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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하라, 지배하라, 진짜 보스가 되어라-40화 (41/344)

Chapter 40 - 40화- 시련을 돌파할 수 있을까요?

설화가 거북이족 수장 아켈론의 협력을 어떻게 얻어냈을까? 아켈론의 협력을 얻어내는 과정을 원작에선 다음과 같이 진행되었다.

'우리가 내리는 시련을 이겨내거라. 이겨내면 너의 손발이 되어주겠네.'

시련. 거북이족 수장이 되기 위해 후보자들이 겪어야 하는 시련을 돌파하라. 어떤 수단과 방도를 쓰든 상관없다. 오늘 해가 지기 전까지 자신의 집으로 도달해라. 그러면 너를 인정하고 도와줄 것이다. 아켈론은 그런 식으로 조건을 붙였다.

설화는 그 시련에 당당히 도전했고,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으나, 어떻게든 아켈론이 사는 집까지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시련을 돌파한 설화의 기개에 아켈론은 크게 감복하여 성심성의껏 설화를 돕겠다고 맹세했다.

안타깝게도 아켈론은 직후 쳐들어온 그리드의 해적 함대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그녀가 지키고자 했던 거북섬 역시 흔적도 남기지 않고 불타 없어져 버렸다. 수많은 거북이족도 학살당해 극소수의 생존자들만 살아남았다.

대신, 그녀의 손녀가 설화의 오른팔이 되어 그리드와의 싸움에서 혁혁한 공을 세워나갔다. 나중에 손녀의 책략 덕분에 그리드는 파멸하게 된다. 어찌 보면 죽은 할머니와 동포들의 원한을 갚았다고 볼 수 있을 거다.

그 시련을, 자신이 파멸한다는 결말에서 벗어날 수도 있는 또 다른 분기점이 될 시련을 정강림은 도전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젠장…."

입고 있는 옷은 유통 기한이 이미 지나버린 낡은 군복. 손에 쥔 것은 거북이족 병사가 맨손으로 가는 것보다는 나을 거라며 준, 강림의 키만큼 길고 굵은 막대기. 이 두 가지 말곤 강림에게 주어진 건 하나도 없었다.

이 상태로 강림은 눈앞의 숲을,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알 수 없는 위험지대를 단신으로 돌파해야 한다.

‘시련을 진짜로 받게 될 줄이야.’

주인공 설화조차 질색했던 이 시련을 돌파할 수 있을까? 설마, 시련을 돌파하지 못하고 여기서 죽는 배드 엔딩을 맞이하는 건 아니겠지?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거냐며, 왜 이렇게 일이 꼬인 거냐며 강림은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내뱉었지만, 강림은 도전할 수밖에 없었다.

'썩을 거북이 새끼. 감히 내 여자들을 인질로 삼아?'

거북섬에 도착한 직후, 강림은 일행과 떨어졌다. 일행이 가는 방향과 반대쪽으로 끌려갔다. 어디로 끌려가는지 대충 알고 있지만, 그래도 아니기를 강림은 빌었다.

빌었지만, 진짜로 <시련의 숲> 입구를 본 순간, 강림은 머리가 띵해졌다.

설화 대신 자신이 도전해야 하는 전개를 맞이하다니. 썩을 설화 새끼는 어디로 도망간 거야? 이런 건 왜 안 하는 거냐고! 주인공이라면 마땅히 시련 따위 가뿐히 돌파해야 하는 거 아냐? 대체 어디로 숨어버린 거야? 마음 같아선 강림은 당장 설화를 끌고 오고 싶었다.

그렇게 하고 싶을 정도로 시련에 도전하기 싫었으니까. 게임에서도 시련에 도전하는 내용이 나오며, 시련의 난이도가 얼마나 어려운지 강림은 뼈저리게 잘 알고 있었다. 도저히 시련을 돌파할 수가 없어 결국은 과금을 지를 수밖에 없었고, 과금을 통해 얻은 질 좋은 장비를 착용하고 나서야 겨우 돌파할 수 있었다.

당연한 소리지만, 시련 돌파가 너무 어려워서 쉽게 돌파할 수 있게 해달라는 사람들이 아우성을 쳤다. 그리고 우리의 자랑스러운 개발진은 반발하는 의견이 침묵할 때까지 난이도 조정을 절대로 하지 않았다.

이쯤 되면 대체 무슨 패기로 버티는지 진심으로 궁금해진다.

‘인질로 잡으면 어떤 꼴이 나는지 보여주마.’

그 시련을 강림은 돌파해야 한다. 좋은 장비도 동료도 없이 말이다. 차라리 도망쳐서 동료들을 구출하고, 섬에서 빠져나가자는 생각도 했으나,

[그리드, 이것을 보게나.]

아켈론이 보낸 영상을 보곤 강림은 그 생각을 접었다.

[당신이 들고 있는 건 우리가 바다에서 건져 올린 고대 유물 중 하나라네. 자네에게 실시간으로 우리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반대로 자네의 모습을 우리가 볼 수도 있고.]

쌍방향 통신 기능이 들어 있는 수정구. 갑자기 이 수정구를 거북이족 전사가 건네자 강림은 의아스러웠다. 왜 이런 걸 자신한테 준 걸까? 안에 든 내용물이 뭔지 본 순간 자신에게 구슬을 준 이유를 강림은 깨달았다.

[저기 솥단지 안에 당신의 부하들이 들어 있다네.]

펄펄 물이 끓어오르는 커다란 검은 솥단지 안에 함장 카르디안과 생존자들이 들어 있었다 어찌나 뜨거운지 전원 새빨갛게 익어가고 있었다.

솥단지 밑에는 모닥불이 피워져 있으며, 잘 타오르게 거북이들이 손풍구를 열심히 돌리고 있었다.

[지금은 목욕하기 좋은 온도로 맞춰놨지만, 자네가 시련을 거부하면 그 이상으로 올릴 걸세.]

아켈론은 경고했다.

[그리고 해가 지면 불을 더 높일 거고.]

"…."

[정말로 부하들을 아끼는 당신이라면, 이런 건 무시하지 못하겠지?]

설화에게는 이렇게 악조건을 붙이지 않았는데 왜 자신에게 이딴 걸 붙이는 거지? 자신이 그리드라서 그런가? 극악무도한 악당 그리드니까, 그 그리드가 어찌 나오는지 보고 싶어서 그러는 걸까?

[나는 자네가 정말로 달라졌는지 보고 싶네.]

아켈론은 덧붙였다.

[정말로 자네가 달라진 거라면 부디 내 기대를 저버리지 말게.]

"…."

[부디 내가 본 점이 틀리지 않기를 바라고 있겠네.]

"…."

점? 그건 또 무슨 소리지? 혹시 뭔가 알고 있는 거 아냐? 강림은 다급히 물어보려 했으나, 그 전에 누군가가 수정구를 낚아챘다.

"시간 다 됐습니다. 얼른 시련에 도전하세요."

강림을 끌고 온 거북이 병사였다. 등껍질로 몸을 감싸고 있어 몸매는 알 수 없지만, 외모나 목소리를 보면 여자임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거북이족 여자는 들고 있는 창을 숲의 입구를 향해 가리켰다.

"도전하지 않으면, 당신 부하들의 안전을 보장받지 못합니다." "…." "얼른 하십시오. 이곳의 해는 빨리 저무니까. 늦으면 당신은 모든 걸 잃게 될 겁니다." "…제기랄."

도전할 수밖에 없다. 도전하지 않으면 자신의 여자들이 위험해진다. 그리드와 다른 길을 걷겠다던 결의도 다 무위로 돌아갈 거다.

그리고, 어차피 거북이족도 손에 넣어야 할 놈들이다. 이 시련을 돌파해서 녀석들을 얻는다면 더할 나위 없는 보상이라 할 수 있을 거다. 설화가 무슨 이유로 이들을 포기했는지 모르나, 강림은 천재일우라 할 수 있는 기회를 날려 먹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하자. 무조건 하자. 짜증 나더라도 하자. 반드시 이 시련을 돌파하자.

'그리고 그 망할 거북이도 따먹어버려야지.'

돌파하면 가장 먼저 아켈론을 먹겠다고 다짐하며 강림은 당당하게 숲의 입구에 들어섰다.

●●●

그로부터 약 2시간 후.

“제, 제기랄….”

강림은 지금 늪 속 한가운데에 있었다.

“이 썩을 진흙 늪은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 거야!”

참다 참다 결국 강림은 성질이 폭발했다.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는 늪 속에서 계속 헤매고 있으니 당연히 폭발할 수밖에 없을 거다. 이미 옷은 군복인지 아니면 진흙으로 만든 옷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더러워졌다.

‘게임에서도 엄청 길다고 언급되었지만….’

이렇게나 길 줄이야. 괜히 설화가 ‘더는 못 해 먹겠다, 포기, 포기!’라고 선언한 게 아니었다. 진흙 때문에 제대로 걷기 힘든 것은 기본이요, 짜증 날 정도로 날벌레가 사방팔방에서 달려든다. 이 중에는 모기도 있는지 강림은 전신이 가려워 죽을 것만 같았다.

무엇보다 가장 짜증 나는 건….

“윽?”

지금 강림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오는 거대한 돌덩어리들처럼 시도 때도 없이 강림의 목숨을 노리는 함정들이다. 강림은 간신히 몸을 옆으로 비틀어서 함정을 피해냈다.

물론 피한다고 다 끝나는 게 아니었다.

-쿠구구구구

“서, 설마 또….”

갑자기 땅이 흔들린다. 무슨 일인지 전방을 본 강림은 얼굴이 새파래졌다.

“이, 이 미친….”

거대한 흙색 파도가 강림을 먹어버릴 기세로 들이닥쳤다.

“아무리 고대 유물이라도 그렇지, 이거 무….”

말이 채 끝나기도 무섭게 강림은 파도에 휩쓸렸다.

“우아아아악!”

표류하는 작은 돛단배처럼 이리저리 떠밀려가는 정강림. 정신을 잃기 직전 눈앞에 보인 나무를 한 손으로 간신히 붙잡는다. 파도가 잠잠해질 때까지 강림은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허억, 허억, 허억….”

파도는 그쳤으나,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또다시 늪이 시작되는 지점부터 강림은 다시 걸어가야 할 상황에 놓였다.

“썩을 거북이 자식. 이게 무슨 시련이야.”

사람 개돼지 훈련 시키는 거나 다름없잖아! 난데없이 함정이 날아오고, 뜬금없이 파도가 밀려오는 원인이 뭔지 강림은 알고 있었다.

‘이런 걸 고대 유물로 조작할 수 있다는 게 말이 돼?’

시련의 숲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시험장이다. 원래대로라면 늪 따윈 없어야 하고, 함정이 시도 때도 날아오는 일도 없어야 하며, 바다도 아닌데 갑자기 파도가 강림을 덮치는 일도 없어야 한다. 평범한 숲이어야만 한다.

그런 숲을 거북이족은 고대 유물을 이용해 시련의 숲으로 만들었다. 무슨 원리로 만들어낸 건지 알 수 없으나, 극한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늪을 만들어낸 걸 보면 단순한 유물은 아닐 거다.

‘그 거북이 새끼는 어떻게 이걸 통과한 거야?’

전대 거북이족 수장은 권력 유지를 위해 차기 수장이 나오지 못하게 온갖 수작을 벌였다. 시련의 숲을 멋대로 조작해 승자가 나오지 못하게 막아냈다.

그런 전직 수장의 횡포를 아켈론이 끝내버렸다. 오직 의지와 끈기만으로 모든 함정을 돌파하고 시련의 숲을 통과했다. 결국, 전대 거북이족 수장은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전대 수장이 저지른 만행을 아켈론도 똑같이 하고 있다. 이런 짓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나는 통과했으니까 너희들도 통과해야 하는 거 아냐?

자신은 통과했으니 다른 사람들도 가능할 거라는, 정말 무책임한 발언이었다. 자신은 됐으니 남들도 다 할 수 있다는 오만하기 짝이 없는 생각이 어느 머리에서 튀어나온 건지 강림은 진심으로 궁금했다. 남들처럼 따라 한다고 다 성공한다는 보장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데 말이다.

‘어떻게든 늪이라도 돌파해야만 해.’

원작에서도 설화는 아켈론의 악랄한 짓에 질러 중도에 포기하려고 했다. 하지만 모종의 수단을 써서 숲을 우회하는 방도를 알아냈다. 다만, 그 방도가 너무 과격한 바람에 아켈론과 대판 싸워야 했고, 그 싸움에서 이긴 덕분에 간신히 거북이족의 협력을 얻을 수 있었다.

강림도 설화처럼 그 수단을 쓸 작정이었으며,

그 수단을 이용하려면 다시 늪을 가로질러야 한다. 늪을 빠져나와야 그 수단을 쓸 기회가 찾아온다.

즉, 늪을 통과해야 꿀을 빨든 말든 할 수 있다.

“좋아, 다시 해보자.”

잠시 머리를 식힌 강림은 다시금 발은 내디뎠다.

‘조금만 기다려.’

반드시 구해줄 테니까. 강림은 그리 다짐하며 늪으로 향해….

-쿠구구구구구

내딛자마자 바로 어마어마한 크기의 파도가 강림을 덮쳤다.

“이 썩을 거북이 새끼! 하자마자 파도를 일으키면 어쩌자는 거….”

강림은 또다시 파도에 삼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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