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856화 (857/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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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웅 사관 학교 (6)

나는 순순히 오현민을 따라갔다.

그가 갑자기 불렀다고 불만이 생기거나 하지는 않았다.

‘뭐 때문에 부르는지 한번 보자.’

그저 왜 나를 기다리고, 어디론가 데리고 가는지 궁금할 뿐이었다.

하지만 정작 나를 데리고 가는 오현민은….

“하아… 내가 왜 이런 녀석을 기다리면서까지….”

짜증 내듯이 불만을 토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당사자인 내가 대놓고 옆에 있음에도 나를 폄하하며….

나는 그런 오현민을 보며 짜증 나기보다는 걱정이 들었다.

‘송아라나 서지은이 저런 식으로 변하지는 않겠지?’

우등생이자, 모범생인 두 사람도 영웅이 되고 나서 저렇게 변하는 게 아닌가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아르모니아가 내 걱정을 일축했다.

[사람 성격은 생각보다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그런가? 지금 성격 안 좋은 교관 중에서도 학창 시절에는 서글서글한 녀석들도 있었다고 들었는데.’

[제가 함부로 사람을 평가할 수는 없지만… 원래 그런 기질을 지녔지만, 숨기며 살았을 겁니다.]

아르모니아의 말에 따르면 원래 안 좋은 기질을 지니고 있던 사람도, 입장상 참고 지내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영웅처럼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위치에 오르면….

[그때가 되면 더 이상 눈치 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하긴… 생도 중에서도 기질이랑 외부 성격이랑 많이 다른 애들이 있긴 하지.’

이기적인 성격을 지녔지만, 성적을 위해 단체에 잘 어우러지는 아이도 있고.

화를 잘 내는 성격이지만, 교관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인내하는 아이도 있었다.

그에 비해서 송아라와 서지은은….

‘두 애들은 본심도 착한 녀석들이긴 하지.’

내가 굳이 걱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선한 아이들이었다.]

사실 내 걱정은 의미가 없었다.

‘결국 자기 인생은 자기가 사는 거니까.’

두 아이의 인생은 두 아이의 것이다.

내 눈에 문제가 보인다고 해서 내가 왈가왈부하며 교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만약 문제가 보인다면 두 아이만큼은 욕을 먹더라도 교정을 하고 싶었다.

[두 생도에게 신경 쓰는 이유가 따로 있으십니까?]

이유는 단순했다.

‘그 애들은 진짜 나를 존중하고 있으니까.’

서지은과 송아라는 나를 보조 교관이 아닌 진짜 교관처럼 대우해주고 있었다.

다른 생도들도 겉으로는 나를 대우해주고 있긴 했다.

하지만 뭔가 형식상 어쩔 수 없이 하는 느낌이 강했다.

특히 졸업을 앞두니 더 두드러지게 드러내고 있었다.

그야, 그렇다고 다른 생도들을 폄하할 생각은 아니었다.

‘어차피 졸업하면 더 이상 볼 사이가 아니니까 그런 것도 있겠지.’

초서현이나 성수아의 경우, 같은 영웅이기 때문에 공적인 자리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는 반면에 나와는 만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니 대우가 달라질 수밖에 없고….

그렇게 생각해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현민이 나를 데리고 온 곳은….

“후우… 여길 오게 될 줄은 몰랐네.”

영사관 대련실이었다.

그것도 생도들이 사용하는 일반 대련실이 아닌 교관들만 들어올 수 있는 특수 대련실이었다.

‘와… 생도들 대련실이랑 엄청 차이 나네.’

생도들이 쓰는 대련실이 애들 운동장 같은 느낌이라면, 교관 전용 대련실은 스타디움 같은 웅장함이 깃들어 있었다.

사실 교관들의 시설이 이렇게 큰 건 당연한 이치였다.

생도들이 쓰는 대련실은 생도들의 수준에 맞춰져 있고, 교관들 대련실을 교관들의 실력에 맞춰져 있었다.

교관들이 일반 생도들의 대련실을 이용하면 자칫 시설을 망가트리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시설 자체가 날아가는 일도 생기기 때문에 이렇게 따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런데 신기한 점은 이렇게 넓은 대련실에….

“다행히 사람은 없네.”

오현민의 말처럼 단 한 명도 없었다.

나는 오현민에게 그동안 단 한마디도 건네지 않다가 그제야 입을 처음으로 열었다.

“여기는 무슨 볼일로 데리고 오신 건가요?”

나는 보조 교관으로서 기본적인 예의를 차렸다.

그럼에도 오현민은 비웃으며….

“별건 아니고, 내 대련 상대 좀 해달라는 의미에서 불렀어.”

부탁 같지도 않은 부탁을 해왔다.

당연하지만 나도 바보가 아니기에 오현민의 의도를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와… 아까 내가 성수아랑 꽁냥거렸던 게 그렇게 빡쳤나?’

분명 시비를 걸 것이라고는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은 생각도 못 했었다.

영웅… 아니, 최소한 교관으로서의 소양을 갖추고 보복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길거리 양아치나 할 법한 보복을 계획할 줄이야….

내가 어처구니없어하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오현민은 내 표정을 오해하며 낄낄 웃기 시작했다.

“왜? 설마 무서워? 걱정하지 마. 가벼운 대련이니까. 가벼운~”

“….”

오현민은 그렇게 말하며 나를 보며 계속 실실 웃고 있었다.

아마 내가 여기서 뒤로 빼려고 하면 또 다른 도발을 걸어올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나와 한판 붙으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알겠습니다.”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수락했다.

오현민은 내가 뒷걸음질 치기는 기대하다가 갑자기 수락하자 오히려 기분이 상한듯이 나를 노려봤다.

“…알겠다고?”

“네, 대신 싸우다가 문제가 생기면 오현민 교관께서 교장님께 직접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발언권이 적어서요.”

“뭐 이런….”

오현민도 바보가 아니어서 내 말의 의도를 바로 깨달았다.

오현민은 잠깐 기분이 더러운 표정을 짓다가 정신을 차리고 다시 실실 웃기 시작했다.

“크흐흐… 그래, 걱정하지 마. 병가 문제는 내가 전부 해결해줄 테니까.”

“다행이네요.”

“크흐흐… 웃기네.”

오현민은 내 비굴한 모습을 보지 못해서 아쉬워하는 것 같았지만, 내가 자존심 때문에 덫에 걸렸다고 생각했는지 기분 좋게 웃기 시작했다.

나는 실실 웃으며 나를 바라보는 오현민에게 말했다.

“잠깐 무기 고를 시간 좀 주세요. 저는 보조 교관이라 영사관 내에서 무기를 상시 가지고 다닐 수 없어서요.”

“흐응…. 당연하지. 그런데 무기 고르는 핑계로 몰래 다른 사람한테 고자질하려는 건 아니지? 크흐흐… 가령 성수아 교관에게 눈물 흘리며 연락하거나… 응?”

탁!

나는 오현민의 말을 끝까지 듣기 싫어서 손목에 차고 있던 스마트 워치를 풀어서 바닥에 떨어뜨렸다.

나는 그런 상태로 오현민에게 말했다.

“설마 교관님도 제가 무기 고르는 사이에… 누구를 부르실 건 아니시죠?”

“하아, 뭐 이런 새끼가…. 좋아.”

타악!

오현민은 나처럼 스마트 워치를 풀어서 내가 떨어뜨린 스마트 워치 옆에 던지듯 떨어뜨렸다.

“재미있겠네. 한번 제대로 해보자.”

“…최선을 다하죠.”

나는 그렇게 대답하며 뒤를 돌아서 무기들이 진열된 곳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고 그렇게 걸어가며 비릿한 미소와 함께….

‘좋아. 위그드라실에서 올린 능력… 이번에 제대로 시험해보자.’

영혼 소환술을 시전했다.

무기가 진열된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때마침 내 눈앞에 한 영혼이 소환되어 있었다.

(그동안 잘 지냈나?)

영사관에서 유일하게 나와 친분이 있는 영혼, 연호였다.

나는 멀리 떨어져 있는 오현민이 들리지 않게 소곤소곤 입을 열었다.

“네. 저는 잘 지냈어요. 연호 씨도 잘 지냈나요?”

(죽은 자가 잘 지내냐는 말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아리송하지만… 나는 잘 지냈다. 다른 영혼들에 비하면 행복했지.)

연호는 이렇게 이승에 한 번씩 왔다 갔다 하는 사실만으로도 다른 영혼들의 부러움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줬다.

(이번에도 불러줘서 고맙다.)

“하하… 오히려 귀찮게 하는 거 아닌가 걱정했는데, 싫어하지 않으셔서 다행이네요.”

(싫어할 이유가 있나. 그런데… 이번 상대는 저 녀석인가?)

연호는 내 뒤쪽을 지긋이 응시하며 상대를 확인했다.

“네. 마법사이고, 나름대로 실력이 있는 자예요.”

(긴박한 전투가 아닌 이런 대련장에서 싸우는 것을 보면 사연이 있어 보이는데.)

“그게….”

나는 최대한 요약해서 연호에게 사정을 설명해줬다.

요약의 중점은 오현민이 자신의 지위를 갑질한다는 내용이었다.

내 말을 전부 들은 연호는….

(흥… 세상이 많이 변했군. 저런 녀석이 영웅이라고 으스대다니….)

고개를 절레거리며 한심하다는 듯이 오현민을 바라봤다.

“오… 연호 씨가 계셨을 때는 좀 달랐나요?”

(…사실 나도 완전히 기억하는 건 아니야. 다만 영웅이라고 불리던 자 중에 저런 녀석이 없었던 건 확실해.)

황당한 대답이었지만, 한편으로 이해가 가기도 했다.

연호뿐만 아니라, 지금 영사관 쪽 세계의 영혼들은 전부 연호와 같은 상황이라고 했다.

대부분 기억을 잃고, 서로서로 이미 알아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도대체 왜 이쪽 세계영혼만 그런 상황인지는 나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뭐, 일단 눈앞에 닥친 일부터 해결하고 보자.’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연호에게 정식으로 부탁했다.

“이번에도 능력을 저에게 잠시 빌려주실 수 있나요?”

(물론이지.)

연호는 시원하게 대답하며 내 몸으로 스며들 듯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연호의 영혼이 내 몸에 겹치는 것과 동시에 빙의술을 사용했다.

연호가 생전에 가졌던 능력들이 내 몸에 흘러들어오면서….

‘크으으읏…. 뭐, 뭐야!’

저번에 연호가 내 몸에 빙의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감각이 온몸을 휘저었다.

앞꿈치를 살짝만 들어 올려도 몇십 미터를 점프할 수 있을 것이 몸이 가벼워졌고.

팔을 휘두르면 무기 없이도 강철을 부러뜨릴 것 같은 힘이 솟아났다.

‘이게… 검술 55와 빙의술 10의 수준이라고?’

허세가 아니라, 지금 힘을 방충하면 저 멀리 떨어진 오현민이 눈 깜작할 사이에 그의 머리를 벨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거면 저 새끼를….’

그렇게 흥분하며 검을 쥐던 나는….

‘안돼. 진정하자.’

심호흡하며 마음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이런 상태로 싸우다가 잘못해서 죽이면….’

그런 상황이 오는 순간 이쪽 임무는 허망하게 끝나게 될 것이다.

괴인이나 테러 단체를 죽이는 것이라면 모를까, 영사관의 교관… 그것도 탑의 영웅을 죽이면 성수아나 예리엘의 커버도 불가능할 것이다.

‘침착하자. 침착….’

나는 그렇게 검을 쥐고, 심호흡하며 오현민에게 다가갔다.

오현민은 심호흡하며 집중하는 내 모습을 오해하며 킥킥 웃기 시작했다.

“그렇게 긴장해서야 싸울 수 있겠어? 지금이라도 그만할까?”

오현민은 내가 그만두자고 해도 진짜 그만둘 녀석이 아니었다.

그저 조롱하고, 그 조롱에 내가 반응하는 것을 보고 싶은 것뿐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오현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다치실까 봐 걱정돼서요.”

“…진짜 미친놈이네?”

오현민은 지금껏 적당히 넘어가 줬지만, 더 이상 참을 수 없는지 살벌한 눈빛으로 나를 노려봤다.

하지만 그렇게 노려보면서도 기본적인 설명을 시작했다.

“여기 처음이지? 기본적인 것부터 설명해주지.”

오현민은 대련실의 시스템을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대련실은 웬만한 영웅들도 실질적인 대련이 가능하도록 방어막이 펼쳐져 있었다.

그 방어막이 부서질 정도로 강해지면 경고가 뜨며 강제로 대련을 중지하게끔 사람이 몰려온다는 것이었다.

“뭐… 이 대련실을 쓰는 교관이 없어서 잘 작동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영사관 교관들은 이미 지겨운 영사관 생활을 마치며 졸업한 다음에 각자 길드에 소속되어서 지겨운 던전 생활을 해오던 자들이었다.

억지로 교관 복부를 하는 것도 힘든데, 훈련까지 병행하고 싶지는 않은 것이었다.

‘하긴… 성수아와 초서현도 대련실을 이용한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으니까.’

거기다 대련하기 위해서는 최소 두 명이 필요하다.

억지로 상대를 구하며 훈련하고 싶지는 않은 것이었다.

“뭐… 대련실 방어막이 손상이 갈 일은 없겠지. 너랑 싸우면서….”

이중적인 의미를 담고 있었다.

내가 보호막에 손상을 줄 정도로 큰 힘이 없고, 그런 나를 상대하면서 보호막에 손상이 갈 정도로 강한 마법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만약 정 못 버티겠다 싶으면 ‘항복’이라고 소리쳐. 들리면 바로 나도 중지하지. 들리면 말이지….”

“명심하죠.”

나도 들리면 중지할게. 들리면….

나는 오현민에게 기본적인 규칙을 전부 들은 다음 그와 거리를 살며시 벌렸다.

거리는 대략 50미터.

내가 거리를 벌린 채 자세를 잡자, 오현민이 팔짱을 낀 채 거만한 자세로 외쳤다.

“5초! 근거리와 원거리의 상성을 생각해서 5초간 공격하지 않을 테니까. 달려와 보라고!”

영사관 출신 영웅이라면 50미터를 돌파하는 데에 3초… 아니, 1~2초면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보조 교관.

오현민은 핸디캡을 받은 것처럼 말했지만, 실상은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함정을 깔아 놓은 것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오현민은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내 모습에 인상을 찌푸리며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흥… 네가 움직이는 순간 시작하는 것으로 간주할 테니까. 자유롭게 달려와 봐!”

오현민의 말에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후에 혼잣말로 구시렁거리는 것 같았지만, 멀어서 내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구시렁거리며 태평하게 나를 바라보는 오현민을 집중했다.

그리고 그가 눈을 깜박이자….

‘지금이다!’

파아아아아앗!

오현민을 향해 힘차게 발을 뒤로 뻗어냈다.

그리고 그렇게 한발을 뒤로 뻗자….

‘미친!’

분명 50미터 정도 떨어져 있던 오현민의 얼굴이 한 걸음 만에 내 사거리 안에 들어와 있었다.

‘이게 순수한 검술 55레벨!?’

나는 감탄하면서도 금세 정신을 차렸다.

‘지금 감탄할 상황이 아냐!’

아직 눈을 감고 있는 상태의 오현민을 보며 나는….

파아아앗!

‘칼을 휘두르면 무조건 죽는다! 일단 간단하게 타격으로!’

검날이 아닌 검 손잡이의 뭉툭한 부분, 검두를 그의 얼굴 쪽으로 내밀었다.

“응?”

오현민은 갑자기 들려오는 바람 소리에 눈을 떴지만….

빠가악!!!

“푸캬아아악!”

그가 나를 인지하기 전에 내 검두가 그의 인중을 가격해 버렸다.

아무런 경계 없이 검두로 인중을 맞은 오현민은 대략 5미터 정도 뒤로 나자빠져 버렸다.

털퍼덕!

“끄후아아아악!”

나는 입을 가리며 비명을 지르는 오현민을 보며 실실 웃었다.

“설마 진짜 양보해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그가 서 있던 자리에 착지하며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내 발밑에는….

“당분간 식사하시기 힘드시겠네요.”

그가 평생 간직해 오던 앞니 두 개가 붉은색 점액질이 묻은 채 떨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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