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8 - 58화- 순산형 가축으로 개조당하는 호랑이
여우섬에서의 사투가 끝난 직후, 이리스는 간부들을 모아 긴급회의를 열었다.
'지금 남아 있는 병력을 다 동원해서 호랑이섬을 점령한다.'
수인 연합은 멸망을 코앞에 두고 있다. 그 어떤 공격도 통하질 않는 철선으로 이루어진 함대와 죽음도 불사하는 강철 부대의 창날 앞에 수인 연합은 처참하게 패배했다. 필사적으로 어떻게든 침략자들을 몰아내려고 애썼으나, 막강한 전력을 앞세운 해적들을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호랑이섬을 제외한 모든 섬이 해적 대함대 <더 퀸즈>의 통제에 들어갔다. 고향을 빼앗기고 <더 퀸즈>의 지배를 받게 된 수인들은 전원 노예로 전락했다.
남자들은 인격이 말소당했다. 자신의 이름은 무엇이며, 무엇을 하며 살아갔는지조차 잊어버린 이들은 <더 퀸즈>를 위한 병사들이 되거나, 새 나라를 건국하기 위한 노동력으로 착취당하는 중이다. 죽음을 맞이하는 그 순간까지 예전으로 돌아오는 일은 없을 거다.
여자들은 예외 없이 성노예로 전락했다. 능력이 봉인하는 쇠고랑을 목에 채워진 상태로 24시간 감시당하고 있으며, 전쟁이 끝나면 전원 가축으로 가공할 예정이다. 가축으로 가공된 이들과 강림이 떡을 친다면 소수에 불과했던 수인의 인구수가 순식간에 불어날 거다.
이렇게 그리드, 강림이 바라는 낙원. 강림이 바라는 나라를 세우기 위한 기초가 거의 다 완성되었다. 이제 호랑이섬만 점령하면 끝이다. 버러지 같은 수인 연합을 수장시키고 그 자리에 주인님만을 위한 수도를 세운다. 수도를 세우고 세상을 지배할 나라를 건국할 거다.
그렇게 되기만을 이리스는 원했다. 소중한 것이 전부 부서지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자신에게 있어 이제 유일한 목표는 주인님밖에 없으니까. 비록 자신의 소중한 것을 전부 박살 낸 장본인이라 해도 주인님이 없으면 살아갈 자신이 없으니까. 이리스는 주인님이 바라는 일이 무엇이든 간에 기꺼이 다할 작정이었다.
그것마저 없으면 진짜로 죽어버릴지 모르니까.
'어차피 그놈들은 종이호랑이야. 수장이 사라졌다고 섬 밖으로 나오지 않는 겁쟁이들이 어찌 우릴 이길 수 있겠어?'
현재 주인이 바라는 목적은 수인 연합의 멸망. 그 멸망을 이루기 직전이니 멈출 수 없다. 호랑이족 수장 타이가 저지른 만행으로 전체 전력이 반 토막이 나버리는 참사가 벌어졌으나, 남은 반 토막만으로도 충분히 호랑이섬을 무너뜨릴 수 있다. 제아무리 철통같은 방비를 하고 있다 해도 사방에서 쏟아지는 포탄 세례를 놈들은 견딜 수 없을 거다.
그리고 침공을 단행하는 것에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다른 녀석들이 개입하기 전에 빨리 끝내야 해. 기껏 차려놓은 밥상을 딴 놈들에게 빼앗길 순 없어.'
수인들이 살던 땅들을 다른 세력들이 날름 먹어버릴 수 있다.
예로부터 수인들은 인간들에게 있어서 전리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구미호들의 꼬리는 귀부인들이 선호하는 목도리, 외투, 가방, 장갑 등 귀중품을 만드는 데 사용되었다. 이 때문에 수많은 구미호가 꼬리 없이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시대가 있었다.
들소족은 끊임없이 모유를 짜낼 수 있다는 이유로 인격체가 아닌, 가축으로 취급당했다. 쓸모가 없어지면 언제나 처분당했다.
토끼족은 노동력 징발을 위한 씨받이로 이용당했다. 들소족처럼 씨받이로 쓸모가 다하면 언제나 처분당했다.
거북이족은 인간들의 즐거움을 위해 그들의 배를 끌고 다녀야 하는 일종의 말로 취급당하던 치욕의 시대를 겪었다.
꼬리가 맛있다는 이유로 악어족은 항상 인간들에게 사냥당했으며,
호랑이족은 전투력이 높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전투 노예로 착취당한 역사가 존재했다.
이들 대표 종족들 말고도 다른 수인들 역시 똑같이 인간들에게 사냥당하고, 착취당했다.
수인들에게 있어선 정말 잊을 수 없는 치욕. 그 치욕을 인간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자신들은 그저 짐승들을 사냥했을 뿐이다. 그게 무슨 잘못이란 말인가? 그런 식으로 자신들에겐 죄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추악한 인간들에게서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수인들은 연합을 이루었다. 그 연합이 얼마나 강한지 잘 알고 있는 인간들은 작정하고 침공할 생각을 하질 못했다.
근데, 그 연합이 지금 해적 나부랭이들에게 무너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자신들을 통제하던 왕국이 왕의 부재로 지금 대혼란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부자가 될 기회를 과연 포기할까?
분명 쳐들어올 거다. 연합이 해적들을 상대하느라 제때 대처하지 못한 상황에서, 해적들이 연합을 무너뜨리는 데 집중하느라 외부의 적에 신경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분명 쳐들어올 거다. 그런 정황이 이미 포착되었다.
‘첩자들이 가져온 정보에 따르면 벌써 전투 준비를 마쳤다고 해.’
드디어 수인들을 사냥할 때가 왔다며 병력을 소집하는 얄팍한 새끼들이 나오고 있다. 당장 쳐들어오지 않겠지만, 조속히 대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암 덩어리인 수인 연합을 멸망시켜야만 한다. 내부에 적이 있는 상태에서 외부의 적을 상대하다간 자멸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경계해야 하는 건 추악한 인간들 무리만이 아니었다.
'대산림에 있는 협력자가 편지를 보냈어. 엘프들도 여차하면 군대를 파견할 작정이야.'
엘프. 대산림의 밖으로는 절대 나가지 않으려는 폐쇄주의자들. 외부와 교류는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하지는 않는다.
그런 놈들이 지금 매의 눈으로 이곳을 주시하고 있다. 폐쇄주의자로 유명한 녀석들이지만, 대산림을 위협하는 존재가 나타나면 어떻게든 배제하려는 게 엘프다.
'타이 그 새끼가 원병을 요청하려고 사신을 보냈다고 하더라. 진작 알았다면 잡아들이는 건데….'
이리스는 후회했지만, 그렇다고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그 물을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그러니, 늦기 전에 다 끝내야 한다.
'놈들이 움직이기 전에 확실하게 끝낸다.'
호랑이섬을 점령해 수인 연합을 멸망시키고, 전력을 재정비한 뒤, 외부 세력의 침략에 대비한다. 이런 이리스의 결정에 반대하는 이들은 없었다.
이렇게 해서 수인 연합의 최후의 보루인 호랑이섬 공략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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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연합은 멸망했지."
탈리아는 호랑이섬이 무너져 가는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들소족, 토끼족, 그리고 거북이족이 우릴 도와줬어. 그나마 그 세 종족이 믿을만한 놈들이었으니까."
들소족은 수장인 카우부터 친 그리드 파였다. 카우를 따르는 암소들도 마찬가지였고. 그래서 지원군을 보낼 줄 수 없냐는 이리스의 요청에 바로 중장갑으로 무장한 병력을 지원군으로 파견했다.
토끼족 수장 레비도 기꺼이 지원병 요청을 받아들였다. 수인 연합 때문에 하마터면 토끼족이 멸족당할 뻔했으니 이에 보복하고 싶었을 거다. 그 보복할 기회가 찾아왔으니 이를 놓칠 레비가 아니었다. 침공에서 살아남은 병력을 규합해 지원군으로 파견했다.
거북이족은 수장인 아켈론과 주민들이 처음부터 그리드를 따르기로 맹세했다. 그래서 별말 없이 지원군을 파견했다.
"호랑이 놈들도 참 멍청해. 항복하면 좋을걸. 다 끝난 주제에 마지막까지 싸우겠다고 발악하더라."
이리스는 호랑이족들에게 최후통첩을 날렸다. 터전이 황무지가 되는 꼴을 보고 싶지 않으면 당장 항복하라고. 종족 전체가 노예로 전락하기 싫으면 당장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라고.
그 통첩을 호랑이족은 거부했고, 이리스는 총공격을 시행했다.
"약속대로 섬은 황무지로 변했고, 살아남은 호랑이족들은 노예가 되었지."
호랑이족이 패배할 때까지 고작 3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경고한 대로 이리스는 섬을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황무지로 만들었고, 주민들을 전부 노예로 삼았다.
그렇게 해서 수인 연합은 멸망했다.
"우으으으, 우으으으…."
주민들은 어디에 있어? 그 말이 판에 적히자, 탈리아는 대답했다.
“이곳 여우섬에. 구미호들과 같이 사이좋게 개조당하는 중이지.” "우으으으…." "그리 화내도 소용없어."
죽일 기세로 노려보는 타이의 턱을 탈리아는 한 손으로 움켜잡았다.
"너도 주민들과 똑같이 가축이 될 운명이니까." "우으으으…" "자, 잡담은 여기까지 하자. 너무 말이 길어졌네."
그렇게 말하며 탈리아는 빨간 버튼이 달린 리모컨을 들었다.
"타이. 오늘도 한 곡 잘 뽑아줘, 알았지? 주민들이 네 노래 덕분에 항상 힘내고 있으니까." "우으으으…."
타이는 분한 듯이 탈리아를 노려보지만, 당연하게도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
"우으윽, 우으읍, 우으으읍!"
또다시 고문이 시작되었다.
"후끅, 후끄, 후끄으으윽!"
몸 구석구석에 붙은 패드를 통해, 유두와 음핵에 꽂힌 바늘을 통해서 전류가 주입된다. 스파크가 일어날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의 전류가 타이의 피부를, 근육을, 혈관을, 뼈를, 신경을 지져댄다. 타이의 벌린 입에선 비명이 연신 터져 나오고, 전신은 버틸 수 없다며 분만대가 덜컹거릴 정도로 비틀거리고, 가슴도 떨어질 기세로 마구 출렁거린다.
"흐끅, 흐끄윽, 흐끄으으윽!"
음부와 항문에 꽂힌 두 개의 굵은 막대기. 직사각형의 기계 장치와 연결된 이 두 개의 막대기는 퍽퍽 찍어댄다. 타이의 장이 파열되는 것도, 질 내부가 피가 흘러내리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찍어댄다. 찍어대면서 계속 전류를 방출한다.
물기로 머금은 통로에 전류가 흐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우윽, 우으윽, 우으으윽!"
상반신보다 하반신이 더 심하게 떤다. 더 심하게 스파크가 일어나고, 더 심하게 연기가 피어오른다. 자칫 불이라도 일어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너무나 심하게 익어갔다.
"우으윽, 우으으윽, 우으으으윽!"
당연히 혀도 패드가 붙어 있고, 잘 익어가는 중이다. 그 증거로 입에선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후으윽, 후으으윽, 후으으으윽!”
머리에 씌워진 바가지 형태의 기계 장치도 열심히 일하는 중이다. 열심히 전류를 타이의 뇌 속으로 흘려보내고 있다. 너무 연기가 피어올라서 자칫 기계가 고장 난 게 아닌가, 라는 착각마저 들었다.
"아우으윽, 후으윽, 후으으으윽!"
물기를 머금은 눈동자로 타이는 애원하듯이 탈리아를 쳐다보지만,
"음, 약물은 잘 들어가네."
탈리아는 그저 관찰할 뿐이다.
"조금만 버텨 타이. 그래야 순산형 가축이 될 수 있으니까."
현재 타이의 하복부에는 굵은 호스가 꽂혀 있다. 호스 끝에는 주삿바늘이 달려 있으며, 바늘은 자궁까지 뚫고 들어갔다.
그 상태로 약물이 주입되고 있다. 호스 다른 끝에 달린 큰 통. 그 통 안에 있는 약물을 타이의 자궁에 주입하고 있다.
'이거 맞고 임신한 구미호들이 많으니 분명 통할 거야.'
이 약은 토끼섬에서 가져온 약초를 이용해서 만들었다. 수인 연합으로부터 토끼섬을 구원하는 데 성공한 이후, 아트리아가 약초들이 담긴 상자들을 가져왔다. 탈리아는 이 약초를 이용해 한 번 주입하면 언제든 배란할 수 있는 약물을 만들었다. 덕분에 임신이 힘든 구미호족 다수가 임신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상 이 약물 덕분에 구미호족 복원 계획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 약물을 지금 타이에게 주입하고 있다. 그것도 적정량이 이상으로.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지만, 탈리아는 신경 쓰지 않았다.
부작용으로 매일 배란할 수 있다면 아주 좋은 일이니까. 그래야 매일매일 임신하고, 매일매일 낳을 수 있으니까. 그러기 위해서 전기 고문도 병행하고 있다. 언제든 배란해야 한다고 자극을 줘야 몸이 알아서 난자를 생성할 테니까.
만약 성공한다면 부족한 병력을 금방 회복할 수 있을 거다.
"그러니 좋은 결과를 보여주렴, 타이."
탈리아는 진심으로 성공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야 많이 낳을 수 있을 테니까." "우으윽, 우으읍!" "되도록 세쌍둥이 이상은 낳아줘. 그래야 수지타산이 맞으니까, 알았지?" "우으으윽, 우으으읍!"
웃기지 마! 뭐가 수지타산이라는 거냐! 네놈들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거다!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다, 용서하지 않을 테다!
그렇게 포효하고 싶어도 타이는 할 수 없었다.
"후으으윽, 후으으읍, 후으으으읍!"
애처로운 소리만 낼 뿐이다.
"후으윽, 후으으읍, 후아아아아악!"
노릇노릇 익어가는 냄새가 실험실에 가득 퍼질 때까지 고문은 계속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