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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웅 사관 학교 (6)
‘아르모니아, 요리 도구랑 재료 좀 만들어줘.’
[알겠습니다.]
내가 아르모니아에게 말하자마자, 내 망토 안에서 갑자기 물품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쏟아져 나온 존재들은 전부 요리와 관련된 물품들이었다.
냄비, 프라이팬, 식기, 포크, 숟가락, 젓가락 등등….
그리고 그 뒤에는 각종 식자재가 뒤따라 나왔다.
나는 내 망토에서 뭔가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며 허탈하게 웃었다.
‘무슨 만능 주머니 같네….’
[에넬은 만능입니다.]
‘….’
나도 알아….
차마 그 말은 통신으로 하지 못했다.
나는 그렇게 고개를 절레거리며 바닥에 쏟아진 식기와 식자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내가 그렇게 정리하자 옆에서….
“그, 그것들을 전부 가지고 다니신 건가요?”
성수아가 놀란 표정으로 쏟아진 물품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놀란 건 성수아뿐만이 아니었다.
“…저게 뭐야?”
예리엘도 휘둥그레진 눈으로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중이었다.
아니, 내가 아닌 내 망토 안에서 쏟아져 나온 물품들을 보는 것 같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어.”
“어떻게 그게 가능한 건가요? 아무리 봐도 망토 안에 담고 있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닌데….”
성수아의 말대로 지금 쏟아져 나온 물품들은 망토 안에 잘 넣는다고 넣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냄비 하나가 내 머리보다 컸고, 프라이팬은 그것보다 더 컸다.
그 두 가지를 몸에 소지하면 외부에서 모르고 싶어도 모를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것을 넘어서서 깨지기 쉬운 식기랑 관리가 힘든 식재료들도 잔뜩 꺼낸 것이었다.
그것들보다 더 황당한 물건도 존재했다.
“저거… 버너 아냐?”
“마, 맞는 거 같아요.”
휴대용 버너만 4개가 튀어나온 것이었다.
그리고 이어서….
“…압력밥솥도 있는데?”
“….”
나는 대충 거짓으로 둘러댔다.
“물건을 보관할 수 있는 아이템이 있어.”
“맙소사….”
“그런 아이템이 있다고…?”
성수아와 예리엘은 진심으로 놀란 듯 보였다.
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신기했다.
‘…위그드라실에서는 별거 아닌 능력인데.’
위그드라실에서는 모든 존재가 인벤토리를 기본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심지어 그곳에 사는 주민들도 예외는 아니다.
‘하긴… 위그드라실이 이상한 케이스긴 하네.’
생각해보면 위그드라실을 제외한 다른 세계에서 인벤토리 개념은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벤토리가 무조건 장점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위그드라실에서 사용하는 인벤토리는 다른 세계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도 존재했다.
그야,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음식을 조리하기 시작했다.
‘아르모니아, 레시피 좀 띄워줘.’
[원하시는 요리가 있으십니까?]
‘그냥 간단하게 찌개랑 고기나 먹지 뭐….’
내가 만들려는 건 평생 맛볼 수 없는 화려한 요리가 아니었다.
캠핑 가서 먹을 수 있는 요리 수준을 원한 것뿐이었다.
‘이런 곳에서는 이런 요리들이 최고지.’
제일 먼저 한 건 밥을 짓는 것이었다.
쌀을 씻고, 압력밥솥에 물과 쌀을 넣고 버너에 올렸다.
그리고 그 뒤에 각종 채소와 고기, 그리고 김치를 썰어서 냄비에 넣은 뒤에 레시피에 적힌 대로 차근차근 재료를 넣기 시작했다.
재료를 써는 칼질과 국에 재료를 넣는 타이밍, 뭐 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었다.
‘이럴 때 보면 손기술이 사기이긴 하네.’
나는 내 요리 솜씨에 감탄하며 내 기질창을 확인했다.
[한식 LV 85], [양식 LV 86], [중식 LV 89]….
조리와 관련된 기질들이 잔뜩 띄워져 있었다.
나는 딱히 관심 없었지만, 함선에서 간혹 요리를 해먹을 때 생겼던 기질이었다.
사실 요리 자체를 에넬로 만들어내면 쉽게 먹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편함과 효율을 버리고, 열심히 옆에 있던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내가 고기를 굽자, 옆에서 에너지 바를 먹던 예리엘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김치찌개에 스테이크…?”
예리엘의 말대로 내가 굽고 있는 고기는 큼지막한 안심이었다.
안심 고기는 이미 시즈닝이 되어 있었고, 나는 올리브유와 버터를 이용해서 굽는 중이었다.
조합이 이상하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는 예리엘의 혼잣말에 대충 대답해줬다.
“나는 좋아해.”
“….”
농담이 아니라, 진짜 내가 좋아하는 메뉴였다.
밥과 김치찌개, 스테이크….
담백한 밥과 매콤한 김치찌개, 그리고 그사이에 담긴 느끼한 스테이크.
나는 언제나 저 조합을 사랑하는 편이었다.
그리고 내 대답을 들은 성수아는….
“…의외로 어울릴 거 같네요.”
침을 꼴깍 삼키며 내 조리 과정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중이었다.
어느새 성수아와 예리엘은 각자 먹던 에너지 바(던전에서 먹기 위해 개발된 식량)를 반만 먹고 더 이상 입에 넣지 않고 있었다.
‘좋아, 계속 봐라.’
내가 일부러 완성된 요리가 아닌 조리도구와 식자재를 에넬로 만들어낸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효율을 생각한다면 이미 완성된 요리를 에넬로 만들어내는 것이 편했다.
하지만 그런 짓을 하면 옆에 있는 두 여자가 내 음식을 불신할 것 같았다.
망토 안에서 갑자기 펄펄 끓는 김치찌개와 스테이크가 나와봐라.
누가 먹고 싶겠는가….
아무리 먹고 싶다고 해도 내용물에 뭐가 들어갔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숟가락을 들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질 것이다.
그에 비해서 나는 두 사람 옆에서 오픈 키친 식당처럼 모든 것을 공개하며 요리하는 중이었다.
내가 요리하는 중간마다 옆에 있던 성수아와 예리엘이 혼잣말하듯 내게 말을 툭툭 던졌다.
“…효율이 좋지 않네요.”
“맞아, 거추장스러워.”
“이런 곳에서는 저렇게 거추장스러운 것보다 이… 에너지 바가 더 낫죠.”
“…그래.”
두 사람은 서로 동조하며 대화를 주고받았지만, 정작 손에 들고 있던 에너지 바는 반만 먹은 채 더 이상 입으로 넣지 않았다.
나는 그런 두 사람의 대화에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나는 그렇게 맛없는 거 먹고 싶지 않아.”
“…정말 애 같네요. 그리고 이거 생각보다 맛있어요.”
“네 말대로 내 입맛이 원래 애 같아. 그리고 내 눈에는 맛없어 보여.”
“윽….”
나는 성수아와 예리엘의 투덜거림에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다시 요리에 집중했다.
그렇게 요리하다 보니, 어느새 모든 요리가 완성되었다.
나는 밥과 국을 뜬 뒤에 그릇에 잘 구워진 스테이크를 올려놓은 뒤에 스테이크와 같이 구웠던 아스파라거스와 파프리카를 올렸다.
그리고는 망토에서 접이식 식탁을 꺼내서 펼친 뒤에 그 뒤에 음식들을 올렸다.
“괜찮네.”
나는 그렇게 말하며 밥 한 숟갈과 김치찌개 한 숟갈을 입에 넣었다.
“크으… 역시 내가 만든 게 최고야.”
빈말이 아니었다.
‘와… 내가 만든 거지만 진짜 감탄스럽네.’
내 입으로 이렇게 말하는 게 웃겼지만, 나름 진심이었다.
만약 내가 노력해서 요리에 재능을 가진 것이었다면 이런 말도 안 했을 것이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은 연호의 능력을 이용해서 검술을 쓸 때와 비슷한 감정이었다.
마치 치트키를 써서 게임을 하는 그런 기분이랄까?
내가 그렇게 감탄하며 음식을 먹자, 옆에서 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쌍으로 들려왔다.
“꿀꺽….”
“꿀꺽….”
나는 그런 침 넘어가는 소리를 무시한 채 스테이크를 썰어서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내가 구운 고기를 씹으며 칭찬을 멈추지 않았다.
“역시 고기가 최고네.”
“….”
“….”
나는 계속 음식을 먹으며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두 사람의 모습을 힐끗힐끗 봤다.
두 사람은 내가 망토를 쓰고 있는 터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심지어 예리엘은… 간간이 침까지 흘리기도 했다.
‘…어린 육체 때문에 성격이 오락 하락하는 건지, 아니면 원래 저런 건지….’
나는 속으로 웃으면서 두 사람의 모습을 관찰했다.
뭐랄까… 재미있는 영상을 보면서 밥을 먹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먹다 보니 어느새 밥그릇, 국그릇, 접시에 있던 모든 음식이 싹싹 비어 있었다.
“아, 잘 먹었다.”
“아….”
“아….”
두 사람은 마치 영혼이 빨려 들어갈 정도로 재미있는 먹방이 끝나는 듯한 절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갑자기 자신들이 들고 있는 에너지 바를 뚫어지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무리 에너지 바가 효율이 좋아도 결국 에너지 바일 뿐이었고, 맛이 없는 건 아니지만… 결국 에너지 바였다.
내가 먹은 음식을 본 다음에 에너지 바를 보니 도저히 입 안으로 넣을 수 없는 모양이었다.
나는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저것들 먹을래?”
“…저희가 남은 거 먹는 사람처럼 보이나요?”
“내가 설마 남긴 걸 먹이겠어?”
나는 이때만큼은 장담을 담아서 이야기하지 않았다.
“평소에 셋이서 먹다 보니 습관처럼 여러 명 분을 만들어 놨어. 버리는 것도 아까우니까 먹지 그래?”
나는 거절할 명분을 없애기 위해서 아직 열기가 담겨 있는 김치찌개의 버터에 불을 올렸다.
내가 김치찌개에 불을 올리자마자, 예리엘이 냄비를 뚫어지게 보며 입을 열었다.
“…거기에 뭐가 들어있는 줄 알고?”
그렇게 말할 거면 눈이라도 다른 곳으로 돌리시죠?
나는 헛웃음을 흘리며 대답했다.
“나는 음식에 장난 안 쳐.”
“….”
“그리고 나도 먹을 거였는데, 장난을 쳐놨겠어?”
“…하긴.”
예리엘도 옆에서 봐왔던 게 있어서 그런지 이상한 의심은 하지 않았다.
나는 찌개에 불을 올리고, 바로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내가 고기를 굽기 시작하자, 성수아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갑자기 고기는 왜…?”
“어차피 먹기로 한 거 그냥 이것도 먹어.”
“아….”
성수아와 예리엘은 더 이상 거부하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진짜 먹고 싶은 모양이었다.
완성되는 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밥과 국은 이미 완성되어 있었고, 고기는 다시 구우면 그만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음식을 완성한 뒤에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두 사람에게 말했다.
“먹어.”
내 말에 성수아와 예리엘은 손에 반쯤 먹은 에너지 바를 손에 꽉 쥔 채 천천히 접근했다.
마치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기 위해 다가오는 쥐들처럼….
그렇게 간이 테이블에 도착한 성수아가 나지막이 내게 질문을 건넸다.
“혹시… 동료들에게도 이렇게 해주시나요?”
“어. 식사 담당은 나야.”
“의외네요… 딱 봐도 당신이 리더 같던데.”
“내가 리더 맞아. 그냥 내가 요리를 좋아하는 것뿐이야.”
“…그렇군요.”
성수아는 그렇게 대답하며 바닥에 앉았고, 예리엘은 성수아의 옆에 앉아서는 나를 조심스럽게 바라봤다.
“혹시라도 말하지만… 이상한 짓 하지 않았길 빌겠어. 서로를 위해서….”
“아까도 말했지만, 음식에는 장난 안 쳐.”
당연히 뻥이다.
나는 적이라고 판단되는 녀석에게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음식에 장난질 칠 수도 있고 말이다.
하지만 확실한 사실은….
“…믿겠어.”
지금 두 사람의 음식에는 이상한 짓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최선을 다해서 음식을 했다는 사실이었다.
예리엘은 숟가락을 들고는 성수아에게 말했다.
“수아야, 일단 나부터 먹을게.”
“네? 어째서…?”
“아무리 의심하면 안 된다고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잖아. 혹시 모르니까 내가 기본적인 것만 체크할게.”
“그, 그거 라면 제가 체크를…!”
“아니야. 이래 봬도 약물 내성은 내 쪽이 더 높으니까. 내 말 따라.”
“…네.”
성수아는 살짝 시무룩한 표정으로 기다리기 시작했다.
예리엘은 얌전해진 성수아를 두고 천천히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예리엘은 체형에 맞게 밥을 적게 한 숟갈 뜨고, 그 뒤에 찌개도 한 숟갈 먹었다.
처음에는 겉모습에 어울리게 얌전하게 음식을 먹는… 줄 알았으나.
‘…진짜 애 같네.’
밥과 국을 한 숟갈 먹고, 스테이크를 한 조각 먹더니 갑자기 미친 듯이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농담이 아니라, 성수아의 음식까지 넘볼 기세였다.
예리엘의 모습에 놀란 성수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예, 예리엘 님…?”
“아!”
예리엘은 성수아의 목소리에 번뜩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상태를 확인했다.
분명 한 숟갈만 먹겠다고 하던 예리엘은 어느새 반을 넘게 먹은 상태였다.
심지어 본인은 모르겠지만, 입가에 밥풀도 몇 개 묻어 있었다.
처음에는 원래 성격이 저러거나 과도한 공복 때문에 저러는 줄 알았지만….
“대… 대단하네. 이런 곳에서 이런 맛을 내는 음식을 만들 줄이야.”
예리엘은 진심으로 내가 만든 음식을 감탄하고 있었다.
한창 내 칭찬하던 예리엘은 옆에 앉아 있던 성수아에게 말했다.
“수아야… 너도 먹어봐.”
“…네.”
예리엘의 허락이 떨어져서 음식을 먹기 시작한 성수아는….
“와…!”
예리엘과 마찬가지로 감탄하며 내 음식을 빠르게 먹기 시작했다.
평소에 얌전하던 두 사람이 음식 앞에서 저렇게 감탄하는 모습을 보여주니, 나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했다.
“어때? 아직도 그 에너지 바가 더 좋다고 생각해?”
“….”
내 말을 들은 성수아는….
“비… 비상시에는 이것도 중요하다고요.”
손에 들고 있던 에너지 바를 천천히 주머니에 넣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빠, 빨리 먹죠, 예리엘 님. 다른 동료들이 기다리겠어요.”
“…그래.”
그제야 예리엘도 미소를 지으며 에너지 바를 주머니에 넣고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참고로 테이블 위에 음식이 사라지는 데에는 1분도 걸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