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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하라, 지배하라, 진짜 보스가 되어라-39화 (40/344)

Chapter 39 - 39화- 거북이들의 목적은 무엇인가?

거북이족은 누구인가? 쉽게 말해 인간의 몸에 무거운 거북이 등껍질을 등에 짊어지고 다니는 수인들이다. 신체 곳곳에 거북이를 연상케 하는 파충류 피부가 신체 곳곳에 돋아 있다는 점만 빼면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등껍질을 언제나 짊어지고 다니기에 다른 수인들에 비해 걸음이 느리다는 게 단점이나, 그 단점도 다 무위로 돌려버릴 수 있는 장점이 거북이족에게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수영을 잘한다는 거다.

'수영 잘한다는 말이 게임에서도 자주 나오긴 했는데….'

거북이족은 태어날 때부터 수영을 배운다고 한다. 자신들이 바다를 호령했던 선조들의 후손임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고. 그렇게 조기 교육을 철저하게 시키기 때문에 수많은 수인 중에서 거북이족 만큼 수영에 능통한 자는 한 명도 없었다. 잠수에서도 거북이족을 당해낼 자는 한 명도 없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고.

그런 거북이들에게 강림 일행은 붙잡히고 말았다.

'배까지 끌고 갈 줄이야.'

현재 구명정은 거북이족에게 나포 당했다. 도망칠 길이 없던 강림 일행은 두 손을 들고 항복을 표시할 수밖에 없었다.

피 한 방울 흘리지도 않고 수많은 포로를 붙잡은 거북이족들은 구명정을 자신들이 사는 섬, 거북섬으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단순히 배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닌, 본인들의 힘을 이용해서. 수많은 거북이족이 배와 밧줄이 엮인 채로 헤엄치는 모습을 보면 마치 강림이 거북이족들을 말처럼 이용하며 향해하는 것처럼 보일 거다.

실상은 거북이들에게 잡혀 끌려가는 것에 불과하지만.

'이제 어찌하면 좋지?'

식량 문제를 해결하고, 함장의 본명이 카르디안이라는 걸 알게 된 직후 거북이족에게 포위당했다. 원래대로라면 저항해야 하나, 불가능했다.

구명정으로 탈출할 때 무기들도 다 버렸으니까. 구명정의 침몰을 우려하여 무게가 나가는 것들은 전부 다 버려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무것도 싣지 않은 채로 전원 탑승했어도 배가 휘청거렸으니 만약 무기까지 챙겼다면 사이좋게 수장 당했을 거다.

설사 무기가 있어서 저항할 수 있다 해도 거북이족이 밑창에 구멍을 뚫어버리면 배와 함께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을 거다. 어느 쪽을 택하든 패배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강림은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끌려가면 안 좋은 꼴 당하는 건 확정인데….'

당연히 당할 수밖에 없다. 그리드가 지금까지 저지른 악행을 생각한다면 포로로 끌고 가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적이다. 복수심에 불타는 자가 거북이족을 이끄는 대장이었다면 포로 따윈 필요 없다며 다 죽였을 거다. 학살이 벌어지지 않아서 천만다행이지만, 끌려가도 강림에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참혹한 결말 밖에 없을 거다. 심한 멸시와 조롱을 받다가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다. 그리 생각한 게 강림이 당연하다고 여길 정도로 그리드는 나쁜 짓을 너무 많이 질렀다.

너무 많이 저질렀기에 강림도 개고생 하는 중이고.

"저기, 주인님."

이때, 남색 머리의 여성이 강림 곁에 다가왔다. 자신의 본명이 카르디안이라고 밝힌 함장이었다. 이름을 말한 직후 다시 본래 인격은 봉인 당했기에 갑자기 날뛰는 일은 없었다. 다 마른 흰색 제복을 입은 그녀는 자신의 의견을 주인님에게 얘기했다.

"뭔가, 이상합니다." "이상하다고?" "왜 호랑이섬이 아닌 거북섬으로 끌고 가는 걸까요? 우릴 가두려면 그쪽이 나을 텐데…."

현재 수인 연합의 본부 역할을 하는 곳은 호랑이섬이다. 본부 역할을 맡은 만큼 경계가 삼엄하다. 연합 정예병들이 지키고 있는 건 덤이고. 비록 토끼섬 침공이 대실패로 끝나 전력이 반 토막이 나버렸다고는 하나, 여전히 철통같은 방위를 자랑한다.

이를 잘 알고 있기에 괜히 이리스가 주변 섬들을 점령하며 호랑이섬을 고립시키는 전략을 쓰는 게 아니다.

만약 호랑이 섬에 가둬둔다면 천하의 해적들도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을 거다. 그럴 수밖에 없을 텐데, 왜 거북이들은 자신들의 고향으로 우릴 끌고 가는 걸까? 카르디안은 이 점이 의문스러웠다.

전력 약화로 수인 연합의 전략이 바뀐 걸까? 그게 아니면….

"단순히 쉬어가려는 거 아닐까? 여기서 바로 호랑이섬과 가기에는 거리가 너무 머니까."

강림은 그런 식으로 추측했으나,

"놈들이 하는 얘기를 들어보니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카르디안은 바로 부정했다.

"아까 놈들이 하는 얘기를 들어보니까 주인님의 노예가 되어야 한다는 식으로 쑥덕거리더군요." "내, 내 노예가 된다고?" "잘못 들은 거 아냐?"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갈색 머리 구미호, 수아가 반박했다.

"아켈론이 자신의 동족을 이놈에게 바칠 리 없어. 괴짜이긴 해도 동족을 얼마나 아끼는데."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거북이족 수장이 항복한다니. 자신처럼 섬이 함락당하는 바람에 강제로 굴복한다면 모를까, 지레 검 먹고 알아서 고개를 숙일 위인이 아니다. 수아는 카르디안이 헛소리를 하는 거라고 치부했다.

"아껴도 항복하는 놈들은 수두룩 나오고 있습니다만."

카르디안은 네놈이야 말로 무슨 소리를 하고 있냐는 투로 말했다.

"그 아켈론이라는 녀석도 대세가 기울어졌다는 걸 알고는 항복하기로 마음먹은 걸지도 모르죠. 연합이 망해가고 있다는 걸 어린 아이도 다 아는 사실인데."

카르디안의 말대로 수많은 수장이 강림에게 항복했다. 항복하면서 강림의 세력은 더할 나위 없이 커졌으며, 수인 연합의 세력은 바람 앞의 등불처럼 언제 꺼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매우 위태로웠다.

물론 역전할 방법은 있다.

바로 강림을 없애는 것. 해적들의 중심인 강림이 죽으면 상황이 역전될지도 모른다. 지도자를 잃은 무리는 항상 혼란에 빠지며, 혼란에 빠진 무리를 쓰러뜨리는 건 일도 아니니까.

연합이 상대하는 해적들이 단순한 오합지졸에 불과했다면 그 상식이 통했을 거다.

"주인님이 사라진다고 우리가 알아서 분열될 거란 생각은 버리세요."

분열되면 어떤 꼴이 될지 잘 아는데 그런 걸 어찌 선택한단 말인가. 그리드도 이 점을 우려하고 있었기에 자신이 죽으면 모든 권한을 아트리아에게 맡긴다는 유언을 남겼다.

온갖 패악질은 다하던 핵폐기물이 사후의 일을 대비했다는 게 강림은 믿어지지 않지만 말이다.

"착각하지 마시고, 저희와 함께 빠져나갈 궁리나 하세요. 이제 당신은 저희랑 운명 공동체니까." "누가 운명 공동체야. 나는!" "그만."

잠자코 듣고 있던 강림이 양손을 뻗었다.

"흐윽?"

왼손은 카르디안의 젖가슴을,

"흐이이익?"

오른손은 수아의 젖가슴을 주물렀다.

"싸우지 말고 차분히 있자. 놈들의 조롱거리가 되고 싶지 않으면." "아, 알겠습니다."

손가락 하나하나에 힘을 주며 유방을 누르는 압박에 카르디안은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아, 알았으니까 이, 이 손 좀…이 손 좀 놔 줘…."

수아는 이런 짓 하지 말라며 하소연하듯이 부탁했다.

"아니, 이대로 하자."

당연히 그 말을 들어줄 강림이 아니었다.

"어차피 할 거 없으니까." "이, 이, 나쁜 노오오오옴?"

가슴을 세게 움켜쥐자 수아는 허리가 약간 휘청거렸다.

'확실히 뭔가 이상하긴 해.'

두 여자의 가슴을 희롱하면서 강림은 의문에 빠졌다.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 같아.'

카르디안처럼 강림 역시 거북이족들이 하는 대화를 몰래 들었다.

-잘 풀리면 연합도 끝나겠네. 우리가 항복한다는 걸 알면 다들 놀라 자빠질 거야.

-저 남자에게 맡겨도 괜찮을까? 아무리 우리가 벼랑 끝에 몰려있다고는 해도….

-달라졌다는 말이 사실이길 믿어야지. 아니라면 우린 전원 저 쓰레기의 보신탕이 될 거야.

마치 수인 연합을 배신하고, 강림에게 붙겠다는 투로 쑥덕거리고 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거북이족도 곤란한 처지에 놓여 있는 것 같다. 그 곤란함을 해결하기 위해 강림과 손을 잡는다는 선택지를 고른 것 같고.

그렇다면 포로로 끌려가도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강림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자.'

애초에 아군이 될 생각이었다면 거북섬이 아닌, 이리스가 점령한 섬으로 자신들을 데려가는 게 옳다. 그래야 최소 '우리는 적이 아닙니다. 아군이에요. 아군이 되고 싶어요.'라고 어필할 수 있을 테고, 그 어필에 강림도 솔깃해질지 모르니까.

그걸 하지 않았다는 건 무언가 꿍꿍이를 꾸미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게 뭔지 강림은 도무지 짐작할 수가 없….

'게임에서 이런 내용이…아!'

있다. 비슷한 내용이. 강림은 번뜻 떠올랐다.

"윽? 주, 주인님…." "야! 왜 갑자기 세게 잡는 거야!"

순간적으로 유방을 잡은 손에 힘을 너무 주는 바람에 카르디안과 수아가 항의하는 시선으로 강림을 바라봤지만. 당연히도 그런 사소한 것에 강림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이번 난관을 해쳐나갈 방도가 나올지도 모르니까.

'만약 게임에서 나온 대로라면….'

거북섬과 관련된 이야기가 게임 속에 있었다.

아직 수인 연합이 건재하던 무렵. 타이의 지시를 받고 설화는 거북이족의 협력을 구하러 거북섬에 도착한다.

수인들도 처음부터 연합을 결성할 때 다 찬성한 건 아니었다. 결사 항전을 울부짖으며 연합에 가입한 자들이 있는 반면, 그리드에게 붙어서 목숨을 보전하려는 자들도 있었다.

거북이족은 그 어느 쪽을 택하지 않았다. 그런 거북이족을 아군으로 끌어들이는 게 설화에게 맡겨진 임무였다.

아군이 되어달라는 요구에 아켈론은 자신이 내리는 시련을 통과하면 연합에 들어가겠다고 약속했고, 설화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어쩌면 그 시련을 자신이 받는 게 아닐까? 강림은 그리 생각했다.

동시에 의문이 들었다.

'가만, 설화 그놈이 거북이들을 꼬드기는 걸 안 했다는 건가?'

원래 설화가 겪어야 할 행적들을 시간대 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토끼섬에 잠입해서 여왕 레비 암살을 시도함. 2. 거북섬에 가서 거북이들의 협력을 얻으려고 시도함. 3. 외부 지원을 받기 위해 엘프들이 사는 대산림으로 향함.

1번의 경우, 설화가 개입하지 않았다는 게 판명 났다. 오해를 푸는 중개자 역할을 하지 않았기에 토끼섬은 수인 연합의 공격을 받게 되었고, 강림이 이를 저지했다. 그 결과, 토끼족 여왕 레비가 반 그리드 동맹의 첩자가 아닌, 강림의 든든한 아군이 되어줬다.

그렇다면 2번은? 거북이족이 하는 대화로 봐선 여기에도 개입을 하지 않은 것 같다. 개입했다면 난데없이 항복하겠다는 말이 나오지도 않았을 테니까. 분명 자신들을 호랑이 섬에 넘기고도 남았을 거다.

유일하게 원작 시나리오대로 설화가 움직인 것은 오직 3번뿐이다. 그 3번도 너무 일찍 시작했다 것도 의심스럽지만.

'이상해.'

너무 이상하다. 왜 설화가 활약하지 않는 걸까? 활약하지 않으니 강림은 곤란에 처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여기지만, 의구심을 버릴 수가 없었다.

혹시 무언가를 꾸미고 있는 게 아닐까? 아니, 어쩌면 외부인의 개입으로 설화의 행적도 변화가 생긴 게 아닐까?

'지금은 나중에 생각하자.'

궁금하지만, 너무 매달리지 말자. 지금은 살아남는 게 중요하니까. 살아남아야 설화의 뒤를 쫓든 말든 할 수 있다.

어느덧 목적지인 거북섬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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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과하지 못하면 당신 부하들은 우리 저녁밥이 될 겁니다.]

강림은 새로운 시련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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