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896화 (897/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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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웅 사관 학교 (6)

수면 마법에 제대로 걸린 오현민은 결국 다음 날 점심에서야 일어났다.

그렇게 기상하자마자 보여준 그의 표정에는….

“내가… 잠들었었어…?”

염라대왕에게 지옥 판결을 선고받은 듯한 절망이 가득 담겨 있었다.

나는 소파에서 헐레벌떡 일어나는 오현민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제야 일어나셨어요? 술이 약하신가 보네요.”

내 비웃음이 가득 담긴 인사에도 불구하고 오현민은 전혀 개의치 않고 내게 다급하게 질문을 건넸다.

“혜, 혜민이는 어디 있어!?”

“아, 혜민이라면….”

내가 그렇게 오현민에게 대답하려는 순간이었다.

철컥.

“어? 오빠 일어났어?”

황민서가 화장실 문을 열고 나오는 중이었다.

오현민은 황민서를 보자마자 바로 그녀에게 달려가서는 어깨를 잡고 다급하게 물었다.

“혜, 혜민아! 괜찮아?”

“괜찮냐니? 그건 내가 물을 말인데. 오빠야말로 숙취 괜찮아?”

“나, 나는 괜찮아!”

“그럼 다행이네. 오빠 그렇게 술이 약할 줄은 몰랐네.”

황민서는 그렇게 말을 돌리며 오현민의 주의를 분산시켰다.

나는 황민서가 말빨로 오현민의 정신을 빼놓는 것을 보며 속으로 웃었다.

‘하긴 저렇게 말빨이 좋으니까 오현민을 꼬신 거겠지.’

황민서는 연애 상대로 괜찮은 여자이지만, 결혼 상대로는 굉장히 불리한 조건을 갖춘 여자였다.

가족도 없고.

재산이 많은 것도 아니며.

더 나아가서 영사관 출신과 같은 엘리트 출신도 아니었다.

그런 그녀가 오현민 같은 영웅과 결혼할 수 있었던 건 조직의 뒷배와 화려한 화술 덕분일 것이다.

황민서는 대충 오현민의 정신을 분산시켜 놓은 뒤에….

“나 먼저 씻을게.”

그렇게 말하며 혼자 욕실로 들어가 버렸다.

오현민은 그렇게 말하며 욕실로 들어간 황민서의 뒷모습을 보며 양손을 꽉 쥐고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외간 남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놓고 욕실에서 씻고 나오겠다고 말하는 새신부.

누가 봐도 이상하겠지.

나는 그런 오현민의 모습을 보며 계속 실실 웃었다.

‘그러길래 왜 그렇게 깝쳤니.’

오현민이 이렇게 된 건 자업자득이었다.

내게 적당히 시비만 걸었다면 황민서만 대충 한두 번 따먹고 그에게 적당히 토스해줬을 것이다.

아니, 시비조차 걸지 않았다면 관심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현민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상대방을 병신으로 만들려고 했으면 자기 자신도 병신이 될 각오도 해야지.’

오현민은 대련이라는 명목하에 나를 반 불구로 만들 각오까지 하던 녀석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오현민에게 어떠한 동정심도 들지 않았다.

오현민은 한동안 부들부들 떨며 분해하더니,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주변은 술병과 안주들이 굴러다니며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던 오현민의 고개가 멈춘 건….

“….”

나와 황민서가 섹스를 즐겼던 소파 쪽이었다.

오현민이 편히 자던 소파와 다르게 나와 황민서가 섹스했던 소파는 엉망진창이었다.

‘아까 일어나자마자 또 해서 상태가 엉망이네.’

오현민은 내 속마음을 읽었다는 듯이 고개를 돌려서 나를 바라봤다.

그러고는 갑자기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설마 치려나?’

나는 오현민의 인생을 파탄 나게 할 수 있는 패를 몇 개 가지고 있었다.

그런 내게 주먹질이라도 하는 순간… 오현민의 인생은 진짜 끝나게 되는 셈이었다.

나는 일단 무방비하게 기다려줬다.

오현민은 죽은 눈과 새하얗게 물든 얼굴로 내 앞까지 다가오더니….

“부… 부탁… 할게….”

고개를 푹 숙이며 생뚱맞은 소리로 운을 띄웠다.

“부탁하다뇨?”

“내가… 내가 다 잘못했어. 제발 여기까지 해줘. 부탁할게….”

“….”

솔직히 말해서, 전혀 불쌍해 보이지 않았다.

내게 한 짓이 있는데, 지금 와서 동정심이 생기는 것도 웃기니까.

상대방이 내게 칼을 휘두르고, 더 나아가서 총까지 쐈는데 용서하는 게 바보지.

그럼에도 나는 고개를 숙이고 바닥을 내려다보는 오현민을 보며 곰곰이 생각했다.

‘이쯤 할까.’

오현민에 대한 악감정과 별개로 나는 바쁜 몸이었다.

황민서가 아무리 마음에 든다고 해도 결국 내 몸은 하나였다.

이 정도면 적당히 즐겼으니 빠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아쉬움도 있었다.

‘어제 기껏 영상 찍어 놨는데. 버려야 하나.’

나는 어제 잠에 빠진 오현민 옆에서 황민서와 섹스하는 영상을 남겨 놓았었다.

나는 나와 황민서를 못 알아보게 영상을 편집한 뒤에 오현민에게 은밀하게 넘길 생각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발기 부전을 일시적으로 풀어줄 생각이었다.

과연 그는 편집된 영상 안에 있는 자기 부인을 알아볼 것인가.

더 나아가서 발기 부전으로 인해 쌓인 성욕을 도촬 영상에 해소할 것인가.

그게 궁금했다.

하지만….

‘일단 보류할까?’

결론은 보류였다.

영상을 못 쓰게 되는 건 아쉬웠지만, 이만하면 충분히 즐겼다고 판단했다.

나는 팔짱을 낀 채 실실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제가 너무 눈치 없이 굴었네요.”

오현민은 내 대답을 듣자마자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어!? 저, 정말… 가주려고?”

“네. 아무리 재미있더라도 신혼여행 중이니 눈치껏 빠져줘야죠.”

“그, 그래… 고마워….”

오현민은 마치 내게 은혜를 입은 것처럼 연신 감사 인사를 계속했다.

그런데 나는 잠깐이지만, 오현민의 얼굴에서….

‘…뭘까.’

기분 나쁜 감정의 기류를 포착할 수 있었다.

나는 일단 미소를 유지하며 오현민에게 말했다.

“일단 혜민이한테 인사는 하고 갈게요. 아무리 그래도 인사도 안 하고 가면 실례니까요.”

“그, 그래. 그렇게 해.”

오현민은 힘이 풀린 듯이 소파에 털썩 앉았다.

나는 다른 소파에 앉자마자 오현민에게….

‘역시 사람은 속마음을 정확히 보고 판단해야지.’

수면과 동시에 침몽을 시전했다.

***

성수호가 오현민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오현민 교관님,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즐거운 신혼여행 보내세요.”

“그, 그래. 너도 재미있게 놀아.”

오현민은 말을 더듬거리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에 비해서 최혜민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투덜거렸다.

“하아… 그냥 같이 놀아도 될 거 같은데.”

“에이, 신혼여행이잖아.”

“엥? 지금까지 잘 놀아놓고?”

“하하하! 내가 중간에 낀 건 두 사람이 어색한 거 같아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려고 한 거였지.’

오현민은 성수호의 대답을 듣자마자 잠깐 이마에 붉은 핏줄을 세웠다.

‘트러블 메이커겠지!!’

오현민에게 성수호는 분위기 메이커는커녕 신혼여행을 망가트린 주범이었다.

하지만 오현민은 그런 생각을 마음속 깊숙이 타오르는 분노의 장작으로 집어 던졌다.

‘나중에… 너는 내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면 그때 죽여 버릴 거니까 각오해라.’

오현민은 신혼여행을 마치면 진심으로 성수호를 죽일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

지금 당장은 최혜민과 발기 부전 쪽이 더 중요해서 넘어가겠지만, 성수호를 절대 가만둘 생각이 없었다.

‘약점이 잡혀 있는 한 평생 날 이런 식으로 가지고 놀 거야. 평생 이런 식으로 끌려다닐 수는 없어.’

오현민은 암살 의뢰까지 고려했다.

그렇게 오현민이 심연 깊숙이에 있는 분노를 조심스럽게 불태우는 중에 성수호가 마지막 인사를 건네며 떠나갔다.

“여기 크루선 선실은 내가 미리 돈을 냈으니까 더 즐기다 가세요. 그럼 저는 가볼게요!”

“힝… 잘 가….”

“조, 조심히 가.”

오현민은 그렇게 떠나가는 성수호를 보며 시멘트처럼 가득 채웠던 답답함이 일부분 떨어져 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드… 드디어 간다.’

그렇게 크루선 선실에는 성수호가 떠나가고 오현민과 최혜민만 남게 되었다.

오현민은 그렇게 성수호가 떠나가자마자 바로 최혜민에게 붙어서 웃기 시작했다.

“휴우, 드디어 갔네. 그치?”

“…그러게.”

최혜민은 툴툴거리듯 말했지만, 오현민은 최혜민의 태도를 크게 나무라지 않았다.

‘그 새끼만 갔으면 됐어.’

최혜민의 태도야 같이 다니면서 다시 풀면 그만이라고 판단했다.

“혜민아. 이제 점심시간이잖아. 나가서 같이 점심 먹자. 여기 크루선 식당도 괜찮은 곳 봐놨어.”

“…그래.”

최혜민은 투덜거리듯 대답한 뒤에 건성건성 나갈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오현민은 그런 모습의 최혜민을 보면서도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그 새끼만 없으면 돼. 그 새끼만….’

오현민은 그렇게 생각하며 최혜민과 같이 나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

..

성수호만 없으면 모든 게 완벽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밤이 되자마자 오현민은 그 생각을 다시 바꿀 수밖에 없었다.

오현민은 어둠이 짙게 깔린 하늘을 보며 외쳤다.

“혜민아! 어디야?”

당연히 그가 말하는 상대는 진짜 하늘이 아니었다.

그의 볼에 붙어 있는 휴대 전화였다.

(나… 자, 잠깐… 산책하러 나왔어.)

“이 새벽에 혼자 산책한다고!? 어딘데?”

최혜민은 오현민이 잠깐 누워서 잠을 자는 새벽에 몰래 빠져나간 것이었다.

오현민은 우연히 잠에서 깬 뒤에 최혜민이 사라진 사실을 알게 되었고, 저번과 다르게 그녀에게 바로 통화를 건 것이었다.

오현민의 다급한 질문에 최혜민은….

(그… 그건… 흐으읏….)

최혜민은 떨리는 목소리와 신음으로 대답했다.

‘아… 아냐. 그럴 리가 없잖아. 혜민이가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녀석이랑….’

오현민은 멀리서 성수호와 최혜민의 스킨쉽 장면을 봤음에도 현실을 부정하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세상이 영웅이라고 칭송하는 남자와 결혼했는데, 다른 남자에게 눈을 돌린다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어디야! 어디냐고!!!”

오현민이 큰 소리로 외쳤지만….

(흐으읏! 지금은 나 혼자 있어 싶어어엇!)

“혜민아!!!”

툭.

황민서는 교성과 같은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전화를 끊고 더 이상 오현민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씨발, 씨발!!”

오현민은 욕설을 내뱉으며 크루선을 배회했다.

아까까지 선상 파티로 시끌벅적하던 크루선도 지금은 휴식의 시간을 갖듯이 침묵에 잠식되어 있었다.

그렇게 사람 찾기 쉬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오현민은 결국 최혜민을 찾지 못했다.

장장 3시간을 넘게 말이다….

“씨발… 씨발….”

그렇게 욕만 입에 단 채 선실로 돌아가려는 순간이었다.

“어이, 거기 형씨.”

“??”

오현민은 갑자기 들려온 까슬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서 상대를 확인했다.

상대는….

“뭐야, 너는?”

망토를 쓰고 신분을 숨기고 있었다.

오현민은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공격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망토를 쓴 녀석은 손을 휘저으며 기분 나쁜 웃음을 흘렸다.

“어이구, 침착하시죠. 저는 당신과 싸우려고 부른 게 아니에요.”

오현민은 자세를 계속 잡은 채 목적을 물었다.

“…그럼?”

“제가 좋은 물건을 파는데, 형씨가 마음에 들어 할 거 같아서 불러봤어요.”

“흥… 개 소리를….”

오현민은 일단 정체불명의 존재…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별이 안 되는 목소리를 내는 녀석.

오현민은 일단 잡을 생각이었다.

괴인과 괴수가 난립하는 세상에서 저런 신분을 감추고 다니는 짓은 잡아달라고 애원하는 행위 중의 하나였다.

오현민은 일단 잡은 다음에 무슨 변명을 할지 기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선공은 상대방의 입으로 인해 무산되어 버렸다.

“형씨, 혹시 발기 부전 아닙니까?”

“뭐!? 무슨 개 소리를!!”

오현민은 공격이 아닌 오히려 변명하듯 욕설을 내뱉었다.

하지만 오현민의 태도는 생각보다 금방 진정할 수 있었다.

“너무 화내지 말아요. 여기에 생각보다 형씨 같은 사람이 많아요.

“…나 같은 사람?”

“신혼여행 왔더니 발기 부전인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

오현민은 그제서야 상대방이 자신을 조롱하기 위해 다가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한편으로 마음의 안식처를 얻은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그, 그래… 나만 그런 일을 겪을 리가 없지.’

자기 말고 다른 불행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낀 것이었다.

“목적이 뭐지?”

“말했잖아요. 형씨가 마음에 들어 할만한 물건이 있다고….”

성별이 불분명한 존재는 망토 안에서 꺼낸 물건을 바로 오현민에게 건네줬다.

“USB…?”

“그게 당신의 상태를 치료해줄 겁니다.”

“그게 무슨….”

상대는 오현민이 당황하는 모습에 별 관심 없다는 듯이 몸을 휙 돌린 다음에 떠나가기 시작했다.

단 두 마디를 남긴 채 말이다.

“처음이니까 무료로 드리죠. 저는 내일도 이 시간에 크루선을 배회하니까 또 원하면 같은 시각, 이 장소로 오세요.”

그는 그런 말을 남긴 뒤에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오현민은 이미 사라지고 아무도 없는 장소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일단 가자.”

오현민은 자신의 비밀스러운 치욕을 치료할 수 있다는 기대하자마자 상대에 대한 불신을 싹 지우고 바로 선신로 달려갔다.

선실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거실에 있던 티비에 USB를 꽂아서 내용물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뭐길래 이딴 게 내게 도움이 된다는….”

오현민이 그렇게 의심하면서도 USB 안에 있는 내용물을 실행시켰다.

그리고 영상 하나가 띄워졌다.

“이… 이게 뭐야…?”

(하아앙! 오, 오빠가 옆에 있어! 처, 천천히!! 하아앙!)

두 남녀가 소파 위에서 섹스하는 모습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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