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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웅 사관 학교 (6)
발을 동동 구르듯이 복도를 걷던 초서현이 내 눈치를 보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이, 이마… 괜찮아요?”
“하하하, 괜찮아요.”
내가 미소 지으며 이마를 쓰다듬자, 초서현이 한숨을 쉬며 사과했다.
“미, 미안해요.”
“미안할 게 있나요. 제가 괜히 장난쳐서 그런 거죠.”
초서현이 사과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그녀가 내 이마를 세게 쳤기 때문이었다.
그럼 초서현이 왜 내 이마를 쳤을까…?
그 이유도 단순했다.
“가, 갑자기 사람 인기척이 느껴져서 황급히 떼어낸다는 게….”
한창 키스에 몰입하던 초서현은 갑자기 교무실 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지자 내 이마를 밀어낸 것이었다.
문제는, 초서현이 인기척에 당황한 나머지 내 이마를 밀어내려고 하다가 힘 조절 실패로 내 이마를 세게 쳐버린 것이었다.
솔직히 아프긴 했다.
초서현은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일반인이 아니다.
그녀가 힘 조절을 실패한 순간 인간의 범주를 넘어서는 타격이 되는 것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나도 그 범주를 넘어섰다는 것이지만….
초서현은 복도를 두리번거리더니,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자, 잠깐 고개 좀 내려봐요. 상태 좀 보게요.”
“괜찮아요. 이 정도는….”
“그냥 내리라니까!”
“아아악!”
초서현은 펄쩍 뛰어서 내 목덜미를 양손으로 감싸 안은 뒤에 내 상체를 강제로 숙이게 했다.
그렇게 내 상체를 숙이게 만든 다음에 내 이마를 유심히 관찰하더니, 한숨을 쉬면서 내게 말했다.
“수업 끝나면 회복실로 가요. 상처는 없지만… 멍이 든 거 같으니까.”
“에이, 이 정도로 회복실은….”
“가라면 가요.”
초서현은 별것도 아닌 일에 진심으로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 그녀의 몸에 상처가 많은 것과 관련된 게 아닌가 싶었다.
내 이마도 그렇게 상처의 얼룩이 남아 있지 않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런 초서현에게 미소로 분위기를 전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꼭 갈게요. 그리고 너무 걱정하지 마요.”
“후우…. 괜히 아침부터 장난했다가 이게 뭐람.”
나는 시무룩하게 쳐진 초서현의 어깨에 손을 올린 뒤에 미소를 지으며 분위기를 전환했다.
“저는 나름 좋았는데, 초서현 교관님은 별로였어요?”
“….”
초서현은 한동안 침묵하더니, 피식 웃으며 고개를 팽 돌렸다.
“나중에 또 달려들 테니까. 평소에 긴장해요.”
“하하하하.”
나는 그렇게 초서현의 시무룩한 기운을 풀어낸 뒤에 그녀와 같이 기과 5반으로 향했다.
조금 전까지 사적인 대화가 오고 갔지만, 이제부터는 수업에 관한 내용이 오고 갔다.
초서현은 중요한 사항을 내게 말해줬다.
“오늘 생도들에게 평가 대결에 대해 공지하고, 강도 높은 대련 훈련을 진행할 예정이에요.”
“평가 대결이라고 하면… 졸업 시험 같은 거였죠?”
“맞아요.”
예전에 들은 적이 있었다.
영사관은 3년제이고, 3학년생들은 올해 졸업할 예정이다.
그런 졸업을 앞둔 3학년생들은 2학기에 생도들끼리 대결을 펼치며 마지막 실력을 펼치는 경기… 그게 바로 평가 대결이었다.
“평가 대결은 2학기에 치르는 거 아닌가요? 방학 끝나고 나서 이야기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니죠. 방학 전에 미리 말해 놔야지 방학 동안 더 절박하게 훈련하겠죠.”
“하하하… 애들 불쌍하네요.”
살짝 불쌍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아무리 좋은 대우를 받고, 고생한 만큼 미래를 보장받는다고 하지만… 결국 생도들도 학생이었다.
졸업 전, 마지막 청춘의 기억을 남길 수 있는 방학… 그 방학 동안 부담을 끌어안고 지내야 한다는 건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초서현은 고개를 절레거리며 대답했다.
“방학 동안 부담을 주는 건 미안하지만, 평가 시험은 일생일대의 마지막 기회예요. 나는 그런 기회를 그저 휴식으로 날려 먹게 하고 싶지 않아요.”
초서현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책임감이 강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초서현의 저런 태도는 그녀가 겪었던 트라우마도 분명 작용한 것일 것이다.
그녀는 분명 평가 시험에서 좋지 못한 성적을 냈을 테니까….
그런데 막상 의문이 드는 점이 하나 있었다.
“기회요? 중요한 거 같긴 하지만… 마지막 기회라는 게 크게 와닿지 않네요.”
내 입장에서 평가 대결은 그냥 졸업 시험과 비슷한 게 아닌가 싶었다.
중요하긴 하지만… 마지막 기회라는 표현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초서현은 내 모습을 보며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평가 대결은 그냥 연습실 안에서 생도들끼리 대결을 펼치는 시험이 아니에요.”
“그럼요?”
초서현은 팔짱을 낀 채 딱딱한 표정으로 무거운 목소리를 흘렸다.
“영사관에 있는 대형 경기장에서 대결이 펼쳐져요. 그리고 경기장에는… 각종 길드의 대표들이나 중진들… 심지어 정치인들도 와서 관람해요.”
평가라는 건 영사관에서 내리는 평가가 아니었다.
생도들이 훗날 자신의 힘을 펼칠 세계가 내리는 평가였다.
그리고 이 기회를 틈타 몇몇 생도들은 평소 순위보다 훨씬 더 뛰어난 실력을 발휘해서 대형 길드에 스카웃되기도 한다고 했다.
“생도들의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겠네요.”
“맞아요. 엄청나게 부담이 되죠. 없던 실수도 나오고, 심지어… 있던 실수는 더 큰 실수로 번지는 시험이니까.”
초서현은 안 좋은 일을 떠오른 것처럼 잠깐이지만,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만큼… 중요한 시험이라는 거죠.”
“….”
나는 그런 초서현의 모습에 안타까워하며 분위기를 전환했다.
“정말 중요한 대결이네요. 수업은 어떻게 진행하실 생각이신가요?”
“크흠… 각자 대련 훈련으로 진행하고, 한 명씩 나와서 저랑 1대1 대결하며 단점을 직접 찾아내는 수업을 할 예정이에요.”
지금까지 수업과 비슷했지만, 초서현이 직접 나선다는 것이 달랐다.
“방학 전에 최대한 단점을 찾아내서 방학 동안에 단점을 보완하게 만드는 게 목적이에요.”
잘 보이지 않는 단점들을 최대한 찾아내서 줄이는 것이 3학년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교육이라는 게 초서현의 생각이었다.
‘상대가 한 명이라면 저번처럼 당황하는 일은 안 생기겠지?’
저번에 단체로 초서현과 싸웠을 때와 다르게 직접 1대1로 싸우는 것이라 초서현이 궁지에 몰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생도들의 기질창에 나온 실력만 보더라도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기과 5반에 송아라 같이 뛰어난 생도가 있다고 해도 이제 막 졸업을 앞둔 생도와 현역 영웅의 실력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1대1로 초서현이 곤란한 일을 겪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초서현에게 물었다.
“그럼 저는 그동안 뭘 도와드리면 될까요?”
“생도들이 궁술에 대응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궁술이요?”
“네. 활이 주특기인 생도를 만났을 때 대처할 수 있도록 활로 상대해주세요.”
참고로 나도 초서현처럼 1대1 대련 형식으로 진행한다고 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진짜 대련하는 게 아니라, 나 혼자 일방적으로 화살을 쏘면 생도들이 피하는 형식이었다.
“저도 직접 대련하면서 싸우면 안 되나요?”
“그건 안 돼요.”
설마 내 실력을 못 믿는 건가 싶어서 아쉬워하는 순간이었다.
초서현은 내 아쉬워하는 분위기를 눈치채고 재빠르게 설명을 이어 나갔다.
“실력을 의심하는 게 아니에요. 다만… 나중에 진짜 곤란한 상황이 오지 않게 하려는 것뿐이에요.”
“곤란한 상황이요?”
“네. 보조 교관은… 괜히 눈에 띄어서 좋을 게 없어요.”
정식 교관과 다르게 보조 교관은 대부분 직접적인 전투보다는 옆에서 보좌해주는 역할이 컸다.
당연히 직접적인 대련 자체를 막는 건 아니었다.
초서현이 생도들과 단체로 대련할 당시에 내가 옆에서 전투적인 서포터도 했으니까.
하지만 보조 교관의 실력이 뛰어나서 정식 교관과 비슷한 역할을 맡게 되면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었다.
그 문제는 바로….
“다른 반 생도들이 불합리하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낼 거예요.”
“아….”
다른 반 소속 생도들의 불만이었다.
영사관에서 일하는 보조 교관들은 생각보다 의욕이 없는 편이었다.
정식 교관은 진짜 영웅 출신이라 보조 교관을 하대하는 경향이 있었고, 아무리 열심히 해도 크게 보상받는 느낌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기 할 일만 대충 하고 넘어가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내가 너무 열심히 해서 기과 5반에만 정식 교관 두 명이 있는 것 같다는 소문이 퍼지면… 다른 생도들뿐만 아니라, 보조 교관들도 불만의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게 초서현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것 말고 이유가 또 있어요. 다른 정식 교관들이 이상한 눈초리를 줄 수 있어요.”
“눈초리요…?”
“내 입으로 이런 말을 하기 싫지만… 교관들도 이상한 인간들이 많아요.”
정식 교관들은 사회에서 영웅이라는 타이틀을 얻었지만, 영웅이라는 칭호와 동떨어진 존재들도 많았다.
특히 그들 중에서 선민의식을 가진 교관들도 더러 있다는 것이었다.
보조 교관이 괜히 실력 좀 있다고 나서서 이것저것 열심히 하면 꼬투리를 잡아서 시비를 거는 존재들이….
“올해에 있는 정식 영웅 시험에 합격하기 전까지는 최대한 눈에 띄지 않는 게 좋아요.”
“흠… 알겠습니다.”
초서현의 말을 들어보면 내가 운이 좋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초서현과 성수아.
만약 두 사람이 아닌 초서현이 말한 그런 녀석들이 내 담당이었다면 하루하루 짜증 나는 일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초서현은 내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만약에 교관 중에 시비를 거는 녀석이 있다면 말해줘요.”
초서현은 팔짱을 끼고 흐뭇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내가 가서 제대로 교육 시켜줄게요. 지금 교관 중에서 나보다 기수 높은 사람은 없으니까.”
“하하하… 알겠습니다.”
본인 딴에는 굉장히 근엄한 표정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내 눈에는 귀여운 말괄량이 같은 모습처럼 보였다.
나는 그런 말괄량이 같은 초서현을 보며 속으로 욕구가 샘솟았다.
‘와… 머리 쓰다듬고 싶다.’
하지만 나는 욕구를 참아내며 결국 내 손은 초서현의 머리 위로 향하지 않았다.
‘분명 화내겠지.’
지금 같은 분위기에 어린애 취급을 받으면 초서현은 분명 화낼 것이다.
‘흐흐흐… 나중에 따로 있을 때, 내 무릎에 앉혀 놓고 쓰다듬어야지.’
나는 그렇게 나중을 기약하며 초서현과 같이 기과 5반에 들어갔다.
..
..
나는 오전 수업을 마치고 식당으로 향하며 한숨을 쉬었다.
‘쉽지 않네.’
수업은 생각보다 빡쌨다.
사실 힘든 이유는 육체적인 고통 때문이 아니었다.
‘애들 다칠까 봐 걱정돼서 제대로 쏘지를 못하겠네.’
정신적인 문제 때문이었다.
화살을 쏴서 명중시키는 건 자신 있지만, 생도들이 다치지 않게 화살을 쏘는 건 별개의 문제였기 때문이었다.
‘뭐, 애들이 내 화살을 맞는다고 죽거나 다치지는 않겠지만….’
나는 명중률만 생각하며 화살에는 어떠한 힘도 쏟아 넣지 않았다.
생도들도 기본적으로 능력자들이기 때문에 아무 힘도 실리지 않은 화살에 다치는 경우는 드물었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는 이야기가 있지 않은가?
실수로라도 다치면 나만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라, 나를 담당하는 초서현도 문제가 생길 것이다.
‘내일부터는 아예 화살촉이 없는 화살로 상대해야겠네.’
그렇게 내일의 계획을 세우는 사이에 식당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도착하는 순간 식당 앞에 한 여자가 눈에 띄었다.
‘와… 진짜 오랜만이네.’
기다란 머리카락과 우아한 몸매, 다소곳한 자세.
겉모습만으로 모든 남자의 이상형이라고 해도 절대 손색이 없을 것 같은 그런 외모의 여자.
성수아였다.
그런데 그런 성수아가….
‘…응? 뭔가 화난 거 같은데?’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