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정복하라, 지배하라, 진짜 보스가 되어라-43화 (44/344)

Chapter 43 - 43화- 시련에 통과했으니, 실험체가 되어라

결론부터 말하자면, 싸움은 없었다.

"내가 졌네. 항복하겠네."

원작 내용처럼 흘러갈 줄 알았다. 이런 결말을 인정할 수 없다며 똥고집을 부리며 난동을 피울 줄 알았는데, 바로 승복하자 강림은 적잖이 당혹스러웠다. 이렇게 처세를 잘한다면 왜 원작에선 왜 그렇게 고집을 부렸을까? 아주 잘 된 일이지만, 강림은 곧이곧대로 아켈론의 말을 믿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항복하겠다고 내가 받아줄 것 같아?"

이렇게 항복하는 척하면서 등에 비수를 꽂을지도 모른다.

"그럼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줘 봐."

그러니 요구하자.

"수아처럼 네놈의 귀물을 나한테 바쳐."

수아가 구미호족의 생존과 직결되는 귀물, 영력석을 자신에 바친 것처럼 충성의 증거품을 바쳐라. 최소한 그거라도 있어야 믿어줄 수 있으니까. 강림은 그리 요구했다.

그 요구에 아켈론은,

"자, 여기 있네."

모래가 가득 담긴 나무 상자를 강림에게 바쳤다. 늪을 통과하려고 발악하던 강림을 막아내기 위해 사용했던 고대 유물, <모래 모형>을 말이다.

"이거면 항복을 받아주겠나?" "…진짜로 주게?"

유물을 자신에게 바친다는 것에 강림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렇게 쉽게 내줄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으니까.

'이 사기 아이템을 나한테 주다니.'

<모래 모형>은 대대로 거북이족 수장들이 관리하는 유물이다. 상자에 든 모래를 이용해 어떤 모형이든 만들어낼 수 있지만, 단순히 모형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만약 모형으로 만든 것이 실체화되기를 바란다면 그 바람대로 모형을 현실로 만들어준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들판에 진짜로 비를 내리게 할 수 있으며, 허허벌판인 곳을 울창한 숲으로 만들 수 있고, 사시사철 내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사용자의 마력에 따라 현실화하는 규모가 달라진다. 만약 신에 필적할 정도로 막대한 양의 마력을 가진 자가 이 유물을 쓴다면 세계 그 자체가 대격변을 겪게 될 거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효과를 가진 유물인 만큼 위험도 역시 엄청 높았다. 악의를 가진 자가 이를 이용하면 어떤 재앙이 펼쳐질지 불 보듯 뻔하니까. 그래서 역대 거북이족 수장들은 이 유물이 악용되는 걸 막으려고 노력했다. 아켈론 전대 수장은 자신의 욕망을 위해 멋대로 사용했으나, 그 수장 역시 마지막 선은 넘지 않으려고 했다. 끝내는 넘으려 했지만, 아켈론에게 저지당했다.

그런 귀중한 유물을 망설이지 않고 자신에게 바친다니. 강림은 얼떨떨했다.

'생각해보면 그리드 새끼도 이걸 잘 이용했지.'

그리드는 거북섬을 침공할 때 <모래 모형>을 탈취했다. 유물을 자기가 써먹기 좋게 개조한 그리드는 자신이 원하는 병기들을 양성했다. 수많은 거점에서 요새를 힘들이지 않고 뚝딱 건설할 수 있었다. 자신에게 대드는 여자들을 절망에 빠뜨릴 때 항상 이 유물을 사용했다. 만약 설화가 유물을 파괴하지 않았다면 이야기는 철저한 악의 승리로 끝났을 거다.

그런 배드 엔딩이 저절로 생각날 정도로 아주 위험한 물건이었다. 그러니 악의 손에 넘어가서는 안 되는 게 도리지만,

유감스럽게도 강림은 미래에 닥칠 끔찍한 최후를 피하기 위해 이 유물을 악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아켈론의 내민 손길을 거절할 수 없었다.

"좋아, 믿어줄게."

강림은 안고 있던 테가를 바닥에 내려놓고 나무 상자를 넙죽 받아들였다.

'그럼, 한 번 써볼까?'

궁극의 사기 아이템이라고 불리는 유물이다. 생명체 창조가 불가능하다는 점, 물에 젖으면 한동안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점만 빼면 뭐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마력만 충분하다면 말이다. 그리드는 마력이 넘쳐났기에 뭐든지 다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러니, 강림도 이 자리에서 강림이 건방진 거북이에게 벌을 내려주는 게 가능하다.

'좋아, 이렇게 가보자.'

그렇게 되기를 소망하며 강림은 왼손 검지를 이용해 상자에 담긴 모래 위에다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아켈론은 색욕에 미쳐간다.]

"후끅?"

그 글이 써짐과 동시에 아켈론은 신음을 흘렸다. 강림은 계속 써 내려갔다.

[몸뚱이 전체가 색욕에 미쳐간다.]

"히끅?"

[색욕을 해결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몸이 되어간다.]

"흐끄으윽!"

견딜 수 없게 된 아켈론은 그대로 주저앉았다. 약에 중독된 사람처럼 아켈론의 두 뺨에 홍조가 생겼으며, 검정과 파랑이 섞인 머리도 땀에 흠뻑 젖었다. 부들거리는 두 허벅지 사이로 맑은 물이 흘러내렸다.

[색욕에 미쳐갈수록 입고 있던 옷도 사라진다.]

그 글이 써짐과 동시에 아켈론이 껴입고 있던 옷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곳곳에 파충류 피부가 돋아있는 것만 빼면 깨끗한 피부를 가진 아켈론의 나신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내 고추를 먹고 싶어 미쳐 죽을 것 같은 심정에 빠진다.]

"흐으윽, 흐으으…."

강림의 바짓가랑이로 시선이 고정된 아켈론의 금색 눈동자는 광기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숨을 헐떡거리며 아켈론은 간곡하게 부탁했다.

"부, 부탁일세. 아니, 부탁합니다."

아켈론은 머리에 땅을 박고 간곡하게 빌었다.

"이 미천한 죄인에게 자지를, 자지를 먹을 수 있게 해주세요." "우와 이거 대단한데?"

<모래 모형>은 단순히 모형을 만들어야만 효과가 발휘되는 건 아니다. 모래 위에다 글로 써도 효과가 발동된다. 단, 효과를 제대로 보기 위해선 한 문장이 아닌, 여러 문장을 써야 하지만. 강림이 쓴 문장은 고작 몇 문장에 불과했지만, 이것만으로도 아켈론은 굴복시키는 게 가능했다.

이걸 잘만 활용한다면 실험 도구들 없이도 여자들을 조교하는 게 가능할 거다. 괜히 사기 아이템이라는 말이 나온 게 아님을 강림은 몸소 깨달을 수 있었다.

마음 같아선 신체까지 개조하고 싶지만,

'그게 안 된다는 게 정말 안타까운 일이야.'

개발진도 너무나 사기적인 유물을 만들었다고 생각했는지, 신체에 영구적인 영향을 끼칠 수는 있어도, 외적인 부분을 변형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설정을 추가했다. 가슴을 키우는 짓은 할 수 없다는 거다.

그런데도 개발진은 이야기의 흐름을 망치는 이 유물을 그냥 놔둘 수 없었나 보다. 결국은 주인공 설화의 손에 의해 부수는 전개를 만들어서 <모래 모형>을 이야기에서 영구 퇴출했다.

'정말 대책 없이 만든 것 같지만….'

뭐, 상관없다. 뻔한 이야기 전개를 만드는 저주받은 물건이라는 욕을 먹어도 강림에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이런 물건이 필요하다. 이런 물건이 있어야 향후 나라를 세웠을 때 지배를 공고히 할 수 있지. 그리고 여러모로 실험해보고 싶은 것도 있고.

'가만, 그러면….'

뭔가 떠올랐는지, 강림은 수아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음흉함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에 수아는 식은땀을 흘렸다.

"저, 저기. 나를 왜 빤히 쳐다보는 거야?" "…."

강림은 대답하지 않았다.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모래 위에다 글을 쓰기 시작했을 뿐.

[수아는….]

"자, 잠깐, 잠깐, 잠깐! 하지…."

무슨 짓을 하려는지 깨달은 수아가 황급히 손을 뻗었으나,

"흐이이이익!"

강림 쪽이 더 빨랐다.

"이, 이 나쁜 놈아아아아!"

그렇게 수아도 두 번째 실험 대상이 되었다.

●●●

강림이 꼼수를 써서 시련을 돌파한 지 이틀이란 시간이 흘렀다, 모든 것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고, 고맙습니다. 주인님. 덕분에 살았습니다.'

카르디안을 포함해 포로가 된 130여 명의 생존자를 무사히 구출되었다. 얼마나 뜨거운 물 속에 갇혀 있었던 건지 전원 통새우구이가 된 게 아닌가 착각할 정도로 너무나 빨갛게 익어있었다.

만약 강림이 도착하는 시간이 조금 지체되었다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아켈론이 처음부터 저녁밥으로 먹을 생각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해도 말이다.

강림은 자기 일행이 푹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고, 아켈론은 즉시 막사를 지어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이외에도 강림은 여러 가지를 아켈론에게 요구했다.

요구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자기 부하들이 점거한 섬으로 가기 위한 범선을 마련해줄 것.

2. 범선이 불가능하면 어떻게든 여기에 자신이 있다는 알릴 수 있도록 전서구를 보내게 해줄 것.

3. 침몰한 자신의 기함 안에 있는 모든 물건을 거북이족들을 총동원해서 전부 건져 올릴 것.

4. 현재 수인 연합의 상태와 타이의 행방을 알고 있다면 전부 말할 것.

1번과 2번은 무조건해야 하는 일이다.

간신히 살아남았지만, 아직 아트리아와 이리스는 강림이 살아있다는 걸 모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알고 있어도 모종의 이유로 수색을 할 수 없는 상황인지 모르나, 일단은 생존 소식을 알려야 한다.

현재 범선은 출항을 위해 거북이족들이 열심히 보수하는 중이다. 혹시 몰라 전서구도 보냈으나, 아직 답변은 없다. 그래도 주인이 친히 쓴 편지이니 무시하지는 않을 거다.

그리고 3번 역시 무조건해야 하는 일이다.

비록 바다에 잠겨서 쓸모 있는 물건이 있을지 모르나, 일단은 건져내야 한다. 건져내서 쓸만한 것들은 최대한 추려내야 한다. 또한, 함선에 있던 고대 유물 역시 회수해야 한다.

'커다란 보옥처럼 생긴 게 유물이야. 그건 무조건 찾아, 알았지?'

자신의 정액을 무한 생성하는 데 꼭 필요한 유물이다. 그 유물이 없으면 향후 계획에도 차질을 빚게 된다.

그러니 무조건 회수해라. 강림은 그리 명령했고, 명령에 따라 거북이족들은 침몰한 기함 내부를 샅샅이 수색 중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4번의 경우,

"하우읍, 후으읍…연합은 쭉 수세로 방관하고 있다네."

아켈론은 강림의 우람한 자지를 혀로 핥으며 그리 말했다.

"아무래도 토끼섬 침공의 실패로 전력에 구멍이 나버린 것 같네."

현재 강림과 아켈론이 있는 곳은 욕조. 뜨겁게 데워진 목욕물로 가득 찬 욕조에 강림은 누워 있고, 수면 위로 솟아오른 고기 기둥을 아켈론은 정성스럽게 입으로 애무 중이다. 빨 때마다 아켈론의 입에선 흥분에 겨운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타이가 복귀했다면 공세로 전환했을 테지만, 아직 타이는 연합으로 돌아가지 않은 것 같네." "크로커는? 그 녀석이 남아 있잖아?" "악어족이라면 말일세…."

아켈론이 잠수한다. 입에 물을 잔뜩 머금은 채 수면 위로 올라온다. 올라온 아켈론은 머금은 물을 강림의 귀두 위로 쏟아냈다 따뜻한 물세례를 맞은 고기 기둥이 아까보다 더 팽창한다. 팽창하면서 느껴지는 짜릿함에 강림은 신음을 흘렸다.

"자네, 아니 주인님의 함대가 악어섬을 공격하고 있다네." "악어섬을 공격한다고?""그래, 하우읍, 후으읍…함락도 머지않았다고 하더군."

버섯으로 치면 머리에 해당하는 부위를 아켈론은 쪽쪽 빨아먹었다. 혓바닥을 꼬아 귀두의 작은 입구까지 핥으니 강림은 녹아내릴 것 같다는 기분에 휩싸였다.

"내 전사들이 직접 보고 들은 거니 믿어도 될 걸세." "그래서 구조하러 오지 못한 걸까?"

강림은 이리스에게 명령을 내렸다.

최우선 목표는 수인 연합이라고. 연합을 붕괴하는 데 온 힘을 쏟으라고. 자신이 위기에 처해도 전투가 가장 중요하면 후자를 택하라고. 만약 정말로 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직접 명령을 내릴 테니 걱정하지 말고 맡은 임무를 다하라고.

그걸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아트리아는 왜 움직이지 않는 걸까?

'적어도 호위함은 보낼 줄 알았는데….'

한 척만 보내도 여우섬 방위에 구멍이 뚫리는 것도 아닌데 어째서 구조대를 보내지 않은 걸까? 혹시 적이 어디에서 튀어나올지 모르기 때문일까? 그것 아니라면….

혹시 타이와 연관된 게 아닐까? 강림은 물속에서 불알을 쪽쪽 빠는 아켈론에게 물었다.

"타이는? 여우섬에 대한 소식 없어?" "그쪽은 아직이라네."

밖으로 얼굴을 반쯤 내민 아켈론은 그리 대답했다.

"조금 전에 말했다시피 타이는 연합으로 돌아갔다는 말이 없네.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고. 여우섬은 여기랑은 너무 멀어서 소식이 들려오려면 좀 걸리네." "그런가…." "걱정하지 마시게나."

입을 크게 벌린 채 자지를 받아들이는 아켈론은 강림을 위로해줬다.

"하우읍, 후으읍…주인님의 별은 아직 죽질 않았네. 타이의 별도 조금씩 침식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게나. 분명 모든 걸 손에 넣을 테니." "말씀 참 고맙네." "그보다 슬슬 싸고 싶지 않은가?"

그 말에 강림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여자들은 눈치채질 못하는데, 이를 어찌하는 걸까? 궁금해하는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자 아켈론은 미소를 지었다.

"이래 봬도 수백 년 동안 남편의 시중을 들던 아내였다네. 그러니 언제 나오는지 잘 알지." "그렇구나." "뭐, 이제는 선조들 곁으로 돌아가서 시중드는 일은 사라졌지만."

약간 쓸쓸한 어조로 아켈론은 중얼거렸다.

"말은 이쯤에서 하…후으윽?"

말이 채 끝내기도 전에 강림은 아켈론의 머리를 붙잡았다. 말뚝을 박을 기세로 강림은 그대로 머리를 찍어눌렀다. 목구멍 깊숙이 고기 기둥이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푸흐윽?"

물이 크게 첨벙거리고,

"쿠륵, 쿠륵, 쿠르륵!"

정액을 토해내는 황홀감에 강림의 두 다리는 기쁨에 젖은 듯이 떨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