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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하라, 지배하라, 진짜 보스가 되어라-26화 (27/344)

Chapter 26 - 26화- 호랑이족 수장 타이와 싸우다

호랑이족 수장 타이. 수인 연합을 이끌고 그리드의 침공에 맞서 싸운 전사. 다소 과격한 성격이 흠이지만, 강인하고 뚝심 있는 성격 덕분에 연합의 구심점이 될 수 있었다.

비록 연합이 패배하고 고향을 그리드에게 빼앗기고 말았으나, 타이는 포기하지 않았다. 생존자들을 이끌고 그리드의 폭정에 저항했다. 나중에 반 그리드 동맹이 체결되었을 때는 동맹의 한 축이 되어 그리드를 몰락시키는 데 크게 공헌했다.

즉, 정강림에게 있어서 파멸하는 결말에서 회피하냐, 안 하냐의 분기점이 되는 여자이며, 좋은 결말을 보고 싶으면 반드시 쓰러뜨려야 하는 보스이다.

“윽?”

그 보스에게 강림은 걷어차였다. 어마어마한 풍압과 함께 그리드의 몸은 축구공처럼 하늘 위로 솟구쳐올랐다. 망치를 일자로 세워 제때 막아내지 못했다면, 강림의 몸은 두 동강이 났을 거다.

“젠장….”

타이가 무식하게 강하다는 언급이 게임에서도 자주 언급되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망치를 쥔 두 손이 충격에 벗어나지 못한 듯 떨림이 멈추질 않는다. 몸도, 마음도 다. 간신히 진정한 강림은 다음 공격에 대비했다.

아니,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

무언가가 온다. 그걸 인지한 순간, 등 뒤로 어마어마한 충격이 강림을 덮쳤다.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강림은 수직으로 바다에 추락했다.

바다에 빠지기 직전, 강림은 자신을 추락시킨 범인이 누구인지 겨우 볼 수 있었다.

‘저 호랑이 새끼, 언제 저기까지….’

타이다. 분명 갑판에 있어야 할 녀석이 허공에 나타났다. 녀석에겐 공중 부양 능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강림이 붕 떠오른 곳까지 단숨에 도약한 거다.

경악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 새끼, 언제 여기까지!’

바다에 빠진 강림이 혼절할 뻔한 정신을 가까스로 부여잡고 수면 위로 올라가려는 순간, 무언가가 바닷속으로 들어왔다.

그게 타이라는 사실을 인지할 때까지 채 1초도 걸리지 않았다.

“쿠륵?”

목이 졸리는 데도 1초도 걸리지 않았고.

‘이, 이런 미친!’

목뼈가 부러지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악력에 목이 졸린다. 가뜩이나 바닷속에 있어 숨을 쉴 수 없던 강림은 견디기가 힘들었다. 강림은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치나, 단단한 호랑이 육신 앞에선 애들 장난에 불과했다. 목을 조르는 악력은 강해지고, 강림의 저항은 점점 약해져 갔다. 흑색 동공에 깃든 생기도 점점 사라져갔다.

이대로 가면 익사하게 될 거다.

‘아 쫌….’

그런 운명을 강림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

‘적당히 하란 말이야!’

최대한 힘을 내서 고개를 뒤로 뺀 뒤, 타이의 이마를 향해 강림은 있는 힘껏 박치기를 가했다.

순간, 별이 눈앞에서 핑 돈다. 너무 단단한 돌머리를 정면으로 부딪친 탓에 강림의 이마에선 피가 흘러내렸다.

그리고,

“쿠르르륵….”

갑자기 목을 조르던 힘이 사라진다. 이게 뭔가 싶어 강림이 정면을 바라본 순간, 고개가 축 처진 타이가 눈에 들어왔다.

‘무, 뭐야? 기절한 거야?’

고작 박치기 한방에? 믿을 수 없었지만, 강림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개구리가 수영하는 것처럼 두 팔과 두 다리를 열심히 휘저으며 수면 위로 올라왔다.

“푸하! 살았다.”

간신히 수면 위로 올라온 강림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저쪽으로 가자.’

옆으로 완전히 뒤집힌, 대파된 범선 쪽으로 강림은 움직였다. 포탄을 맞은 탓에 몸통 절반이 박살 났으나, 잠시 숨돌릴 공간은 있었다. 겨우 배 옆면으로 올라온 강림은 겨우 몸을 추스를 수 있었다.

‘젠장, 멍청하게 이런 꼴을 당하다니.’

타이와 싸우는 건 예견되어 있었다. 자신의 고향을 지키기 위해 수인 연합을 결성한 여자다. 그 연합과 대치 중인 강림과의 충돌은 피할 길이 없었다. 그러니 강림은 타이와의 싸움에서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 고심했다.

아무리 그리드의 몸에 빙의했다고는 해도 녀석의 모든 것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한다. 간혹가다 녀석의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늘어나나, 소량에 불과했다. 이 소량으론 타이와 맞서 싸우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니 생각해야만 한다. 지금 이 자리에서 타이를 쓰러뜨릴 수단을.

하지만, 마땅한 수단이 없었다.

‘젠장, 약점이라고 할 만 게 없다니.’

타이에 대한 정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호랑이족이다. 그리드와 대등하게 싸울 실력을 갖춘 격투가다. 고향을 그리드에게 빼앗겼고, 다수의 호랑이족이 그리드의 노예가 되고 말았다. 1부에서 그리드가 사망한 이후 호랑이족 재건에 나선다.

딱 이 정도뿐이며, 이 중 활용할 수 있는 요소는 없다. 오직 지금 가지고 있는 힘과 기술로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

‘그래도 망치는 있어서 다행이네.’

불행 중 다행으로 강림은 자신의 무기인 망치를 잃어버리지 않았다. 놓칠 뻔한 적이 몇 번 있었으나, 어떻게든 바닷속에서 잃지 않도록 사력을 다했다. 잃어버리는 순간, 타이에게 대항할 유일한 수단이 사라진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니까.

정작 망치가 있어도 제대로 된 유효타 하나 날리지 못했지만 말이다.

‘그리드는 망치를 잘 써댔는데….’

자신은 왜 안 되는 걸까? 게임 이야기에서 나오는 묘사처럼 압도적인 힘으로 몰아붙여야 하는 거 아닌가? 아무리 페이크 보스라고는 해도, 명색이 1부 최종 보스인데 보정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이렇게 무력하게 당하면 어쩌자는 건가?

아무리 강림이 따져도 갑자기 하늘에서 떡이 떨어지는 일은 없었다.

‘어떻게 하면 좋지? 어떻게 하면, 어떻게 하면….’

지금 이 상태로 싸우면 타이의 주먹에 머리가 터질 거다. 맷집 덕분에 잘 버티고 있지만, 그뿐이다. 타이를 쓰러뜨리지 못하면 모든 게 끝이다. 그토록 원하지 않는 참혹한 최후를 이 자리에서 맞이하게 될 거다.

그렇다면 어찌하면 좋을까? 어찌해야 호랑이를 잡을 수 있을까? 어찌해야 이 난관을….

“여기 있었구나.”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강림은 즉시 자리에서 이탈했다. 이탈과 동시에 강림이 앉아 있던 자리에 무언가가 떨어졌다. 배 측면을 뚫은 무언가는 안쪽까지 파고들었다. 간신히 옆으로 몸을 피한 강림은 뚫린 구멍에서 눈을 떼질 않았다.

“감히 타이 님께 한 방 먹이다니. 수아 이후론 처음이야.”

구멍 안쪽에서 물에 흠뻑 젖은 호랑이가 튀어나왔다. 사자 갈기처럼 생긴 주황색 머리와 모든 걸 잡아먹을 기세인 금빛 눈동자. 호랑이족 수장 타이는 주먹을 세게 말아쥐었다. 물에 젖어 축 내려갔던 꼬리는 바로 빳빳하게 세워졌다.

“역시 폼으로 침략한 건 아닌가 보네.” “그, 그래. 내가 괜히 온 것 같아?”

강림은 바로 응수했다. 괜히 말을 잘못 섞었다가 화만 돋울 수 있으나, 강림은 도박을 시도했다.

적어도 시간은 벌자. 녀석의 약점이 뭔지 알아내자. 조금이라고 좋으니까 뭐든….

“그래? 그럼 죽어라!”

뭐든 알아낸다는 작전은 대실패로 돌아갔다.

‘시팔, 시간 벌이도 못 하나!’

이판사판이다. 자신을 향해 쇄도하는 타이를 향해 강림은 망치를 휘둘렀다.

망치는 허공만 스쳤다.

“뭐?” “느려, 느려!”

손쉽게 공격을 피한 타이는 강림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명치를 향해 정권을 날렸다.

“커헉?”

무언가 뿌드득, 뜯어지는 소리와 함께 강림은 뒤로 크게 밀려났다. 만약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면 강림은 또다시 바다에 빠졌을 거다. 살이 통째로 잘려 나가는 것 같은 고통을 인내하며 강림은 다시 자세를 잡았다.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쓰러지지 않고 다시 싸우려는 모습에 타이는 호적수를 만난 고수처럼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그래야 사냥할 맛이 나지!” “윽?”

일방적인 공세가 이어졌다.

“자, 자 얼른 반격해보라고!”

무시무시한 연타가 강림을 덮친다. 강림은 어떻게든 망치를 휘두르며 막아내지만 역부족이었다. 옷이 찢어지고, 찢어진 부위에서 피가 흘러내리는 부위가 점점 늘어났다.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계속 뒤로 밀려났다.

계속 밀려 나가다가,

‘이, 이런!’

끝자락에 도착하고 말았다. 사실상 강림은 낭떠러지까지 몰리고 말았다.

“또 내가 이겼네?”

타이는 승자의 미소를 지었다.

“자, 어찌할까?” “누가 당해줄 것 같아!”

강림이 망치를 휘두르나, 타이는 가볍게 몸을 뒤로 빼며 피할 뿐. 아까 전처럼 안으로 파고들고, 주먹을 날렸다.

차이점이 있다면,

“잘 가.”

아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위력을 보였다는 거다.

타이가 온 기운을 담아 내지른 주먹에 강림은 날아가 버렸다. 수십 번 넘게 땅을 구르고, 구르다 나무에 부딪히고 나서야 겨우 멈췄다. 강림과 부딪친 나무는 우지끈 소리를 내며 부러졌다.

“으으으….”

망치를 지팡이로 삼아 강림은 일어섰다. 몸 곳곳에서 피가 흘러내린다. 뼈가 부러진 건지, 가슴이 너무나 아프고, 숨쉬기가 힘들다. 한 번 숨을 내뱉을 때마다 근육이 살려달라고 울부짖었다.

‘이, 이대로는 이길 수가 없어.’

싸워도 개죽음에 불과하다. 녀석의 발끝에도 닿지 못하는 상황에서 승리를 바라는 건 불가능하다.

차라리 훗날을 기약하고 도주하는 게 맞다. 차라리 이리스나 아트리아 등 자신보다 강한 자들과 협공하는 게 맞다. 지금 두 사람 모두 이 섬에 있으니 도움을 바랄 수 있을 거다.

애석하게도 그건 불가능했다.

“아직 살아있네?”

아직도 타이가 강림을 노리고 있으니까. 여전히 강림이 쓰러지지 않은 게 신기한지 타이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쳐다봤다.

“죽일 작정으로 날렸는데, 너 정말 튼튼하구나?” “….” “좋아, 그럼 상으로 이 타이 님이 더 강력한 걸 날려주마.” “윽!”

이보다 더 강력한 거? 제발 좀 참아주세요! 라고, 말해봤자 타이는 들어줄 마음이 추호도 없었다. 강림은 망치를 들고 전투태세를 갖췄다.

‘제발, 제발, 제발 한 번만.’

이 썩을 그리드 놈아. 제발 도움 되는 기억 좀 보여줘라. 타이 정도는 껌으로 여기던 녀석이잖아. 그러니까 제발 보여다오. 움직임이라도 볼 수 있는 힘이라도 좋으니….

이때, 무언가가 강림의 머릿속에 보였다.

‘이, 이건….’

그리드의 기억이다.

-상대의 움직임을 계속 관찰해라.

그리드를 가르치던 스승이 보였다. 누구인지 모르지만, 여장부인 건 확실했다.

-관찰하면 분명 보일 거다. 너의 눈은 그걸 포착할 수 있을 테니까.

그 말을 들은 그리드가 끊임없이 상대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훈련을 해온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제자의 폭주를 막지 못한 게 너무나 서럽구나.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스승의 모습이 보였다.

“윽?”

기억은 거기서 끊겼다.

“자. 잘 가라!”

동시에 타이의 너클이 눈앞에 나타났고,

강림은 몸을 틀어 피했다.

“어라?”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타이는 강림을 쳐다봤다.

“어떻게 피했지?”

피하는 건 불가능할 텐데, 어찌 피한 거지? 단순 우연이라 여긴 타이는 주먹을 연속으로 내질렀다.

내지른 주먹을 강림은 모조리 다 피해냈다.

‘보인다, 보인다고!’

녀석의 기억을 본 이후 뭔가가 깨어난 것 같다. 타이의 주먹이 어디로 들어오는 건지 느린 화면처럼 다 보인다.

‘됐다, 됐어!’

하늘이시여 감사합니다. 그리드 망할 새끼여, 진짜 감사하다. 드디어 이 호랑이와 대적할 힘을 얻었다는 사실에 강림이 너무나 감격스러웠다.

불리한 형세를 역전시킬 기회가 드디어 찾아왔다.

‘좋았어, 이대로 간다!’

타이의 움직임을 전부 읽어내며 강림은 망치를 휘둘렀다. 수세에 몰린 타이는 방어하는 데 몰두하게 되었다. 그렇게 방어에 몰두하다가 양손에 낀 너클이 전부 부서졌다.

무방비 상태라는 걸 깨달은 강림은 망치를 높이 치켜들었다.

‘이걸로 끝낸다.’

이걸로 모든 걸 마무리 짓는다. 이걸로, 이걸로….

-땡강!

“어?”

순간, 강림은 시간이 정지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라?”

어째서 망치 머리가 허공을 나는 거지?

분명 타이의 머리를 으깨야 할 망치 머리가 저 멀리 날아가는 걸까? 언제 녀석의 주먹이 코앞에 보이는 걸까?

“이 몸의 승리다.”

안면에 타이의 주먹이 강타하는 그 순간까지 자신의 방심으로 패배했다는 사실을 강림은 깨닫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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