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4 - 44화- 확정된 운명이니 도덕따윈 버려라
지금까지 섹스할 때마다 주도권은 언제나 강림이 잡았다. 수아를 제외하면 섹스에 능숙한 여자들이 많았으나, 아무리 능숙해도 강림을 뛰어넘질 못했다.
농락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하나. 이 몸의 원래 주인이 그리드이기 때문이다. 여자라면 굴복할 때까지 자지를 박는 게 그리드이며, 굴복시킬 수많은 방법이 그리드의 지식에 담겨 있었다. 그 지식을 토대로 강림은 언제나 우위에 설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우위를 점할 수 없을 것 같다.
“푸륵, 푸릅, 푸륵, 푸릅….”
조금 전까지 두 눈이 뒤집힌 채로 수면 위에 둥둥 떠다니던 아켈론은 다시 일어섰다. 일어서고 다시 자지를 빨기 시작했다. 아까처럼 물속에 잠수한 상태로 말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숨이 막혀 괴로워하겠지만, 아켈론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거북이족이니까. 수영에 능하고, 잠수에도 능했으니 산소통이 없어도 장기간 물속에 있는 게 가능하다.
그렇기에 물속에서 구강성교한다는 미친 짓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었다.
“푸륵, 푸릅, 푸릅, 푸릅….”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기에 아켈론은 아주 능숙했다.
“푸릅, 푸릅, 푸릅, 푸릅….”
용의 뼈다귀처럼 굵은 자지를 입으로 삼키는 일도, 목구멍 깊숙이 받아들이는 일도, 받아들이면서 혀로 기둥 전체를 핥아주는 일도, 조이는 느낌을 주도록 펌프질하는 것처럼 자지를 빠는 일도 아켈론은 능숙하게 해내고 있다. 능숙함을 통해 느끼는 황홀함에 강림은 이대로 이성을 놓아버릴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트리아도 이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그 아트리아 역시 어설픈 구석이 있어 자신이 나서야 하는데, 이 거북이는 그런 게 전혀 없었다. 얼마나 남편과 해댔으면 이렇게 능숙해질 수 있는지 강림은 진짜 궁금했다.
‘남편과 금실이 좋았다고 하던데, 그래서 기술이 좋은 건가?’
아켈론은 유부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미망인이다.
비교적 일찍 결혼한 아켈론은 매일 남편과 쉬질 않고 몸을 섞었다고 한다. 그래서 남편 사이에서 낳은 아이들도 엄청 많았다고 하고.
불행히도 남편은 원인 모를 병에 걸려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남편뿐만 아니라 아켈론이 낳은 아들들 역시 전염병으로 전부 잃고 말았다. 며느리들 역시 수인들 사이에서 벌어진 내전에 참가했다가 전부 전사하고 말았다.
소중한 가족들을 전부 잃어버린 아켈론에게 남은 것은 손녀 테가뿐이었다. 그래서 테가에 대한 사랑이 극진하며, 누구도 테가를 헤치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
어쩌면 테가를 이용해 시련을 돌파한 설화를 죽여버릴 기세로 덤빈 것은 ‘감히 손녀를 겁박해? 가만두지 않겠다!’라고 오해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테가가 자신에게 따먹혔음에도 싸우지 않고 넙죽 항복한 이유는 뭘까? 왜 아켈론은 자발적으로 손녀와 함께 강림의 노예가 되겠다고 자처한 걸까? 극악무도한 악당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말이다.
‘슬슬, 올 것 같네.’
거북이의 정성스러운 애무 덕에 금세 사정할 때가 찾아왔다. 이를 감지했는지 아켈론도 더욱 힘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이대로 아켈론이 주도하는 걸로 끝나는 것도 좋으나,
“그렇게는 안 되지.” “푸르륵?”
역시 주도권을 빼앗기는 건 좀 아니다. 자신이 주인이니 자신이 주도해야지. 노예가 주도하게 둘 순 없다. 강림은 아켈론의 머리를 붙잡고, 끌어당겼다. 뿌리 부근까지 전부 아켈론의 입 안으로 쑤셔 넣었다.
그 직후, 정액이 터져 나왔다.
“푸륵?”
걸쭉한 점액질 덩어리가 쏟아진다. 쏟아진 덩어리는 아켈론의 식도를 타고 위장으로 떨어졌다. 다 싸지르고 나서야 강림은 손을 놓았다.
“푸으으으….”
아켈론은 또다시 두 눈이 뒤집혔다. 정신을 잃고 수면 위로 둥둥 떠다녔다. 누가 보면 익사한 시체라고 오해했을 거다.
잠시 뒤,
“허어, 허어, 허어 나, 날 두, 두 번씩이나 기절시키다니. 저, 정말 대, 대단해.”
다시 정신을 차린 아켈론은 숨을 크게 몰아쉬며 몸을 일으켰다.
“우리 남편도 고작 한 번밖에 날 기절시키지 못했는데….” “저, 말 나온 김에 묻고 싶은 게 있어.”
강림은 아켈론에게 물었다.
“너는 남편을 지금도 사랑해?” “당연히 사랑하고 있지. 내 귀여운 손녀도 마찬가지고.” “그렇게 소중히 여긴다면 나랑 이렇게 몸을 섞어도 되는 거야?”
보통 사이가 극진한 부부라면 죽음으로 생이별을 하게 되어도 끝까지 이어져 있다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하는 게 정상이다.
설사 먹히는 상황이 와도 결코 남편을 잊지 않겠다고 발악하는 게 정상이다.
근데, 이건 뭘까?
어째서 아켈론은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먹히는 걸까? 보통은 저항해야 정상 아닌가? 아무리 이 세상이 막장 게임 속이고, 막장 게임답게 유부녀들도 예외 없이 그리드에게 농락당하는 내용이 수시로 나온다 해도 말이다.
어차피 자신의 노예로 삼을 예정이긴 하나, 왜 이러는지 강림은 진심으로 궁금했다.
“상관없다네.”
아켈론은 대답했다. “지금까지 너무 외로웠으니까.”
강림을 껴안으며 아켈론은 솔직하게 말했다.
“소중한 남편을 잃고, 아들들도 죽고, 며느리들도 죽고, 손주들도 다 죽었지. 테가가 내 마지막 희망이지만, 이 공허함을 도저히 채울 수가 없었지.”
아켈론은 자신의 심장 부근을 손가락으로 찔렀다.
“제발 누군가가 날 채우길 원했다네” “….” “그래서 재혼도 생각했지. 남편도 내 행복을 우선하라고 했으니까 해도 상관없다고 여겼지.” “….” “그럴 생각이었다만, 다 죽어버리고 말았지.”
어째서 거북이족에게 남자들만 죽음으로 몰아넣는 전염병이 창궐했는지 그 원인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개발진은 딱히 중요한 떡밥이라고 여기지 않았는지 단순히 그런 전염병이 있었다는 식으로 대충 넘어가 버렸다. 충분히 이야기 소재로 써먹을 수 있음에도 전혀 그러지 않았다.
그 개발진이 얼렁뚱땅 만들어버린 전염병 때문에 아켈론은 마음을 채울 기회를 영원히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별들을 항상 보았지. 날 채워줄 사람이 어디에 있냐고.” “그렇게 해서 찾은 게 나란 말이야?” “그렇지.”
그리고 그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주인님이라는 별이 모든 별을 점령하는 걸 보았다네. 그중에는 나도, 테가도, 거북이족들도 있었지.” “고작 점에 불과한데, 너무 맹신하는 거 아니야?” “별을 우습게 보면 안 되네, 주인님.”
아켈론은 한 손으로 자지를 애무하기 시작했다. 약간 쭈그러들었던 자지가 다시금 솟아났다.
“별은 확정된 미래를 보여주지, 불확실한 미래는 보여주지 않네.” “확정된 미래?” “그래, 주인님이 이 세상의 지배자가 된다는 미래는 바뀌지 않네.” “….” “그러니 주인님에게 안기는 것에 나는 후회하지 않네.”
아켈론은 더욱 강하게 강림을 끌어안았다.
“이 운명이 싫다고 생각되지 않으니까.” “….” “스스로 파멸할 운명을 깨트린 주인님의 가축이 되는 것도 썩 나쁘지 않다고 보네.” “….”
운명이라니. 그런 말을 들으면 조금은 불쾌하잖아. 마치 정해진 길로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강림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네.’
그런 생각도 들었다.
‘파멸하지 않는다면 뭐가 되었든 상관없지.’
최우선 목표는 생존이다. 생존하기 위해선 자신이 승리하는 결말을 만들어야 한다. 그 결말로 가는 길이 확보되었다고 하면 가는 게 도리다. 멈춰선 안 된다.
도덕이니 뭐니 그런 걸 따질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그러니 얼른 먹어주시게나. 나도, 테가도 당신의 장난감이니.”
아켈론은 손을 옆으로 뻗었다.
“거북이족 전체가 주인님의 것이니 원하는 대로 먹으시게, 나의 주인님이시여.”
아켈론이 가리킨 곳에는 여러 명의 거북이족 여성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하우으윽, 흐으으으….
-주인님의 자지, 정말 대단해에에에….
-이러면 돼. 이러면 된다고….
강림과 몸을 섞고 싶다는 이유로 찾아온 여자들이었다. 자신들의 텅 빈 마음을 채워달라고 조르며 허리를 들썩이던 여자들이었다. 강림은 이들의 요구를 거절하지 않았다.
이미 자신과 몸을 섞는 여자가 세 자릿수 이상인데 그 이상 늘어난다고 대수롭나? 한다고 자신을 매도할 녀석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마음대로 하자. 강림은 여성들이 원하는 만큼 박아줬고, 씨앗을 한가득 담은 여성들은 볼록해진 자신들의 배를 쓰다듬으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터무니없는 짓을 저질렀지만, 강림은 죄책감은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나 좋았다. 정복했다는 느낌이 들어 너무나 좋았다. 현실에서도 한 번도 하질 못했던 짓을 성공시켰다는 기쁨에 덩실덩실 춤을 추고 싶을 지경이다.
이렇게 기쁜데 유부녀 속성이 들어간 여자를 정복한다고 뭐가 죄책감이 들겠나? 애초에 미망인이니 자신이 새로운 짝이 되어도 상관없지 않겠나?
남편 어쩌고저쩌고 묻는 것 자체가 바보짓이다.
‘그래, 내 자신을 알자.’
어차피 자신은 악당이다. 사연이 있든 없든 간에 마음에 드는 여자라면 일단 따먹고 보는 악당이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이 그걸 다 알고 있는 마당에 유부녀란 이유로 아켈론을 먹지 말라고? 가당치도 않은 소리. 앞으로도 아켈론과 똑같은 속성을 가진 여성들을 잔뜩 먹게 될 건데 여기서 망설이면 어쩌자는 건가?
먹을 수밖에 없으면 먹자. 아니, 무조건 먹어야 한다. 먹어서 정복해야 한다. 정복해서 이 세상을 자신의 것으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합리화를 끝낸 강림은 지시를 내렸다.
“자, 박자.” “알겠네, 주인님…흐윽?”
아켈론은 엉덩이를 들었다. 보지 입구가 귀두에 닿는 걸 느낀 순간, 아켈론은 그대로 내려앉았다. 자지가 단숨에 들어와 자궁구까지 밀어내는 감각에 아켈론은 신음을 흘렸다. 강림은 엉덩이를 들썩였다.
“하윽, 후옥, 호오옥, 호오옥!”
역시나 좋다. 남편의 물건도 컸지만, 이 남자의 물건이 더 크다. 너무 커서 모든 걸 다 잊어버릴 것만 같다. 이래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도 아켈론의 마음은 이 쾌락을 잊고 싶지 않다는 열망으로 가득 찼다.
‘서방님, 당신이 그러셨죠? 제 행복을 찾으라고….’
죽기 직전 남편은 그리 말했다.
자신이라는 족쇄에 매달리지 말라고. 어차피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일 뿐. 산 사람은 생을 이어가야 한다고. 그러니, 자신을 위한다시고 괴로워하지 말아 달라고. 원하는 삶을 살라고 얘기했다.
그런 식으로 얘기했으니 이렇게 안겨도 문제없겠죠, 여보? 아켈론은 그런 식으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했다.
강림 역시 아케론을 안는 것에 후회하지 않았다.
“네가 그리 말했으니 오늘 질릴 때까지 해보자!” “조, 좋습니다. 좋아요! 하앙, 하앙, 하앙!”
맑은 욕탕이 흰색으로 변할 때까지 두 남녀의 사랑 나눔은 계속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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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극, 히끅, 히끅….”
그렇게 배가 볼록 튀어나올 때까지 싸지르고 나서야 사랑 나눔은 끝났다. 수십 번 넘게 절정에 이른 아켈론은 헤벌쭉한 표정을 지으며 바닥에 엎어졌다.
“에헤, 에헤헤…사랑이, 새로운 사랑이 내 배 안에….”
어지간히도 좋은가 보다. 이렇게까지 기뻐하는 걸 보면 남편과 사별한 이후 어떻게 참았는지 강림은 무척 궁금했다.
“자, 이제 다 했고….”
강림은 고개를 돌렸다.
“이제 네 차례야, 수아야.” “으으….”
강림이 고개를 돌린 곳에는 수아가 서 있었다. 수아는 부끄럽다는 듯이 얼굴이 홍당무처럼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항상 알몸이었으나, 지금은 아니었다.
“왜, 왜 또 이런 옷을….”
유두만 간신히 가리는 흰색 브래지어. 음부만 간신히 가리는 흰색 팬티.
마이크로 비키니라고 불리는 옷을 수아는 강제로 착용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