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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하라, 지배하라, 진짜 보스가 되어라-7화 (8/344)

Chapter 7 - 7화- 구미호는 원수에게 농락당합니다

‘수인 연합?’

여우섬에 호랑이족 사자가 방문했다. 사자는 수장 타이가 쓴 서찰을 수아에게 건네줬다.

서찰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수인 연합에 들어와라. 우리 수인들을 노예로 삼으려는 해적들이 나타났다.]

‘해적? 고작 해적 나부랭이들을 상대하겠다고 굳이 연합을….’

이 세계는 수많은 섬으로 이루어진 군도다. 오직 선박이라는 수단을 통해 서로 왕래할 수 있는 곳이다.

군도의 남서쪽은 작은 섬들이 밀집되어 있으며, 그 섬들을 수많은 수인이 터전으로 삼고 있다.

여우섬도 남서쪽에 있는 작은 섬 중 하나이며, 구미호들이 주민으로 살아가고 있다.

‘호랑이족이라면 냉큼 없애버릴 수 있는 거 아니야?’

자연재해, 외세의 침략 등 수인 사회에 중대한 위기가 발생하지 않았을 경우, 서로의 영토에 간섭하지 않는다. 자기 영토 내에서 발생한 문제는 자기들이 알아서 해결한다. 그것이 수인들이 맺은 협약이었다.

그런 협약이 있는데 어째서 해적 소탕에 힘을 합치자고 얘기하는 걸까? 해적이라 해봤자 조각배 몇 척으로 섬을 약탈하려는 벌레들에 불과한데. 왜 연합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거지?

‘왜 타이가 이런 제안을….’

호랑이족 타이는 이런 부탁을 할 정도로 약해빠진 놈은 절대 아니다. 무슨 문제든 자신 혼자 해결하려는 여장부다. 그런 여장부가 뭐가 좋다고 연합에 가입해달라고 서찰까지 보낸 걸까?

그렇게 생각했던 수아는 사신이 전해온 얘기를 듣고는 표정이 굳어졌다.

‘토, 토끼섬과 들소섬이 함락되었다고?’

토끼족들이 사는 토끼섬과 들소족들이 사는 들소섬이 함락되었다. 수인 중 가장 큰 세력을 가진 세력은 다섯 종족이다. 토끼, 들소, 호랑이, 구미호, 그리고 악어. 토끼족과 들소족은 다섯 종족에 속한다. 만약 전쟁이 벌어지면 호랑이족과 함께 선봉에 서서 싸울 정도로 용맹한 자들이다.

그런 두 종족이 패배했다고? 고작 해적 나부랭이들에게? 다음 사신이 전해주는 말에 수아는 더더욱 믿을 수가 없었다.

‘바다 위에 성이 떠다닌다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 그딴 게 세상에 어디에 있어!’

해적들이 성을 가지고 있다. 바다 위에 둥둥 떠다니는 성을. 여전히 범선이 주된 교통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이 시대에 철선이라는, 시대를 너무나 앞질러 간 문물에 대한 개념이 수인들에게 없었다. 개념이 없었기에, 철선을 단순히 바다 위를 떠다니는 요새라고 여겼고, 그 요새에 토끼족과 들소족이 참패했다고 여겼다.

‘타이에게 전해. 수인 연합에 들어가겠다고.’

여전히 믿을 수 없지만, 신경은 쓰인다. 어떻게 해서 토끼족과 들소족이 참패했을까? 일개 해적 나부랭이에게 당할 위인들은 아닌데.

이유가 어찌 되었든, 그 해적들이 두 섬을 점령하고, 주민들을 노예로 삼은 건 사실이다. 그러니 수아도 대비해야만 한다. 자신의 동족들을 지킬 수단을 마련해야만 한다. 얕잡아보고 패배하기보단 미리 손을 잡는 게 낫다. 수아는 호랑이족의 동맹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 날.

‘이, 이놈들은 뭐야?’

여우섬은 침공당했다. 수십 척에 달하는 해적 대함대 <더 퀸즈>가 사방팔방으로 공격을 퍼부었다.

구미호족들은 즉시 대응에 들어갔으나, 역부족이었다.

해적들을 소탕하기 위해 출전한 소수의 전투함은 교전을 벌인 지 몇 분도 되질 않아 전부 물고기 밥이 되어버렸다.

섬에 상륙한 침략자들을 격퇴하기 위해 전사들이 나섰으나, 참패했다. 일개 해적 주제에 인간들의 왕국을 지키는 기사들처럼 질서정연한 전술로 구미호족들을 몰아붙였다. 요력을 써서 이들을 공격해도 이에 대응하는 마법사들이 너무나 많았다. 수적으로도, 질적으로도 구미호들이 압도적으로 불리했다.

이를 보고 수아는 깨달았다. 왜 타이가 자존심을 굽히면서 동맹을 제안했는지.

이건 전투가 아니다.

일방적인 학살에 불과했다.

‘설화야, 도망쳐!’

결국 마을은 함락당하고, 구미호들 대부분이 포로로 붙잡혔다. 수아 역시 마찬가지. 하다못해 자신의 여동생만이라도 탈출시키기 위해 수아는 필사적으로 싸웠다.

간신히 설화는 도망쳤으나, 수아 본인은 그리드의 노예가 되고 말았다.

‘아아아악! 하지 마, 하지 마아아아아!’

그리드는 수아가 임신하기를 원했다. 자신의 아이를 잉태하기를 원했다. 자신의 피와 구미호의 피가 섞인 최강의 전사가 태어나길 원했다.

그런 추잡한 소망을 이루기 위해 수아는 강제로 개조당했다. 강제로 옷이 벗겨지고, 의자에 구속된 상태에서 수상한 약물이 든 주사기가 하복부에 꽂혔다.

배란 주기를 앞당기는 약이라고 했다. 앞당겨서 임신을 빨리빨리 할 수 있는 효능이 있다고 들었다. 잘만하면 다산도 가능하다고, 잘만하면 구미호족들을 대량 생산하는 것도 가능할 거라고. 더벅머리 여자가 그리 설명했다.

그 말을 들은 수아는 기겁했다.

자신을 단순히 가축으로 취급하다니. 하늘도 두렵지도 않은 놈들인가? 이런 게 정말 용납될 수 있다고 보는 건가? 자신이 곧 그런 처지가 된다는 사실에 수아는 두려우면서도 다짐했다.

‘반드시, 반드시 죽일 거야.’

그리드를 죽인다. 죽여서 동족을 구원한다. 모두를 노예로 전락하게 놔두지 않을 거다. 자신이 목숨을 걸고서라도 반드시 그놈을 죽인다. 반드시 죽여서 우리의 삶을 되찾을 거다.

그 계획은 성공했다.

‘됐다, 됐어! 드디어 죽였다!’

그리드는 죽었다. 목숨을 걸고 건 저주에 그리드는 피를 토하며 죽었다. 악의 원흉을 죽인 것에 수아는 크게 환호했다.

‘죽였어. 이제 다들…어?’

순간, 수아는 당황했다.

‘여, 여긴 어디야?’

분명 녀석의 침대 위에 있었을 덴데. 분명 침대 위에 녀석의 시신이 있어야 하는데.

어디로 사라졌지? 왜 사방이 어두운 거지? 당혹스러워하던 수아는 갑작스러운 복통에 시달렸다.

‘흐윽? 왜, 왜 배가….’

복통은 점점 심해지고, 고통이 심해지는 만큼 배도 점점 부풀어 올랐다.

‘이, 이게 뭐야. 왜, 왜 배가, 배가 왜….’

배는 계속 부풀어 올랐다. 두 팔과 다리를 허우적거릴 정도로,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지경까지 더, 더, 더 부풀어 올랐다. 부풀어 오르는 배에서 조금씩 균열이 생겨갔다.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거지? 그리드를 죽였잖아. 그러면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그렇게 끝나야지. 왜 이렇게 되는 건데!

배에서 일어난 균열은 점점 커지더니,

‘안 돼에에에에!’

펑, 하고 터져버렸다.

그 직후, 수아는 정신을 잃었다.

●●●

“으음….”

수아는 천천히 눈을 떴다.

‘꾸, 꿈이었나?’

그리드를 죽이는 소망을 이뤘는데, 갑자기 배가 터져 죽었다. 진짜로 죽는 줄 알았는데, 살아있다는 것에 수아는 크게 안도했다.

‘그, 근데….’

왜 이리 아랫배가 아프지? 무언가 퍽퍽 박히는 소리가 들린다. 배에 뭔가가 들어가 있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이상하리만큼 몸이 따뜻하고, 이상하리만큼 몸이 나른해진다. 이대로 푹 익어버리고 싶다는 생각마저 든다.

두 다리를 쭉 뻗고 자고 싶다. 근데, 어째선지 다리가 오므라지지 않는다. 무언가에 고정된 것처럼 꼼짝도 하질 않는다. 그리고 왜 이렇게 몸이 흔들리는 걸까? 눈앞에 보이는 저 그림자는 대체 뭐지?

의식을 회복한 수아의 시야는 조금씩 선명해졌다. 흐릿하게 보이던 검은색 그림자가 조금씩 사람 형태를 갖춰갔다.

그리고, 보았다.

“어?”

검은색 머리칼을 가진 사내. 탐욕이란 감정이 흑색 동공에 가득 담겨 있는 사내.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혐오스러운 남자가 눈앞에 있었다.

그걸 본 수아는 깨달았다.

“아….”

그리드는 죽지 않았다. 이미 절벽에서 생존했다는 걸 확인했다.

그 그리드가 지금 자신을 강간하고 있다. 흉악하기 그지없는 기둥으로 자신을 유린하고 있다. 볼록하게 튀어나온 자신의 아랫배를 본 수아는,

“싫어, 싫어어어어!”

비명을 질렀다.

“싫어, 싫어, 싫어어어어어어!”

왜 자신이 이 녀석에게 겁탈당하고 있는 거지? 왜 자신이 이 녀석의 아이를 가진 거지? 임신한 게 아니라 정액으로 인해 배불뚝이가 된 것에 불과함에도 오해하기에는 충분했다. 수아를 공포에 빠뜨리기에도 충분했다.

“이, 이 망할 새끼야! 감히, 감히 날!”

당장 그리드를 죽일 작정으로 수아는 몸을 일으켰다. 아니, 일으키려고 했다.

“안 돼.” “윽?”

알몸뚱이의 여자가 수아를 막았다. 양손으로 수아의 두 팔을 붙잡고 모래밭에 고정했다. 보라색 머리의 여성, 아트리아는 한심하다는 얼굴로 수아를 내려다봤다.

“지금 주인님이 널 치료해주는 중이잖아? 방해하면 안 되지.” “치, 치료?” “그래, 너도 느껴지지 않니? 네 몸이 따뜻해지는걸?”

노려보는 수아를 응수하듯이 아트리아는 설명했다.

“아까 너는 죽어가는 중이었어. 바닷물에 빠지는 바람에 정신도 차리지 못했지. 그런 너를 구해준 게 바로 주인님이야.” “무, 뭐라고?”

이 미친놈이 날 구했다고? 수아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강림을 쳐다봤다. 강림은 쑥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너를 회복시키기 위해 널 먹고 있는 거란다.” “이, 이딴…흐윽, 회, 회복이라고?” “그래.”

신음을 삼키는 수아를 향해 아트리아는 말했다.

“주인님 정액에는 특별한 기능이 있거든? 그 기능 덕분에 넌 살아난 거야.” “그, 그래서 이런 지, 짓을 저지른다고?” “응. 너도 이제 알게 될 거야.”

아트리아는 얼굴을 가까이 들이댔다.

“주인님의 노예가 된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웃기지 마! 그런 걸 받아들일…후읍?”

수아는 그 이상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후윽? 후읍, 후으읍, 후으으읍!”

아트리아가 입술을 빼앗았으니까. 억지로 수아의 입을 열어젖힌 아트리아의 혀는 그대로 비집고 들어왔다. 도망치려는 수아의 혀를 붙잡고 쪽쪽 빨아댔다.

“후읍, 후윽, 후으윽, 후으으으읍!” ‘뭐야, 이거, 이 느낌은 뭐야? 왜 이렇게….’

나른해지는 걸까? 박히는 것뿐만 아니라 키스하는 것만으로도 가버릴 것 같다.

왜 이런 기분이 들지? 기분 나빠야 하는데, 그래야 하는데, 왜 웃음이 절로 나오려는 걸까? 앞으로도 뒤로도 공략당하는 수아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제, 쌀 것 같네.”

강림이 그리 말했다.

“자, 수아야. 내 사랑을 듬뿍 받아줘!” “후윽, 후으윽, 후으으읍!”

싫어, 싫어, 싫어, 싫어! 네놈의 아기는 가지고 싶지 않아. 가지고 싶지 않다고!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싶어도 아트리아가 입술을 봉하고 있는 이상 소리를 지르는 건 불가능했다. 강림과 아트리아에게 붙잡힌 이상 빠르게 허리를 놀려대는 그를 막는 건 불가능했다.

“그런 간다!” “후윽, 후으윽, 후으으읍!”

강림이 있는 힘껏 찍어댄 끝에,

-푸슝, 푸슝, 푸슝, 푸슝!

걸쭉한 정액이 자궁 내에 흘러 들어갔다. 볼록했던 아랫배도 조금씩 커졌다. 아트리아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입술을 뗐다.

“아아, 아아….”

수아는 경직된 상태로 부들부들 떨었다. 그렇게 떨다가,

“아아악, 아아아아아앙!”

갑자기 허리가 휘어졌다.

“하으으윽, 후오오옥, 호오오옥!”

뜨겁다. 뜨겁지만 따뜻하다. 따뜻하면서도 포근하다. 포근하면서도 너무나 황홀하다. 단순히 질내 사정을 당한 것에 불과한데 왜 이렇게 기분이 날아갈 것 같지? 주인의 기분을 나타내듯이 귀가 쫑긋해지고, 아홉 개의 꼬리도 부채처럼 확 펼쳐졌다.

“후오오옥?”

그 모습을 강림은 방치하지 않았다.

“흐익, 후옥, 흐이익, 히이이익!”

다시 허리를 놀려댄다. 멈췄던 고기 기둥이 다시금 자궁구를 두들기자 수아는 온갖 교성을 내질렀다. 귀두가 자궁 입구를 안으로 밀어붙일수록, 구미호의 교성도 하늘을 찔렀다.

“후익, 하오, 호옥, 호오오옥!”

멈춰야 하는데, 도망쳐야 하는데,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그냥 이대로 빠져버리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어째서지? 왜 이 미친놈에게 안기고 싶은 거지? 죽여야 하는데, 왜 떨어질 수 없는 거지? 어째서, 왜, 왜, 왜, 왜….

“하오오오옥! 그만, 그만, 그마아아아아안!”

그렇게 울부짖어도 강림이 수아를 놓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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