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888화 (889/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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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웅 사관 학교 (6)

나는 레이라만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를 냈다.

“황녀님의 경사스러운 첫경험을 축하해줄 하객이지.”

“그, 그게 무슨….”

레이라는 당황해하며 주변을 둘러봤다.

혹시라도 내가 한 말을 누군가 들었을까 싶은 두려움 때문인 것 같았다.

다들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표정을 볼 수 없었지만, 조용히 있는 것을 봐서는 내가 한 말은 듣지 못한 것 같았다.

레이라는 다들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한 것 같은 분위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내가 달라붙어서는 귓가에 속삭였다.

“서… 설마 여기서 하자는 말은 아니겠지?”

내가 레이라와 알고 지낸 기간은 굉장히 짧았다.

하지만 그 짧은 기간 동안 레이라에 대해서 굉장히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강인한 의지와 굳센 인내심 그리고 세상에 몇 없는 희생정신을 가진 여자라는 사실이었다.

웬만한 남자도 감당하기 힘든 그런 강인한 정신을 레이라는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레이라도 결국 여자였다.

“부… 부탁이다. 그대가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주겠다. 제발… 다른 곳에서….”

레이라는 내 귓속에 여자로서 내게 애원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레이라의 목소리에 마음이 살짝 흔들렸지만, 금세 마음을 다시 잡고 그녀의 귓속에 조용히 속삭였다.

“뭐든 하겠다고 했잖아? 설마 거짓말이었어?”

“하… 하지만 그들 앞에서 그런 짓을 하면… 모두가….”

레이라는 자신의 체면 때문에 거부하는 게 아니었다.

자신을 믿고 끝까지 따라와 준 가신들 때문이었다.

혹여라도 자신의 추잡한 모습을 보고 죽어서도 상실감을 느끼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는 것이었다.

일단 입장은 이해가 갔다.

하지만 레이라의 입장이 이해가 가는 것과 별개로 포기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억지로 하면 반발심만 생겨서 별로 좋지 않겠네.’

레이라는 내가 함선 계약까지 생각할 정도로 유능한 인재였다.

아직 그녀를 데리고 다닐지 정하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이쪽 세계에서는 꽤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그런 인재에게 상처가 될 만한 첫경험을 선사한다?

사람의 마음은 배의 닻과 같다.

올곧은 마음과 심성을 지키기 위한 거대한 닻을 내리고 있어도 정신이 마모되면 그 닻을 거둬버릴 수 있다.

그야 족쇄를 채우면 닻을 올릴 수 없겠지만, 내가 원하는 그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상황을 포기하고 싶지도 않았다.

백성들 앞에서 첫경험을 보여주는 황녀라니… 그런 경험을 또 어디서 해보겠는가?

나는 레이라의 귓속에 소곤거렸다.

“그러면 이건 어때?”

“…?”

나는 레이라의 귓속에 그녀가 혹할만한 제안을 건넸다.

레이라는 내 제안을 듣더니….

“그… 그거라면….”

자신의 혹한 마음을 내게 미친 듯이 흔들리는 동공으로 보여줬다.

나는 실소를 흘리며 레이라 뒤에서 엎드려 있는 파라오의 모습을 확인했다.

‘어지간히 저 녀석이 싫은가 보네.’

다른 녀석들과 다르게 파라오는 다른 녀석들 사이에 껴서 부들거리며 무릎을 꿇고 있었다.

내가 레이라에게 제안한 건 파라오와 연관된 것이었다.

그건 바로….

“저 녀석에게 그런 굴욕을 줄 수 있다면… 그대가 원하는 대로 해도 더 이상 불만을 표하지 않겠다.”

파라오에게 레이라가 경험하는 것 이상의 굴욕을 맛보여주는 것이었다.

레이라의 말을 들으며 한 번 더 그녀에게 감탄했다.

‘이야, 말 예쁘게 하네.’

다른 여자 같았으면 어떻게 해서든 조건을 만족해야지 자신도 대가를 지불하겠다는 식으로 자신이 갑 위치에 올라가려고 애를 썼을 것이다.

하지만 레이라는 불만을 표하지 않겠다는 표현을 쓰면서 철저하게 자신이 을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일단 레이라의 허락을 받았다.

그럼, 실행만 남았다.

나는 엎드려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파라오를 보며 아르모니아에게 물었다.

‘아르모니아, 저 녀석 기질창에 모래로 몬스터 만드는 능력이 뭔지 확인해줘.’

[확인됐습니다. 띄워드리겠습니다.]

내 눈앞에 떠오른 기질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모래 조형], 다른 하나는 [사막의 수호자]였다.

[사막의 수호자는 전설 스킬로, 모래로 스핑크스나 몬스터 등등 자신이 원하는 형태의 수호물을 만드는 능력입니다.]

‘그러면 모래 조형 스킬은?’

[사막의 수호자와 같이 모래로 원하는 형태의 석상이나 물건을 조형할 수 있지만, 생명 부여 기능이 없습니다. 마법력 같은 평범한 스킬입니다.]

‘아하… 그러면 일단 모래 조형부터 배우자.’

[알겠습니다.]

아르모니아의 대답과 동시에 내 기질창에 [모래 조형] 스킬이 생겼다.

나는 적당히 모래 조형 스킬을 40까지 올린 뒤의 주변에 언덕처럼 쌓여 있는 모래로 거대한 계단을 만들어냈다.

거대한 계단은 파라오가 예전에 앉았던 금색 왕좌와 정확히 똑같았다.

갑자기 모래가 거대한 계단 왕좌로 바뀌자, 레이라와 영혼들이 경악하며 나를 바라봤다.

나는 경악하는 레이라를 끌고 왕좌까지 올랐다.

그렇게 올라간 나는 레이라를 옆에 두고, 왕좌에 앉아서 그녀에게 조용히 말했다.

“이제부터는 네가 진행해. 내 말뜻 이해하지?”

“…알았다.”

나는 레이라에게 모든 권한을 건네줬다.

레이라는 내 옆에 서서는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가신들을 향해 목소리를 냈다.

“다들 고개를 들라.”

레이라의 목소리에 아까 같은 수치나 불안정함은 전혀 없었다.

오로지 굳은 의지가 깃든 제왕의 목소리가 담겨 있을 뿐이었다.

‘와… 목소리 봐라.’

이제껏 각 세계를 돌아다니며 여러 왕족을 만나고 다녔지만, 레이라만큼 목소리에 힘이 깃든 존재는 본 적이 없었다.

[아마 레나 씨도 진지하게 임하면 저런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 그럴 거 같네. 나중에 보여달라고 해야지.’

나는 묵직한 레나를 기대하며 레이라의 연설을 듣기 시작했다.

“드디어 저 악신이 깃든 파라오를 물리치고! 그대들의 묵은 원한을 모두 청산해 냈다!”

(와아아아아!)

레이라는 가신들의 환호를 받으며 파라오에게 손짓했다.

“악신의 종자, 카무즈는 앞으로 나오도록!”

(내, 내가 왜 네년의 말을…!)

카무즈가 발끈하며 거부하려고 하자, 나는 바로 그에게 [인도자의 안광]을 사용했다.

(끼하아아아아악!)

최대한 주변 녀석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집중했다.

그리고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입을 열지 않았다.

내가 [인도자의 안광]을 거둬들인 뒤에 유심히 쳐다보자, 카무즈는 침을 질질 흘리며 계단 앞으로 달려왔다.

그러고는 바닥에 드러눕듯이 엎드리며 외쳤다.

(그, 그마아아안! 시,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영혼들이 카무즈의 모습에 공포심과 더불어서 즐거움을 동시에 느끼는 듯 보였다.

그가 괴로워하는 모습은 보기 좋았지만, 한편으로 그를 괴롭히는 게 나라는 사실도 알고 있는 것이다.

일단 당분간 카무즈는 레이라의 명령을 적극적으로 들을 것이다.

내 [인도자의 안광]을 받기 싫어서라도….

“대역죄인, 카무즈! 자세를 바로잡고 예의를 차려라!”

(크으으흑!)

카무즈는 눈물 콧물을 질질 흘리며 계단 앞에 무릎을 꿇었다.

자존심은 상하는데, 내가 사용하는 [인도자의 안광]은 또 맞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레이라는 카무즈에게 그가 저지른 악행과 죄목을 거론하며 그를 공개적으로 질타하기 시작했다.

(그대는 신민을 지켜야 할 파라오의 자리를 망각하고, 자신의 탐욕을 위해 나라를 혼돈으로 몰아넣어….)

다만, 여기서도 레이라의 성격을 좀 더 엿볼 수 있었다.

‘감정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네.’

레이라는 속으로 카무즈를 찢어발기고 싶을 정도로 증오했다.

하지만 레이라는 황녀라는 위치를 망각하지 않고, 공식적인 재판을 내리는 것처럼 모든 감정을 절제했다.

심지어 파라오의 무수한 악행을 단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모두 기억하듯이 거론했다.

레이라가 어느 정도로 기억력이 좋냐면 죄목만 거론하는 데에 1시간이 걸렸을 정도였다.

그의 죄목을 모두 다 정확하게 기억하는 듯 보였다.

그렇게 장장 한 시간가량 입을 쉬지 않았던 레이라는 파라오에게 마지막 말을 건넸다.

“네 죄를 인정하느냐!?”

(크으으윽….)

“인정하느냐고 물었다!”

(이, 인정한다! 인정한다고!!)

카무즈는 레이라가 아닌 나를 보며 덜덜 떨었다.

인도자의 안광이 어지간히 고통스러운 모양이었다.

나는 카무즈의 찌질한 모습을 보며 한 남자를 떠올렸다.

‘한여름… 너 진짜 대단한 녀석이었구나.’

카무즈가 [인도자의 안광] 한방에 굴복한 것에 비해서 한여름은 [케르베로스의 안구]를 직방으로 수차례 처맞아도 쉽게 굴복하지 않았다.

아무리 연금술로 능력을 변환했다고 해도 두 능력은 사실상 같은 고통을 줬을 것이다.

그런데도 한여름은 그런 고통을 맛보면서도 나에 대한 증오를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이번 일 끝나면 위그드라실이니까… 가서 한번 포상 좀 줘야겠네.’

나는 한여름이 좋아 죽는 모습을 떠올리며 실실 웃었다.

그 사이에 레이라의 재판과 같은 연설은 마무리되었다.

“카무즈, 네 녀석에게 형벌을 내리겠다. 형벌은….”

레이라는 모든 영혼을 보며 외쳤다.

“여기에 있는 자들이 원하는 형벌을 전부 받아들여라!”

레이라가 내린 형벌은 단순했다.

지금 모여있는 가신들이 원하는 형벌을 모두 맛보는 것이었다.

만약 살아있는 상태였다면 형벌을 받는 도중에 죽었을 것이다.

아무리 약한 형벌이라고 해도 계속되는 고통으로 인해 육체가 점점 쇠해지니 마련이니까.

하지만 카무즈는….

(자, 잠깐… 이 녀석들이 내리는 형벌을 전부 받으라니….)

죽지 않는 영혼의 몸이었다.

어떠한 고통을 당하더라도 정신이 망가질지언정 영혼은 절대 망가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생각보다 금방 끝나겠는데?’

내가 불러낸 가신의 숫자는 대략 50명 정도였다.

제아무리 50명이 잔인한 형벌을 내리더라도 짧은 시간이 소요되는 형벌이 포함되어 있다면 금세 끝날 것이다.

나는 레이라에게 조용히 물었다.

“더 불러줄까?”

“더 부르다니… 설마….”

“네가 이름을 모르는 백성들도 있을 거 아냐. 가신들이 알고 있는 녀석들도 불러서 형벌을 더 추가하는 거지.”

못 해줄 것도 없었다.

영혼을 소환할 때, 마나를 소모한다고 하지만 이능이 없는 영혼은 사실상 소모하지 않는 수준이었다.

레이라는 잠시 망설이는 듯 보였다.

카무즈가 불쌍해서 그런 게 아니었다.

이 이후에 있을 자신의 첫경험을 더 많은 사람에게 공개해야 하는 압박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레이라는 금세 표정을 차분하게 만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라는 수치심을 느끼며 반발하기는커녕….

“부탁… 드립니다.”

“오….”

오히려 내게 존댓말을 쓰며 무릎을 꿇었다.

레이라에게는 내 제안을 수치심의 근원이 아닌 은혜를 받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캬… 던전에 들어가길 잘했네.’

알면 알수록 레이라라는 여자에게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좋아. 내가 직접 묻기는 싫으니까, 네가 이름을 알아 와서 내게 알려줘.”

“알겠습니다.”

레이라는 어느새 내게 복종하는 듯이 행동하며 계단을 내려가서 가신들에게 이름을 묻기 시작했다.

명단을 추리는 건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레이라는 한번 들은 이름을 정확하게 머릿속에 각인할 정도로 기억력이 뛰어난 덕분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인원수였다.

“그… 제가 추려온 인물의 숫자가 총… 782명입니다.”

“…많네.”

심지어 그 숫자도 백성의 숫자가 아닐 것이다.

제국 백성의 숫자가 천명도 되지 않을 리가 없으니까.

아마 저 리스트는 궁에서 일하던 신하들만 추린 것일 것이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수만, 수십만이나 되는 녀석들을 전부 소환할 수는 없으니까.

“그 정도면 되겠지?”

“충분합니다. 아니… 차고 넘쳐납니다.”

“좋아. 일단 나가자.”

지금 있는 홀에서 700명이 넘는 인원을 소환하기에는 터무니없이 좁았다.

나와 레이라는 카무즈와 영혼들을 이끌고 피라미드 밖으로 나왔다.

피라미드 바깥은 여전히 모래로 뒤덮인 사막이었다.

하지만 날씨는 선선하기 그지없었다.

“뭐지? 전보다 햇볕도 약하고, 생각보다 시원하네?”

내 질문에 대답한 건 반지였다.

(계약자가 원하는 환경을 조성했다.)

“오오오! 주인의 마음을 바로 헤아리는 반지라… 마음에 드네.”

(다시 말하지만, 너는 내 주인이 아니다. 기어오르지 말도록.)

“….”

싸가지없는 반지 새끼… 나중에 화산 구덩이에 던져버릴까 보다….

‘일단 쓸모가 있으니까. 참는다.’

나는 그렇게 참으며 레이라가 알려준 명단의 영혼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많은 인원임에도 불구하고 소환하는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소환된 영혼들은 레이라를 알아보며 통곡하고, 카무즈를 멸시하며 욕설을 내뱉었다.

통제는 생각보다 쉬웠다.

이미 소환되었던 50명의 영혼이 소환되는 족족 모든 것을 설명해준 덕분이었다.

그렇게 800명이 넘는 영혼이 전부 소환되었다.

소환을 마친 나는 피라미드 입구에 모래를 이용해서 거대한 계단 형태의 왕좌를 만들어냈다.

800명이 전부 우러러볼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단상 같은 왕좌였다.

내가 왕좌에 앉고, 레이라가 내 옆에 보좌하는 형식으로 서 있자 다들 슬슬 의아함을 보이기 시작했다.

(저자는 누구이길래 황녀 전하를 옆에 세우고….)

(그러게… 우리를 부른 것을 보면 보통 존재가 아닌 것 같더만….)

(거기다 먼저 불려 온 대신분들께서도 쩔쩔매는 것을 보면….)

웅성거림은 점점 커졌다.

“다들 조용!”

레이라의 광활한 외침에 모든 영혼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침묵했다.

농담이 아니라 서늘한 바람 소리가 소음처럼 느껴지는 그런 침묵이었다.

레이라는 그들에게 카무즈의 형벌에 대해서 다시 설명했다.

“카무즈는 모든 영혼이 내리는 형벌을 빠짐없이 받게 될 것이다. 다들 눈치 보지 말고 그에게 원하는 형벌을 내리도록!”

레이라의 말에 다들 환한 미소를 띠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에 비해서 카무즈는 몸을 바들바들 떨 뿐, 단 한마디도 항변하지 못했다.

내가 미리 [인도자의 안광]으로 레이라에게 절대복종하라고 명령해놨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레이라의 말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오늘 모두에게 소개해야 할 분이 계신다!”

레이라는 내 소개를 이어 나갔다.

“여기 계신 이분은 악신의 종자를 물리친 새로운 신왕이시다! 그리고….”

레이라는 살짝 얼굴을 붉히며 일어선 뒤에 알몸 상태로 내 옆에 선 뒤에 큰 목소리로 외쳤다.

“오늘! 나는 새로운 신왕을 주군으로 모시는 것과 동시에… 주군에게 내 몸을 바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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