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873화 (874/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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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웅 사관 학교 (6)

나는 당황한 표정으로 무음 통화를 하는 성수아를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예리엘 쪽에 안 좋은 일이 생겼나 보네.’

그나마 안도하는 점이 있다면 예리엘의 실력을 고려하면 그녀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과….

‘이쪽에 도착해서 천만다행이야.’

내가 향했던 방향에 성수아가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눈앞에 성수아와 교단 조직원들의 기질창이 뒤섞여 있는 것을 보고는 이성을 잃은 듯이 성수아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성수아를 구해낼 수 있었다.

나는 속으로 안도하며 아르모니아에게 말했다.

‘아르모니아, 나이스 타이밍.’

[왠지 필요할 것 같아서 만들었는데, 다행입니다.]

내가 아르모니아를 칭찬하는 이유는 바로 음성 변조기 덕분이었다.

눈치 빠른 아르모니아는 내 신분이 들통나지 않게 에넬로 음성 변조기를 만들어줬다.

덕분에 성수아에게 들킨 염려는 없었다.

나는 얕게 숨을 고르며 주변을 둘러봤다.

‘쉬지 않고 달린 보람이 있었네.’

만약 내가 오는 길에 잠깐이라도 쉬는 시간을 가졌다면 성수아는 정말 큰 봉변을 당했을 것이다.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성수아는 내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

나는 곤란한 표정으로 내 눈치를 보는 성수아의 모습을 보며 망토를 가린 채 쓰게 웃었다.

‘생각보다 힘드네.’

나는 뒷일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성수아를 구해줬었다.

문제는, 그녀를 구해주고 나서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매몰차게 대했다는 사실이었다.

통신으로 아르모니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체를 들키는 것보다는 그쪽이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어차피 성수아에게 내 정체를 밝힐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친근하게 대하자니, 괜히 내 정체가 드러날 것 같아서 매몰차게 대한 것이었다.

나는 쓰게 웃으며 통신으로 물었다.

‘나머지 녀석들은 어떻게 됐어?’

[현재 레나 씨와 문주아가 쫓고 있습니다. 아마 전부 잡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알았어.’

성수아의 수색대를 기습한 녀석들은 총 세 무리로 나뉘어 있었다.

나는 성수아와 뒤섞인 무리로 향했고, 나머지 두 무리는 레나와 문주아에게 따로따로 기습하라고 명령했었다.

그리고 그 기습은 제대로 통했는지 몇 명을 제압하고, 도망치는 녀석들을 뒤쫓는 중이기까지 했다.

조직원들도 실력은 보통이 아녔지만, 녀석들을 기습한 레나와 문주아는 녀석들보다 한 수 위였다.

거기다 레나와 문주아는 마법사가 아니라서 큐빅의 영향도 받지 않았다.

‘너무 무리해서 쫓지 말라고 해. 놓치면 나중에 잡으면 그만이니까.’

[알겠습니다.]

내가 그렇게 상황을 정리하자, 때마침 성수아 쪽에서 내게 말을 걸어왔다.

“지금 예리엘 님과는 멀리 떨어져 있어요. 던전 특성상 하루 이틀로는 마주하기 힘들 수 있어요.”

“그래서…?”

“정말 만나고 싶다면 동행해야 할 거 같네요.”

“….”

일단 내가 원하는 구도가 갖춰졌다.

만약 성수아가 나랑 같이 다니고 싶지 않다고 해도 그녀의 뒤를 쫓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마침 아르모니아에게서 통신으로 또 목소리가 들려왔다.

[레나 씨 쪽은 전부 잡았습니다. 다만 한가지 특이 사항이 있습니다.]

‘특이 사항?’

[레나 씨, 통신으로 예리엘이 있던 조직 쪽의 문제를 전해 들을 수 있었다.]

레나에게 맡겨 놓은 무전기는 예리엘 쪽으로 향한 조직원들과 소통이 되는 무전기였다.

그리고 마침 그쪽 상황을 레나가 가진 무전기를 통해 전해진 것이었다.

[예리엘과 다수의 조직원이 전이 기믹으로 사라졌다는 사실입니다.]

‘…성수아가 왜 저렇게 난처해하는지 이제야 알 것 같네.’

성수아는 현재 내게 예리엘의 상황을 비밀에 부친 채 나를 이끌려고 했다.

성수아는 내가 예리엘과 만나는 것을 이용해서 나라는 존재를 이용할 셈인 모양이다.

‘좋네.’

나쁘지 않다는 떠나서 내 입장에서는 환영이었다.

애초에 성수아와 동행하는 게 목적이었으니까.

나는 망토를 뒤집어쓴 채 피식 웃으며 비아냥거리듯 목소리를 냈다.

“직접 통화를 하고 싶은데?”

“…그건 곤란할 거 같아요. 긴급할 때 쓰는 통신이라 함부로 타인에게 건네줄 수 없어요.”

“….”

“결정하세요. 같이 갈지, 말지.”

“….”

아마 내가 예리엘의 문제를 모른다고 생각하며 나를 꼬시는 중일 것이다.

나는 여유롭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마침 심심했는데, 장단에 맞춰주지.”

“….”

“대신 아까 말한 거 명심해. 다른 녀석들 입단속 잘 시키라고.”

“….”

성수아는 대답 대신 얼굴에 노기를 잔뜩 담아서 나를 노려볼 뿐이었다.

동료를 폄하하는 내게 말로 한마디 쏘아대고 싶은데, 잘못했다가는 상황이 악화하리라 생각해서 최대한 참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성수아의 모습은….

‘와… 찌릿찌릿하네.’

내게 짜릿함을 선사해줬다.

성수아를 만나고 나서 단 한 번도 저런 표정을 짓는 걸 본 적이 없었다.

언제나 웃어주고, 화를 내더라도 투덜거리는 수준이었던 성수아가 내게 진심으로 경멸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며 레나와 문주아를 불렀다.

레나와 문주아는 잡아낸 조직원들을 끌고 돌아오자, 당황한 성수아가 다시 내게 물었다.

“누, 누구죠?”

“내 동료.”

두 사람이 잡아 온 조직원의 숫자는 총 다섯.

레나가 셋을 잡아 오고, 문주아가 둘을 잡아 왔다.

문주아는 자기보다 한 사람 더 잡아 온 레나를 보며 투덜거렸다.

“딱 보니까, 비실이들만 골라서 잡아 왔나 보네.”

“….”

문주아는 레나가 자기보다 한 녀석을 더 잡아 온 게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이런 곳에서 경쟁심을 불태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딱히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나는 이미 꽁꽁 묶여서 기절한 조직원들의 상태를 확인한 뒤에 성수아에게 말했다.

“저 녀석들이 아까 너희들을 기습했던 녀석들이야.”

“그렇군요….”

“그렇군요는 뭘 그렇군요야.”

“…네?”

나는 잡아 온 녀석들을 턱짓하며 성수아에게 명령하듯 말했다.

“빨리 저 녀석들을 데리고 가.”

“저, 저희가요?”

“그럼 너희가 데리고 가지 누가 데리고 가려고?”

사실 합당한 조치였다.

저 녀석들은 성수아가 이끄는 수색대를 기습한 녀석들이었다.

수색대의 입장에서 기습한 녀석들의 정보를 알아내려면 저 녀석들이 꼭 필요할 것이다.

나는 당황해하는 성수아를 보며 냉정하게 말했다.

“데리고 갈 생각 없으면 바로 죽일 거야. 우리는 저 녀석들을 데리고 다닐 이유가 없거든.”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성수아가 다시 수색대 대원들과 회의하기 시작했다.

어린 나이에 책임자 자리를 맡아서 그런지 함부로 이것저것 결정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성수아가 수색대 대원들과 회의하는 사이에….

“아씨… 좀만 시간 줬으면 한 녀석 더 데리고 올 수 있었는데….”

문주아가 내 옆에서 투덜거리며 변명하기 시작했다.

“정말 시간만 있었으면 한 명… 아니, 두 명 더 데리고 올 수 있었다니까?”

“…잘했으니까, 조용히 해.”

애초에 문주아는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을 잘해줬다.

그런데 레나와 비교해서 자신이 실적이 적은 게 내키지 않는 듯 보였다.

“계속 그런 식으로 하면 일 끝나고 원하는 거 해줄게.”

“오호… 진짜?”

“가능한 것만. 가령 원하는 선물 정도 사주는 거?”

“쳇….”

그렇게 문주아를 얌전하게 만들자, 마침 성수아가 회의를 마치고 돌아왔다.

“그쪽 말씀대로 저분들은 저희 쪽에서 데리고 갈게요.”

성수아의 결정은 타당했다.

아무리 위험한 상황이라고 해도 자신들을 기습했던 녀석들이다.

저 녀석들에게 최대한 정보를 뽑아내는 것이 성수아의 입장에서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좋아. 그럼 결정됐으면 가지.”

“….”

그 뒤에 나와 레나, 문주아가 앞장섰고, 그 뒤에 성수아, 그리고 그 뒤에는 수색대가 뒤따라오기 시작했다.

..

..

같이 합류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우리는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일단 여기서 숙영해야 할 것 같아요.”

성수아가 숙영을 제안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좋아.”

나와 레나, 문주아는 던전에 진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수색대는 이야기가 달랐다.

이미 진입한 지 15시간가량 지난 상황이었고, 바깥 시간도 이미 자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거기다 마침 도착한 장소도 거대한 홀이었다.

적이 갑자기 들이닥쳐도 대응하기 딱 좋은 장소였다.

내 대답을 들은 성수아는 눈치를 보며 내게 물었다.

“불침번은 어떻게 하실래요?”

“너희들끼리 알아서 정해. 우리는 우리끼리 정할 테니까.”

“…네.”

표정에서 살짝 짜증이 묻어있었다.

‘캬… 표정 예술이네. 사진 찍고 싶다.’

[….]

성수아의 저런 표정을 또 어디서 보겠는가?

내가 그렇게 속으로 헛생각하는 사이에 수색대 쪽은 숙영 준비를 마쳤다.

수색대는 우리와 적당히 거리를 둔 채 성수아를 포함한 3명 정도가 경계를 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 쪽은 문주아, 나, 레나 순으로 경계를 서기로 했다.

레나와 문주아는 나를 배려한답시고 자신과 내 순번을 바꾸자고 제안했었다.

사실 그녀들의 말대로 불침번은 중간이 제일 피곤한 법이었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절레거리며 거절했다.

“됐으니까, 시간 되면 꼭 깨워.”

“…고집 진짜 세네.”

그렇게 문주아의 투덜거림을 들으며 침낭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침낭에 몸을 욱여넣자마자 아르모니아에게 통신으로 말했다.

‘아르모니아. 쟤 절대 나 안 깨울 거 같으니까. 시간 되면 꼭 깨워줘.’

[…알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아르모니아의 새벽콜을 믿으며 눈을 감기 시작했다.

..

..

잘 자는 와중에 갑자기 머릿속으로 아름다운 운율 같은 목소리라 흘러들어왔다.

[수호 님.]

‘…시간 됐어?’

[그렇습니다.]

나는 아르모니아의 대답을 듣자마자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봤다.

어둠 속에는 호롱불 같은 랜턴 하나만이 주변을 밝히고 있었다.

그리고 그 랜턴 옆에는….

“…아직 시간 안 됐어. 더 자.”

문주아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해진 시간에 딱 맞춰서 일어나니 당황한 모양이었다.

나는 그런 문주아의 말에 코웃음을 치며 침낭에서 설설 기어 나왔다.

“거짓말하면 나가서 선물 없다.”

“진짜 고집하고는….”

문주아는 고개를 절레거리며 결국 포기했다는 듯이 내 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졸리면 그냥 깨워. 나는 원래 잠 적으니까.”

내가 막 나온 침낭에 지렁이처럼 들어가기 시작했다.

왜 내 침낭에 들어가냐고 한 소리 할까 싶었지만, 옆에서 자는 레나의 모습에 참았다.

‘요상한 부분에서 말을 안 듣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주변을 조심스럽게 둘러봤다.

거대한 홀이지만, 숙영 때문에 네 개의 랜턴만이 주변을 밝힐 뿐이었다.

하나는 우리 쪽, 나머지 세 개는 수색대 쪽이었다.

그리고 내 시선이 세 개의 랜턴이 설치된 수색대 쪽에 닿는 순간 수색대에서 불침번을 서는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

“….”

성수아였다.

‘역시나 중간 시간을 맡았네.’

그녀라면 왠지 나랑 비슷한 시간대에 불침번을 서리라 생각했었다.

책임감이 강한 그녀가 편한 상황을 만끽할 리가 없으니까.

한편으로 걱정이 들기도 했다.

‘아르모니아. 문주아가 이상한 짓 안 했어?’

문주아는 예전에 성수아와 에브리카 테러 당시에 교전한 적이 있었다.

그때 일을 떠올리며 시비를 걸지 않았을까 걱정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딱히 이상한 행동은 하지 않았습니다.]

‘흠… 오래돼서 잊어버린 건가?’

생각해보면 문주아는 당시에 나랑 성수아와 싸우긴 했지만, 결정적으로 막타를 친 건 신분을 숨긴 나였다.

내게 분노가 집중되어 있던 터라 나와 성수아를 아예 까먹었을 가능성도 컸다.

나는 그렇게 안도하며 계속 성수아를 응시했다.

나는 그냥 딴생각하면서 멍하니 쳐다보았지만, 성수아는 아직도 나를 뚫어지게 응시하는 중이었다.

그렇게 나를 응시하던 성수아는….

‘응?’

옆에 있던 동료와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는 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내게 다가온 성수아는 나를 보며 실같이 얇은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아까 고마웠어요.”

“…갑자기?”

설마 저 한마디 하려고 온 건가 싶었다.

그런데 의외로 성수아는 그 말만 하려고 내게 다가온 것이었다.

“아까는 상황이 좋지 못해서 말 못했을 뿐이에요. 구해줬는데, 감사 인사는 해야죠.”

“…고마운 걸 아는 걸 보니까. 저 녀석들이랑 다르게 기본은 되어 있네.”

성수아는 내 대답에 진심으로 짜증 나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대답을 들으니까, 괜히 말한 거 같네요.”

“….”

나는 성수아의 짜증이 잔뜩 담긴 표정을 보며 몸을 오소소 떨었다.

‘오늘 일은 평생 숨겨야겠네.’

그렇게 좆됨을 감지하고, 평생 정체를 숨기기로 다짐하는 순간이었다.

쿠구구구궁….

“!?”

“!?”

성수아는 얕은 지진을 느끼자마자 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녀가 나를 노려보는 이유는 단순했다.

‘이거 전이 기믹 현상인데!?’

던전에서 지진 현상이 나면 대부분 전이 기믹이 발동되는 징조였기 때문이었다.

아마 내가 홧김에 기믹을 발동시킨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 성수아가 노려보는 모습을 보며 즐길 상황이 아니었다.

‘기믹 발동은 나도 가능하지만, 막을 수는 없어!’

만약 이대로 전이 기믹이 발동되어서 성수아가 다른 곳을 가게 되면… 최악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무, 무슨!?”

성수아에게 달려들었다.

“일단 얌전히 있어!”

“읏!”

그리고 성수아를 껴안자마자….

파아아앗!

전이 기믹이 발동되는 현상을 몸으로 느끼며 어디론가 이동되는 감각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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