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882화 (883/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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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웅 사관 학교 (6)

거세게 몰아치던 폭풍이 잠잠해지자, 나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마침 선풍기 한 대 사고 싶었는데, 잘됐네. 내놔.”

당연히 진심이 아니었다.

그저 상대방을 조롱하기 위해 흘린 말일 뿐이었다.

하지만 내가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바로….

“네, 네 녀석은 누구냐!!! 감시 짐의 옥좌에 마음대로 발을 들이다니!!”

상대방이 내 조롱을 알아듣지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그냥 부채라고 표현할 걸 그랬나?’

내가 그렇게 후회하는 사이에 파라오는 다시 한번 고함을 지르며 지팡이를 바닥에 내리찍었다.

콰아아앙!

“감히 짐의 말을 무시하다니!!! 네 녀석을 벌레가 가득 담긴 관에 넣어서 산채로 썩게 만들어 주마!!!”

잠잠해졌던 마나의 폭풍이 지팡이로부터 다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작만 거창할 뿐, 지팡이의 마나는….

파아아앗….

실금하듯이 실바람만 흘릴 뿐이었다.

이제껏 잘 작동하던 지팡이가 말을 듣지 않자, 파라오는 몸을 파르르 떨며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어…? 어, 어째서 오시리스의 지팡이가….”

그렇게 뒷걸음질 치던 파라오는 나를 노려보며 고함을 질렀다.

“네, 네 녀석! 레이라와 한통속이구나!!”

“어… 맞긴 하지.”

틀린 말은 아니다.

레이라와 만나서 그녀와 거래했으니까.

레이라는 파라오를 물리친다면 뭐든 해주겠다고 제안했고, 동시에 무슨 일이든 돕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기서 파라오가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내가 지팡이의 힘에 굴복하지 않는 건 레이라의 도움이 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저….

‘생각보다 빡세네.’

내가 인도자의 안광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인도자의 안광으로 지팡이와 눈싸움을 하며 생각했다.

‘저 지팡이… 물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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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리스의 지팡이

[현혹의 메아리], [언데드], [절대복종], [충성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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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겉으로 보면 생명이 없어 보이는 아이템이었지만, 기본적인 자아를 가진 존재였다.

일단 제일 먼저 눈에 띈 건 [현혹의 메아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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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혹의 메아리]

반경 300미터 주변의 생명체를 현혹해서 수하로 만들 수 있다. (정신력과 체력이 낮은 존재일수록 현혹에 걸리는 시간이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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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현혹의 메아리] 스킬과 지팡이의 기질, 그리고 파라오의 기질까지 전부 보고 나서야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레이라의 말대로 파라오라는 녀석은 별거 없어. 저 지팡이가 핵심이야.’

지금 당장 중2병 걸린 녀석을 죽이고 싶었지만, 말처럼 쉽지 않았다.

‘실수로라도 내가 걸리면 좆된다.’

지금 나는 인도자의 안광에 모든 신경을 쏟는 중이었다.

만약 타이밍이 나빠서 내가 인도자의 안광을 거둔 사이에 지팡이가 자의로 내게 [현혹의 메아리]를 사용한다면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게 된다.

나뿐만 아니라, 내 뒤에서 긴장을 풀고 있는 예리엘도 같이 [현혹의 메아리]에 지배될 것이다.

나는 그렇게 위험한 상황에 놓였으면서도 한편으로 감탄했다.

‘인도자의 안광을 버틸 수 있을 정도라….’

케르베로스의 안구는 언데드에게 절대적인 복종을 강제할 수 있지만, 불가능한 조건이 하나 존재했다.

바로 신과 반신에게 효과가 없다는 점이었다.

아마도 반신에게도 효과는 없다고 표현되었지만, 효과가 덜하다는 게 정확할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저 지팡이가 반신이나 반신에 가까운 존재라는 의미겠지?’

주인에게 절대복종하는 지팡이… 거기다 케르베로스의 안구에 대항할 수 있는 능력까지….

‘저건 무조건 챙겨야 해!’

나는 지팡이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파라오에게 한 발짝 내디뎠다.

“야, 그거 내놔.”

“우, 웃기지 마라! 무엄하게 어디서…!”

“그거 주면 살려줄게.”

“가, 감히! 내게 이런 모욕을 주다니!!!”

이번에는 내 조롱을 잘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내 조롱을 들은 파라오는 오른팔을 위로 번쩍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네 녀석만큼은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응?”

나는 당연히 아까와 같이 [현혹의 메아리]를 시전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파라오는 지팡이가 아닌 오른손 중지에 있는 반지를 빛내며 외쳤다.

“내 친히 너를 직접 처형하겠다!!!”

“!?”

파라오의 중2병 걸린 대사와 함께 왕좌와 그 왕좌를 받치고 있던 거대한 계단이 구조물이 모래로 변하더니….

“응!?”

“이, 이건!?”

나와 예리엘을 천천히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쏴아아아아악!

더 나아가서 강력한 모래 폭풍이 우리의 시야를 덮쳤다.

모래 폭풍으로 인해 시야에 파라오의 모습을 사라진 지 오래였고, 내 눈에 보이는 건 모래에 무릎이 잠긴 예리엘의 모습이었다.

나는 모래에 점점 파묻혀가는 예리엘을 보며 외쳤다.

“일단 빠져나가지! 저 녀석이 뭔 짓을 저지르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러다가는 관짝도 못 맞추고 죽겠군!”

나는 그렇게 말하며 위로 튀어 오를 준비를 했다.

하지만….

“크으윽….”

예리엘은 몸을 휘청이더니 오히려 앞으로 넘어져 버렸다.

아까 과도하게 힘을 사용한 탓에 마법을 쓰기는커녕 몸도 제대로 못 가누는 것 같았다.

나는 그런 예리엘의 모습을 보며 어떠한 계산도 하지 않고….

“손이 많이 가는 여자군.”

“무, 무슨!?”

그녀를 양손으로 끌어안으며 들어 올렸다.

예리엘은 내 품에 안긴 채 바둥거리며 소리쳤다.

“뭐, 뭐 하는 거야!?”

“뭐하긴? 일단 빠져나가야 할 거….”

그렇게 예리엘과 티격태격하는 사이에….

“응?”

어느새 모래 폭풍이 잠잠해지더니, 시야를 가리던 모래들이 전부 바닥에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나와 예리엘의 주변에 쏟아지는 모래와 동시에….

“…여긴 또 어디야?”

“….”

주변이 태양이 내리쬐는 거대한 사막 한복판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

..

나는 사막 한 가운데에서 온몸을 태우는 듯한 태양을 손으로 가리며 중얼거렸다.

“…골치 아파졌군.”

이곳에 갇힌 지 어느덧 한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그 한 시간 동안 주변을 돌아다니며 알아낸 사실은….

“아무것도 없어.”

주변이 온통 모래뿐이라는 사실이었다.

심지어 모래가 전부 고운 입자로 되어 있어서 한 발짝 걸을 때마다 힘을 더 많이 소모하는 것 같았다.

사실 나는 이런 사막 한복판에 떨어졌어도 전혀 위기감을 느끼지 못했다.

여차하면 워프를 타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나와 다르게….

“하아… 하아….”

예리엘은 나와 다르게 그런 사기적인 능력을 지니고 있지 않았다.

나는 지쳐서 쓰러지기 직전인 예리엘을 보며 입을 열었다.

“쉬었다 가지.”

“아니… 좀 더 가서….”

예리엘이 좀 더 가자는 말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었다.

휴식이라는 것도 적절한 장소가 마련돼야지 가능한 부분이었다.

사람을 태워 죽일 정도로 내리쬐는 모래밭에서 쉬었다 가는 진짜 죽을지도 모른다.

나도 그 이유를 빌미로 바로 휴식을 권하지 않고, 일단 걸어 다니며 주변을 살핀 것이었다.

하지만 한 시간가량 불타는 태양 밑을 걸어 다니며 얻어낸 지식은, 근처에 휴식을 취할 만한 장소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한숨을 쉬며 아르모니아에게 말했다.

‘아르모니아, 부탁할게.’

[알겠습니다.]

내 말을 척척 알아들은 아르모니아는 바로 에넬로 텐트를 만들어줬다.

내가 망토에서 갑자기 텐트를 꺼내자, 예리엘이 기력이 쇠한 상태임에도 놀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물 마법으로 주변 모랫바닥을 적신 뒤에 그 위에 텐트를 설치했다.

‘이러면 바로 설치해도 등이 타지는 않겠지.’

나는 재빠르게 텐트를 설치하자마자 예리엘에게 말했다.

“들어가서 쉬어.”

“….”

예리엘은 잠시 고민했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고마워.”

그렇게 대답하며 텐트 안으로 스멀스멀 기어들어 가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앉자마자 바로 바닥에 웅크리고 누워 버렸다.

“하아… 하아… 하아….”

“….”

지금 예리엘의 모습은 처량하기 그지없었다.

마나를 죄다 끌어 쓰느라 마나 탈진에 근접한 상태고, 불볕더위를 쐬며 걷다 보니 긴 머리카락과 옷이 전부 땀으로 젖어 있었다.

복장은 이미 여기저기 찢어진 탓에, 길거리에서 봤다면 바로 아동 학대를 의심하고 경찰에 신고했을 수준이었다.

그녀의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죄책감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에이씨… 괜히 문을 열어줘서는….’

선의로 도왔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예리엘이 만약 문을 열지 못하고 다른 길로 갔다면 레이라와 만나서 같이 파라오를 상대했을 것이다.

예리엘과 성수아가 레이라의 도움을 받았다면 파라오를 손쉽게 상대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쭉 돌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아르모니아, 빠져나갈 방법 알아냈어?’

[레이라도 이런 사막에 가두는 유물에 대해서는 들은 게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후우….’

빠져나가는 건 마냥 쉬워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해서든 공격해볼 걸 그랬나?’

[만약 수호 님께서 인도자의 안광을 거둔 사이에 적이 빈틈을 노렸다면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을 것입니다.]

아르모니아의 말대로 당시에 나는 지팡이를 무력화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춘 상황이었다.

실수 한 번에 자칫 나와 예리엘 둘 다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파라오가 이런 비장의 수를 가진 줄은 나도, 레이라도 몰랐다.

그렇게 생각하며 텐트 입구에 설치된 차양막에 앉아서 쉬려는 순간이었다.

“너도… 들어와서 쉬지…?”

“나는 됐어.”

사실 나도 쉬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텐트 안으로 들어가기를 거부한 것이었다.

‘어차피 차양막으로도 충분하니까.’

덥긴 하지만, 예리엘과 다르게 딱히 마나나 체력을 소모한 게 아니어서 참을 만했다.

거기다 망토 덕분에 오히려 더위도 어느 정도 막아서 체력 손실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었다.

그에 비해서 예리엘의 상태는 죽기 일보 직전의 모습이었다.

내가 들어간다면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못할 것 같았다.

나는 그렇게 예리엘의 제안을 거부한 뒤에 차양막 아래에서 눈을 감고 조용히 침묵했다.

그런데….

“…그럼 내가 나갈게.”

예리엘이 축 늘어진 몸으로 갑자기 텐트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뭐 하는 거지?”

“네가… 불편해하는 것 같으니… 내가 나오겠다고….”

“….”

나는 잠깐이지만, 예리엘의 진짜 모습을 한 곁 더 본 듯한 느낌을 받았다.

누구든 저런 상황에 직면하면 이기심이 이성을 잡아먹고 온몸을 지배할 것이다.

그런데 예리엘은 그런 이기심을 가볍게 잘라내고 내 눈치를 본 것이었다.

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들어가.”

“여기는 네가 만든 텐트야. 내가 불편하다면 당연히 네가 나가는 게…. 읏!?”

나는 아등바등 기어 나오는 예리엘을 강아지 뒷덜미를 잡듯 그녀의 등을 잡고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그러고는 그녀를 눕힌 다음에 나도 뒤돌아 누우며 말했다.

“밤이 올 때까지 체력을 비축해야 하니까. 이제 좀 쉬지?”

“…그래.”

예리엘의 얼굴을 보지 못했지만, 그녀가 흐뭇하게 웃는 소리가 내 귀를 간지럽혔다.

그렇게 서로 등을 맞대고 텐트 안에서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누우니까 졸리네.’

[일이 생기면 깨워드리겠습니다.]

‘고마워. 그리고 레나와 문주아 쪽에는 잘 말해줘.’

[알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아르모니아의 대답을 듣자마자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풀리는 긴장과 같이 눈꺼풀에 힘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저기… 한 가지 물어봐도 돼?”

예리엘의 목소리가 내 귓바퀴를 타고 고막을 톡톡 건드려왔다.

나는 졸린 상황에서도 예민함을 드러내지 않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뭐지?”

“내게 용무가 있었잖아. 용무가 뭐야?”

“….”

용무를 말하기에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다.

여유롭다고 말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는 상황이었지만, 단둘이 대화를 나누기에 최적화된 장소라는 건 확실했으니까.

하지만 나는 눈을 뜨지 않고 잠에 서서히 취해가며 대답했다.

“나는 한번 말한 건 번복하지 않는 스타일이야.”

“그게 무슨…?”

“용건은 동료들과 합류한 다음에 말한다고 했을 텐데?”

“….”

내 등 뒤로 예리엘이 뒤척이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까까지는 나와 등을 맞대는 느낌이었지만, 몸을 돌려서 내 등 뒤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너도 알겠지만, 아까 동료들과 만났어.”

“그리고 다시 헤어졌지.”

“….”

등 뒤로 예리엘의 허탈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런 웃음소리를 자장가 삼으며….

“동료들과 합류하면… 그때 용무를 말하지.”

마지막 말을 남기고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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