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정복하라, 지배하라, 진짜 보스가 되어라-49화 (50/344)

Chapter 49 - 49화- 구미호에게 조교 당하는 악어

"나 잠시 나갔다 오마."

한바탕 싸지르고 난 뒤, 강림은 옷을 챙겨입고 밖으로 나갔다. 직접 가서 확인해봐야 하는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 녀석의 조교, 수아 너한테 맡길게."

단순 보고를 듣는 거지만, 빨리 안 끝날지도 모른다. 어쩌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어 늦게 끝날지도 모른다. 오늘 할 예정이었던 크로커 조교를 뒤로 미룰 수밖에 없을 거다.

그런 걸 원하지 않으니 대타에게 맡긴다. 맡겨서 완전히 신뢰할 수 있는지 보겠다. 그런 생각으로 강림은 갈색 머리의 구미호, 수아에게 크로커 조교에 관한 모든 권한을 일임했다.

"설마 그러지는 않겠지만, 죽이지는 마라. 알았지?" "알았어. 알았으니까 얼른 가봐."

그렇게 수아의 배웅을 받으며 강림은 떠났다. 발소리가 멀어져가는 걸 확인한 수아는 침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쿨럭, 쿨럭, 쿨럭, 쿨럭!"

크로커가 연신 기침을 토해내고 있다. 그녀의 아랫배는 만삭처럼 볼록 튀어나와 있었다. 숨이 다 꺼져가는 소리를 낼수록 보지 입구에선 정액의 물줄기가 계속 흘러나왔다.

강림이 쉴새 없이 박아댄 결과다. 숫자를 셀 의미조차 없을 정도로 마구 박아댄 탓에 크로커의 자궁 안은 정액으로 넘쳐났다. 만약 급한 일이 생기지 않았다면 강림은 그 이상으로 정액을 싸질렀을 거다.

"쿨럭, 쿨럭…우읍?"

더는 견딜 수가 없었는지 크로커는 토하기 일보 직전에 놓였고,

"자, 여기다 뱉어." "우웨에에에엑!"

이리스가 검은 봉투를 주자 바로 봉투에다 토했다. 막 깨어난 이리스는 뭔 일이 있었는지 크로커의 몸을 보고 바로 알 수 있었다.

"주인님이 축복을 내려주셨구나." "하아, 하아, 하아…." "축하해. 이걸로 너도 임신할 수 있을 거야." "하아, 하아, 다, 닥쳐!"

크로커는 주먹을 내질렀으나,

"윽?" "그깟 물주먹, 나한테 통하겠냐? 이 멍청아."

이리스는 살짝 몸을 틀어 회피한 뒤, 등 뒤로 돌아 양팔로 크로커의 목을 결박했다. 어떻게든 결박을 풀려고 손톱으로 이리스의 팔을 긁는 크로커였지만, 엄청나게 약해진 상태에서 시도한 할퀴기는 이리스에겐 그저 간지럽히는 수준에 불과했다. 크로커가 축 늘어지고 나서야 이리스는 결박을 풀어줬다.

"이제 뭐 할 거야?" "뭐하긴 교육해야지."

크로커를 침대에 눕힌 이리스가 묻자, 수아는 그리 대답했다.

"내가 당했던 것 이상을 보여줘야지." "네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다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이리스는 진짜로 놀랬다는 표정을 지었다.

"악어 년을 지키겠다고 발악할 줄 알았는데…." "안 된다는 걸 깨달았으니까."

모든 게 다 허탈하다는 듯이 수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해도 그리드 새끼를 죽이는 건 하늘이 두 쪽 나도 불가능하다는 걸 알아버렸으니까."

그리드를 증오한다. 고향도, 주민들도, 친구들도, 힘도, 명예도 모조리 다 빼앗은 녀석이다. 모조리 다 빼앗은 걸로 모자라 자신의 순결을 강탈하고, 씨앗까지 심은 극악무도한 악마다.

그런 쓰레기의 아내가 될 바에야 차라리 죽이는 게 낫다. 살려봤자 도움은커녕 세상에 해악을 끼칠 존재이니 어떻게든 없애야만 한다. 죽은 동족의 원한을 갚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제거해야만 한다.

그래서 수아는 그리드를 두 번씩이나 암살하려고 시도했다. 자신이 죽는 걸 알면서도 그녀는 주저하지 않았다.

만약 첫 번째 암살이 실패한 이후 그리드를 죽이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면 이리도 비참해지지 않았을 거다.

"몸도 마음도 다 녀석에게 빼앗겼는데 어찌 반항할 수 있겠어? 주민들도 다 가축이 되어버렸는데?"

어리석게도 수아는 자신을 살려준 은혜를 배신으로 갚아줬다. 다시 그리드를 암살하기 위해 수인 연합 암살 부대와 협력했다. 이번에야말로 성공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 믿음은 설레발에 불과했고, 그 설레발에 빠진 수아는 참혹한 결말을 맞이했다.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동족들이 가축으로 농락당하는 걸 봐야 했고, 자신도 그들 앞에서 농락당했으며, 수아 스스로 백기를 들 때까지 강림은 끊임없이 그녀를 괴롭혔다. 백기를 들지 않으면 평생 생지옥에 떨구겠다는 일념 하나로 강림은 수아를 겁탈했고, 겁탈당한 끝에 수아는 결국 깨달았다.

"그냥 미쳐버리는 게 낫다는 걸. 미쳐서 놈에게 아양이나 떨며 사는 게 낫다는 걸 겨우 깨달았어."

결국 자신이 한 짓은 어리석은 행동에 불과했다는 것을. 이미 누가 승자인지 정해진 현실에서 그걸 뒤집겠다고 발악하는 건 눈을 가리고 아웅 하는 짓에 불과했다는 것을. 자신이 한 짓은 그저, 잠자고 있던 괴물을 화나게 만든 것에 불과했다는 것을. 처음부터 녀석의 말을 따랐다면 구미호라는 종족이 가축으로 전락하는 일은 없었을 거라는 것을.

그리고,

자신은 이제 강림이란 주인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는 사실을 수아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참, 바보 같지? 그런 걸 이제야 깨닫다니.”

수아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냥 너희들처럼 미쳐버렸다면 속이 다 편했을 텐데.” “이제야 깨달았으면 다행이지.”

딱히 악감정은 없다는 식으로 이리스는 말했다.

강림이 오직 수아의 마음을 얻겠다는 생각에 가득 찼을 때는 수아에 대한 적개심이 컸던 이리스였다. 여차하면 주인을 홀리는 그 여우를 자신의 손으로 베겠다고 잔뜩 벼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자신의 신분이 무엇인지 안 이상은 벨 필요가 없다.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주인의 노예가 되는 게 답이라는 걸 깨달았으니까. 반항하면 할수록 잃어버리는 게 많다는 걸 깨달았으니 적대할 이유가 없다. 같은 노예가 되었으니 사이좋게 지내는 게 도리다.

주인님에게 복수하겠다고 암살을 수십 번 넘게 시도하다 망가져 버린 자신과 달리 일찍 굴복한 것에 이리스는 다행이라고 여겼다.

“그보다 이 악어 년을 어찌 조교 할 거지?” “음…분명 저 가방 안에 도구가 있다고 들었는데….”

침대 밑동에는 직사각형 모양의 가방이 놓여 있었다. 가방 안에는 크로커를 조교 하기 위한 도구가 들어있었다. 본래대로라면 강림이 직접 크로커를 조교 하는 게 계획이었으나, 갑작스러운 일로 나가야 했기에 강림은 계획대로 일을 추진할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강림은 수아에게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대신 맡기기로 했다. 진짜로 자신을 따를 생각이라면 친우였던 악어 년을 통구이로 만들 각오로 확실하게 교육하라고 지시했다.

강림의 신뢰 회복이 최우선인 수아는 그 말에 따랐다.

이제 그걸 실천할 계획이다. 수아는 가방을 열었다.

그리고, 보았다.

“이, 이건….” “아직 작동하는 게 있었나?”

생각지도 못한 도구의 정체에 수아와 이리스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

강림의 기함이 침몰하면서 수많은 조교 도구 역시 수장되었다. 거북이족들이 건져 올렸으나, 안타깝게도 대부분 바닷물에 젖은 탓에 사용 불능 상태가 되어버렸다. 대부분 호랑이족 수장 타이를 조교 하기 위해 챙긴 도구들이며, 물에 젖게 되면 고장 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쓸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전부 소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작동되는 게 있지 않을까 싶어 강림은 어떻게든 살아있는 도구들이 없나 살펴봤고, 간신히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도구가 두 개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도구를 지금 크로커에게 사용되고 있다.

“아아, 아아아악!”

크로커의 전신은 밧줄에 감겨 있었다. 너비가 큰 밧줄에 머리, 목, 가슴, 젖꼭지, 팔, 다리, 배 등 한 곳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감겨 있었다.

그 상태에서 밧줄은 전류를 내뿜고 있었다.

“아아악, 아아아아악! 그, 그만, 그만해에에에에에!”

사방팔방에서 들어오는 전류라는 이름의 비수에 크로커는 난도질당하고 있다. 어찌나 잘 난도질하는지 단백질이 타들어 가는 냄새가 방안에 은은하게 퍼져나갔다.

“그, 그만, 그만…흐익, 흐이이이이익!”

크로커의 보지 입구에는 막대기가 박혀 있었다. 강림의 자지와 똑같은 크기와 형태를 가진 막대기가 크로커의 보지 속을 마구 휘젓고 있었다. 휘저으면서 전류를 마구 뿜어내는 중이다. 안에서도 전기 고문이 이어지니 크로커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

해당 도구들은 호랑이족 수장 타이를 괴롭히기 위해 준비된 물건이었다. 다행히도 물을 덜 머금었기에 사용할 수 있었다. 이 도구들을 강림은 크로커를 조교 하는 데 써먹기로 했다.

타이와 똑같이 성질머리가 더러운 크로커에게 쓰면 가장 효과적일 거다. 맹수에겐 전기 고문만큼 좋은 조교 도구는 없으니까.

그러한 강림의 예상은 적중했다.

“흐익, 흐아악, 하아아아가. 시, 싫어, 그만, 그마아아아아안!”

그렇게나 반항적이던 크로커가 조교 받은 지 1시간도 되지 않아 겁먹은 생쥐처럼 울부짖고 있으니까.

“하응, 흐으윽, 흐아아아….”

머리카락 끝자락이 어느 정도 타들어 가고 나서야 크로커는 겨우 해방될 수 있었다.

“하아, 하아, 흐윽?”

아니, 잠시 숨 고르기에 불과했다.

“크로커, 싫다는 소리만 하지 말고, 복종하겠다고 소리쳐. 그럼 멈출 거야.”

양동이에 든 바닷물을 수아는 크로커에게 뿌렸다. 물에 적시면 효과가 배로 증가할 거란 강림의 조언에 따른 거다.

“그래,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는 없잖아?” “후으윽?”

그렇게 말하며 이리스는 크로커의 입에다 깔때기를 끼웠다. 걸쭉한 점액질이 든 통을 그대로 깔때기에 쏟아부었다.

“쿠륵, 쿠륵, 쿠륵, 쿠륵….”

이리스가 강제로 머리를 위로 젖히는 바람에 크로커는 점액질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먹으며 먹을수록 크로커의 내부에서 허용하기 어려운 감정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통을 다 비우고 나서야 이리스는 깔때기를 빼냈다.

“흐윽, 흐윽…내, 내게 뭘 먹인 거야?” “뭐긴 미약이지?” “미, 미약?” “그래.”

이제 말 안 해도 알 것 아니냐는 얼굴로 이리스는 대답했다.

“우리 주인님의 정액으로 만든 미약이지. 앞으로도 계속 먹게 될 테니 익숙해지라고.” “누, 누가 그딴 것에 익숙해질 것 같아?” “아니, 익숙해져야 해.”

반론하려던 크로커의 말을 수아가 막았다.

“그렇지 않으면 네가 어찌 될지 장담할 수 없어.” “수아….” “이상한 생각 하지 말고 고개를 숙여. 나처럼 되기 싫으면.” “닥쳐! 난 인간의 노예 따위 되지 않을 거야!”

고기가 맛있다는 이유로 사냥당했다. 왕국에서 규제해도 악어족 사냥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크로커의 부모님도 가증스러운 인간들에게 사냥당하고, 도축 당했다.

그걸 겪었는데 어찌 노예가 될 수 있단 말인가? 고문으로 엉망진창이 되었음에도 인간들에 대한 크로커의 적개심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해.”

그걸 수아는 잘 알고 있었지만,

“하지만 인정해야만 해, 크로커. 너는 이제 악어족 수장이 아니야. 주인을 위해 봉사하는 가축에 불과해.”

알고 있어도 친우를 풀어줄 수 없었다.

“그러니 좋은 말로 할 때 항복해. 안 하면 너 정말로 죽게 될지 몰라.”

강림의 씨받이 노예가 되는 것. 불쌍하지만, 지금 크로커는 그 운명에서 벗어날 길은 없었다. 벗어나려고 해도 끊임없이 운명을 받아들이라고 고문을 받게 될 거다. 그걸 우려한 수아가 항복을 종용했지만,

“마, 마음대로 해 봐. 난 겁 안 나니까.”

크로커는 허세만 부릴 뿐이었다.

“그래, 정말 유감이다.” “그래, 유감이야.”

크로커가 항복 의사가 없음을 확인한 수아와 이리스는 동시에 리모컨 버튼을 눌렀다.

“흐이익, 히이익, 흐아아아, 하아아아악!”

또다시 고문이 시작되었다. 아까보다 강도가 높아졌기에 크로커 입에선 더 큰 절규가 터져 나왔다.

“하으으으윽? 나는, 나는, 하, 항복할 순, 항복할 순…아아, 아아아아악!”

그런 다짐과 별개로 조금씩 마음이 무너져 가고 있다는 사실을 크로커는 눈치채질 못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