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861화 (862/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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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웅 사관 학교 (6)

또각, 또각, 또각.

영사관과 어울리지 않은 외형의 여자아이가 복도를 걸어 다니며 어디론가 향했다.

외형은 초등학생 고학년, 윤기가 흐르는 검은색 머리카락과 성인 남자의 부성애를 솟아나게 만드는 수려한 외모.

그녀의 정체는 예리엘.

탑의 수장이자… 최고령자였다.

그런 그녀의 목적지는 영사관의 교장실이었다.

예리엘은 영사관 교장실의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서른 중후반의 여성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응? 밖에서 기다리고 있네?’

예리엘은 영사관 교장의 비서를 보자마자 앙증맞은 손을 올리며 인사를 건넸다.

“잘 지냈어?”

비서는 평소에 보여주던 딱딱한 표정을 풀어낸 뒤에 예리엘에게 인사를 건넸다.

“어서 오십시오. 예리엘 님.”

그렇게 간단하게 인사를 주고받은 예리엘은 굳이 말을 돌리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교장을 만나러 왔는데, 지금 안에 있니?”

“네, 계십니다.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비서의 재빠른 행동에 예리엘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응?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걸 보면 누군가 안에 있는 거 아니야?”

교장의 비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교장의 옆에서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 수준이 어느 정도냐면, 샤워할 때도 같이 붙어 있는 거 아니냐는 농담이 소문으로 들릴 정도였다.

그야, 당사자들 앞에서 그런 농담을 꺼내는 건 예리엘도 하지 않았지만….

예리엘의 말을 들은 비서는 미소를 유지한 채 입을 열었다.

“그저 직원 면담입니다. 어차피 오래 걸릴 대화도 아니니 들어가셔도 무방합니다.”

“….”

예리엘은 궁금했다.

도대체 어느 정도로 낮은 직급의 사람과 대화를 나누기에 이렇게 무례한 행동을 해도 괜찮다고 말하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며 비서가 열어준 문을 통과했다.

그리고 예리엘의 초롱초롱한 눈에 들어온 인물은….

“성수호 교관이랑은 인연이 꽤 깊은가 보네. 매번 이렇게 올 때마다 마주하는 것을 보면….”

예리엘과도 인연이 꽤 깊은 성수호였다.

예리엘은 쓰게 웃으면서도 도저히 속으로 웃을 수 없었다.

‘얘도 결국 요새 애들이라는 이야기겠지.’

교장의 비서로 일하고 있는 여자는 예리엘도 나름 인정하는 영웅이었다.

그녀는 교장을 너무 존경한 나머지 소속도 두지 않고 그를 보좌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심지어 교장이 영사관 교장으로 부임하자, 무보수로 그의 옆을 보좌하겠다고 나선 여자였다.

존경심 하나로….

그런 여자의 눈에도 보조 교관은 보조 교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뭐,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은 내가 어떻게 바꿀 수 없는 법이지.’

예리엘은 쓰게 웃으며 성수호를 바라봤다.

다행이라면 성수호는 마침 대화를 마치고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성수호가 예리엘의 인사를 듣자마자 바로 예의 바른 자세로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해왔다.

“안녕하세요. 예리엘 님.”

“웬만한 탑 소속 마법사보다 성수호 교관을 더 많이 보는 거 같네요.”

“하하하….”

그렇게 간단하게 인사를 주고받은 성수호는….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눈치 빠르게 자리를 황급히 빠져나갔다.

그리고 그의 뒤를 따라 비서도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성수호와 비서가 떠나간 뒤에 예리엘은 교장과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예리엘이 오늘 방문한 이유는 단순했다.

“한동안 몇몇 친구들을 데리고 가고 싶어요.”

마과 교관 중의 몇 명을 데리고 가기 위해서였다.

사실 이미 성수아를 포함한 몇몇 교관들에게 소집을 통보해 놓은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교장에게 따로 말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영사관의 마과 교관들은 분명 탑의 소속이었지만, 현재는 영사관의 소속이기도 했다.

아무리 탑의 수장인 예리엘이라고 해도 무단으로 그들을 데리고 갈 수는 없었다.

하지만 예리엘은 정작 교관들을 관리하는 교장에게는 마지막까지 그 이야기를 함구한 것이었다.

당연히 이유는 존재했다.

“이런 식으로 통보해서 미안해요.”

기밀이 중요한 만큼 긴급하고, 위험한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교장은 전혀 기분 나쁜 내색을 하지 않고 쓰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만큼 중요한 일이라는 거겠죠?”

“…맞아요.”

영웅 생활을 하고, 심지어 영사관을 관리하는 교장도 예리엘의 입장을 잘 알고 있었다.

교장은 예리엘의 사과만 듣고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쪽은 제가 최대한 조용히 처리하겠습니다.”

“이해해줘서 고마워요.”

예리엘은 바로 교장에게 이번에 소집한 교관의 리스트를 건네줬다.

교장은 리스트를 보고는 쓰게 웃으며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데리고 갈 정도라면… 정말 큰 일인가 보군요.”

“네, 상황이 여의찮아요.”

분명 심각한 상황이라고 표현했지만, 예리엘의 표정은 온화하기 그지없었다.

교장도 예리엘을 오래 봐와서 그녀가 정말 여유로워서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쯤은 잘 알고 있었다.

“뒤처리는 저희 쪽에서 담당할 테니,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

“…언제나 신세를 지내요.”

예리엘은 확답을 듣고 나서야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중에 꼭 신세 진 거 갚을게요.”

“하하하! 예리엘 님에게 빚을 달아두다니, 든든하군요.”

예리엘은 호쾌하게 웃는 교장을 보며 마음의 짐을 털어낼 수 있었다.

빚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이 바닥에서 빚을 진짜 빚이라고 생각하는 자는 없었다.

사적인 이익을 위한 빚이 아닌 혹시 모를 위험한 상황을 위한 빚이었다.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삶을 사는 영웅에게 이런 빚은 간혹 생명 연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었다.

“오늘부터 방학이라 처리해야 할 일이 많을 테니, 저는 이만 가볼게요.”

“언제나 직접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일이 있으면 언제든 찾아와주십시오.”

“후후… 다시 한번 말하지만, 고마워요.”

예리엘은 그렇게 감사의 인사를 마치고, 교장실을 나왔다.

비서와도 인사를 나눈 뒤, 예리엘은 하염없이 복도를 거닐기 시작했다.

영사관 내부, 외부가 소란스러웠다.

기숙사에 남는 생도들은 각자 내부에서 즐길 계획을 세웠고, 외부로 나가는 생도들은 활기차게 교정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예리엘은 그런 환한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게 얼굴에 암운이 끼기 시작했다.

“후우… 도대체 무슨 일인지….”

예리엘이 어두운 표정을 짓는 이유는 그녀가 영사관에 방문한 이유와 연관되어 있었다.

“얼마 안 있으면 분명 외부에 정보가 새어 나갈 거야. 그 전에 해결해야 해.”

최근 탑에서 던전 하나를 발견하고, 그 던전에 선발대를 파견했었다.

던전의 규모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거대했고, 공략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굉장한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추측했었다.

문제는… 던전 구조를 확인하기 위해 보낸 선발대가 전부 실종됐다는 사실이었다.

예리엘이 탑을 운영하면서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실책이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2차로 보낸 선발대도 실패했다는 사실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다면 2차 선발대는 전부 실종이 아닌 몇 명이 간신히 복귀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알려준 정보를 토대로 현재 발견한 던전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었다.

“마법이 통하지 않는 괴물….”

예전에 만났던 괴생물체가 던전에서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문제는 괴생물체 서식 하나만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나타난 적 없던 던전 기믹….”

지금까지 보고 된 적이 없던 독특한 던전 기믹이 발견된 것이었다.

마법이 제어되지 않는 기믹.

차라리 마법이 발동되지 않는 기믹이라면 어떻게든 피해를 줄였을 것이다.

문제는….

“마나 제어 불능….”

주력 부대가 사용한 마법이 아군을 공격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예리엘이 그 기믹에 대한 보고를 들었을 때, 바로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서지은.”

예리엘이 보고 받은 던전 기믹은 서지은의 마나 제어 불능 현상과 같았다.

예리엘은 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곱씹었다.

“만약 이 일이 외부로 알려지고… 더 나아가서 이런 던전이 속출하면….”

예리엘은 차마 그 뒤의 일을 입에 담지 못했다.

자기 하나만 무너지는 건 전혀 무섭지 않았다.

하지만 마법사라는 집단이 쇠퇴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만큼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가 그렇게 암울한 표정을 짓는 순간이었다.

“오늘 어디 갈래!?”

“우리가 밖에 나가지 못하는 동안에 새로 생긴 맛집 있대! 거기 가자!”

예리엘은 주변에 들려온 생도들의 웃음소리에 정신을 번쩍 차리고는 다시 표정을 풀기 시작했다.

“후우…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고 움직이되, 최악의 상황을 받아들이지는 말아라.”

예리엘은 그렇게 혼잣말하며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목적지에서는 싱그러운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예리엘의 마음을 풀어주었다.

“다들 자신이 예비 졸업생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 졸업할 때 웃으면서 졸업하고 싶지?”

“교관님, 방학인데…. 부담 좀 적게 주세요. 저 벌써 속 쓰려요.”

“방학 때 속 쓰린 만큼, 졸업 때 편해질걸?”

“흐아아앙!”

“그래, 그렇게 방학 동안에 실컷 울어 놔. 그래야 졸업 때 웃지.”

성수아의 싱그러운 잔소리와 생도들의 우는 소리가 주변에 울려 퍼졌다.

‘진짜 대단한 애야. 저 나이에 저런 실력에다가 성격까지 좋다니….’

예리엘은 성수아의 모습에 감탄하며 그녀가 생도들과의 대화를 마무리할 때까지 기다렸다.

그렇게 성수아가 잔소리를 마칠 때쯤….

“어? 예리엘 님?”

성수아가 교실 밖에서 기다리던 예리엘을 발견한 것이었다.

예리엘은 괜히 숨지 않고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직 애들이잖니. 너무 닦달하지 마. 쉴 때는 푹 쉬어야지.”

예리엘의 흐뭇한 미소에 생도들은 아우성치듯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예리엘 님, 말씀이 맞아요!”

“방학이면… 좀 쉬어도 되죠?”

생도들은 자기들 편이 생겼다고 좋아했고, 예리엘의 눈치를 보며 그녀가 자신들의 편을 들어주길 바랐다.

하지만….

“내가 착각한 모양이네. 수아야, 이 생도들은 좀 더 몰아세워도 되겠다. 좀 더 울려.”

“으아앙! 우리 편이 아니었어!”

예리엘의 장난기가 가득 담긴 말에 울부짖기 시작했다.

그 뒤에 성수아는 다시 생도들에게 잔소리를 몇 번 더 한 뒤에 마무리할 수 있었다.

“다들 조심히 갔다 와. 만약 위급한 상황이 생기면 지체하지 말고 나한테 연락해. 만약 내가 연락받지 않으면 영사관에 연락하고!”

“네~”

생도들은 잔소리에 힘을 빠질지언정 밝은 미소를 유지하며 교실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생도들이 교실을 빠져나가는 순간 타이밍 좋게….

“아, 다들 집에 가는 길이니?”

성수호가 교실에 도착한 것이었다.

“네!”

“다들 방학 잘 보내거라.”

“교관님도 방학 잘 보내세요~”

“무슨 일 생기면 꼭 연락하고.”

“네!”

성수호도 성수아와 다르지 않게 생도들과 밝게 웃으며 인사를 주고받았다.

그런 성수호의 모습을 보며 예리엘은 미소를 지었다.

‘…보조 교관이 저렇게 생도들한테 신임받기도 힘들 텐데.’

그렇게 신기한 눈으로 성수호를 보는 중에 더 신기한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다른 생도들이 성수호에게 인사를 마친 뒤, 떠났고….

“성수호 교관님, 고생하셨습니다.”

“그래, 서지은 생도도 고생 많았어.”

서지은 혼자 남아서 성수호와 밝게 웃으며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응? 서지은이 저렇게 잘 웃는 애였나?’

예리엘이 서지은을 눈여겨본 건 영사관에 입학하고 나서였다.

그런데 예리엘이 서지은을 알고 나서 그녀가 저렇게 웃는 건 처음 보는 것이었다.

‘저번에 견학할 때, 구해줘서 그런가 보네.’

예리엘은 그렇게 생각하며 성수아에게 말했다.

“수아야, 잠깐 따로 이야기하자.”

“네.”

예리엘은 성수아와 같이 모두가 나간 교실로 들어가서 조용히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수아야, 갑자기 소집해서 미안해.”

“아니에요. 중요한 일이라면 당연히 가야죠. 그런데 교장님께는….”

“내가 전부 말해놨으니까, 그쪽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아하….”

예리엘은 그렇게 성수아와 10분간 대화를 주고받았다.

대화 내용은 현재 일어난 사건에 관한 내용이었다.

처음에 나긋한 표정으로 경청하던 성수아는 점점 얼굴을 굳히고는 마지막에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예리엘은 모든 사정을 설명한 뒤에 성수아에게 말했다.

“선두 수색대랑 후발 탐색대로 나눌 거야. 수아, 네가 후발 탐색대를 맡아줘.”

“제가 맡아도 될까요?”

성수아가 걱정하는 건 두려움이 아닌 부담이었다.

어린 나이에 리더 자리를 잡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나이가 어리면 단원들이 쉽사리 따르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현성들을 실전에 투입할 수는 없어.”

현성은 탑의 수장인 예리엘의 다음 가는 실세들이었다.

문제는 나이.

현성의 실력은 분명 뛰어나지만, 그들은 장기간 던전을 탐색하기에는 체력이 너무 부족했다.

자칫 문제를 해결하려다가 더 큰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컸다.

그래서 예리엘은 성수아를 고른 것이었다.

나이가 어리지만, 현성에 들어가도 손색이 없는 실력을 갖췄고, 더 나아가서 임기응변과 사교성도 뛰어난 인물.

“너에게 내 고유 직권을 줄게. 탐사 도중 문제를 일으키는 단원이 생기면 내 이름을 걸고 처분해도 괜찮아.”

“그, 그건….”

“어디까지나 통제를 위한 수단이야. 그만큼 중요한 일이라는 소리야.”

“…알겠습니다.”

그렇게 성수아와의 이야기를 마친 예리엘은 성수아와 같이 교실을 나왔다.

그리고 두 사람의 눈에 들어온 장면은….

“교관님, 이번 주말에 저희 집에 놀러 오실래요?”

“허….”

예리엘조차 입을 벌리게 할 정도로 당황스러운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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