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9 - 9화- 건방진 비서에게 벌을 줍시다
“자, 어서 먹어주세요, 어서, 어서….”
도발하듯이 엉덩이를 실룩거리는 아트리아. 그걸 본 강림은 침을 꿀꺽 삼켰다.
‘이 개 같은 년. 이렇게 나온다 이 말이지?’
나올 때부터 불만이 가득 차 있다는 걸 강림을 알고 있었다. 자신을 먹질 않고 수아를 먹겠다고 선언한 순간부터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싸늘했다. 마치 아내인 자신을 놔두고 다른 여자와 눈이 맞은 것에 화를 내는 듯한 느낌이랄까? 왜 저렇게 보는지 강림은 이해할 수 없었다.
기분에 따라 어느 여자든 다 따먹는 남자라는 걸 본인 입으로 말한 주제에, 왜 저렇게 불만인 걸까? 주인이라 불린 자가 여우를 먼저 먹겠다고 선언하면 곧이곧대로 따라야 하거늘, 고작 그런 이유로 화를 내는 걸까?
고작 순서를 지키지 않아서? 참으로 가당치도 않다. 아무리 순서를 정한다 해도 선택하는 것은 주인. 오직 주인 마음이다. 노예들 맘대로 정한 순서 따위 맘대로 뒤엎을 수 있다.
그걸 알면서도 저러다니. 설마 수아가 또 자신을 암살할 거라고 여기는 건가? 그래서 수아의 마음을 얻겠다는 것에 크게 반대하는 건가? 언젠가 자신의 뒤통수를 후려칠 놈이니까?
유감스럽게도 강림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구미호 수아를 함락시킬 수 있다. 함락시킬 수 있으니 녀석의 마음도 얻어낼 수 있다. 이 우람한 자지를 이용하면 그 어떤 철벽도 무너뜨릴 수 있다. 알아서 실실 기겠지.
그걸 아트리아 저 새끼도 아는데, 감히 수아를 죽이려 들어?
정말 괘씸한 여자다. 용서할 수 없는 여자다. 감히 주인의 뜻을 거스르다니. 직접 자신이 손수 처단을….
‘잠깐, 잠깐, 잠깐!’
강림은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내가 왜 그리드 새끼랑 똑같은 생각을 하는 거지?’
수틀리면 여자를 죽인다. 따먹는 상황에서도 뭔가 불쾌하면 목을 꺾어버린다. 반항했다는 이유로 그 자리에서 심장을 뽑아버린다. 아무리 외모가 좋아도 거슬린다는 이유로 갈아버리는 녀석이 바로 그리드다.
그런 녀석과 똑같은 방식을 생각하다니. 왜 이러는 거지? 달라져야 하거늘, 왜 이러는 거야? 왜 녀석이 하는 행동이 정당하고 생각하는 거지?
‘나는 강림이야. 정강림이라고. 그리드가 아니란 말이야.’
그렇게 되뇌어도 머릿속의 혼란이 진정되는 일은 없었다.
“주인님, 어서 박아 주세요. 박아달라고 자지가 발딱 서 있잖아요?”
우뚝 솟아오른 자지를 가리키며 아트리아는 다시금 재촉했다.
“안 그러면 이 여우 년이 어찌 될지 저도 모릅니다.” “꺼어어억….”
팔꿈치에 더 힘이 들어가자 수아의 입에서 숨이 꺼져가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으으….”
이대로 당할 순 없다. 수아는 요력을 모으기 위해 집중했다. 강림에게 겁탈당하느라 힘도 뭐고 제대로 쓸 틈도 없었지만, 이번에는 아니다. 요력을 최대한 끌어모은 수아의 양손에 불꽃이 피어올랐다.
“응, 그건 안 돼.”
-철컥!
갑자기 뭔가 잠기는 소리가 들린 건 그때였다.
“어?”
양손에 모이던 불꽃이 사라졌다. 체내에 모이던 요력도 마찬가지였다. 당혹스러워하던 수아는 자신의 목에 두꺼운 쇠고랑이 달려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이건….” “노예들에게 쓰는 목걸이란다.”
아트리아는 친절하게 설명했다.
“그걸 착용한 노예는 어떤 기술도 쓰질 못해. 네놈들이 즐겨 쓰는 요력도 마찬가지지.” “무, 뭐라고?” “혹시나 해서 가랑이 사이에 압축한 상태로 가져왔지.”
수아는 반동분자다. 언제든 주인님의 목을 노릴 수 있는 자다. 그러니 미리 족쇄를 채우는 게 낫다.
그래서 아트리아는 미리 쇠고랑을 압축 마법으로 작게 만든 뒤, 가랑이 사이에 숨겼다. 숨기고 때를 기다렸다. 기다린 끝에 기회가 찾아왔고, 아트리아는 즉시 쇠고랑을 수아의 목에 채웠다.
이제 수아는 평범한 여우에 불과했다. 더는 저주를 이용해 주인님을 위기에 빠뜨리지도 못할 거다.
“그러니까….” “윽?”
갑자기 아트리아가 결박을 풀었다. 풀고, 수아를 뒤집었다. 뒤집고, 몸을 포갰다. 수박처럼 커다란 두 쌍의 젖통이 서로 맞물린다. 수아가 두 다리로 허우적대자, 아트리아는 양다리를 이용했다. 가슴과 마찬가지로 두 다리를 맞물리고, 쫙 벌린다. 꿀물로 번들거리는 두 개의 구멍이 강림 앞에 대령했다.
“사이좋게 주인님의 밥이 되자.” “우, 웃기지 마! 내가, 내가 저런….” “나도 싫어. 주인님을 죽이려 했던 널 당장 죽이고 싶거든.”
하지만, 라고 아트리아는 운을 뗐다.
“안타깝게도 우리 주인님은 널 원하셔. 우리가 아무리 반대해도 끝까지 널 취하려 들겠지. 원래라면 그냥 죽였겠지만.”
예전의 그리드라면 당장 수아의 목을 척추와 함께 뽑아버렸을 거다. 자신에게 거스르는 자는 전부 다 죽이는 게 그리드의 방식이었으니까. 자신이 살던 고향을 불바다로 만든 직후 그리드는 그런 식으로 살아왔다.
그 삶에 지금의 그리드는, 아니 그리드의 몸을 차지한 이방인은 반대한다. 그리드와는 다른 인생을 살겠다고 아우성치고 있다.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 지금 그리드가 이 세계에서 어떤 별명으로 불리고 있는지 잘 알고 있는 아트리아에게 있어선 어처구니없는 얘기였다.
그래서 아트리아는 알려주고 싶었다. 그리드 님의 삶을 따라가는 것만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그것 말곤 선택할 방안은 아무도 없다고.
그리고 동시에,
“다행스럽게 여겨. 저분이 저러지 않았다면 넌 그 자리에서 죽었을 거야.”
같은 길이라도 다른 선택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걸 아트리아는 강림이 깨닫기를 바랬다.
“간신히 건진 목숨. 주인님을 위해 써야 하지 않겠니?” “개떡 같은 소리 하지 마! 누가 저딴 놈을 위해….” “주인님, 준비는 완료되었답니다.”
수아의 말을 깔끔하게 무시하고 아트리아는 얼른 오라고 소리쳤다.
“얼른 박아 주세요. 네? 아트리아의 천박한 보지는 주인님의 자지를 원한답니다.” “저,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강림은 물었다.
“이렇게 할 거면 왜 도발한 거야?” “그래야, 제 차례가 오니까요.”
아트리아는 몸을 위로 아래로 움직였다. 맞물린 가슴들도 이에 맞춰 잔잔한 파도처럼 흔들렸다.
“좋아하는 여자를 구하기 위해 절 쓰러뜨린다. 하지만 현재 주인님은 폭력을 쓰기 싫어하신다. 그런 주인님이 쓰실 무기는 자지뿐이다.” “….” “그런 자지에게 빨리 먹히려고 일부러 연기했답니다. 저 잘했죠?” “아, 그래. 정말 잘했어. 정말로 잘했어.”
칭찬하는 것 치고는 말이 너무 딱딱했다. 감정이라곤 일도 없는 손뼉까지 치며 강림은 다가왔다.
“건방지게 그런 짓을 했으니 상을 줄게.” “네네, 얼른 주세요!”
강림은 양손으로 아트리아의 푸짐한 엉덩이를 붙잡았다. 상하로 나와 있는 두 개의 구멍 중 위쪽을 향해 귀두를 조준했다.
“흐윽?”
사전 예고도 없이 강림은 자지를 쑤셔 넣었다.
“흐옥, 호옥, 호오옥, 호오오옥!”
뿌리까지 전부 다 삽입했다.
“흐오오옥, 호오오옥, 호오오오옥!”
자궁구를 뚫어버릴 기세로 미친 듯이 쑤신다. 쑤시면서 오는 고통에, 고통을 동반한 쾌락에 아트리아는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 너무 좋아서,
“후읍?”
눈앞의 여우 년과도 키스하고 싶었다.
“후윽? 후으읍, 후으으읍!”
기습 키스에 수아는 제대로 반응하질 못했다. 자신의 입안을 마구 헤집고 다니는 아트리아의 혀를 수아는 깨물려고 했다.
“후읍, 후읍, 후읍, 후읍….”
그래야 하거늘, 자꾸만 몸이 나른해진다. 이상하리만큼 포만감이 생긴다. 이대로 받아들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저 쓰레기의 정액을 받아들인 것처럼.
“푸하, 너 이상하다 생각했지?”
입술을 뗀 아트리아가 그 이유가 뭔지 알려줬다.
“실은 말이야. 내 몸도 주인님과 똑같아.” “똑…같다고?” “내 침도 주인님과 똑같은 효능을 낼 수 있도록 개조했거든.” “뭐?”
아트리아는 자랑스럽다는 듯이 대답했다.
“내가 마지막까지 배신하지 않았기에 주인님께서 선물을 하사해주셨지.” “서, 선물이라고?” “그래.”
가주의 명으로 주인님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았으나, 동정이 생겼다. 동정이 생기는 바람에 가주의 명을 거부했고, 주인님을 따랐다. 나중에 진실이 밝혀졌어도 주인님은 그런 자신을 받아들여 줬다.
그래서 이 축복을 받을 수 있었다.
“오직 나만이 가질 수 있던 특권이지지이이이익?”
강림이 육봉을 깊숙이 밀어붙이자 아트리아의 허리가 약간 휘어졌다.
“뭐라 중얼거리는 거야?”
허리를 열심히 흔드는 강림이 물었다.
“노예라면 노예답게 가만히 있으라고!” “하앙, 하앙 예, 예!”
귀두가 자궁구를 닿을수록, 자지가 자궁구를 밀어낼수록 아트리아는 점점 더 흥분했다. 흥분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눈앞에 있는 이 여우 년의 입술도 당장 탐하고 싶었다.
“후읍?”
그러니 또 먹는다.
“후윽, 후읍, 후으읍, 후으으읍!”
여우 년의 입술, 이빨, 입천장, 혀, 혀로 닿을 수 있는 모든 부위를 핥는다. 핥고, 핥고, 또 핥아서 맛있게 먹어 치운다. 수아가 벗어나려고 해도 아트리아는 더욱 얼굴을 가까이 들이댔다. 들이대고 혀를 목구멍 안으로 깊숙이 집어넣었다.
‘아, 안 돼….’
또 나른해진다. 이대로 가면 안 되는데. 버텨야 하는데. 이런 놈들의 노리개로 전락할 순 없는데. 왜 버틸 수 없는 거야?
아트리아의 타액이 강림의 타액과 마찬가지로 고농도의 미약이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수아는 광기에 빠질 때까지 전혀 깨닫질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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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으으윽, 흐으으으….”
아트리아는 고개를 푹 숙였다. 쓰러진 아트리아를 강림은 옆으로 눕혔다. 비서의 아랫배는 정액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아아, 정액이다. 정액이야….”
볼록 튀어나온 배를 아트리아는 자랑스러운 듯이 쓰다듬었다.
“이번에는 누가 나올까? 아들일까, 딸일까? 벌써 기대된다.” “한다고 바로 임신하냐?” “네.”
강림의 질문에 아트리아는 대답했다.
“바로 착상할 수 있도록 개조되었거든요.” “너 말고 다른 여자들도?” “네, 그리고 주인님도 마찬가지이고요.” “들으면 들을수록 정말 기가 차네.”
이것도 개조. 저것도 개조. 개조, 개조, 개조. 개조하지 않은 곳이 없다. 이 쓰레기는 어디까지 개조한 걸까? 게임에서 나온 것 이상으로 해온 걸까? 앞으론 또 어떤 걸 개조했다고 나올까?
과연 그게 뭐가 될지 강림은 살짝 불안했다.
“만약 임신하면 어찌 되는 거야? 휴가라고 줘야 해?” “아뇨, 탈리아의 실험실로 가야 해요.” “실험실?”
뜬금없는 실험실 얘기에 강림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거기는 왜….” “그곳에 가면 바로 만삭이 될 수 있어요.” “뭐?”
그런 게 가능합니까? 두 눈이 휘둥그레진 강림을 보며 아트리아는 수줍은 듯이 미소를 지었다.
“탈리아와 주인님의 협력 덕분에 가능해졌어요. 가능했기에 우리가 일개 해적이 아닌, 대함대를 가질 수 있게 되었죠.” “….”
이제야 떠올렸다.
게임 이야기 내에서 그리드가 어떻게 병력을 충원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나왔다. 지금 아트리아가 설명하는 것처럼. 실제 삽화까지 동원하며 병력을 제조하는 공장이 어찌 굴러가는지 나왔다.
그 방식대로라면 바로 아이를 낳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불쾌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네.”
옆에서 듣고 있던 수아가 경멸 어린 어조로 말했다. 그녀의 몸은 정액과 땀으로 뒤섞여 있었다. 조금 전까지 아트리아와 진한 키스를 나눴기에 얼굴에 난 홍조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녹색 동공은 여전히 독기로 가득 차 있었지만 말이다.
“저기, 수아야.” “친근하게 굴지 마!”
다가오는 강림을 향해 수아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내 모든 걸 빼앗은 주제에 이번에는 또 뭘 가져가려는 거야!” “….”
강림은 아무 말 없이 수아를 쳐다보았다. 잠시 뒤, 입을 열었다.
“저기, 수아.”
그 입에서 나온 건 가히 충격적이었다.
“나랑 결혼해줄래?” “하아?”
말도 안 되는 사실에 수아는 물론이요, 옆에서 듣던 아트리아도 크게 기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