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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웅 사관 학교 (6)
“무거우니까. 빨리 일어났으면 좋겠는데?”
“읏!?”
성수아는 남자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그를 뿌리쳤다.
그리고는 황급히 자세를 잡고, 그를 향해 전투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전투 자세를 취할지언정 공격하지는 않았다.
공격하지 않은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남자로 추정되는 자에게서 적의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뭐… 뭐지? 몸이… 공격하지 말라고 거부하는 것 같은 느낌이야.’
성수아의 몸이 그를 공격하지 말라고 비명을 지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성수아는 자신의 본능이 올바른 선택이었다는 사실을 주변을 보며 알 수 있었다.
“다… 당신이 전부 해치운 건가요?”
괴생물체들이 전부 죽은 듯이 바닥에 고꾸라져 있었다.
망토를 두른 채 신분을 숨긴 남자는 성수아의 질문에 대답이 아닌, 자기 할 말만 건넸다.
“보니까, 혼자가 아닌 거 같은데. 동료들부터 신경 쓰는 게 어때?”
“아차!?”
성수아는 다급히 몸을 돌려서 홀을 확인했다.
아까까지 물밀듯이 밀려오던 공세에 비하면 확연히 적의 숫자가 줄어 있었다.
하지만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일단 이 남자는 적이 아냐. 다른 사람들부터 도와줘야겠어!’
성수아는 남자의 신원보다 일단 동료의 안전을 챙겨야겠다고 판단하며 동료들을 향해 날아갔다.
성수아가 다시 본진으로 도착하자마자, 동료들이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갑자기 날아가서 놀랐잖아! 괜찮아!?”
“네, 괜찮아요!”
“으윽… 일단 이 이야기는 끝나고 나서 하자.”
선배들은 성수아에게 한껏 질타를 퍼붓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지금 상황을 넘기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성수아가 도착하자 쏟아지던 화살이 갑자기 줄어들었고…
“끼에에엑!”
“구에에엑!”
그들을 덮치던 괴생물체들도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집단 중 하나가 전부 죽어야 끝날 것 같은 전투는….
“하아, 하아… 도망갔나?”
생각보다 허무하게 끝나 버렸다.
“하아… 아까 그 장소 맞나?”
아까까지 웅장함을 자랑하던 홀은 어느새 괴생물체 시체가 가득한 지옥도를 펼쳐져 있었다.
마법사들은 회복사들에게 치료받으며 저마다 한마디씩 던졌다.
“이렇게 힘든 싸움은 살면서 처음이네….”
“그래? 나는 예전에….”
아까까지 목숨이 오락가락하며 싸우던 사람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웃음을 흘리며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런 여유를 부리는 건 아니었다.
“왜 그런 짓을 한 거야.”
“…죄송해요.”
“결과가 좋게 끝나서 망정이지, 만약 네게 문제가 생겼으면 우리는 어떻게 됐겠어?”
“…죄송해요.”
성수아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건 사과뿐이었다.
분명 아까까지 큰 실적에 눈이 멀어서 작은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이 자리를 맡겠다고 다짐했던 성수아였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몰려든 책임감은 성수아 본인을 사지로 몰아넣은 것이었다.
‘그렇게 실수하지 않겠다고 다짐해 놓고….’
그리고 다행히….
“지휘관이 죽은 부대는 끝이야. 그걸 명심해.”
그녀를 몰아붙이는 동료들은 이 상황을 그저 그녀의 이기심으로 몰아가지 않았다.
“맞아. 책임감은 높게 사지만, 우리한테 죄책감까지 남기지는 말아 달라고.”
“…죄송합니다.”
“사과도 거기까지 해. 너는 책임자야. 사과를 남발하면 오히려 네 공신력만 떨어질 뿐이야.”
“…네.”
그렇게 각자 한소리로 성수아를 몰아세웠던 선배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마지막 말을 건넸다.
“그리고… 잘했어. 네가 그렇게 나서지 않았으면 분명 사상자가 생겨났을 거야.”
다들 그 말에 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성수아는 그런 부드러운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고개가 무겁게 내려갔다.
“가… 감사합니다.”
“그래도 아까 내가 말했던 것처럼 네가 책임자의 위치에 있다는 것을 망각하지 마.”
“네….”
그렇게 상황을 정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성수아는 그렇게 내부를 정리했지만, 한편으로 정리하지 못한 것을 떠올렸다.
“아직 거기에 계시죠? 나오세요.”
“???”
성수아가 어둠을 향해 목소리를 내자, 다들 의아한 듯한 표정으로 일어서기 시작했다.
다들 그렇게 경계 태세에 돌입하자….
“빨리도 부르네.”
망토를 두른 남자 한 명이 천천히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성수아는 다른 인원들과 다르게 그를 마냥 경계할 수 없었다.
‘나를 구해준 사람이야. 분명 이유가 있을 거야.’
자신을 구해줬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정체불명의 인물이라고 해도 구해준 사람에게 함부로 살기를 내뿜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성수아는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무슨 목적으로 저희를 도와주신 거죠?”
성수아의 질문으로 주변에 있던 동료들은 상황을 대충 파악할 수 있었다.
어둠 속에 숨어 있던 적을 성수아 혼자 처리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남자는 거만함과 삐딱함이 섞인 듯한 자세로 그 자세에 걸맞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우연히 지나가는 중에 시끄럽게 굴길래 처리한 것뿐이야.”
“…그걸 저희가 믿을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안 믿으면 어쩔 건데?”
협조성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남자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성수아의 본능은….
‘…이상해. 아무리 생각해도 나쁜 사람 같지 않아.’
그가 악인이 아닌 자신의 편이라고 울부짖는 듯한 느낌을 받을 뿐이었다.
하지만 성수아와 다르게 주변 사람들은 그의 말에 빈정이 상했다는 듯이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혼자인 주제에 성격이 참 까칠하네?”
“어디 소속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을 좀 예쁘게 하는 게 어때?”
자칫 또 싸움으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안돼. 이대로는 진짜 또 싸움이 벌어질 수도….’
하지만 성수아는 어떻게 중재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자신이 이끄는 수색대 편을 들자니, 정체불명의 남자에게 도움을 받았고.
정체가 모호한 남자의 편을 서자니, 수색대의 눈치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일단 중재해야 해.’
성수아는 일단 수색대와 남자 사이에 서서 억지로 중재하려고 했었다.
욕을 먹더라도 한쪽 편을 들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렇게 수색대와 남자 사이에 서서 남자에게 한 소리를 건네려는 순간이었다.
“흐응…?”
“어…?”
“아….”
갑자기 몇몇 동료들이 실이 끊긴 인형처럼 픽픽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른 동료들은….
“크으윽… 뭐, 뭐야… 가, 갑자기….”
“혀, 현기증이….”
“비, 비명이…!?”
“이… 이거 독…!?”
마치 환각이나 환청, 독에 걸린 것 같은 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가, 갑자기 무슨…?”
성수아는 괴생물체와 전투 때보다 훨씬 더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호소하는 증상은 너무나도 익숙한 증상이었다.
“기믹!?”
던전 기믹은 흔한 요소가 아니었다.
그런데 마치 이 장소에 던전 기믹이 전부 몰려있는 것처럼 각종 이상 증세를 호소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서, 설마!?”
성수아는 다급하게 고개를 돌려서 정체불명의 남성을 바라봤다.
남성은 망토를 쓰고 있어서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의 태연한 모습에 그가 이 현상의 원흉임을 알 수 있었다.
성수아는 순간 적의를 담아서 남자를 향해 소리쳤다.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지만, 그만 하세요!”
“…좋아.”
남자의 한마디가 이어진 뒤에 성수아는 경계를 늦추지 않은 채 다시 수색대의 모습을 살펴봤다.
수색대 대원들은….
“끄으읏….”
“뭐, 뭐야… 여, 여긴…?”
“하아… 하아….”
마치 익사 직전에 구출된 사람처럼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정체불명의 남자는 그런 수색대의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말이 거만한 것치고는 별거 없네.”
“너… 무, 무슨 짓을….”
수색대 대원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는 진심으로 경계하며 일어서는 순간이었다.
남자가 그런 수색대를 보며 한마디를 흘렸다.
“함부로 움직이지 마. 그리고 이제부터 다른 녀석들은 조용히 해.”
남자의 목소리에 수색대 인원들이 전부 돌처럼 굳어져 버렸다.
상대는 고작 한 명이었지만, 그가 지금 보여준 능력은 아까 괴생물체와 공격보다 훨씬 위험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남자는 돌처럼 굳어버린 수색대의 모습에 만족해하며 성수아에게 말했다.
“대표가 너지?”
“…네.”
“이제부터 너랑만 이야기한다. 다른 녀석들 입 잘 막는 게 좋을 거야. 동료를 아낀다면 말이지.”
“….”
성수아는 함부로 대답할 수 없었다.
성수아는 현재 수색대의 대표였고, 그녀의 대답이 수색대의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무작정 남자를 적으로 규정하며 화를 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정체불명의 남자는 단 한 번 능력을 사용해서 이곳에 있는 수색대를 몰살시킬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기 때문이었다.
성수아는 침착하게 물었다.
“일단 한 가지만 물을게요. 당신은 저희의 적인가요. 아니면 아군인가요.”
적이 아니라는 것은 대충 느꼈지만, 직접 묻지 않고는 넘어갈 수 없었다.
특히 수색대 대표인 성수아의 입장에서는 더더욱….
성수아의 말에 남자는 망토 안에 어둠 속에서 응시하는 듯한 침묵을 유지하더니, 나지막이 말을 건넸다.
“중립.”
“…중립이요?”
“그래, 최소한 너희 대표를 만나기 제대로 이야기하기 전에는 중립이라고 하지.”
“….”
성수아는 남자의 말뜻을 대강 이해할 수 있었다.
남자는 예리엘을 만나고 싶다는 것을 돌려 말한 것이었다.
성수아는 그제야 예리엘에 대한 것을 떠올릴 수 있었다.
‘일단 예리엘 님에게 보고하자.’
남자는 어차피 예리엘과 만나길 원하고 있었고, 성수아는 예리엘에게 현 상황을 보고할 의무가 있었다.
“일단 기다려주세요.”
성수아는 남자에게 그렇게 말한 뒤에 스마트 워치를 이용해서 예리엘에게 통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안 받으셔.’
통화음이 계속 이어질 뿐, 전화를 받는 낌새는 보이지 않았다.
‘설마… 전투 중이신가?’
성수아는 일단 끊은 다음 다시 통화를 시도하려는 순간이었다.
“응?”
예리엘이 이끄는 수색대의 인원으로부터 통화가 온 것이었다.
성수아는 부랴부랴 통화를 받고 주변에 통화음이 들리지 않게 대화를 시작했다.
“마침 예리엘 님과 통화하려고 했는데, 지금 예리엘 님은….”
(크, 큰일 났습니다!)
“큰일이라뇨? 무슨…?”
스마트 워치에서 세상이 무너진 듯 다급한 목소리가 성수아의 귓속에 꽂혔다.
(갑자기 기습당해서 싸우는 중에… 전이 기믹이 발동되어서 예리엘 님께서 사라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