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868화 (869/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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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웅 사관 학교 (6)

황민서는 산뜻한 가을옷을 입은 채 나를 노려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갔다 올게.”

“그래. 오현민한테 꼬리 잘 흔들고 와.”

“하아….”

황민서는 눈썹을 파르르 떨며 내게 한껏 혐오감을 분출했다.

하지만 혐오감을 분출할지언정 말대꾸나 비아냥을 입에 담지는 않았다.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그저 신세 한탄을 입에 담으며 집을 나가 버렸다.

황민서가 집을 나가자마자 문주아가 옆에서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괜찮겠어? 저렇게 자유롭게 풀어줘도?”

문주아의 걱정이 이해됐다.

문주아는 내가 황민서를 완벽하게 포섭할 것을 예상하고 이곳에 데리고 온 것이었다.

그런데 황민서가 내게 보여주는 반응은 갑을관계와 멀어 보이니 걱정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황민서 쪽을 딱히 걱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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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서(종속 2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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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서에게 이미 종속을 걸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소파에 앉은 채 여유로운 자세를 취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황민서가 까칠하게 구는 건 그냥 성격 때문이야. 절대 배신하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

“뭐…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문주아는 불안감을 쉽사리 감추지 못한 채 내 옆에 앉았다.

옆자리에 앉은 문주아는 내 어깨에 고개를 살며시 올리며 입을 열었다.

“오늘 던전 들어가겠다고 했잖아. 들어가려는 이유가 뭐야?”

“….”

문주아는 지금까지 내가 시킨 명령에 어떠한 토도 달지 않았고, 이유도 묻지 않았다.

그냥 시키는 일을 완벽하게 수행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말을 잘 듣던 문주아도 슬슬 내 목적이 궁금한 모양이었다.

나는 괜한 거짓을 담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

“탑을 도와주려는 거야.”

“흐응…. 혹시 탑 소속이야?”

“아니.”

“그럼 에브리카?”

“아니.”

“….”

문주아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생각에 잠긴 듯이 침묵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문주아의 모습에도 딱히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그녀가 한 질문에는 전부 솔직하게 대답했으니까.

나는 소파에 앉은 채 티비를 틀어서 뉴스를 확인했다.

현재 나오는 뉴스들은 어제 있었던 기사를 재탕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나마 어제와 다르게 추가된 정보가 있다면… 탑이 수색대를 파견하는 날이 오늘이라는 소식 정도였다.

당연히 수색대가 들어가는 장면을 뉴스로 내보낸 건 아니었다.

던전의 위치나 수색대 인원, 그리고 그들의 신원을 함부로 언론에 공개하는 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외부로 알려지면 안 되는 정보도….

“3시쯤에 수색대가 진입할 거 같아.”

문주아는 이미 알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문주아에게 중요한 정보를 추가로 얻어낸 뒤에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우리도 들어가기 전에 준비해 놓을까?”

“준비? 식료품이라도 구입하게?”

“아니, 그런 건 필요 없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 경우에는 던전을 들어갈 때 생필품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에넬로 만들어내면 그만이니까.

“그럼 무슨 준비?”

나는 어깨에 기대고 있던 문주아의 고개를 검지로 쭉 밀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주아는 갑자기 내가 손가락으로 고개를 밀어내니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나는 그런 문주아의 모습에 아랑곳하지 않고, 티비에 시선을 줄 뿐이었다.

티비에서는 마침 어제 들었던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던전에 들어갔던 인원은 전부 죽었다고 봐야 하는 상황… 하지만 탑은 아직도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 사망 보상을 최대한 줄이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목소리의 주인은 어제 예리엘에게 첫 질문을 건넸던 기자였다.

‘저 새끼는 아직도 저러네….’

나는 그 기자를 보며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들어가기 전에 저 새끼들부터 해결하고 가자.”

***

한 남자가 테라스 벤치에 털썩 앉으며 힘이 쭉 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아… 힘들다. 힘들어.”

남자의 얼굴에는 피부 트러블로 보이는 붉은색 반점이 잔뜩 끼어 있었다.

심지어 표정도 얼굴에 맞춰서 심통을 가득 담겨 있었다.

남자는 외형과 심통에 어울리는 목소리로 또 투덜거렸다.

“에이, 씨발… 힘들어 뒤지겠네.”

그는 그렇게 욕설을 내뱉으며 옆에 앉아 있던 커플을 노려봤다.

먼저 자리를 잡고 이야기를 나누던 커플이 남자의 심통과 트러블이 가득한 얼굴을 보자마자 마치 광견병 걸린 강아지를 보듯이 자리를 피하기 시작했다.

“다른 곳에 가서 이야기하자.”

“응….”

그렇게 커플로 보이는 남녀가 떠나갔다.

남자는 먼저 자리를 잡고 있던 커플을 쫓아내자,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낄낄거리며 웃었다.

“방송국이 연인 놀이하는 곳인 줄 아나.”

남자의 이름은 만철호, 유명한 공중파 방송국 소속 기자였다.

그리고 이곳은 그가 소속된 방송국의 테라스였다.

만철호는 힘든 것과 별개로 커플의 모습이 보기 싫어서 욕설을 내뱉은 것이었다.

그런 괴팍한 성격을 지닌 만철호는 혼자가 되자, 만족하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테라스는 나무로 된 바닥과 거기에 걸맞은 화단과 분수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데이트 코스로는 알맞은 장소였지만, 정작 이곳에 있는 자는 테라스와 어울리지 않는 만철호뿐이었다.

조금 전까지 커플을 쫓아낸 것을 만족하며 미소를 짓던 만철호는 다시 미간을 구기며 욕설을 내뱉었다.

“하아… 개자식들….”

그가 욕설을 내뱉으며 화를 내는 이유는 하나였다.

“내가 미친 척하고 총대 매줬더니, 꼬리 내리는 꼬락서니들하고는….”

전날, 기자 회견에서 자신이 희생해서 탑에 미끼를 던졌는데, 제대로 건진 녀석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만철호는 목숨을 걸듯이 예리엘에게 도발이 섞인 질문을 건넸었다.

그가 미친 척하며 예리엘에게 무례한 질문을 건넨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예리엘의 이성을 흔들어서 그녀의 실수를 유발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다른 기자들에게 예리엘의 빈틈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가 그런 흉계를 꾸민 이유는 단 하나였다.

“하아… 돈이 웬수지.”

정체불명의 조직으로부터 뒷돈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이런 기자 생활을 단번에 청산하고 평생을 놀고먹을 정도로 많은 돈이었다.

만철호는 담배를 입에 물고 쭉 들이킨 뒤에 연기를 내뱉으며 한숨을 쉬었다.

“하아… 탑아… 빨리 망해라.”

그가 돈을 받고 부여받은 임무는 탑을 곤란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거기다 임무는 이번 한 번만 곤란하게 만들고 끝이 아니었다.

지속해서 탑의 위신을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최소한 탑이 회생 불능이라는 불명예를 얻는 상황에 도달해야만 했다.

“세상 살다 보니 탑에 그런 독설을 내뱉어 보네.”

몇 달 전이었다면 만철호도 그런 얼토당토않은 의뢰를 받지 않았을 것이다.

그도 경력이 있는 기자였고, 최소한의 상식은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탑이 망한다는 건 도저히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비밀 단체로부터 돈과 정보를 받은 만철호는 가능성을 엿본 것이었다.

“3대 길드 밑으로 내려간 탑이라….”

탑이 3대 길드보다 못한 처지가 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었다.

“일단 지금까지 알려준 정보는 전부 사실이었어. 그 뒤에 알려준 정보도 분명 사실이겠지? 그럼 이제 탑이 수색대를 보내는 타이밍에 다른 정보도 터트리면….”

만철호가 그렇게 혼잣말로 다음 계획을 머릿속에 떠올리는 순간이었다.

(꺄아아아악!)

갑자기 건물 내부에서 고막을 불쾌하게 흔드는 여성의 비명이 울려 퍼진 것이었다.

“뭐, 뭐야…? 갑자기 웬 비명이….”

만철호가 그렇게 의문을 품는 사이에 건물 내부에서는 각종 비명과 파괴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콰아앙! 파캉! 카카캉!

(괴, 괴물이야!!!)

(사, 살려줘!!!)

만철호는 오랜 기사 생활 덕분에 사태를 단숨에 파악할 수 있었다.

“씨, 씨발! 설마 괴수들이!? 말도 안 돼! 방송국에 어떻게 괴수들이…!”

방송국이 국회나 청와대처럼 국가 시설은 아니었지만, 최소한 테러에 대비한 능력자들이 다수 포진한 곳이었다.

만철호가 지금껏 방송국 기사 생활하면서 이곳에 괴수들이 들이닥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제일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곳이 테러당한 전례를 떠올렸다.

“아니지! 에브리카도 테러당하는 마당에 여기라고 안전할 리가 없지!”

만철호는 그렇게 생각하며 주변에 숨을 곳을 찾기 시작했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건물 밖으로 탈출하기 위해 바로 테라스를 떠났겠지만, 만철호의 생각은 달랐다.

“괜히 이동했다가 괴수 눈에 걸리면 무조건 죽을 거야!”

그런 계산을 내리며 그는 테라스에 있던….

“씨발… 일단 살고 보자!”

쓰레기통에 비집고 들어갔다.

‘씨… 씨발 냄새….’

쓰레기통 안에 들어가자마자 정체불명의 오물 냄새가 코안으로 쑤시며 들어왔다.

사실 만철호의 행동은 오히려 일반인치고는 훌륭한 편이었다.

죽음 앞에서 자존심을 부리는 것만큼 멍청한 짓이 없다.

거기다 최근 에브리카 본사에서 벌어졌던 던전화 테러를 고려하면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테라스에 있는 쓰레기통에 남는 쪽이 훨씬 나을 수도 있었다.

만철호는 오물 냄새를 참으며 건물 내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꺄아아악!)

(커억!)

세상이 마치 멸망하는 듯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런데 비명과 파괴음이 공존하는 세상에….

저벅, 저벅, 저벅.

살짝 이질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바, 발소리…?’

분명 평범한 발걸음 소리였다.

하지만 위급한 상황인 것을 고려하면 발소리가 너무 차분했다.

그렇게 차분한 발소리가 멈췄고, 그 뒤에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뭐야? 테라스로 갔다고 하지 않았어?”

그리고 남자의 질문에 여자의 목소리가 답했다.

“응. 분명 테라스로 갔다고 했어. 여기 층에 있는 테라스는 여기뿐이야.”

두 사람은 비명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화를 주고받았다.

“빨리 찾아서 잡아야 해. 이 기회를 놓치면 잡기 힘들어져.”

남자의 말을 듣자마자 만철호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눈썹을 찡그렸다.

‘설마 저 녀석들이…?’

만철호는 남자의 말을 토대로 상황을 추측할 수 있었다.

테라스에 들어온 남녀가 현재 방송국 테러를 저지른 녀석들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

‘죽이다니…? 설마 아까 그 커플들을 말하는 건가…?’

하지만 만철호의 추측은 남자의 목소리에 금세 산산이 찢겨 나가버렸다.

“그 만철호라는 녀석 빨리 찾아서 죽여야 해.”

만철호는 자신의 이름이 나오자마자 기겁하며 손바닥으로 입술을 꽉 감쌌다.

‘뭐!? 가, 갑자기 내 이름이 왜 나와!’

만철호는 착각이길 바라며 대화를 들었지만….

“분명 테라스 쪽으로 갔다고 했어. 그럼 멀리 가지 못했을 거야.”

“그럼 빨리 찾아서 죽여. 이용할 만큼 이용했으니까 빨리 입을 막아야 해.”

“하아… 여기 있었으면 진작에 끝냈을 텐데.”

두 남녀는 그렇게 대화를 마친 뒤에 다급한 발소리를 내며 지옥이 펼쳐진 건물 안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런 두 남녀가 떠난 테라스에는….

‘이… 이 씨발 새끼들이!?’

쓰레기통에 남은 만철호만 남게 되었다.

그는 오물 냄새가 가득한 쓰레기통 안에 있음에도 콧김을 씩씩거리며 분노했다.

‘씨발, 내가 네 녀석들 손에 놀아날 것 같아!? 두고 보자고!’

만철호는 그렇게 복수를 다짐하며 쓰레기통에서 테러가 끝나길 기다렸다.

***

문주아는 건물을 빠져나오자마자 내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정말 저렇게 놔줘도 돼?”

그녀가 묻는 건 만철호에 관한 것이었다.

문주아는 쓰레기통 안에 만철호가 있었다는 사실은 진작 알고 있었다.

심지어 만철호의 기척은 나도 쉽게 알아차릴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나는 문주아에게 고개를 절레거리며 모른 척하라고 신호를 줬었다.

내가 그렇게 신호를 준 뒤에 연기한 이유는 단순했다.

“일단 지금 당장 죽이면 안 돼. 자칫 탑이 용의선상에 오를 수 있어. 하지만 이렇게 해 두면 우리가 던전에 들어가 있는 동안에 알아서 서로 싸우겠지.”

“하긴….”

일단 던전에 들어가고 나면 외부 일에 개입하기 힘들어진다.

그런데 만철호뿐만 아니라, 그 녀석처럼 뒷돈을 받은 녀석들에게 이런 식으로 의구심을 심어주면 한동안 알아서 날뛰어줄 것이다.

목숨이 걸려 있으니 필사적으로 움직일 것이다.

“고작 해봐야 기자들이라 한계가 있겠지만, 최소한 던전에 들어가 있는 동안 시간을 끌어주겠지. 그리고….”

“??”

나는 다음 말을 기다리는 문주아를 보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어차피 죽일 건데, 내가 나오기 전에 헛짓거리해서 죽어주면 편하잖아.”

“…좋은 생각이네.”

문주아는 내 계획을 칭찬해주며 핸드폰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화면을 몇 번 터치한 뒤에 내게 말했다.

“지금 막 수색대가 던전에 들어갔어.”

나는 문주아의 말을 듣자마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좋아…. 우리도 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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