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885화 (886/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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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웅 사관 학교 (6)

“이 여자애를 밖으로 보내줘!”

(승인.)

“기다…!!!”

예리엘은 남자를 향해 황급히 손을 뻗어봤지만….

“…려! 하읏!”

쿵!

그녀의 손에 잡힌 건 빈 공간을 채우고 있는 어둠뿐이었다.

예리엘은 엉덩방아를 찧은 상태로 주변을 허망한 눈으로 바라봤다.

“….”

지금 눈앞에 보이는 장소는 조금 전까지 있던 장소와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하지만 예리엘은 금세 현실을 인정하고 바닥에서 일어나서 먼지를 털어냈다.

“…돌아오겠지.”

예리엘은 믿었다.

그 남자가 지금까지 보여준 행보를 떠올려보면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믿고 싶었다.

“…돌아올 거야.”

이대로 헤어지기에는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았고, 너무 많은 것이 궁금했다.

만약 그 남자가 다시 눈앞에 나타나지 않는다면 예리엘은 한평생 죄책감에 시달릴 정도로 너무 큰 도움을 받아버렸다.

기습당한 수색대와 성수아를 구해주고, 중간에 만난 자신을 도와주고, 더 나아가서 목숨까지 구해줬다.

전멸당할 수 있는 상황을 단번에 역전시켜준 남자.

사실상 던전에서 일어났던 모든 사건을 해결해 준 셈이었다.

예리엘은 남자가 끌어안아 줬던 어깨를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돌아올 거야. 반드시….”

그렇게 중얼거리며 남자를 기다리는 순간이었다.

타앗!

“!?”

예리엘은 등 뒤로 들려오는 발걸음에 기대감이 차오른 표정으로 황급히 몸을 돌려 확인했다.

그리고 그녀가 몸을 돌려서 얼굴을 마주한 존재는….

“예리엘 님! 무사하셨군요!”

“아….”

성수아였다.

예리엘은 심장을 에워싸는 실망감을 느끼면서도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너도 무사했구나.”

성수아를 만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서 모든 대원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었다.

대원 중에는 전에 실종되었던 선발대도 포함되어 있었다.

처량한 몰골의 선발대 대원 중의 한 명이 예리엘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예리엘 님…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

“아냐. 무사해서 천만다행이야.”

선발대는 지팡이의 영향에서 벗어난 뒤에 금세 정신을 차렸다고 했다.

그들의 상태는 좋지 않았지만,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면 금세 예전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어 보였다.

그리고 남은 존재들은….

“너희들 누구야?”

“….”

수색대와 선발대를 기습했던 정체불명의 조직이었다.

예리엘과 성수아를 기습했던 녀석들도 있었고, 전에 선발대가 들어왔을 때 기습했던 녀석들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심문해도 조직원들은 도통 입을 열지 않았다.

그렇게 성과 없는 심문이 끝나고 나서 성수아가 예리엘에게 조용히 물었다.

“정말 입이 무겁네요. 어디 소속일까요? 괴인? 아니면 괴인의 추종자 쪽…?”

“….”

성수아의 질문에도 예리엘은 무표정하게 어둠을 응시할 뿐이었다.

“예리엘 님?”

“….”

“….”

예리엘은 동료들과 간단하게 안부를 주고받은 뒤에는 단 한마디로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어둠을 응시할 뿐이었다.

‘…역시 그 남자한테 무슨 일이 생겼구나.’

예리엘은 대원뿐만 아니라, 성수아에게도 반지 안에서 겪었던 일을 말하지 않았다.

그게 망토남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최소한 말을 맞춰야 할 거 아냐. 빨리 나와.’

예리엘은 자신이 겪었던 일을 말하다가 실수로라도 망토남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건넬까 봐 걱정한 것이었다.

그렇게 멍하니 서 있던 예리엘에게 대원 중의 한 명이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예리엘 님, 구출 작업을 완료했으니 슬슬 빠져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

예리엘이 침묵을 유지했고, 성수아와 대원이 서로 마주 보며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예리엘도 두 사람의 말을 듣지 못한 건 아니었다.

다만 결정을 위해 고민하는 것이었다.

‘…역시 내가 남아서 기다려야겠어.’

예리엘은 이곳에 남아서 남자를 기다려야 할 의무가 있었다.

그에 비해서 대원들은 그럴 이유도, 필요도 없었다.

‘일단 나 혼자 남아서 대기하고, 나머지를 돌려보내서….’

그렇게 결심하려는 순간이었다.

“시끌벅적해서 위치를 알아보기 딱 좋네.”

“!?”

탑의 대원 전원이 순식간에 일어서서 목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경계했다.

다들 상대방의 모습을 확인하는 즉시 공격할 준비를 했다.

하지만 단 한 사람만은 그렇지 않았다.

파아아앗!

예리엘은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순식간에 날아간 뒤에 대원들을 뒤에 두고는 명령했다.

“다들 손 내려.”

예리엘의 목소리에 대원들은 어리둥절해하면서도 얌전하게 팔을 내렸다.

예리엘은 대원들이 전부 손을 내리는 것을 확인한 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해 입을 열었다.

“설마 정말 빠져나왔을 줄은 몰랐네.”

예리엘의 목소리와 함께….

“말했잖아. 밖에서 기다리라고.”

망토를 쓴 남자가 동료를 이끌고 나타났다.

..

..

기본적인 상황은 전부 정리가 되었다.

탑은 목적이었던 선발대를 전원 생존한 상태로 구출했고, 이제 이 던전을 빠져나가기만 한다면 완벽하게 임무를 마무리하는 셈이었다.

다만 임무를 완료하는 것과 별개로 해결해야 할 큰 문제가 존재했다.

예리엘은 그 문제를 해결해 줄 망토남과 이야기하기 위해 동료들과 거리를 벌렸다.

계속 걷던 예리엘은 대원들에게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떨어진 것을 확인한 뒤에 남자를 향해 입을 열었다.

첫마디는 감사 인사였다.

“고마워. 덕분에 모두를 안전하게 구할 수 있었어.”

“…이상하군. 자신을 구해준 것을 고마워하는 게 먼저 아닌가?”

“나한테는 내 목숨보다 내 동료들의 목숨이 훨씬 더 소중해.”

“…뭐, 그런 성격 같긴 하군.”

그렇게 사적인 감정인 담긴 대화를 주고받던 예리엘은 표정을 굳히며 물었다.

“그러면 이제 말해줘. 나를 찾은 이유가 뭐야?”

“이거 받아.”

망토남은 주머니에서 두 개의 물건을 꺼내더니, 예리엘에게 던져줬다.

하나는 손가락 마디 정도 되는 크기의 물건이었고, 하나는 손톱만 한 반짝이는 물건이었다.

예리엘은 허공에 떠오른 두 물품을 마법으로 캐치한 뒤 확인했다.

하나는 USB였고, 나머지 하나는 손톱 크기의 큐빅이었다.

예리엘은 USB와 큐빅을 조심스럽게 만지며 물었다.

“이게 뭐야…?”

“USB는 너희를 덮친 녀석들의 정보가 들어있다.”

“….”

예리엘은 망토남의 말을 듣자마자 USB를 조심스럽게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고는 작은 큐빅을 보며 또 물었다.

“그러면 이건?”

“너희를 덮친 녀석들이 개발한 물건.”

“그러면 설마 이게?”

예리엘이 눈동자를 커다랗게 뜨며 큐빅을 응시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주변에 있는 마나를 강제로 교란시키는 물건이야.”

“….”

예리엘은 아까 받았던 USB와 마찬가지로 조심스럽게 주머니에 넣었다.

망토남은 예리엘이 물건을 챙기는 것을 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 USB에 모든 게 들어 있다. 기회를 줬으니, 바보같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군.”

“…명심할게.”

예리엘은 그렇게 망토남과 대화를 마치고 나니 갑자기 의문점이 떠올랐다.

‘용건이 이것뿐이라면 아까 억지로 줬어도 되는 거 아냐?’

분명 용건을 듣는 건 나중으로 미루겠다고 한 건 예리엘이었다.

하지만 이정도 용건이라면 억지로 떠넘겼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망토남은….

“이걸로 용건은 끝이다.”

“….”

당연하다는 듯이 예리엘의 억지를 들어주고, 심지어 그녀를 도와주기까지 했다.

그것도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면서….

예리엘은 이미 망토남에게 평생 갚아도 모자랄 정도로 큰 은혜를 입었다.

“정말 고마워.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을게.”

“잘 알고 있어서 다행이군.”

“….”

하지만 그녀는 심장을 차갑게 식히며 냉정하게 생각했다.

‘…그래도 물어봐야 해.’

그렇게 생각한 예리엘이 남자에게 차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도움을 받은 처지에서 이런 말 하는 거 쓰레기 같다는 거 알아. 하지만 물어봐야 할 게 있어.”

“뭐지?”

“아까 네가 쓴 능력… 정말 네 능력이야?”

예리엘이 묻는 건 스핑크스를 무력화시킨 능력이었다.

망토남의 순수한 능력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그가 가진 아이템의 능력일 수도 있었다.

예리엘은 그 능력이 어느 쪽인지 확실히 알아야 할 의무가 있었다.

“말해줘.”

탑의 수장으로서 무례를 무릅쓰고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예리엘의 말을 들은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 순수 능력이다.”

“휴우….”

예리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그 능력이 아이템에 기반한 것이고, 심지어 그 아이템이 여러 개였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예리엘은 안도하면 고개를 끄덕였다.

“대답해줘서 고마워. 그리고… 진짜 염치없지만 하나만 더 물을게.”

예리엘도 이런 식으로 질문하고 싶지 않았다.

도움을 받아놓고 계속해서 질문하자니, 양심에 바느질로 수없이 꿰매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그래도 해야 해. 내가 쓰레기 취급을 받더라도….’

예리엘은 그렇게 생각하며 마지막 질문을 건넸다.

“반지 내부에서… 혹시 다른 아이템을 챙겨 온 거 있어?”

예리엘은 돌려 말했지만, 망토남은 바로 알아들었다.

“지팡이 말하는 거군?”

“맞아. 그거 혹시… 챙겨왔어?”

예리엘은 아이템을 가지고 싶다는 탐욕을 품으며 질문한 게 아니었다.

파라오가 가지고 있던 [오시리스의 지팡이].

만약 그 물건이 세상 바깥으로 나가서 누군가의 사리사욕으로 사용된다면….

‘진짜 지옥이야.’

예리엘은 긴장하며 망토남을 응시했다.

망토남은 예리엘의 말을 듣자마자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그래, 가지고 나왔다.”

“….”

예리엘은 남자의 말에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

거짓말로 넘어갔더라도 예리엘이 그 거짓말을 간파할 방법 따위는 없었다.

그런데도 남자는 거짓 없이 순순히 대답해준 것이었다.

남자는 망토 안에서 주섬주섬하더니….

“이거다.”

웬 팔찌를 꺼냈다.

예리엘은 게슴츠레한 눈으로 바꾸며 물었다.

“…내 눈이 잘못된 게 아니라면 그건 지팡이가 아니라 팔찌 같은데?”

“챙기니까 알 수 없는 이유로 변형되더군.”

“….”

일단 남자의 말을 믿기로 했다.

하지만 마지막 난관이 남아 있었다.

예리엘은 차분하게 한숨을 쉬며 마지막 질문을 건넸다.

“그거… 어떻게 할 거야?”

예리엘은 이미 답이 정해졌다는 것을 알고 질문한 것이었다.

망토남은 예리엘의 예상과 똑같이 대답했다.

“이제부터 이 물건은 내 소유이니 차근차근 생각해봐야지.”

“….”

예리엘은 입술을 짓씹으며 눈을 꽉 감았다.

‘…뺏어야 해.’

예리엘도 알고 있었다.

망토남이 팔찌를 소유하는 건 정당한 대가였다.

모든 사건을 해결하고, 심지어 던전의 마지막 보스를 처치해서 얻어낸 것이다.

그가 소유하는 게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만약 저 남자가 내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면….’

예리엘의 머릿속에는 어느새 망토남이 세상을 지옥으로 만드는 상상으로 가득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뺏을 수는….’

그렇게 예리엘의 머릿속에 죄책감과 책임감이 뒤엉키는 순간이었다.

휘익!

“응!?”

갑자기 예리엘의 얼굴로 어떤 물건이 날아왔다.

예리엘은 당황하며 물건을 잡아채고 정체를 확인했다.

물건의 정체는….

“…팔찌?”

망토남이 말했던 팔찌였다.

망토남은 예리엘에게 팔찌를 던진 뒤에 태평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를 덮친 녀석들을 제어하려면 그게 필요할 거다. 가지고 가.”

“…나한테 준다고?”

망토남은 예리엘의 질문에 바로 대답하지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는 예리엘에게 등을 보인 채 고개를 슬며시 돌리며 웃음소리를 흘렸다.

“아까도 말했지만, 소유주는 나다. 지금은 일단 빌려주는 거다. 나중에 꼭 돌려주도록.”

남자는 그 말을 남기고 동료들을 향해 차분하게 걷기 시작했다.

예리엘은 그런 남자의 등을 보며….

“…꼭 돌려줄게.”

그가 들리지 않았을 대답을 하며 미소를 지으며 그의 뒤를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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