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876화 (877/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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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웅 사관 학교 (6)

“휴우… 드디어 만났네.”

“예리엘 님!”

예리엘이 등장하자마자 성수아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반겼다.

“무사하셨군요. 정말 다행이에요.”

성수아는 예리엘의 모습을 보며 진심으로 안도했다.

예리엘이 갑자기 사라졌다는 말을 들었던 성수아의 표정을 떠올리면 그녀가 얼마나 예리엘을 걱정하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성수아의 걱정하는 모습을 본 예리엘은 허탈하게 웃었다.

“나야말로 걱정했는데, 아무 일 없어서 다행이네.”

예리엘 입장에서는 아마 성수아가 더 걱정됐을 것이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경험이 적고, 혼자 감당하기에는 벅찼을 테니까.

그리고 예리엘이 걱정하는 건 성수아가 동료로부터 떨어진 사실 뿐만은 아니었다.

내 예상대로 예리엘은 나릴 힐끗 보며 성수아에게 물었다.

“저 남자가 네가 말한 남자니?”

“네.”

예리엘은 성수아의 대답을 듣자마자 고개를 끄덕이며 내게 말을 걸었다.

“이야기는 들었어. 나를 찾았다고?”

평소에 예리엘을 만났다면 바로 예의를 차려야겠지만….

“드디어 만났군.”

나는 퉁명스러운 방식으로 인사를 건넸다.

원래 인사를 하려면 상대방에게 통성명을 건네는 게 정석이지만, 정체를 숨기는 입장에서 그런 예의를 차릴 수는 없었다.

그리고 내 무례한 언행을 들은 예리엘은….

“전해 들은 대로네.”

나를 건조한 눈으로 노려봤다.

예리엘의 노려보는 눈 덕분에 뒷덜미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평소랑 딴판이네.’

지금 나를 노려보는 예리엘의 눈빛은 평소에 내게 보여주는 눈빛과 딴판이었다.

평소에 예리엘이 나를 보는 눈빛에는 언제나 친근함이 가득했다.

간간이 장난기를 담아서 내게 장난을 치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 예리엘의 눈빛에는….

“일단 용건은 동료들과 합류하고 나서 듣도록 하지.”

완전 다른 사람 같았다.

‘정체를 들키면 정말 골치 아파지겠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망토 안으로 얼굴을 좀 더 넣었다.

망토라는 존재를 믿으며 예리엘에게 반문했다.

“나는 용건부터 말하고 싶은데?”

예리엘은 내 반문을 듣자, 나를 더 강하게 노려보며 대답했다.

“당신의 용건은 동료들과 합류한 뒤에 듣겠어. 나한테는 당신의 용건보다 동료들이 훨씬 더 중요하니까.”

“….”

사실 여기서 억지로 용건만 몇 마디 전하고 떠나면 그만이다.

무엇보다 예리엘이 옆에 있다면 성수아도 안심하고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좋아. 그렇게 하지.”

예리엘의 말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비록 예리엘이 옆에 있어서 성수아의 안전이 어느 정도 보장된다고 하지만, 결국 한계가 존재할 것이다.

탑의 수장이었던 예리엘도 전이 기믹 때문에 동료들과 떨어져 버렸으니까.

‘두 사람이 또 떨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고….’

예리엘과 같이 다니면 정체를 탄로 날 가능성이 늘어나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두 사람의 안전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예리엘은 내 대답을 듣고….

“…가자, 수아야.”

“네.”

정작 성수아에게 대답하며 앞장서기 시작했다.

성수아는 잠깐 내 눈치를 봤지만, 바로 예리엘의 옆에 붙어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성수아와 예리엘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최대한 빨리 끝내고 나가자.’

아무리 두 사람을 돕고 싶어서 옆에 붙어 다닌다고 해도 오래 붙어 다녀서 좋을 건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내 정체가 탄로 날 가능성은 점점 더 커질 테니까.

예리엘과 성수아는 나를 뒤에 두고 서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대화는 잘 들리지 않았지만….

“저 남자….”

“저런 태도이지만, 생각보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다 들리게 이야기하네….’

그래도 다행인 점이 있다면 얼핏 들리는 대화를 토대로 내 험담을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예리엘은 내 존재를 의심하고, 성수아는 그런 예리엘에게 내게 받은 도움을 가감 없이 설명했다.

성수아가 해준 이야기는 대부분 칭찬이었다.

성수아를 통해 내 칭찬을 들은 예리엘은….

“…그래.”

내 칭찬을 들었음에도 도통 표정을 풀지 못했다.

‘하긴 뭐 하는 녀석인지 모르니, 당연하겠지.’

지금까지 예리엘은 기본적으로 나를 호의적으로 대해줬다.

사실 그녀가 호의적으로 대해주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견학 사건, 에브리카 본사 테러 등등… 의도하지 않게 예리엘에게 도움을 준 터라 그녀의 입장에서는 나를 좋게 봐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나는 수색대를 덮친 녀석들과 같이 수상한 존재와 같이 보일 것이다.

‘의심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예리엘과 처음 만났던 장면을 떠올렸다.

처음 예리엘과 만났던 장소는 교장실 입구였다.

거대한 덩치의 교장이 ‘님’자를 붙이며 공손하게 대하던 예리엘.

그렇게 교장실에서 마주했던 예리엘은, 무표정하고 건조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었다.

당신 따위는 별로 관심 없다는 듯이….

‘생각해보면 저게 원래 성격일 수도 있겠네.’

곰곰이 생각해보니 예리엘이 다른 사람에게 감정을 드러내는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생도들에게도 무뚝뚝한 태도로 대했을 정도였으니까.

그에 비해서 내게는 이것저것 장난도 치면서 웃어줬다.

하지만 지금은 마치 생판 모르는… 아니, 적을 바라보는 듯한 의심의 눈초리로 나를 지긋이 바라볼 뿐이었다.

나는 앞장서서 가는 예리엘과 성수아를 보며 피식 웃었다.

‘오늘 횡재했네. 내가 모르는 두 사람의 속마음을 본 기분이야.’

성수아도 그렇고, 예리엘도 그렇고 평소에 보지 못했던 모습을 보니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속닥거리는 목소리를 들으며 뒤를 따르는 중에 아르모니아의 통신이 들려왔다.

[수호 님, 보여드릴 것이 있습니다.]

‘어떤 거?’

내가 되묻자, 내 눈앞에는 예리엘의 기질창이 띄워졌다.

내 눈에 보인 건 예리엘의 기질창에 있는 몇몇 기질들이었다.

‘저런 상태로 계속 돌아다녔다고?’

예리엘의 기질창에는 생각보다 황당한 기질이 적혀 있었다.

[공복], [과도한 피로]….

피로는 이해가 갔지만, 공복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설마 비상식량 같은 것도 안 가지고 다닌 건가?’

나는 그런 예리엘의 기질을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거참….”

내 헛웃음을 들은 성수아와 예리엘이 이동 중에 멈춰 선 뒤에 고개를 돌려서 나를 바라봤다.

먼저 입을 연 건 성수아였다.

“혹시 동료들에게 무슨 일 있어요?”

“아니, 동료들은 잘 있어.”

“그러면 뭣 때문에 갑자기…?”

“잠깐 쉬었다가 가지.”

나는 예리엘을 보며 말했지만, 정작 대답한 건 성수아였다.

“가, 갑자기요?”

“그래, 불침번 선다고 제대로 잠도 못 잤잖아. 그리고….”

나는 인식 저해 망토를 깊게 눌러 쓴 채 예리엘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갑자기 배고파졌어. 힘을 쓰려면 기본적으로 배를 채워야지.”

“!?”

내 말을 듣자마자 성수아의 옆에 있던 예리엘의 몸이 흠칫 떨렸다.

하지만 성수아는 그런 예리엘의 모습을 보지 못했는지 고개를 절레거리며 대답했다.

“죄송하지만, 그건 힘들 거 같아요. 수색대와 합류하는 게 우선이에요.”

“오래 쉬자는 게 아니야. 간단하게 배만 채우고 가자는 거야.”

“조금만 참아주시면 안 돼요? 식료품은 수색대가 가지고 있어요. 만나기만 하면….”

성수아는 어떻게 해서든 나를 설득하려고 했다.

그에 비해서 예리엘은….

“….”

성수아와 내 눈치를 보며 안절부절못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예리엘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고 대답했다.

“나는 지금 당장 배고파서 한 걸음도 움직이기 힘들어.”

“아니! 이렇게 위급한 상황에, 갑자기 애처럼…!”

성수아는 아까까지 내게 보여주던 친절함을 지우고, 내게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성수아를 말리는 건 내가 아닌….

“…수아야. 잠깐 쉬었다 가자.”

예리엘이었다.

예리엘의 갑작스러운 결정에 성수아는 당황하며 우물쭈물하기 시작했다.

“하,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잖아. 수색대에 상태를 보고 결정하자.”

“아… 예, 예리엘 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성수아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예리엘이 갑자기 저렇게 쉬자고 말하니.

성수아는 예리엘의 명령을 듣자마자 바로 스마트 워치를 이용해서 통화를 시작했다.

그렇게 수색대와 통화를 마친 성수아는….

“지금 알 수 없는 장소에 갇히긴 했지만, 위험한 상황은 아니라고 하네요.”

그렇게 말하며 휴식하자는 나와 예리엘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휴식이 결정되자, 성수아는 예리엘에게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예리엘 님. 혹시 어디 다치셨나요?”

“아니….”

“혹시 몸에 이상이라도…?’

“그런 거 아니야. 저 남자 말을 들어보니까, 수아 너도 제대로 잠도 못 자고 먹지도 못한 거 같으니, 이런 타이밍에 간단한 요기라도….”

예리엘이 그렇게 혼자 횡설수설하듯 변명하는 순간이었다.

꼬르르륵.

“….”

“….”

“….”

적막한 동굴에 어울리지 않는 우렁찬 진동이 울려 퍼졌다.

나는 나도 모르게 실소를 흘리며 입을 열었다.

“어디선가 전이 기믹이 발동된 모양이군.”

농담이 아니라, 모르고 들었다면 다른 장소에 전이 기믹이 발동된 줄 알았을 것이다.

내 말을 들은 예리엘은….

“….”

앙증맞은 손을 꽉 쥐며 몸을 파르르 떨기 시작했다.

그런 예리엘의 모습을 본 성수아가 오히려 발끈하며 나를 향해 소리쳤다.

“저, 전이 기믹이 그렇게 자주 발동하는 현상인 줄 아나요!?”

“…갑자기 왜 화를 내지?”

“그, 그냥 갑자기 뜬금없는 소리를 하시니까….”

성수아도 바보가 아니다.

이 소리의 근원지 정도는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녀는 최대한 예리엘을 보호하기 위해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일단 예리엘 님의 허락을 받았으니, 빨리 휴식하고….”

그렇게 성수아가 횡설수설하며 아무 말이나 꺼내려는 순간이었다.

꼬르르륵!!!

“….”

“….”

“….”

아까보다 더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까 들렸던 소리가 진도 4 정도였다면 지금 들려온 소리는 진도 6정도 되는 것 같았다.

나는 더 강한 진동을 듣고는 성수아에게 말했다.

“또 전이 기믹이 발동한 모양이군.”

“그… 그만 하세요.”

성수아는 질겁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천천히 돌려서 예리엘의 상태를 확인했다.

성수아와 내 눈에 담긴 예리엘의 모습은….

“……….”

그야말로 수치심이 가득 담긴 모습이었다.

앙증맞은 양손을 꽉 쥐고, 얼굴을 붉히며, 온몸을 파르르 떨고 있었다.

나는 그런 예리엘의 모습을 보며….

‘…여기까지 하자.’

장난을 그만하기로 했다.

이 이상 건들다가는 죽기 전에 지옥이 어떤 곳인지 경험하게 될 것 같았다.

나는 헛기침을 하며 분위기를 전환하기 시작했다.

“일단 합의가 되었으니, 각자 알아서 해결하도록 하지.”

나는 그렇게 말한 뒤에 적당히 거리를 두고 두 사람의 상태를 관찰했다.

성수아는 안절부절못한 채 예리엘의 눈치를 봤고, 예리엘은….

‘…눈에서 빔 나오겠다.’

나를 매섭게 노려보는 중이었다.

사람이 복받치면 눈물이 쏟아진다는데, 다행히 그 정도는 아닌 모양이었다.

성수아는 어떻게 해서든 예리엘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서 힘쓰기 시작했다.

“예, 예리엘 님, 혹시 비상식량 없으신가요?”

“…전투 중에 흘린 모양이야.”

예리엘은 성수아의 질문에 꼬박꼬박 대답하면서도 나를 향하는 눈빛을 거두지 않았다.

‘거참… 어차피 소리는 나중에 나왔을 건데….’

[…소리가 문제가 아닙니다.]

‘….’

전이 기믹으로 놀리는 건 하지 말았어야 했나?

예리엘의 창피해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장난기가 발동한 것이었다.

나는 한숨을 쉬며 통신으로 말했다.

‘일단 화는 풀어줘야겠지?’

[어떻게 풀어주실 생각이십니까?]

‘간단해. 배고파서 예민해졌으니, 배부르게 해주면 해결되겠지.’

[지금 상태에서는 배불러도 쉽게 해결이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배부르면 최소한 나를 씹어 먹지는 않을 거 아냐.’

나는 아르모니아의 질문에 한숨을 쉬면서 대답했다.

‘아르모니아, 요리 도구랑 재료 좀 만들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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