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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웅 사관 학교 (6)
“교관님, 이번 주말에 저희 집에 놀러 오실래요?”
“허….”
예리엘은 외형과 다르게 고령의 외형을 가진 현성들보다도 나이가 많았다.
그만큼 많은 사건을 경험했고, 웬만한 일에는 나름대로 침착함을 잘 유지하는 편이라고 자부했다.
하지만 그런 예리엘도….
“하하하… 너도 방학에는 쉬어야지. 교관이 찾아가면 눈치 보여서 쉴 수 있겠니?”
“성수아 교관님은 오히려 쉬지 말라고 하셨잖아요. 저도 교관님이 옆에 있으면 더 부지런해질 거 같은데요?”
“허….”
서지은의 애교가 담긴 태도에 절로 입이 벌어졌다.
그리고 당황하면서도 한편으로 서지은의 모습을 이해하기도 했다.
‘하긴… 목숨을 구해주는 것만큼 존경심을 받는 일도 없지.’
예리엘도 정확한 상황까지는 모르지만, 성수호가 서지은의 목숨을 지켜줬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교관은 생도를 지켜야 할 의무를 지녔다.
하지만 지켜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고 해서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럼에도 성수호는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서지은을 구했다.
그렇게 은혜를 입은 서지은이 저렇게 달라붙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서지은은 예리엘과 성수아가 교실에서 나온 줄도 모른 채 성수호에게 계속 붙어서 애교 부리듯이 흥얼거렸다.
“불편하시면 저희 쪽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이라도….”
그렇게 유혹하듯 성수호에게 안기는 순간이었다.
“지은아, 성수호 교관님을 곤란하게 하면 안 되지.”
“아!”
성수아의 목소리를 듣자, 서지은은 그제야 예리엘과 성수아가 교실에서 나온 것을 인지했다.
그리고는 후다닥 성수호로부터 한 발짝 떨어진 뒤에 평소처럼 차분한 표정으로 싹 바꾸었다.
“죄송해요.”
“후후, 괜찮아.”
성수아는 그렇게 성수호와 서지은의 사이에 살며시 들어가며 두 사람을 중재하기 시작했다.
“성수호 교관님도 방학 초기에는 바쁘실 거야. 만약 중요한 일이 있으면 나중에 연락처로 연락해도 되잖아.”
“네, 명심할게요.”
서지은은 성수아가 끼어들었음에도 오히려 더 차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리엘은 그런 세 사람을 보며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
‘재미있네.’
예리엘도 성수호와 성수아의 관계를 대충 짐작하는 중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서지은이 등장한 것이었다.
심지어 서지은은 누가 봐도 성수호에게 관심 있어 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하지만 또 웃긴 건….
“이번 주는 나도 바쁘니까 힘들 거 같고… 시간 나면 꼭 방문할게.”
막상 성수호는 서지은을 생도 이상으로 바라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신기하네. 서지은이 저 정도로 유혹하는데, 넘어가지 않는 것도 이상한데….’
서지은은 외모가 출중한 것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알아주는 재벌가의 자제였다.
다른 남자 보조 교관이나 남자 생도였다면 서지은의 애교에 바로 녹아내려서 헤실헤실했을 것이다.
하지만 성수호는….
“나랑 하는 훈련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
서지은을 전혀 여자로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성수호와 서지은을 보며….
“….”
성수아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흘리고 있었다.
예리엘은 성수호와 서지은, 그리고 그 사이에서 승리한 것처럼 미소를 짓고 있는 성수아를 보며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흘렸다.
‘…부럽네.’
그렇게 예리엘이 부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중에 성수호가 입을 열었다.
“자, 그럼 교문까지 바래다줄게.”
“아….”
성수호의 목소리에 예리엘은 정신을 차렸다.
그가 말한 대상은 자신이 아닌 서지은이었다.
“저, 저 혼자 갈 수 있어요.”
“어차피 교문 쪽에 볼일이 있어서 가봐야 해.”
성수호는 그렇게 서지은을 데려다주려고 했다.
그런 성수호의 모습을 보며 예리엘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나도 데려다줘요.”
“예리엘 님도 돌아가시나요?”
“볼일도 끝났고, 슬슬 돌아가려고요.”
“알겠습니다. 같이 가시죠.”
예리엘은 그렇게 성수호와 서지은, 그리고 성수아와 같이 교문으로 향했다.
예리엘은 아웅다웅하는 세 사람 사이에 낀 채 걸어가며 예전 일을 떠올렸다.
‘내가 과거에 저렇게 웃으며 지냈다면… 모든 게 달라졌을까?’
예리엘은 아까까지 느꼈던 압박감을 잠시 벗어던지고, 세 사람 사이에서 마음의 안식을 느끼며 미소를 지었다.
***
나는 기숙사 방에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벌러덩 누우며 깊게 한숨을 내 쉬었다.
“아침부터 피곤하네….”
교장과 면담 후에 나는 바로 기과 교실로 향했다.
내가 기과 교실로 향한 이유는 본가로 향하는 생도들의 배웅 인사를 해주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내가 교실에 도착했을 때, 생도들은 초서현과 마무리 인사 중이었고, 학교를 떠나기 전에 인사를 건넬 수 있었다.
그렇게 생도들을 배웅한 뒤, 초서현과 개인적인 대화를 나누며 그녀에게 안타까운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 소식은….
(한 일주일 정도 자리를 비울 거 같아요.)
초서현도 영사관을 떠난다는 사실이었다.
자리를 비우는 이유는 길드.
초서현이 속한 길드에 문제가 생겨서 그녀를 호출했기 때문이었다.
설마 탑과 같은 이유인가 싶어서 이유를 물었지만….
(미안해요. 나도 자세히는 모르고, 아무리 친해도… 길드 내부 사정을 함부로 말하기는 힘들어요.)
초서현의 입장이 이해가 갔다.
초서현이 속한 길드는 탑이나 3대 길드처럼 대형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리 중, 소형 길드라고 해도 내부 사정을 함부로 말하는 건 영웅으로서 당연히 지양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다면 초서현이 길드로 호출받은 이유가 성수아처럼 위급한 상황 때문은 아닌 것 같다는 사실이었다.
(매년 한두 번씩 이렇게 부르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요.)
초서현은 그렇게 나를 안심시킨 뒤에 영사관을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며 기숙사로 후다닥 뛰어갔다.
초서현이 걱정되긴 했지만, 그녀의 사정은 나중에 알아봐도 늦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 뒤에 나는 곧바로 마과 교실로 향했다.
내가 마과 교실로 향한 이유는 단순했다.
‘예리엘이 있긴 했는데….’
분명 예리엘이 성수아를 찾아갈 것이라고 확신했고,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엿듣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한 것이었다.
‘하아… 설마 서지은이 그렇게 달라붙을 줄은 몰랐네.’
변수는 갑자기 내게 말을 건 서지은이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몰래 엿들을 기회가 있었지만, 서지은이 갑자기 달라붙는 바람에 결국 그 기회를 놓친 것이었다.
결국 나는 기회를 놓친 채 예리엘을 배웅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영혼 상태로 가서 엿들으면 편했겠지만….
‘뭐… 애들 배웅했으니, 그걸로 만족하자.’
영혼 상태로 갔다면 성수아와 예리엘의 대화를 엿들을 수 있었겠지만, 대신 생도들에게 배웅 인사를 건네지는 못했을 것이다.
나는 쓰게 미소를 지으며 시간을 확인했다.
“슬슬 점심 먹을 시간이네….”
이제 막 1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고작 오전 일과를 마쳤을 뿐인데, 벌써 진이 빠지는 것 같았다.
나는 시간을 보며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초서현이랑 성수아는 떠날 준비 하느라 같이 먹지 못할 거 같은데. 혼자 먹을까…? 아!’
나는 그 순간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인물을 떠올렸다.
‘윤지아나 만나 볼까?’
윤지아.
고충신의 애인이자, 회과에서 교관 복무 중인 회복사였다.
교단 출신이지만,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교단에 대해 알고 있는 게 나보다 더 적은 여자였다.
요새도 간간이 전화나 문자를 주고받긴 했지만, 최근에 초서현과 성수아를 만나느라 그녀를 만나지는 못했다.
다행이라면, 윤지아가 문자나 전화로 섭섭한 티를 내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그녀는 나와 소통하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는 것을 내게 상기시켜줬다.
윤지아에게 섹스는 오히려 부가적인 요소일 뿐이었다.
‘그럼 윤지아한테 연락해서….’
그렇게 스마트 워치를 이용해서 윤지아에게 연락하려는 순간이었다.
[수호 님, 문주아로부터 호출이 왔습니다.]
‘뭐!?’
나는 아르모니아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머릿속 구석에 윤지아를 비켜둔 뒤에 물었다.
‘급한 상황이야?’
[그건 아닙니다. 그저 간단한 호출입니다.]
‘휴우….’
나는 터져 나오려던 긴장감을 다시 속으로 삼키며 물었다.
‘뭐라고 호출했는데?’
[….]
내가 물었음에도 아르모니아는 침묵을 유지했다.
그리고는 얼마 뒤,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보고 싶어요. 주인님’이라고 종이에 적었습니다.]
‘….’
예상치 못한 수확이었다.
그냥 문주아를 창피하게 하고 싶은 생각으로 한 명령이었는데, 설마 아르모니아의 목소리로 저 말을 듣게 될 줄이야.
나는 못 들은 척하며 다시 한번 물었다.
‘아르모니아, 뭐라고 했는지 잘 안 들렸어. 다시 한번….’
[인식 저해 망토와 워프를 준비하겠습니다.]
아르모니아의 대답과 동시에 내 앞에 인식 저해 망토가 생성되었다.
‘에이, 좀 해줄 것이지 치사하게….’
나는 투덜거리며 아르모니아가 보내준 인식 저해 망토를 착용했다.
그리고 내가 인식 저해 망토를 착용하자마자 바로 내 주변에 워프 빛이 감싸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에 빛이 거둬지면서 내 눈 앞에 펼쳐진 장면은….
‘…여긴 어디냐?’
쓰레기더미가 잔뜩 쌓여 있는 폐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건물 벽 곳곳이 무너져서 건물 자체가 서 있는 것이 기적 같아 보이는 그런 폐건물이었다.
‘…설마 문주아가 지내는 곳이야?’
[그렇습니다.]
‘하아….’
나는 한숨을 쉰 뒤에 은신 상태를 유지하며 건물 내부로 천천히 들어갔다.
그렇게 건물에 들어가자마자 처음으로 들이마신 숨과 동시에….
‘크으… 폐가 썩는 거 같아.’
얼굴을 와락 구겼다.
농담이 아니라, 폐를 고통스럽게 만들 정도로 독한 냄새가 가득한 장소였다.
던전 내부에서 느껴지던 독기와는 다른 의미로 독을 품고 있었다.
내가 그렇게 건물 내부로 들어가자마자….
“와!? 진짜 왔네?”
문주아가 환하게 웃으며 나를 반겨줬다.
문주아는 나를 호출할 때 쓴 종이를 들고 팔락이며 싱글벙글 웃었다.
“와… 미쳤네. 이걸 어떻게 알아먹고 오는 거야?”
문주아의 말투는 저급하기 그지없었지만, 그녀는 말투와 별개로 진짜 나를 반겨줬다.
“내가 거짓말할 이유가 없지.”
“허… 이제 네 말은 다 믿을 듯.”
문주아는 마지막으로 느꼈던 불신을 완전히 지운 듯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나를 안으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나는 지독한 냄새가 가득한 폐건물을 들어가며 아르모니아에게 통신으로 물었다.
‘문주아는 여기서 계속 혼자 지내는 거야?’
[그렇습니다. 이곳에 터를 잡고 주거지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하아….’
내가 한숨을 쉰 이유는 그저 흉측한 외관 때문이 아니었다.
내부 때문이었다.
쓰레기로 가득한 것도 모자라서 곳곳에 동물들의 사체나 변도 널브러져 있었다.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있는 위생 상태가 아니었다.
그렇게 혐오스러운 장소를 걸어가다 보니 문주아가 거주하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아, 미치겠네.’
순간 속마음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했다.
문주아가 지내는 거주지는 노숙자들도 기겁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침구류와 옷장은 상태가 좋다는 것 정도였다.
다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주변과 비교해서 좋다는 것이었다.
아마 쓰레기 더미에서 상태가 제일 좋은 것을 건져낸 것이겠지….
문주아도 자기 거주지가 창피한지 얼굴을 붉히며 횡설수설했다.
“나, 나도 원래 이런 곳에서 지내지 않아! 조직이랑 인연을 끊고 숨어지내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이곳에서 지내는 중이야.”
문주아의 말을 듣자마자 그녀를 이해할 수 있었다.
문주아는 현재 교단에게 쫓기는 몸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쾌적한 삶을 사는 건 사치… 아니, 불가능할 것이다.
아니, 오히려 이런 문주아의 모습은 창피한 게 아닌 대단한 면모라고 할 수 있었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이런 열악한 환경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이니까.
나는 문주아의 변명을 중간에 끊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여기 말고 지낼 곳은 없고?”
“옷이랑 식량을 구하는 건 주먹으로 가능하지만, 집만큼은 쉽지 않더라.”
음지에서 활동하는 조직들이 괜히 은거지로 폐건물을 이용하는 게 아니다.
그나마 황민서처럼 개별활동을 하면 가능하긴 하다.
위장 신분으로 활동하면 되고, 만약 문제가 생기면 황민서만 제거하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문주아는 그런 것조차 불가능했다.
양지와 음지, 두 곳에서 쫓기는 신세라서 위장 신분도 안전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여긴 심한데.’
농담이 아니라, 문주아에게 죄책감을 느낄 정도로 처참한 장소였다.
문주아는 자기 의지로 자기 조직을 궤멸시켰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그런 행동을 한 건 결과적으로 내가 종속을 걸고, 성벽을 작성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일방적이긴 하지만, 현재 문주아는 내 손발이 되어 주고 있었다.
죄책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함선에서 지내게 할 수도 없고….’
함선에서 지내게 한다면 웬만한 건 다 해결될 것이다.
하지만 문주아는 아직 함선에 불러들일 정도로 신뢰감을 쌓은 상황이 아니었다.
함선은 내 소유가 아닌 아르모니아의 중심으로 한 함선 식구들의 소유나 마찬가지였다.
모두의 동의뿐만 아니라, 분위기에 어우러지는 인물이라는 조건도 부합해야 했다.
하지만….
[-[사이코패스]-기질을 달고 있는 인물을 함선에 들이는 건 별로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하긴….’
[사이코패스] 기질을 달고 있는 문주아가 분위기에 어우러지는 건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
그렇게 고민하는 순간….
‘아! 좋은 장소가 있잖아!’
[…?]
나는 아르모니아의 의문이 담긴 침묵에 답하지 않고, 문주아에게 바로 물었다.
“황민서에 대해서 알아낸 거 전부 말해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