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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웅 사관 학교 (6)
내가 자는 사이에 텐트 밖은 어느새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
텐트 바깥세상은 모랫바닥에 검은색 물감이 쏟아진 것처럼 아름다운 장관이 펼쳐져 있었다.
나는 텐트 밖으로 나와 주변을 둘러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밤이 있어서 다행이군.”
사막의 밤도 마냥 장점만 있는 건 아니었다.
주변이 암전된 것처럼 시야 확보가 어려웠고, 무엇보다 굉장히 추웠다.
하지만 그런 열악한 상황도 태양이 내리쬐는 낮의 사막보다는 훨씬 나았다.
시야 확보는 낮이 낫긴 하지만, 강렬한 태양 빛 때문에 오히려 눈을 제대로 뜨기 힘들다.
무엇보다 생명을 앗아가는 듯한 불볕더위보다는 한기가 서린 추위가 훨씬 나았다.
그렇게 내가 텐트에서 나와서 주변을 둘러보자, 때마침 예리엘이 나와서 내 옆에 서서 말했다.
“밤이 없었으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네.”
예리엘의 복장은 처참했던 상태 그대로였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과 목소리, 그리고 눈빛에는 생기와 힘이 깃들어 있었다.
텐트에서 휴식한 덕분에 마나와 체력을 다시 회복할 수 있던 모양이었다.
나는 예리엘을 내려다보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일단 간단하게 먹고 가지.”
“응…? 지금?”
예리엘은 반박이 아닌 의문의 말투를 건넸다.
“빨리 녀석을 찾는 게 좋을 거 같은데?”
“맞아. 하지만 서두른다고 빨리 찾는다는 보장도 없어. 이렇게 여유로울 때 배를 채워두는 게 훨씬 나아.”
“….”
예리엘은 반박하지 않았다.
예리엘도 내 말이 아예 틀린 말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어차피 이 사막에 갇힌 상황이었다.
이렇게 여유로운 상황이 또 온다는 보장이 없었다.
식사 타이밍을 놓쳐서 강행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면…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었다.
“동의한 것으로 생각하지.”
나는 그렇게 말하며 망토 안에서 요리 물품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꺼내자마자 요리하기 시작했는데, 옆에 있던 예리엘이….
“내가 도울 건 없어?”
내 옆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며 질문을 건넸다.
나는 고개를 옆으로 슬며시 내리며 말했다.
“됐어. 손발도 맞추지 않은 녀석이랑 요리하면 오히려 엉망이 돼.”
“흥….”
예리엘은 삐친 듯이 콧방귀를 뀐 뒤에 내 뒤에서 얌전히 기다리기 시작했다.
나는 얌전하게 기다리는 예리엘의 모습을 칭찬하듯 재빠르게 요리를 완성한 뒤 그녀에게 건네줬다.
예리엘은 자신의 앞에 놓인 음식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잘 먹을게.”
“이번에도 먹고 나서 잠들면 깨울 테니까. 잠들지 말도록 해.”
“윽….”
예리엘은 얼굴을 붉히면서도 화내지는 않았다.
본인의 책임을 잘 알고 있다는 거겠지.
그렇게 나와 예리엘은 먹는 것에 집중했다.
예리엘은 아까처럼 허겁지겁 먹지 않았지만, 여유롭게 요리를 음미한 것도 아니었다.
식사를 마친 건 대략 15분 후.
그렇게 나는 예리엘과 식사를 마친 뒤에 주변을 정리하고는 그녀에게 말했다.
“이제 출발하지.”
“그래.”
예리엘의 대답과 동시에 내 주변에 바람이 일렁이며 내 몸을 띄우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갑자기 예리엘이 나를 데리고 앞으로 쏜살같이 날아가기 시작했다.
나는 합의도 없이 나를 데리고 가는 예리엘을 향해 조용히 응시했다.
예리엘은 내 시선을 바로 알아차리고는 내게 말했다.
“밥값이야. 이동할 때는 내가 힘쓸게.”
“…편해서 좋네.”
“흥….”
예리엘은 코웃음을 치면서도 미소를 지었다.
사실 효율만 따지면 이렇게 하는 게 옳았다.
나도 이동마법을 쓸 수 있었지만, 예리엘이나 성수아에 비하면 출력이나 유지력이 낮은 편이었다.
그에 비해서 예리엘은 나를 포함한 상태에서도 전혀 무리 없이 고속의 이동마법을 펼치고 있었다.
그렇게 예리엘의 이동마법을 타고 사막을 종횡무진하기 시작했다.
밤의 사막은 어둡고, 서늘하며, 매서웠다.
하지만 암전이 된 듯한 그런 어둠은 또 아니었다.
‘막상 이동하기 시작하니까. 그렇게 어둡지는 않네.’
달빛, 별빛들이 나와 예리엘의 앞길을 밝혀주었다.
나는 예리엘의 이동마법을 탄 채 주변을 꾸준하게 둘러보며 파라오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
‘아침이 오기 전에 어떻게든 찾아야 해.’
아무리 텐트가 있다고 해도 불지옥에서나 떠오를 것 같은 태양을 맞이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집중하며 주변을 둘러보는 중에….
“잠깐 멈춰!”
내 눈에 무언가 포착되었다.
내 외침을 들은 예리엘은 급제동한 뒤에 내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시선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예리엘은….
“…아무것도 없는데?”
고개를 갸우뚱하며 나는 이상한 사람 쳐다보듯 쳐다볼 뿐이었다.
예리엘의 말대로 그녀가 바라보는 장소에는 모래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내 눈에는….
“저쪽으로 가지.”
파라오와 오시리스의 지팡이의 기질창이 눈에 들어왔다.
예리엘은 내 말에 반문하지 않고, 내가 가리킨 방향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파아아앗!
갑자기 어두운 공간에 빛이 가루처럼 쏟아지면 거대한 피라미드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예리엘은 갑자기 등장한 거대한 피라미드를 보며 경악하는 눈으로 내게 물었다.
“보였어? 저게?”
“…어.”
당연히 보이지 않았다.
사실 나도 기질창만 보고 가자고 한 것이었다.
저런 구조물이 나올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
그렇게 피라미드를 발견한 나와 예리엘은 같이 입구로 향했다.
그리고 입구를 통과해서 피라미드 내부에 진입하는 순간….
사아아아악!
갑자기 바닥에 쌓여 있던 모래들이 모여들더니, 각종 모양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손에 움켜쥐기도 힘들 정도로 고운 모래들이 서로 모여들더니 석상으로 변했다.
석상의 형태는 각양각색이었다.
네 발이 달린 사자 몸체에 독수리 머리가 달렸던가, 아니면 상체는 사람인데 하체는 뱀인 경우까지….
하지만 각양각색의 모래 석상들은 두 가지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첫 번째는….
“끼에에엑!”
“크르르릉!”
피라미드에 들어선 나와 예리엘을 반기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응? 생명체가 아니라, 마나로 만들어진 녀석들이네?’
소위 말하는 골렘과 비슷한 녀석들이었다.
대부분 골렘이 중심에 있는 핵을 매개체로 만들어지는 녀석들이라면, 지금 석상들은 이 피라미드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마나로 만들어지는 녀석들이었다.
예리엘은 나를 조심스럽게 내려준 뒤에 모래 괴수들을 향해 손을 뻗으며 말했다.
“이제야 좀 어울리는 녀석들이 등장하네.”
예리엘의 말대로 던전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마주하는 몬스터였다.
그것도 던전과 어울리는….
나도 예리엘과 같이 전투에 합류하려고 했다.
그런데 예리엘이 모래 괴수들에게 왼팔을 뻗은 채 오른팔로 나를 저지했다.
“이번에는 나 혼자 상대할게.”
“어째서?”
“…저 녀석들의 수준 좀 알고 싶어서.”
확실히 눈앞에 보이는 괴수들은 평소에 보기 힘든 생소한 존재들이었다.
하지만 그게 정말 진짜 이유인지는 예리엘의 마음속을 뒤지지 않으면 알 길이 없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좋아. 대신 시간 질질 끌면 나도 합류하겠어.”
아까 성수아와 같이 있을 때, 저런 말을 했다면 바로 나를 노려보며 살기를 내뿜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예리엘은….
“1분만 기다려!”
내 말을 듣고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괴수들에게 달려들었다.
3~5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 모래 괴수들에게 단신으로 달려드는 꼬마.
도저히 어울리지 않은 그림이었다.
그리고 결과도….
파아아앙! 콰지지직!
어울리지 않는 결과를 도출해냈다.
모래가 모여서 만들어진 석상들은 분명 모래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석상이 되자 벽을 부술 만큼 단단해져 있었다.
하지만 그런 단단한 석상들도 예리엘의 마법에 산산이 부서져 내리기 시작했다.
싸움을 개시한 지 1분… 아니, 30초 정도 지나자 깔끔했던 피라미드의 입구는….
“어때?”
몇백 년 정도 방치된 듯이 여기저기에 모래 더미가 잔뜩 쌓여 있었다.
예리엘은 내게 호평받고 싶다는 듯이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예리엘을 보며….
“탑의 수장 자리를 제비뽑기로 뽑은 건 아닌 모양이군.”
내 나름대로 칭찬을 건넸다.
“말을 해도….”
본인은 전혀 칭찬처럼 듣지 못한 모양이었지만….
나와 예리엘은 티격태격하며 피라미드 안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중간중간 모래로 이루어진 석상 괴수들을 연이어 만났고, 만나는 족족 예리엘이 순식간에 전멸시켰다.
예리엘은 무수히 많은 괴수를 상대하면서 단 한 번도 호흡을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오시리스의 지팡이가 보통 물건이 아니었네.’
거대한 괴수들을 상대로 무쌍을 찍는 예리엘을 그 지경까지 만든 것을 보면 오시리스의 지팡이가 대단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예리엘의 전투를 감상하며 전진하다 보니….
“이 근처다.”
기질창이 머문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까 파라오와 싸웠던 장소와 비슷했지만, 규모가 작아서 한눈에 들어오는 홀이었다.
마치 아까 싸웠던 거대한 홀을 축소해놓은 듯한 장소였다.
그렇게 한눈에 들어오는 홀 내부에는….
“네, 네 녀석들!!!”
아까 홀에 존재하던 거대한 계단과 계단 위에 설치된 왕좌에 앉아 있는 파라오가 있었다.
파라오는 경악한 표정으로 우리를 내려다보며 외쳤다.
“어, 어떻게 이곳을 찾아낸 것이냐!!”
“어떻게 찾긴… 너무 티 나게 세워져 있는데 못 찾는 게 이상한 거 아냐?”
“읏….”
예리엘이 내 말에 움찔하며 고개를 올려서 나를 슬며시 노려보기 시작했다.
의도하지 않게 스플뎀이 들어간 모양이네….
하지만 지금 당장 사과할 상황이 아니었다. 컨셉도 맞지 않고….
내 말을 들은 파라오는 고성을 지르며 외쳤다.
“이이이익! 사막 한가운데서 조용하게 죽지 못한 것을 후회하게 해주마!!!”
파라오의 고성과 동시에 계단과 왕좌가 모래로 변하더니, 그를 집어삼켰다.
그러고는 그 거대한 모래 더미가 갑자기 조형을 이루더니 거대한 스핑크스로 변했다.
“여기는 죄다 모래로 소꿉장난하는 녀석들만 있나 보네.”
외형만 보자면 아까 만났던 모래 석상이 거대화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엎드려 있는 높이는 50미터 정도에 몸의 길이는 100미터는 훌쩍 넘어 보였다.
그리고 스핑크스가 만들어진 것만 문제가 아니었다.
“도망칠 생각은 마라!!”
콰아아앙!
갑자기 우리가 통과했던 통로가 무너져내리더니, 퇴로가 막혀 버렸다.
“…나갈 때 귀찮겠네.”
내 가벼운 말투에 예리엘은 내게 눈치를 주며 입을 열었다.
“눈앞에 녀석은 아까 내가 싸웠던 녀석들과 차원이 달라! 양옆으로 흩어져서 사각지대를 공략하는 게 좋겠어!”
“….”
내가 침묵하며 가만히 쳐다보자, 옆에 있던 예리엘이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지금 멍때릴 상황이 아냐! 저 거대한 녀석이 난동을 피우면 이곳이…!”
하지만 나는 그런 다급한 목소리로 외치는 예리엘을 무시하며 태연하게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갔다.
“아까 네가 처리했지? 이번에는 내가 처리할게.”
“지금 여유를 부릴 상황이….”
예리엘은 자존심이 아닌 걱정이 담긴 표정으로 나를 응시했다.
그녀가 그렇게 나를 제지하려는 순간 거대한 스핑크스가 주변에 지진을 일으키며 몸체를 일으켜 세웠다.
쿠르르르릉!
그러고는 무표정한 스핑크스 입에서 광소가 터져 나왔다.
“아까는 레이라의 도움으로 운 좋게 넘어갔을지 몰라도 이제는 어림도 없다!!”
파라오의 울려 퍼지는 목소리와 함께 스핑크스의 팔이 위로 번쩍 들어 올려졌다.
들어 올리는 팔은 살짝 둔해 보였지만, 저 육중한 몸으로 이 홀에서 난리를 치면 문제가 커질 것이다.
아까 만났던 모래 석상들은 예리엘이 순식간에 처리해서 귀찮은 상황을 겪지 않았다.
하지만 저 녀석은 시간을 끌면 끌수록 귀찮아질 것 같았다.
‘뭐, 애초에 저 녀석을 상대로 시간을 끌 이유도 없고….’
나는 내게 발바닥으로 내리찍는 스핑크스를 보며 해체술을 시전했다.
그 순간….
파스스스슷!
나를 내리찍던 스핑크스의 팔이 고운 모래 입자로 퍼지더니….
쿠우우우우우웅!!
갑자기 사라진 한쪽 팔 때문에 육중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갑자기 쓰러진 스핑크스의 모습에 내 뒤에서 예리엘의 당황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뭐야? 어, 어떻게…?”
나는 고개를 슬며시 돌린 채 어깨를 으쓱거리며 미소를 지었다.
“글쎄… 모래로 만들어진 녀석이라 그런가 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