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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하라, 지배하라, 진짜 보스가 되어라-25화 (26/344)

Chapter 25 - 25화- 토끼섬 구원 완료?

[토끼섬이 수인 연합의 공격을 받고 있다.]

전서구를 통해 토끼섬이 침공당하고 있음을 알게 된 강림은 즉시 이리스와 아트리아에게 명령을 내렸다.

[지금 모든 작전을 중지하고 전 함대는 토끼섬 구원에 나선다.]

영토 확장을 위해 이리스가 지휘하는 함선 3척과 호위함 5척. 만약을 대비해 여우섬에 남긴 함선 1척과 호위함 5척. 그리고 강림이 교류 재건을 위해 이용 중인 자신의 함선 하나. <더 퀸즈>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철선이 토끼섬으로 향했다.

[지휘권은 전부 이리스에게 맡긴다.]

이번 작전의 총책임자로 강림은 이리스를 택했다.

게임에서도 그리드가 세운 나라의 총사령관으로 활약하던 이리스였으니까. 지금은 일개 해적 집단의 돌격 대장에 불과하나, 충분하다. 충분히 사령관의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거다.

그리 믿고 있기에 강림은 이리스에게 맡겼다. 자신은 경험도 지식도 없으니 이게 그나마 나은 선택이다. 미숙한 자신이 맡아서 최고의 전력을 수장시키는 것보단 나을 거다. 한 사람에게 지휘권을 집중시켰으니 잡음이 생기는 일도 없을 거다.

이런 강림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

“전원 돌격! 한 놈도 놓치지 말아라!”

이리스의 지시에 강철 부대가 돌진한다. 적을 향해 창끝을 겨눈 채로. 압도적인 군세 앞에 수인 연합군은 저절로 와해할 수밖에 없었다.

설사 용감히 싸운다 해도 무의했다.

아무리 화살을 날려도 놈들은 멈추질 않는다. 아무리 놈들의 머리를 날려도 놈들은 동요하지 않는다. 아무리 놈들을 마법으로 태워버려도 놈들은 겁에 질리지 않는다.

멈추지 않고 베어나간다. 자신들을 향해 이빨을 드러낸 자는 턱과 함께 베어버린다. 자신들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는 자는 팔 채로 뜯어버린다. 자신들을 향해 무기를 휘두르는 자는 무기 채로 갈아버린다. 자신들을 향해 마법을 날리는 자는 산 채로 태워버린다. 놈들의 전의가 상실할 때까지 강철 부대는 멈추질 않고 진군한다.

그들의 머릿속은 이것뿐이다.

주인님의 앞길을 방해하는 자들을 한 명도 남김없이 쓰러뜨린다. 주인님의 소중한 낙원을 더럽힌 자들에게 피의 대가를 치르게 하자. 오직 주인님을 위해, 주인님을 위해, 위대한 주인인 그리드를 위해. 그리드를 위해 목숨을 다 바치리라.

이것이 강철 부대. 인격이 말소되고 오직 충성심밖에 남질 않은 그리드의 방패이자 검이다. 그들에겐 후퇴란 존재하지 않는다. 싸우다 죽는다. 오직 그것만을 위해 살아갈 뿐이다.

이러한 명령이 머릿속에 입력되었기에, 토끼섬에 상륙한 이후 겁에 질려 도망친 자들은 없었다.

반대로 수인들은 겁에 질리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 이 괴물들은 대체 뭐야? 인간 맞아?

-도저히 승산이 없어. 도망쳐야 해!

-어디로? 배는 다 침몰했는데 어디로 도망쳐?

승승장구하던 수인 연합은 궁지에 몰리고 말았다.

북쪽 해변을 상륙 거점으로 삼은 수인 연합은 토끼족의 여왕, 레비가 기거하는 왕성으로 진군했다. 토끼족이 어떻게든 상륙을 저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웠으나, 중과부적으로 밀리고 말았다. 왕성으로 가는 길목을 방어선으로 삼아 연합군과 싸웠지만, 수많은 사상자가 생긴 상황에서 토끼족이 연합을 이길 방도가 존재하질 않았다. 왕성도 함대의 포격으로 평지가 되기 일보 직전이었고.

모든 게 다 연합의 의도대로였다. 만약 이대로 계속 몰아붙였다면 정말로 토끼섬은 함락되었을지도 모른다.

만약 이리스가 북쪽 해변으로 쳐들어오지 않았다면, 진짜로 그리되었을 거다.

“이판사판이다. 저 은색 갑옷을 노려!”

해변에 정박한 함선들은 해적들의 포격으로 침몰했다. 놈들이 뒤에서 진군하는 바람에 퇴로가 막혀버리고 말았다. 앞으로 도망치고 싶어도 토끼족이 가지 못하게 필사적으로 막고 있다. 수인 연합군은 순식간에 두 빵 사이에 끼워진 소시지 꼴이 되고 말았다.

결국 수인 연합군은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전멸하고 말았다. 기적적으로 도주한 자들은 있지만, 머지않아 잡힐 거다. 잡히면 전원 예외 없이 노예가 될 거다.

그렇다면 하다못해 적의 우두머리라도 노리자. 놈을 죽여서 후환을 없애자. 그리 결의한 용감한 수인 전사들은 이리스를 향해 돌격했다.

하지만, 닿질 않았다.

-서걱.

이리스는 그저 그었을 뿐이었다. 허공을 향해, 자신을 향해 덮쳐오는 적들을 향해 검으로 선을 그었을 뿐이었다. 찰나의 순간에 생긴 선은 사라지고,

수인들은 피를 뿜어내며 바닥에 널브러졌다. 하반신을 잃어버린 수인들은 그대로 절명해버렸다.

“별것도 아닌 놈들이 까불고 있어.”

갑자기 자신을 덮쳐서 순간 이리스는 놀랐지만, 그뿐이었다. 전혀 위협이 되질 않았다. 자신을 궁지에 몰아붙였던 주인님과 비교하면 발끝에도 미치질 못한다. 전사들이라고는 하나, 이리스에게 있어서 얘들 장난에 불과했다.

“안 그러냐?” “끄어어어억….”

자신을 덮치려 했던 수인의 목덜미를 조르며 이리스는 물었다.

“주, 죽여, 죽여….” “아니, 죽이지 않아.”

너구리의 귀와 꼬리를 가진 수인이 그리 중얼거렸지만, 이리스는 들을 생각이 없었다.

“여자는 되도록 살리라는 지시를 받았거든.” “으으윽….” “그러니까….” “윽?”

잡은 수인을 땅바닥에 내던졌다. 근처에 있는 병사들에게 이리스는 지시를 내렸다.

“벗겨서 해변으로 끌고 가.” “아, 안 돼, 안 돼, 안돼에에에에!”

수인은 발악하지만, 그뿐이었다. 순식간에 병사들에게 발가벗겨진 수인 여성은 목에 쇠고랑이 채워진 상태로 끌려갔다.

“그쪽은 다 끝났니?”

보라색 머리의 여인이 다가갔다. 은색 갑옷인 이리스와 달리 투박한 청동색 갑옷을 입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아트리아. 지금 막 토끼족 군대 지휘관을 만나고 온 참이었다.

“당연히 다 끝났지. 이제 잔당만 청소하면 그만이야.”

전투는 끝났다. 북쪽 해변으로 쳐들어온 수인 연합군은 궤멸했다. 용맹하게 맞서 싸운 자들은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포로가 된 자들에게는 노예라는 끔찍한 미래만이 기다리고 있을 거다. 잔당은 현재 추격 중이다. 이곳은 토끼족의 앞마당이니 얼마 못 가 다 잡힐 거다.

“늦지 않아서 천만다행이야. 만약 섬이 함락되었다면….”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생각만 해도 이리스는 소름이 돋았다.

“그나저나, 왕성은 어찌 되었냐?”

동쪽 해안가에서 왕성을 공격하던 수인 연합 함대가 있었다. 북쪽은 정리했지만, 그쪽은 아직 건재할 터. 그 의문에 아트리아가 대신 대답해줬다.

“괜찮아. 주인님이 다 정리하셨어.” “오, 그래?” “응, 지금쯤이면 실컷 보물들을 싣느라….”

갑자기 폭발음이 들린 건 그때였다.

-콰가가가강!

저 멀리서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너무나 큰 소리에 자리에 있던 모두가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경악에 빠졌다.

“아, 아트리아. 저, 저건….”

이리스가 손으로 가리킨 허공에는 검은색 물체가 붕 떠 있었다. 그 정체가 무엇인지 깨달은 아트리아는 경악에 빠졌다.

“주, 주인님!”

●●●

폭발음이 터지기 10분 전.

“아아, 살아있는 녀석들은 들어라.”

갑판 위에 올라온 강림은 확성기를 틀고 외쳤다.

이 확성기도 고대 유물이다.

이런 것도 유물이라면 도대체 고대 시대 문명은 얼마나 찬란했던 걸까? 아니, 그냥 개발진들이 귀찮아서 대충 아무거나 고대 유물이라고 칭하는 게 아닐까? 이상하리만큼 태클을 걸고 싶지만, 강림은 꾹 참았다.

지금은 전리품 획득이 최우선이니까.

“내 이름은 그리드. 이 그리드 님께서 너희들에게 기회를 주겠다.”

거만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로 강림은 선언했다.

“살고 싶은 자들은 내가 내린 그물을 타고 올라와라. 올라와서 포로가 되어라. 그러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대파되어 바다에 둥둥 떠 있는 범선의 잔해들을 향해 그리드는 그리 소리쳤다.

“다시 한번 말한다. 살고 싶은 자들은 그물을 타고 올라와라.”

기함 양쪽으로 굵은 밧줄로 엮인 그물망이 밑으로 내려져 있다. 그 그물망을 통해 바닷물에 흠뻑 젖은 수인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전부 수인 연합 출신이며, 함선이 침몰했을 때 간신히 살아남은 자들이었다.

본래라면 토끼족 왕성을 무너뜨려 승전보를 알렸어야 하나, 유감스럽게도 실패로 돌아갔다.

“그래, 그래. 자존심 버리고 올라와라, 어서, 어서. 천국이 눈앞에 있단다.”

강림의 기함이 쏜 포탄에 전멸했으니까. 아주 먼 거리에서 포탄을 쏴대는 바람에 연합 함대는 일방적으로 얻어맞을 수밖에 없었으며, 뒤늦게 적의 위치를 확인했을 때는 동원된 6척 전부 물고기 밥이 되어버렸다.

“남자는 이쪽으로, 여자는 저쪽으로. 꾸물거리지 말고 움직여.”

간신히 살아남은 자들의 말로는 하나. 노예가 되는 것뿐이다.

남자는 재워둔다. 나중에 인격을 말소해 구슬땀을 흘리는 일꾼으로 부리게 될 예정이다.

그리고 여자들은,

“옷은 다 벗겨. 목에 쇠고랑 채우는 거 말고.”

말 그대로 벗겼다. 갑옷도, 그 갑옷 안에 입고 있던 옷도 싹 다 벗겨졌다. 벗기고 힘을 억제하는 쇠고랑이 목에 채워졌다. 알몸이 된 것에 여성 수인들은 너무나 치욕스러운 나머지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이 쾌락으로 나중에 바뀌게 될 거라는 사실을 여성들은 눈치채질 못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주인님.”

할 일을 마친 강림에게 함장이 물통을 건네줬다.

“오, 고맙다. 마침 목이 말랐는데.”

강림은 단숨에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저쪽은 어찌 되었는지 걱정이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강림의 우려와 달리 함장은 그리 걱정되지 않았다.

“이리스와 아트리아는 충분히 강하니까요.”

그 말대로 두 여자는 강했다. 힘의 순위를 매긴다면 주인님 다음일 거다.

“그래, 확실히 강하지.”

강림도 부정하지 않았다.

‘너무 강해서 돈을 왕창 질러야 했지만.’

그냥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공략법을 볼 것이지. 공략하기 힘들다며 왜 돈지랄 했는지 강림은 종종 후회하고 있다. 지난 일을 후회해봤자 돌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지만 말이다.

“사실 저는 주인님이 싸우지 않은 것이 신기했습니다.” “신기했다고?”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는 식으로 바라보자 함장은 대답했다.

“자기가 다 죽이겠다며 무작정 돌진한 적이 많았습니다. 설마, 잊으셨습니까?” “아, 아! 기억나, 기억난다.”

물론 거짓말이다. 거짓말이지만, 의심받기 싫어서 강림은 대충 얼버무렸다.

“이번에는 포격이 중심이었잖아. 그러니 나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지.” “….” “굳이 포를 쏘는데 내가 나설 필요가 있겠냐?” “맞는 말이네요.”

그런 말을 하면서도 함장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 모습에 강림은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내가 얌전한 게 이상해?” “네, 엄청 이상합니다.” “….”

이 쓰레기는 도대체 얼마나 막 나간 거야? 얼마나 자신의 힘에 자신이 있다면 무식하게 나간 걸까? 강림은 진심으로 궁금했다.

그렇게 생각하던 그 순간이었다.

“…?”

뭔가, 뭔가가 온다. 잘은 모르지만, 위에서 뭔가가 오고 있다. 아주 크고도, 무시무시한 것이.

“주인님, 표정이 왜…꺄악?”

대답할 겨를도 없이 강림은 함장을 밀쳤다. 밀치고 손에 든 망치를 휘둘렀다.

-콰아아앙!

엄청난 충격파에 함선이 크게 흔들렸다. 강림은 뒤로 크게 밀려났다.

“네놈이 그리드구나.”

주황색 머리칼의 여자가 서 있었다. 머리와 엉덩이에는 호랑이의 귀와 꼬리가 달려 있었다. 양손에는 묵직한 너클이 장착되어 있었다.

‘이, 이 여자는!’

금색 눈동자를 지닌 이 여자의 정체가 누구인지 강림은 알고 있었다.

“네놈을 이 타이 님이 끝내주마!”

호랑이족 수장 타이.

토끼섬 침공을 주도한 장본인이 강림을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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