, 결코 남을 희생시키는 짓은 하지 않는다. 강림이 그리드로 다시 태어나면서 이야기가 많이 비틀어졌지만, 비틀어졌다고는 해도 설화가 저지른 짓은 도저히 납득(納得)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설화의 몸으로 누군가가 빙의한 게 아닐까? 빙의했기에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는 게 아닐까?

이 추측이 틀린 게 아니라면, 녀석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어디에 있는 걸까? 엘프들이 사는 대산림에? 아니면 <독사>가 기거하는 항구에? 아니면 왕국? 그것도 아니면….

‘일단 설화가 어디에 있는지 수소문해보자.’

현상금을 걸어서 수배하든, 함정을 파든 쓸 수 있는 수단은 동원해서 설화를 찾자. 찾아서 겁탈하고, 함락시키자.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자라면 가차 없이 무너뜨리자. 설령 자신이 아는 자가 빙의했어도 마찬가지다.

그리드처럼 끔찍한 최후를 맞이하는 결말은 피하고 싶으니까.

‘남은 한 명은 잘 모르겠지만….’

차차 알게 될 거다. 자신처럼 살아남고 싶다면 무슨 짓이든 할 테니까. 무엇을 하는지 소문이 퍼지면 그때 가서 잡아 버리자. 강림은 그리하기로 다짐했다.

-땡!

설정해 둔 타이머가 끝났다는 소리가 들린 건 그때였다.

“아, 끝났구나.”

강림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빨갛게 달아오른 커다란 거북이 등껍질이 있었다. 문이 열리고, 벌겋게 달아오른 알몸의 여성이 바닥에 엎어졌다.

“흐으으, 으으으으….”

아켈론처럼 검은색과 파란색이 섞인 단발머리. 눈동자가 금색인 아켈론과 달리 은색임을 제외하면 수장과 붕어빵처럼 닮은 여자다.

여자, 아켈론의 손녀인 테가는 겁에 질린 얼굴로 강림을 올려다봤다.

“제, 제발 사, 살려주세요….”

거북이 손녀를 먹기 위한 준비가 드디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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