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1 - 31화- 구미호족 노예 선언
“네가 차기 수장이라니. 너라면 믿고 떠날 수 있겠구나.”
수아가 차기 수장으로 임명되던 날. 수아는 전대 수장과 대면한 적이 있었다.
“수아야, 잘 들어라.”
동족의 미래를 책임지는 자리에 오른 수아는 전대 수장에게서 현재 구미호족이 처한 문제를 들었다.
“우리 구미호족은 멸망의 끝자락에 서 있단다.”
전대 수장은 구미호족의 부흥을 위해 노력하던 자였다. 그녀도 이대로 가면 구미호란 종족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 거라고 예상했다. 다른 수인들과 비교하면 인구 감소가 너무나 심각했으니까.
그래서 전대 수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내가 살아있을 때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다만, 아무래도 여기까지인가 보구나.”
인구 감소의 원인은 출생률이 저조해서. 출생률이 저조한 이유는 구미호라는 종족 자체가 임신하기 어려운 체질이기 때문이다. 전대 수장은 여러 방면으로 문제의 원인을 해소하고자 했다.
역대 수장들이 계승하는 힘으로 동족의 체질을 개선하려고 했다. 임신하기 쉬운 몸으로 만들어 출생률을 늘리고자 했다.
혼인을 맺으면 여러 지원을 해준다는 정책을 실행하였으며,
필요하다면 외부인을 불러 여우섬에 정착하도록 유도했다. 정착하고, 결혼해서 인구수 증가에 보탬이 되어주기를 원했다.
그 시도들은 전부 실패로 돌아갔다.
“너는 내 실패를 답습하면 안 된다.”
체질 개선은 실패로 돌아갔다. 아무리 힘을 이용해도 배란 주기가 짧아지는 일이 없었다.
지원 정책은 예산 한계로 얼마 못 가 중단되었다. 만약 멈추지 않고 강행했다면, 여우섬은 파산했을 거다.
외부인 이주도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과거 인간들에게 속아 동족들이 노예로 팔린 뼈아픈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전대 수장이 설득해도 한 번 깊숙이 새겨진 흉터를 지우기에는 무리였다.
결국 전대 수장은 아무것도 이루어내지 못하고 전부 실패하고 말았다. 그 실패에 대한 대가였을까? 전대 수장은 그만 병에 걸려 언제 승하할지 모르는 처지에 놓였다.
따라서 구미호족은 차기 수장을 정하기 위한 투표를 시행했고,
수아가 차기 수장으로 당선되었다.
“수장은 왕이 아니란다. 동족을 보호하는 울타리지. 울타리는 결코 사람들을 억압하는 존재가 되어선 안 돼.”
당선된 수아에게 전대 수장은 몇 가지 당부 말씀을 전했다. 차기가 전대의 조언을 듣는 건 일종의 관례 중 하나였다.
“네, 명심하겠습니다.”
수아는 전대 수장이 남긴 말을 따를 생각이며, 금기를 어길 생각도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당신의 바람대로 모두를 위한 수장이 되겠습니다.” “기특하구나.”
할 말은 다 한 전대 수장은 작은 수정을 수아에게 건넸다.
이 세상의 모든 요력을 담은 것 같은 하늘색 수정. 수장직을 맡은 구미호라면 반드시 몸속에 품고 있어야 하는 귀물이다. 구미호라는 종족의 미래와 직결된 이 귀물을 이제 수아가 소중히 간직하고 있어야만 한다. 다음 대의 수장이 선발될 때까지.
“수아.”
수정을 건네면서 전대 수장은 말했다.
“언젠가 너도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될 거다.”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 게 좋겠지만, 오게 될 거다. 내가 겪은 것처럼.”
“만약에 우리 종족의 미래와 직결된 문제라면, 최악이라도 그것 말곤 답이 없다면.”
전대 수장은 이렇게 충고했다.
“망설이지 말고 결정하렴.”
이제 수아는 그 충고를 따라야 할 처지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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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현재.
“여기, 네가 바라는 요력석이야.”
침실에 강림과 단둘이 있게 된 수아는 손바닥에 놓여 있는 하늘색 수정을 보여줬다.
본래는 레비와 타이도 곁에 있어야 하지만, 강림은 수아와 단둘이 있고 싶다며 물러나게 했다.
그토록 바라던 일이 드디어 성사될지 모르는 중요한 순간이니까. 방해를 받고 싶지 않기에 오늘 하루만 수아랑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수아! 아직 늦지 않았다. 늦지 않았으니까 녀석의 목을….’
타이가 신경 거슬리는 말을 지껄여 강림의 기분이 살짝 안 좋아졌지만. 나중에 이 일이 끝나면 온종일 마사지해주겠다고 강림은 속으로 다짐했다.
“이게 그 요력석인가?”
하늘색 수정을 들고 강림은 유심히 관찰했다. 타액으로 번들거려 더러운데, 당연한 일이었다.
요력석은 수장의 체내에 보관하는 게 원칙이니까. 그러니 빼낼 때 침으로 번들거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가짜는 아니겠지?” “직접 보여줬잖아.”
진품임을 보여주기 위해 수아는 강림 앞에서 요력석을 뱉어냈다. 그걸 다 봤음에도 의심하니 수아는 기분이 언짢았다.
“그런 부끄러운 모습 보여줬으면 됐지. 그래도 의심하는 거야?” “날 두 번씩이나 죽이려 한 여자를 쉽사리 믿겠어?” “….”
그 말에 수아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뭐, 네가 뱉어냈으니 맞긴 하겠지.”
뜨거운 탕 속에서 강림은 수아에게 충성의 증거로 요력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수십 번 넘게 피스톤 질을 통한 연속 강제 절정을 선사해 무조건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이것만 있으면 구미호들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거야.’
요력석은 구미호들의 힘인 요력의 원천이다. 구미호들의 요력을 부여할 수 있으며, 반대로 힘을 빼앗을 수도 있다. 만약 악한 자에게 수정이 넘어가면 구미호들은 보이지 않는 쇠사슬에 묶인 꼴이 될 거다.
그 수정이 지금 강림의 손에 쥐어졌다. 이제 마음대로 구미호들을 단순히 꼬리가 아홉 개인 희귀 여우로 만들 수 있다.
“….” “왜 안 먹어? 독은 없으니까 먹어도 돼.”
줘도 보기만 할 뿐, 그 이상을 하지 않은 것에 수아는 의아함을 느꼈다. 잠시 뒤, 강림은 입을 열었다.
“네가 먹여줘.” “…하아?” “그게 더 꼴리니까.” “….”
이 미친놈. 수아는 속으로 욕을 내뱉었으나, 결국은 따랐다. 강림이 내민 수정을 입에 문 수아는 강림과 몸을 밀착시켰다. 밀착시키고, 강림의 입술 위로 자신의 입술을 포갰다.
‘그냥 내가 도로 먹을까?’
순간, 이걸 자신이 도로 삼키면 안 될까, 라는 생각이 수아의 머릿속에 피어올랐으나,
‘됐어, 하지 말자.’
바로 포기했다.
‘도로 가져가면 의심만 살 거야.’
해봤자 아무런 이득도 없으니까. 일찌감치 포기한다고 했는데, 포기할 수 없다고 파탄 내면 이 녀석이 자신을 뭐라고 볼까? 간신히 얻은 신뢰를 걷어차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자신은 물론이고, 동족들도 더 고통받을 거다.
그러니 얌전히 넘기자. 수아는 수정을 혀를 이용해 떠넘겼고, 강림은 그걸 삼켰다.
“어때, 기분은?”
입술을 뗀 수아는 물었다.
“…나쁘지 않은데?”
강림은 그렇게 대답하면서 수아의 몸을 유심히 관찰했다.
“네 몸속에 뭔가가 보여.” “하늘색 기운이 보이는 거지? 그게 요력이야.” “음, 그렇구나.”
흐름이 보인다. 수아의 몸을 순환하는 하늘색 기운이. 그 기운이 바로 요력이라는 사실에 강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수아가 지닌 요력의 기운을 보고 강림은 크게 감탄했다.
‘수아 이 자식, 완전 괴물이잖아?’
역시 불의 여신답다고 할까? 몸 전체를 가득 채울 정도로 수아가 품은 하늘색 기운이 어마어마했다. 목에 쇠고랑을 채웠기에 힘을 쓰질 못하고 있지만, 만약 쇠고랑을 풀면 웅크리고 있던 기운이 한꺼번에 폭발할 거다.
이런 여자를 그리드는 어찌 제압할 수 있었는지 강림은 진심으로 궁금했다.
‘가만, 어쩌면….’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오른 강림은 마음속으로 수정에게 지시를 내렸다.
잠시 뒤.
“히이이이익?”
수아가 갑자기 절정에 이르렀다. 갑작스러운 현상에 수아는 따지듯이 물었다.
“다, 당신 무, 무슨 짓을….” “요력의 흐름을 바꿨어.”
강림은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설명했다.
“하도 요력이 넘쳐나니 힘 일부를 성욕을 좀 증폭시키는 쪽에 투자했지.” “서, 성욕?” “그래, 평생 날 안고 살아야 하는데 당연히 그래야 하지 않겠어?”
몸을 순환하는 요력 일부를 성욕을 증폭시키는 데 사용한다. 수아를 이루는 모든 신경에 숨겨져 있는, 성욕과 관련된 모든 것을 활성화한다. 그래야 떡방아를 찧은 즐거움이 배로 늘어날 테니까.
그런 목적으로 강림은 요력의 흐름을 바꿔놨고,
“쓰, 쓸데없는 짓…흐익, 흐이이익!”
수아는 진동하는 기계처럼 마구 떨기 시작했다.
녹색 동공은 끊임없이 흔들리고, 벌린 입에선 침이 질질 흘러내리고, 가슴에선 꼭지가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모유가 끊임없이 흘러내리며, 가랑이 사이에서도 맑은 물이 멈추질 않고 흘러내렸다.
‘이거 보기 좋은데?’
상상 이상의 위력에 강림은 감탄했다. 너무 꼴려서 고추가 바로 솟을 지경이다.
솟았는데, 안 넣는다는 건 사나이가 할 일이 아니다. 강림은 바로 쑤셔 넣었다. 쑤셔 넣고 박기 시작했다. 찌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강림은 허리를 마구 들썩였다.
“흐익? 자, 잠깐! 기다…하오오옥?”
자지가 자궁구를 두들기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수아의 입에서 온갖 괴성이 터져 나왔다.
“이헤, 에헤, 에헤헤헤….”
광기에 빠진 것처럼 미친 듯이 웃는 건 덤이고.
“자, 수아. 이제 말해야지.” “마, 말해?” “그래, 약속했잖아?”
함장실에서 했던 약속을 강림은 언급했다.
“그 선언을 하겠다고 했잖아?” “….” “설마, 하기 싫다고 무르는 건 아니겠지?” “….”
수아는 살짝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 당연할 수밖에. 지금 강림이 요구하는 맹세는 인간 포기 선언이나 다름없으니까. 수아뿐만 아니라 다른 구미호들에게 적용되는 선언이니까. 그때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것이 지금도 이어질까?
“…알고 있어.”
수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것 말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 정도는.”
전대 수장은 수아에게 충고했다.
언젠가 수아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될 거라고. 그 갈림길이 구미호족의 미래와 직결된 문제라면.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최악이어도 그것만이 유일한 방도라면. 망설이지 말고 그걸 따라라.
그 충고에 따라 수아는 택했다.
자신을 포함한 구미호족 전체가 강림의 노예임을 공식 선언하기로.
역겹기 짝이 없는 결론이다. 이딴 결론이나 내다니, 이 매국노 새끼라고 욕을 먹어도 말이 없다. 분명 자신은 동족을 배신한 요녀라고 기록될 거다. 평생 지우지 못한 오명을 안고 살아가게 될 거다.
그걸 알면서도 수아는 이럴 수밖에 없었다.
‘모두 정말 미안해.’
살아남을 방도가 없으니까. 이 새끼에게 벗어날 방도가 아예 없으니까. 이놈에게서 벗어나도 동족을 부흥시킬 수단이 없으니까. 인정하기 싫지만, 오직 이 쓰레기에게 동족을 부흥할 열쇠를 지니고 있으니까.
바보 같게도 수아는 강림에게 요력석을 준 게 틀린 선택이 아니라고 여겼다. 열쇠가 있다면 줘도 문제없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니 같이 가자.’
그렇다면.
‘다 같이 가축이 되어 살자. 이 자는 우릴 버리지 않을 테니까.’
그냥 수긍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벗어날 수 없다면 평생 이 쓰레기의 노예가 되는 게 나을 거다. 적어도 지금의 그리드는 자신의 소유물을 함부로 내칠 녀석은 아니니까.
그리 생각하며 수아는 선언했다.
“저, 구미호족 수…흐이이익? 수장 수, 수아는 맹세합니다.”
선언하면서도 강림은 자지를 계속 박아댔다.
“흐윽, 흐끄윽…저, 저희 구미호는 평생 그리드 님을 따르겠습니다.”
신음을 흘리면서도 수아는 멈추지 않고 계속 얘기했다.
“제 가족들도…호이익? 그리드 님을 따르겠습니다.”
지금은 없지만 어딘가에서 살아 있는 설화와 함께 노예가 되겠다고 맹세했다.
“하아, 하아…당신이 죽어도 우리 구미호는 평생 당신의 후손들을 위한 노예가 되겠습니다.”
그리드 사후에도 평생 노예 종족이 되겠다고 맹세했다.
“평생 당신이 주는 정액만 먹으며 살겠…흐윽…습니다. 당신이 주는 사료만 먹으며 살겠습니다.”
인간 이하의 삶을 인정하겠다고 맹세했다.
“평생, 평생 당신의 아이만 낳게 나이다.”
평생 강림을 위한 모체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니까, 받아 줘.”
이게 강림이 원했던 맹세. 구미호족의 완전 노예화를 긍정하는 맹세를 수아는 입에 담았다. 담았기에 애원했다.
“해 달라는 건 다 했으니까, 제발 날 믿어줘.” “….” “제발, 다시는 널 배신하지 않을 테니까.” “….”
잠시 고민하던 강림은,
“히이이익?”
더 세게 박은 걸로 답했다.
“그래, 믿어줄게.”
박으면서 강림은 대답했다.
“이렇게까지 해줬으니 믿어줘야지.”
자신을 암살하려 한 대가를 수아는 처절하게 치렀다. 언제나 발정할 수 있는 암캐로 개조당했고, 지키고자 했던 주민들이 가축으로 전락하는 걸 봐야만 했다. 매일 입으로도, 보지로도 정액을 강제로 섭취해야만 했다. 매일 먹이며 희망 자체가 없다는 걸 깨닫도록 유도했다. 그런 강림의 의도대로 수아는 점점 강림의 말에 복종하는 여우가 되어갔다.
그리고 타이를 제압하고 노예로 만든 것이 지금의 수아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한 수가 되었다, 고 강림은 그리 생각했다. 타이 패배 이후에 더 적극적으로 봉사하니까. 아무래도 수인 연합에서 가장 강한 전사인 타이가 패배한 걸 봤으니 희망은 없다고 여겼을지도 모른다. 만약 있다고 여겼다면 최후까지 발악했을 거다.
확실하게 벽을 무너뜨렸다. 벽 안에 있는 심장부에 깃발을 꽂았다. 더는 수아를 압박할 수단은 필요 없었다.
“상으로 임신시켜줄게.”
남은 건 씨앗을 심는 것뿐. 강림은 오늘이야말로 성공하기를 원했다. 모든 걸 다했고 결실도 얻었으니 제발 되기를 진심으로 원했다. 그 바람을 위해 강림은 미친 듯이 쑤셔댔다.
“내가 바라는 건 그것뿐이니까.” “네, 네 그리 해줘, 해주세요!”
수아는 강림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제 당신만이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니까!”
그렇게 수아가 지쳐 쓰러질 때까지 광란의 밤은 지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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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 날.
“축하드립니다. 임신했습니다.”
마침내 강림은 소망을 이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