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9 - 19화- 들소섬에 방문하다
“저희 섬에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드 님.”
수아에게 절망을 안겨드린 지 이틀 뒤. 그리드는 들소섬에 방문했다. 본래는 비서인 아트리아가 동행해야 하나, 여우섬에 남겨뒀다.
행여 구미호들이 들고 일어설지 모르니까. 전부 잡았다고는 하나, 미처 잡질 못한 놈들이 있을지 모른다. 그런 놈들이 일을 저지르면 골치 아프니 일부러 아트리아를 남겨뒀다. 수인 연합의 암살범들도 일방타진 한 아트리아라면 능히 그런 놈들을 잡을 수 있을 거다.
‘부디 무사히 돌아오시길 바랍니다, 주인님.’
그렇게 아트리아의 배웅을 받으며 그리드는 자신의 기함을 타고 들소섬으로 향했다.
그리고 들소섬 수장이 사는 집에 방문한 그리드를 한 여인이 반갑게 맞이했다. 중동에서 나오는 무희를 연상케 할 정도로 파격적인 옷을 입은 채로.
“와달라고 감히 무례를 범한 점,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
분홍색 첨단만 간신히 가리는, 브래지어를 연상케 하는 상의. 음부의 털이 보일락말락 할 정도로 천 조각이 작은 팬티. 검은색 겉옷을 입고 있지만, 얇아서 안에 있는 게 다 드러난다.
바로 수확해도 문제없는 풍만한 가슴과 그 가슴을 지탱해주는 튼튼한 몸매. 머리에 뿔이 나 있는 금발의 무희는 고개를 우아하게 숙였다.
“사죄의 의미로 제 몸을 내드리겠나이다.” “아니, 그건 나중에.”
강림은 정중하게 사양했다. 아랫도리가 꿈틀거리지만, 강림은 애써 무시했다.
“지금은 그걸 하러 온 게 아니야.” “아, 그렇죠. 교류를 재개하기 위해 왔죠.” “그래, 내가 일방적으로 파기한 교류를 다시 해줬으면 한다.”
강림이 들소섬에 방문한 이유는 세 가지다.
하나는 자신의 무지로 끊어버린 교류를 재개하는 것.
“네, 그리하죠.”
무희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래도 아쉽게 됐네요. 하면 좋았는데….”
금발의 무희, 카우는 짧게 혀를 찼다.
“간만에 주인님의 자지를 맛보고 싶었는데….”
카우는 양팔로 가슴을 받치듯이 꼈다. 가뜩이나 큰 젖가슴을 팔에 받치니 더욱 돋보인다. 살랑살랑 흔들리는 모습에 강림을 침을 꿀꺽 삼켰다.
‘그래, 이 캐릭터도 정말 마음에 든 캐릭터였지.’
들소섬 수장 카우. 보통 소의 속성이 들어간 여자라 하면 흔히 소의 귀가 달려 있고, 검정과 하양이 섞인 수영복을 입은 여자가 먼저 떠오를 거다.
그러나 이곳은 다르다. 이곳에 사는 암소들은 언제나 수컷을 유혹하기 위해 항상 무희 복장을 일상복으로 입는다. 그 이외의 옷은 절대 허락되지 않는다.
암소는 씨받이로 자손들을 무한히 낳아야 하며, 수소는 전사가 되어 동족의 번영을 위해 싸운다.
그것이 들소족의 규칙이다. 섬이 그리드에게 정복당한 이후에도 이 규칙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유일한 예외가 있다면,
‘이 금발 거유가 수장이라는 거지.’
들소족 역사상 최초로 여성이 수장이 되었다는 거다.
다른 수인들과 달리 오직 남성만 수장으로 택하는 전통이 들소족에게 남아 있다. 제아무리 능력이 좋은 여자도 수장으로 선출되는 건 무리다.
그렇다면 카우는 어떤 방법으로 수장이 되었을까? 강림은 그 답을 알고 있었다.
‘어찌 보면 자업자득일지도 모르지.’
설마, 그런 식으로 권력을 차지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단순히 그리드가 앉힌 허수아비에 불과한 줄 알았는데 말이다.
다른 들소들은 알고 있었을까? 자신들이 전통이라 우기던 악습이 세계 최악의 악당에게 섬이 정복당하는 결말을 가져왔다는 사실을.
그 결말을 눈앞의 여성이 가져왔다는 걸 알고는 있었을지 궁금하다.
“그보다 약초 재배지 좀 보고 싶은데, 안 될까?” “보여줄 수 있는데, 어째서죠?”
강림의 질문에 카우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전에는 관심 없다고 거절했던 것으로 아는데….” “그때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지.”
강림은 머릿속에 갓 지어낸 허구를 술술 풀어나갔다.
“근데, 이젠 아니야. 내 꿈을 위해서라도 약초들이 어떻게 재배되는지 알아야겠어.” “꿈이라면….” “나만의 제국을 세운다. 그게 내 목표다.”
그리드의 목표는 이 세계를 정복하는 거다. 정복해서 자신이 황제로 군림하는 제국을 건설하는 게 목적이다. 자신이 이 세상의 주인이고, 자신 외의 것은 전부 노예인 제국. 구상 자체부터가 글러 먹은 막장 국가다.
어째서 세계정복을 노리는 걸까? 닥치는 대로 여자를 따먹고, 수틀리면 목을 베는 게 일상인 그리드라는 쓰레기가 왜 국가를 세우고 싶어 하는 걸까?
개발진은 그 이유를 알고 있을까? 아니, 개발진도 모르고 있는 게 아닐까? 한평생 게임 하나만 파던 강림조차도 그리드에게 그런 과거가 있었다는 것조차 몰랐으니까.
하지만, 그런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난 이 세상의 모든 암컷이 젖소가 되길 원해.”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다고 해도, 그 과거가 어떤 영향을 끼쳤다고 해도 지금 강림에겐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하나.
“그걸 만들어주는 약초가 어찌 생겼는지, 어찌 사용할 수 있는지 알고 싶어.”
끔찍한 최후가 예정된 운명을 비트는 것. 그러기 위해선 페이크 보스가 아닌 진짜 최종 보스가 되는 것. 마지막에 주인공에게 패배하여 죽는 최종 보스가 아닌, 승자가 되어 죽을 때까지 떵떵거리며 사는 최종 보스가 되는 것이다.
그것이 강림이 바라는 꿈이다. 그걸 위해선 무슨 짓이든 할 것이다.
“수아, 너도 알고 싶지 않니?” “히익?”
그것이 설령 자신이 애지중지 키웠던 캐릭터를 노예로 삼는 짓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개처럼 엎드려 있는 수아의 엉덩이를 쓰다듬자, 수아는 파르르 떨었다. 아홉 개 달린 꼬리도 마찬가지였다.
이 섬 방문에 강림은 수아도 데리고 왔다. 목에 채워진 쇠고랑을 제외한 그 어떤 것도 입히지 않은 채로. 이틀 전 강림에게 심하게 당했던 게 트라우마로 남았는지, 강림이 뭔가를 하려면 항상 바들바들 떨었다.
“네 가슴에서 모유가 나오는 걸 상상해봐. 정말 멋있지 않겠니?” “그, 그것이 뭐가 멋있…히이이익?”
엉덩이를 세게 꼬집자 수아의 두 눈이 확 떠졌다. 그 모습을 본 카우는 부럽다는 듯이 쳐다봤다.
“수아, 너는 애완견이 되어서 정말 좋겠네. 난 이 자리 때문에 주인님 곁에 있는 것도 불가능한데….” “이, 이걸 하고 싶다고?”
스스로 노예가 되겠다고 자처하는 모습에 수아는 믿을 수가 없었다.
“드, 들소들은 누구에게 구속되는 걸 싫어한다고 들었는데….”
섬이 드넓은 들판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들소족은 끊임없는 자유를 추구한다. 그 자유를 침해하는 자가 있다면 상대가 그 누구라도 가만두지 않았다.
그게 들소들인데, 왜 눈앞의 카우는 노예가 되길 바라는 걸까? 노예가 되어봤자 좋을 게 하나도 없는데.
“그 규칙, 진작에 없애버렸어.”
카우는 말했다.
“자유라니. 그딴 게 우리에게 있을 리 없잖아? 강한 남자에게 지배당하는 게 우리의 숙명인데….” “카우….” “그러니 잘 만들어줄게.”
카우는 선언했다.
“주인이 바라는 젖소로 만들어줄게.” “….”
이것이 강림이 들소섬에 방문한 둘째 이유. 이를 알고 있는 수아는 카우의 선언에 물에 빠진 생쥐처럼 떨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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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그 약초인가?”
손에 든 커다란 네 잎 클로버를 강림은 신기하듯이 쳐다봤다.
“그냥 평범한 잡초처럼 보이는데….” “그럼 시범을 보여드릴게요.”
카우는 강림이 쥐고 있던 네 잎 클로버를 삼켰다. 잘근잘근 씹은 뒤, 꿀꺽 삼켰다.
잠시 뒤,
“흐으으윽….”
카우의 몸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커다란 가슴이 크게 요동치더니, 가슴을 감싼 브래지어가 축축하게 젖었다. 흠뻑 젖은 브래지어에서 우유가 물방울처럼 뚝뚝 떨어졌다.
“하아, 하아, 어, 어떤가요? 이제 좀 알겠죠?”
벌게진 얼굴로 카우는 물었다.
“그래, 단순한 풀이 아니었구나.”
동네를 나서면 간혹가다 보는 풀이었다. 그래서 여기서 이 풀을 봤을 때 단순 잡초라고 여겼는데, 이게 약초였을 줄이야. 뭔가 굉장한 식물인 줄 알았던 강림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럼 이곳에 있는 들판이 전부 약초밭이야?” “네, 저희는 매일 수확하고 있답니다.”
강림의 질문에 카우는 자랑스럽게 떠벌렸다.
“겨울을 제외한 어느 날이든 수확할 수 있답니다.”
이곳은 따뜻한 섬이다. 따뜻한 곳이기에 농사짓기에 알맞은 장소이며, 약초가 자라기에는 최적의 조건이다. 그래서 남서쪽 섬 중에서 매년 농작물 수확량은 당연히 둘소족이 1위였다.
어쩌면 식량 창고로 써먹을 수 있기에 그리드가 이곳을 먼저 점령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저희는 이 약초를 음식으로 해 먹는답니다.”
구슬땀을 흘리며 열심히 약초를 캐는 들소족들을 보여주며 카우는 말했다. 그 말에 강림은 살짝 감탄했다.
“그걸 자주 먹기에 너희들 가슴이 하나같이 폭유구나.” “네에, 그렇고 말고요.”
카우는 부정하지 않았다.
“그럼 이 약초를 다른 곳에서도 재배할 수 없겠나?” “재…배요?”
모유를 나오게 하는 약초를 구하는 것에 끝나지 않는다. 약초 재배지를 확장한다. 이것이 강림이 들소섬에 방문한 세 번째 이유다.
강림의 말을 들은 카우의 푸른 눈은 크게 동요했다.
“음…그래야 하나요?” “왜, 불편하냐?” “우리 일족의 비밀을 유출하기에는 좀….” “으음….”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비법이 존재한다. 어떤 이는 마음껏 쓰라고 공개하지만, 어떤 이는 비밀이 새어 나가는 걸 원치 않는다.
들소족은 후자다. 자신들이 매일 신성한 모유를 뽑아낼 방법이 까발려지는 걸 매우 싫어한다. 그렇지 않다면 카우도 저리 반응하질 않았을 거다.
‘이러면 곤란한데….’
매일 가슴에서 모유가 나오는 여자들을 갖고 싶다. 부드러운 푸딩 덩어리를 한입 크게 베어 물고, 쪽쪽 빨아먹는 짓을 해보고 싶다. 현실에서는 도저히 이룰 수 없었던 소망을 강림은 하고 싶었다.
그 소망을 위해서 약초 재배지를 늘리고 싶은데, 저리도 싫어하는 티를 팍팍 내다니. 물론 이에 대비하지 않은 강림이 아니었다.
“앞으로 모든 약초 재배지 권한을 너희에게 넘기겠어.”
독점권을 준다.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조건을 붙이면 카우도 흔들릴 거다.
“모든 약초의 유통, 재배, 수확도 너희에게 맡기겠어.” “모, 모든 걸요?” “배신하지 않는다면 영원히 가질 수 있지.” “여, 영원히 가질 수 있다….” “단, 내 등에 칼을 꽂으면 수아 꼴이 날 거다.”
약간 살기를 품은 목소리로 강림은 경고했다. 그 말을 들은 카우는,
“나쁘지 않은데요?”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매일 당신에게 매도당하며 모유를 짜내는 일상을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 “수아보다 더 잘할 테니 역할 바꾸면 안 될까요?” “아니, 거절한다.”
도대체 그리드란 새끼는 뭔 짓을 했던 걸까? 뭔 짓을 했길래 이 젖소 년이 노예가 되겠다고 자처하는 걸까?
아니, 어쩌면 그 성향인가? 당하면 당할수록 흥분하는 그런 여자인가? 게임상에서도 그런 기질이 보이긴 했는데, 진짜인 걸까?
‘가만….’
문득, 강림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거,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처음 항만에서 만났을 때부터 자꾸만 떡을 치자고, 임신시켜 달라고 조르던 여자였다. 강제로 당하는 걸 즐기는 것처럼 보이던 여자였다.
이 성향을 이용해보는 건 어떨까? 뭘 해도 받아들이고, 뭘 해도 환한 미소를 지을 여자라면 가능성이 있을 거다.
‘한 번 이 젖소 년을 먹고 싶기도 했고.’
좋아, 결정했다. 결단을 내린 강림은 카우에게 제안했다.
“그리하고 싶으면 수아랑 같이하지 않을래?” “수아랑?” “그래, 수아가 받는 개조를 너도 받는다면 같이 먹어줄게.” “그거야 좋죠. 저, 할 수 있어요!”
소망을 이룬 어린이처럼 카우는 방방 뛰었다.
“단, 조건이 있어.” “조건이요?” “그래….”
미끼를 물었으니 알려주자. 강림은 아까 말했던 요구 조건을 다시 말했다.
“아까 말한 약초 재배 말이야. 받아들여 주면 해줄게.” “….” “그걸 받아주면 너를 안을게.” “음….”
카우는 고민에 빠졌으나,
“좋아요, 받아들일게요.”
고민은 1분도 걸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