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0 - 10화- 동상이몽(同床異夢)
“겨, 겨, 결혼? 결혼이라고?”
이 미친놈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수아는 자신이 헛소리를 들은 게 아닌가 싶었다. 강림은 다시 한번 더 말했다.
“결혼하자. 난, 널 첫 번째 부인으로 맞이하고 싶어.” “….”
어색한 침묵이 해변을 지배한다. 몇 초 뒤, 수아는 노성(怒聲)을 질렀다.
“누가 따를 것 같아!” “그건 저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옆에 있던 아트리아도 수아의 말에 동조했다.
“네놈 같은 쓰레기가 뭐가 좋다고 결혼할 것 같아? 안 해, 안 한다고!” “이 여우 년이 하는 말이 옳습니다. 결혼은 옳지 않아요.”
두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대답하자 강림은 당황스러웠다.
“아니, 잠깐, 아트리아.”
강림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아트리아에게 물었다.
“수아라면 몰라도, 너는 왜 반대하는 거냐?” “그야 당연하죠!”
아트리아는 수아를 향해 삿대질하며 소리쳤다.
“우리 중 누구도 주인님의 부인이 되질 못 했는데, 어디서 굴러왔는지도 모를 여우 년에게 그 자리를 내줄 것 같습니까?” “….” “아무도 이 결혼을 인정하지 않을 겁니다!” “아하, 그렇구나.”
왜 아트리아가 반대하는지 강림은 깨달았다.
‘질투하는 거구나.’
질투. 인간이라면 반드시 가지게 되는 나쁜 감정. 자신보다 잘난 놈이 나오거나, 사랑하는 이를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차지하는 걸 보면 배알이 뒤집히는 기분이 든다. 그게 바로 질투다. 그 질투심에 눈에 멀어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진 인간들은 수도 없이 많다.
어쩌면, 지금까지 아트리아가 심술 난 표정을 짓던 건 수아에 대한 질투심이 아니었을까?
“무슨 개소리를 자빠지고 있는 거야? 내가 왜 저딴 놈을 좋아해!”
정작 당사자인 수아는 황당하기 그지없지만.
“그래, 알았어. 네가 왜 그런 소리를 하는지.”
강림은 아트리아를 일으켜 세웠다. 갑작스러운 주인님의 행동에 아트리아는 깜짝 놀랐다.
“주인님? 이게 무…후윽?”
기습 키스를 당하자 아트리아의 두 눈은 동그랗게 떴다.
“후읍, 후윽, 후으읍!”
당황한 나머지 몸부림을 치던 아트리아였지만,
“후읍, 후읍, 후읍, 후읍….”
어느 순간, 저항을 멈추고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두 팔과 다리는 힘을 잃은 것처럼 축 늘어진다. 안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주인님의 혀를 아트리아는 진심으로 환영했다. 잘 핥아먹을 수 있게 그녀는 아무것도 하질 않았다.
“쮸읍, 쮸읍, 쮸읍, 쮸읍….”
입술만 빠는 소리만 들려왔다.
“쮸읍, 쮸읍, 쮸읍…하아, 하아, 주, 주인님….”
강림이 입술을 떼자 아트리아는 숨을 몰아쉴 수 있었다. 억지로 당했지만, 그녀의 얼굴은 이 세상의 모든 걸 손에 넣어 기뻐하는 듯한 얼굴을 짓고 있었다.
“주인님, 더 해주세요. 더, 더….”
강림과 자신의 입술 사이에 이어진 기다란 타액을 아트리아는 손으로 훔쳤다. 그 손가락을 쪽쪽 빨며 애타는 마음으로 부탁했다.
“더, 더 해…후읍?”
그 부탁을 강림은 거절하지 않았다.
“쮸읍, 쮸읍, 쮸읍, 쮸읍….”
아트리아의 머리를 붙잡고 진한 키스를 나눈다.
“쮸읍, 쮸읍, 쮸읍, 쮸읍….”
빠는 소리가 울리면 울릴수록 쾌락이 아트리아 몸 전체에 퍼져나갔다.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쾌락이란 벼락에 아트리아는 정신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역시, 제압하는 데는 이게 딱이네.’
아트리아를 조용하게 할 방법을 찾은 것에 강림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질투심에 눈이 먼 여자를 설득하는 건 불가능하다. 아무리 논리적으로 설명해도 질투라는 감정에 한 번 먹힌 이상은 그 어떤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히려 오해만 쌓여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가게 될 뿐.
그러니 그냥 제압하자. 제압해서 따르게 만들자. 마침 이 여자들을 제압할 무기가 자신에게 있고, 그 무기면 수 초 만에 공략할 수 있다.
지금 키스에 취해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아트리아처럼.
“쥬읍, 쮸읍, 쮸읍, 쮸읍….”
그렇게 반대하던 여자가 이젠 그럴 생각을 하질 않다니. 얼마나 색욕에 미쳐버린 걸까? 아니, 그리드 이 새끼는 얼마나 해댔기에 색욕에 미친 여자로 만든 것일까? 게임 프롤로그 시작 전까지 얼마나 많은 여자를 광기에 물들인 건지 강림은 너무나 궁금했다.
‘어라, 섰네.’
뭔가 불끈불끈 솟는 느낌에 시선을 아래로 내리니 자지가 우뚝 솟아 있었다. 당장 눈앞의 비서를 따먹으라는 듯이 시위하는 것 같다.
‘그래, 먹자.’
이대로는 끝내기에는 뭔가 아쉽다. 이왕 솟은 거 아트리아를 따먹자. 어설프게 제압했다간 다칠 수도 있으니까. 강림은 두 손으로 아트리아의 허벅지를 붙잡았다.
“후앵? 주, 주인님 무슨….”
자신의 허벅지를 붙잡고 들어 올리는 주인님을 향해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아트리아. 강림은 들어 올린 상태에서 아트리아의 가랑이 사이로 단숨에 자지를 쑤셔 넣었다.
“흐이이이익?”
넣자마자 바로 허리가 휘어진다. 질척거리는 소리가 울리기 시작하자 아트리아의 젖가슴도 덩달아 흔들렸다. 두 남녀가 결합한 부위에서 물방울이 사방으로 튀었다.
“흐잉, 히잉, 흐오, 호오옥!”
분명 결혼 결사반대를 외쳐야만 하는데. 저 여우 년은 또 배신할 거니 믿어선 안 된다고 소리쳐야 하는데. 정 얻고 싶다면 우리처럼 노예로 만들고 난 뒤에 하라고 충언을 해야 하는데.
이렇게 당해버리면, 이렇게 당해버리면, 이렇게 당해버리면….
“호오옥, 호이이익, 히이이익, 히오오옥!”
당하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잖아! 강림의 타액을 섭취한 탓에 지금 아트리아는 마약에 중독된 상태나 다름없었다.
“하아, 하아, 하아 보지가 알아서 조이네. 너는 정말 최고의 비서야.”
이는 강림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 새끼가 널 죽이지 않아서 천만다행이야.’
아트리아의 타액을 강림도 먹었으니까. 먹었기에 강림 역시 약에 취한 상태나 다름없었다.
둘 다 약에 취했기에 누구도 멈출 생각도 없으며,
누구도 이 즐거움에서 도망칠 생각도 없었다.
“…이 미친놈들. 대체 뭐 하는 거야?”
알몸으로 미친 듯이 몸을 섞는 비서와 주인의 모습에 수아는 어이가 없을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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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네가 부인이 되어준다면 구미호들의 처우를 개선해줄게.”
아트리아와 강림의 정사가 끝난 건 해가 수평선 아래로 떨어질 무렵이었다.
“흐이이, 히이이, 히헤헤헤….”
땀으로 흠뻑 젖은 아트리아는 모래밭 위에 드러누웠다. 엄청나게 싸지른 탓에 아랫배는 아까보다 더 크게 부풀어 올라 있었다. 어찌나 기쁜지 아트리아의 입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복장도 지금 입는 거 말고 다른 걸 입도록 허락해줄게. 마을 밖으로 나가는 것도 허락하고. 실험도 전부 중단시킬게.” “그, 그딴 말에…흐윽, 너, 넘어갈 것 같아?”
자신과 결혼해주면 뭐든지 다 들어주겠다.
흰색 한복 말고는 어떤 옷도 입지 말라는 명령을 해제하겠다. 마을 밖으로 나가는 걸 허용하겠다. 개인 안전을 위해 요력 사용을 허가하겠다. 구미호족 생체 실험도 중단하겠다. 구미호들의 생계를 최대한 지원하겠다. 원하면 섬 밖으로 나가는 것도 허용하겠다.
측근들이 들었다면 ‘이러시면 안 됩니다,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라며 머리를 땅에 박을 제안을 강림은 서슴없이 얘기했다.
그 제안을 받은 수아는 경계심이 더욱 심해졌다.
“나, 난 미, 믿지 않아. 흐윽, 침략자의 마, 말 따위 들을 까…하오오옥?”
고개가 뒤로 젖혀진다. 그 상태로 몇 초간 경직된 수아는 몸을 푹 숙였다. 강림의 몸을 감싸던 사지도 아래로 축 늘어졌고, 꼬리도 귀도 마찬가지였다. 보지 입구에 꽂힌 기둥을 타고 정액이 흘러내렸다.
“흐으윽, 무작정 가, 강간하는 놈에게 내가 뭐가 좋다고 믿어?” “그야 네가 도망치려 했으니까.”
아트리아를 무력화시킨 이후 강림은 수아를 설득할 생각이었다. 방해꾼이 사라졌으니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수아는 도망치려 했다. 슬금슬금 눈치를 보다가 강림과 눈이 마주치자 바로 마을 쪽으로 도망치려 했다.
이를 본 강림은 수아를 붙잡았고,
‘이거 놔, 이 강간마!’
손톱으로 자신을 할퀴는 수아를 제압하기 위해,
‘이거…흐이이이익?’
강림은 자지를 삽입할 수밖에 없었다.
“네가 도망만 안 갔다면 이러지도 않았을 거야.” “그, 그걸 말이…흐오오옥?”
멈췄던 고기 기둥이 다시 상하 운동을 반복하자 수아는 다시 교성을 질러댔다.
“흐이이익, 하오오옥, 나, 난 믿지 않아….”
쾌락에 잠식당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수아는 강림을 향해 쏘아붙였다.
“네, 네가 무, 무슨 말을 해도 난 절대 믿지 않을 거야!” “그러면….”
강림은 수아의 귀에다 대고 속삭였다.
“날 믿어주면 안 되냐?” “뭐?” “달라지려는 날 믿어주면 안 되냐고.”
진심 어린 마음으로 강림은 말했다.
“난 달라지고 싶어. 달라지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거야.” “….” “그러니 속는 셈 치고 믿어주면 안 될까?”
이건 설득이 아니다. 그냥 밀어붙이는 것에 불과하다. 매우 험악한 관계인데, 무작정 믿어달라고 하면 누가 믿어줄까? 개수작 부리지 말고 꺼지라는 소리만 들을 거다.
그래도 강림은 밀어붙일 생각이었다. 아니, 밀어붙일 수밖에 없었다.
“내가 한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옆에서 지켜봐 주라.”
이 답도 없는 핵폐기물 몸뚱이에서 빙의된 이상 그것 말곤 답이 없다. 무슨 말을 해도 사람들은 믿어주질 않으니 막무가내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
“만약 내가 약속을 어기면 날 죽여도 좋아.”
이렇게라도 하면 분명 믿어줄 거다. 아니, 믿게 할 거다. 사지가 갈기갈기 찢어지는 최후 따윈 맞이하고 싶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내 말 좀 믿어줘.” “….”
어떤 말도 오고 가지 않는다. 오직 허리를 들썩이는 소리와 살과 살이 부딪치는 소리만 들릴 뿐.
잠시 뒤, 수아는 입을 열었다.
“그래, 믿을게.”
그 말에 강림은 표정이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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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녀석. 그 말을 믿어?’
수아는 강림의 말을 믿을 생각이 없었다.
‘목에 이게 달린 이상 저주는 쓸 수 없어.’
여전히 수아는 강림을 죽일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침략자인 강림을 용서할 수 없으니까. 그런 만행을 저지른 강림을 반드시 처단할 거다. 죽은 전사들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할 거다.
그러기 위해선 녀석의 호감을 사야 한다.
‘이 녀석, 뭔가 이상해.’
침공 당시에는 악마 그 자체였다. 자신의 부탁을 싹 다 무시하고 자기 멋대로 살육을 벌였다. 분노한 수아가 달려들었지만, 그대로 목이 잡혀 교살당할 뻔했다.
이때, 이런 말을 들었다.
-훌륭한 모판이구나. 아주 잘 써주마.
그런 쓰레기가 갑자기 착해진다고? 웃기는 소리다. 착해진다면 뭐하러 이곳을 침공한단 말인가? 놈의 위선에 진짜 구역질이 난다.
어쩌면 착해진다는 말도 거짓말일 거다. 자신의 마음을 얻는 척하면서 뒤통수를 날릴 거다. 분명 살아남은 동족들도 노예로 삼겠지. 그런 걸 수아는 용납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러니 죽인다. 호감을 사서 녀석의 방심을 유도하고, 놈을 목을 노린다. 저번에는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할 거다.
그러기 위해서라면,
“흐옥, 호오옥, 흐이이익, 히이이익!”
자신의 몸뚱이를 이 쓰레기에게 내주는 것도 할 수 있다. 어차피 임신은 힘드니 별걱정은 안 해도 될 거다.
“흐아악, 하아아악, 하아아아앙!”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성욕을 매일 감당하는 게 살짝 두렵지만.
‘바, 반드시 복수한다. 반드시, 반드시, 반드시!’
또다시 절정에 이르면서도 수아는 속으로 굳게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