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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로운 조수
“죽이고 싶을 정도로 싫은 영혼을 여기다 가두는 거죠.”
강한나의 섬뜩한 미소에 나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한편으로 속으로 묘한 쾌감이 흘러들어왔다.
‘와, 내가 이런 여자를 얻은 거구나.’
타인에게는 저런 독기 어린 모습을 보여주는 반면에 내 앞에서는 다리를 벌리고 교성을 내지르는 모습을 보여주는 강한나.
그런 강한나의 표정은 지금 당장 덮치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내가 뚫어지게 응시하자, 강한나가 헛기침하며 표정을 가다듬었다.
“크음…. 이, 일단 그런 영혼을 넣을 생각이에요.”
강한나는 자신의 잔인한 속마음을 내가 엿봤다는 사실을 걱정하는 것 같았다.
내 입장에서는 저런 강한나의 모습이 매력적이지만, 강한나의 입장에서는 내게 그런 모습을 보여줬다는 사실이 굉장한 실수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오히려 좋은데….’
일단 강한나가 나를 이곳에 부른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영혼 소환술]-
사후 세계에 존재하는 죽은 자를 지목해서 부를 수 있는 능력.
강한나는 이 능력을 이용해서 우리와 악감정이 있는 영혼을 불러내자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또 의문이 들었다.
“누구를 부르려고요? 아시겠지만, 영혼 소환술은 다른 세계 인물까지는 부를 수 없어요.”
영혼 소환술은 죽은 자를 마음대로 부를 수 있는 사기적인 능력이지만, 다른 세계에서 영혼까지는 부를 수 없었다.
거기다 이쪽 세계… 강한나의 고향에서 내가 악감정을 가지고 있는 건 단 한 명뿐이었다.
강한철.
그런데 그 강한철은 이미 고민태에게 잡혀서 지옥을 맛보는 중이었다.
즉, 내가 악감정을 가질만한 인물은 이곳에 없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내 말을 들은 강한나는 다시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슬며시 내게 서류 뭉치를 건네줬다.
서류 뭉치를 받아 든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이게 뭐예요?”
“명단이에요.”
“명단…?”
나는 강한나의 침묵을 몸으로 느끼며 천천히 서류를 확인했다.
강한나가 준 명단에는 내가 모르는 여자들의 신상 정보가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어느 정도 수준이냐면, 타인이 열람하기 힘든 전과 기록부터 시작해서 본인도 알기 힘든 인간관계까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사진도 증명사진 하나만 있는 게 아니었다.
한 사람당 못해도 20~30장씩 각종 구도로 찍힌 사진이 인쇄되어 있었다.
더 나아가서 샤워하는 장면이나 성교하는 장면 같은 불법적인 사진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이거 무슨 명단이에요?”
내 물음에 강한나는 태연한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저한테 악감정이 있는 자들의 명단이라고 할게요.”
“아….”
일단 목표는 정해졌다.
강한나가 과거에 악감정을 지닌 여자가 타겟이었다.
강한나는 슬며시 내 눈치를 보며 물었다.
“혹시 불편해요? 모르는 사람한테 해를 끼치는 게…?”
나는 내 눈치를 보는 강한나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불편할 리가 있겠어요? 오히려 팔 벌려서 도와주고 싶은 심정인데요?”
다른 사람도 아닌 강한나가 싫어하는 여자를 괴롭히는 일이었다.
오히려 식어가던 열의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내 확고한 대답을 들은 강한나는 작은 눈웃음으로 안도하며 입을 열었다.
“후후, 다행이네요. 그럼 일단 명단에서 한 명 골라보죠.”
그렇게 강한나와 같이 명단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나는 명단을 보며 차분히 물었다.
“명단에 있는 여자들이랑 전부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거예요?”
“그렇다고 할 수 있죠. 얼굴을 직접 마주한 적은 없지만요.”
“엥? 얼굴도 마주하지 않고 어떻게 사이가 나빠져요?”
강한나는 예전 일을 떠올리니 기분이 팍 상했는지 미간을 찌푸리며 설명해줬다.
“제가 처음 고민태 박사님의 연구 부지에 들어갈 당시에… 제가 유명해 져버렸거든요. 그 유명세 덕분에 엄청 욕먹었어요.”
“뭐 때문에 유명해졌는데요?”
“…젊은 여자라서요.”
자기 자랑 따위가 아니었다.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고민태.
그런 고민태는 자신의 연구 부지에 사람을 들일 때 무조건 실력만 보는 인간이었다.
그렇게 능력으로 뽑히는 연구원 중에서 강한나만큼 젊고, 심지어 그녀만큼 예쁜 여자는 없었다.
거기다 강한나는 입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한 연구소의 관리직을 맡을 정도로 압도적인 재능까지 지니고 있었다.
그런 강한나는 세상의 주목을 받고 싶지 않아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연구 부지 안에서 지내다 보니 일반인의 험담을 들을 일은 없지만… 유명한 사람들의 말은 싫어도 귀로 들어오더라고요.”
“아… 그러면 명단에 있는 여자들이….”
“당신은 모르겠지만, 이쪽 세계에서는 꽤 유명한 인물들이에요.”
하지만 그럼에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럼 공개적으로 비난을 했다는 말이에요? 연예인이나 유명 인사들이…?”
아무리 강한나에게 질투심을 느껴도 그런 유명 인사들이 강한나를 욕한 이유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녀들이 강한나를 대놓고 욕할 명분이 존재했었다.
그건 바로….
“고민태 박사님께서도 적이 많았다는 증거죠.”
“아….”
바로 명단에 담긴 여자들이 고민태의 적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한창 이쪽 세계에 왔을 때 연구 부지 앞에서 엄청난 숫자의 시위대를 목격한 적이 있었다.
고민태가 세상을 망칠 인물이라며 선동하던 사람들….
그리고 그 시위대 단상 위에 올라간 인물들은 정·재계 뿐만 아니라, 연예계 인물들도 꽤 있었었다.
그리고 이런 이념적으로 한쪽으로 치우쳐진 연예인이라면 대놓고 강한나를 욕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애초에 그런 식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것도 연예인의 성공 루트니까.
“즉, 고민태 박사님의 밑에 들어간… 한나 씨가 마음에 들지 않으니 같이 욕한 거군요?”
“네, 그런 셈이죠. 어떤 여자는 대놓고 몸을 팔아서 들어갔다고 말하더라고요.”
“와… 그년 누구예요?”
나도 모르게 쌍욕이 나올 뻔했다.
궁금했다. 어떤 여자인지….
강한나는 내 험악한 반응에 오히려 싱글벙글 웃으며 명단을 훑어본 뒤에 내게 보여줬다.
연예인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화보 같은 사진이 쭉 인쇄되어 있었다.
사진마다 각종 컨셉이 잡혀 있는데, 청순가련한 이미지부터 시작해서 걸크러쉬 이미지가 담긴 사진까지 다양했었다.
왠지 배우 느낌이 물씬 풍기는 여자였다.
그리고 강한나의 대답을 듣고 내 생각이 정답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첫사랑의 대표라는 별명이 있던 연기자예요.”
저런 별명이 있었을 정도면 진짜 유명했다는 의미였다.
“고민태 박사님을 정말 싫어했어요. 그리고 동시에 저도 엄청나게 싫어했죠. 매번 인터뷰를 시작할 때, 저를 욕하고 시작했을 정도예요.”
“뭐라고 욕했어요?”
“고민태 박사님은 인류를 멸망시킬 거라며 욕하고, 저는… 몸 팔아서 들어왔다고 욕한 거죠.”
“하아….”
또 혈압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일단 첫 번째 타겟은 정해졌다.
“이 여자로 시작하죠.”
“좋아요.”
강한나는 내 말에 만족했다는 듯이 명단이 담긴 서류를 다시 회수해갔다.
그런데….
“잠깐…? 이 여자를 어떻게 데리고 와요? 저는 죽은 사람밖에 못 데리고 오는데요?”
정작 중요한 문제를 지금 떠올린 것이었다.
강한나의 몰입도 높은 이야기 탓에 제일 중요한 문제를 생각조차 못 한 것이었다.
내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응시하자, 강한나는 내게 등을 보인 채 슬며시 고개만 돌려서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설마 제가 살아 있는 여자들 명단을 보여줬겠어요?”
“아….”
강한나의 미소를 보고 알 수 있었다.
강한나가 이미 복수를 끝냈다는 사실을….
‘설마 저 여자들 전부 요절을 했을 리는 없지.’
나는 그렇게 강한나의 한기를 맛보며 그녀가 남겨준 여자의 정보를 확인했다.
“이름이 ‘레이아 리들레’라… 뭐야? 한국인이 아니에요?”
“혼혈이에요.”
강한나의 말을 듣고 나서 여자의 사진을 자세히 보니, 혼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콧등이 살짝 높고, 눈도 큰 편이었다.
“한국에서는 따로 가명으로 활동했는데. 영혼을 소환하려면 어차피 본명이 필요할 거 같아서 가명은 뺐어요.”
“아하….”
나는 그렇게 추임새를 흘리며 다시 레이아의 정보를 확인했다.
내가 그녀의 정보를 보고 내린 감상평은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쓰레기인데요?”
연예인이 된 것이 신기할 정도로 미친년이었다는 사실이었다.
각종 범죄를 저질렀는데, 제일 눈에 띄는 건 학폭 가해자 전과였다.
학창 시절에 폭행, 금품갈취, 심지어 피해자 학생의 알몸을 사진으로 찍어서 퍼트렸었다.
그리고 학폭 과정에서 피해자 학생들이 자살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신기한 점은 그녀가 배우를 하는 동안 그런 범죄들을 잘 숨겨왔다는 사실이었다.
“고향에서 학교생활을 마치고, 한국에서 연예인이 된 케이스라 잘 숨겼더라고요.”
한국에 와서 가명을 쓰고, 적당히 얼굴을 고치니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었다.
“거기다 친부는 정치인이었고, 친모는 후계자 자리에서 밀리긴 했지만, 재벌가 출신이었어요.”
즉, 금수저로 태어난 덕분에 전부 덮어둘 수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이 여자의 부모는 억장이 무너졌겠네요? 딸이 죽었으니….”
내 말에 강한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절레거렸다.
“지금 셋이서 오순도순 잘 지내고 있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
일단 걱정하지 않았지만, 강한나의 말을 들으니 그 여자에게 동정심이 생겼다.
멍청하게 강한나의 심기를 건드려서 금수저 인생을 종지부 짓다니….
“혹시라도 말씀드리지만, 그녀의 부모는 저랑 상관없어요. 그 여자의 부모는 고민태 박사님을 몰아내려고 하다가 당한 거예요.”
“아….”
애초에 레이아라는 여자가 고민태를 몰아내려고 했던 것도 부모의 영향을 받은 모양이었다.
‘뭐, 그런 건 내가 알 바 아니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레이아에 대한 정보를 전부 확인했다.
레이아에 대한 정보를 전부 보고 나서 내가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구제 불능 쓰레기네요. 지금 소환할까요?”
개 버릇 남 못 준다고, 레이아는 연예인이 되어서도 각종 쓰레기 짓을 저질렀었다.
소속사 직원 폭행은 약과고, 좀 잘 나간다 싶은 후배의 루머를 퍼트려서 연예계에서 퇴출시키기도 했었다.
덕분에 그녀에게 향하던 일말의 동정심까지 완전히 지울 수 있었다.
내 반응에 만족한 강한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네, 소환해주세요. 그리고 소환하면 도망가지 못하게 잘 제어해주시고요.”
“네, 강한나 박사님.”
“풋… 대답 마음에 드네, 성수호 조수.”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강한나의 모습에 웃으며 [영혼 소환술]을 시전했다.
‘레이아 리들레. 어우, 이게 몇 명이야? 일단 태어난 날과 죽은 날을 확인해서 찾아보면….’
그렇게 검색하며 범위를 좁히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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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아 리들레 호감도 -60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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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인물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런데 찾아내고도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마이너스 호감도는 또 처음이네.’
나랑 안면도 안 튼 사이인데, 호감도가 마이너스인 것을 보면 아마 복합적인 정보를 기준으로 예상치를 표기한 듯 보였다.
‘자, 일단 소환하자.’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바로 정식으로 [영혼 소환술]을 펼쳤다.
그렇게 [영혼 소환술]을 시전하자마자 주변이 빛으로 꽉 채워지더니….
(뭐, 뭐야! 가, 갑자기 눈앞에 빛이…! 여, 여긴 어디야!?)
갈색 머리카락이 찰랑거리는 미녀가 튀어나왔다.
사진으로 봤던 레이아 리들레 본인이 확실했다.
그녀를 본 강한나가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대로 소환했네. 잘했어.”
“감사합니다. 박사님.”
“푸웃… 일단 잘 소환했고….”
강한나는 평소와 다르게 나를 진짜 조수 대하듯이 대하기 시작했다.
강한나가 내게 칭찬하는 사이에 레이아는 강한나를 알아보고 욕설을 내뱉기 시작했다.
(이 개 같은 년이! 잘 만났다! 오늘 어떻게 해서든 네년을 죽여 버리겠어!!!)
“….”
나와 박사, 조수 놀이를 하던 강한나는 갑자기 방해받아서 짜증이 났는지 얼굴을 와락 구겼다.
그리고는 나를 보며 명령했다.
“성수호 조수, 지금 당장 저 여자를 준비해 둔 육체에 넣어.”
“알겠습니다.”
나는 명령을 받자마자 바로 레이아의 영혼을 미리 준비해둔 육체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뭐, 뭐야, 당신은! 시, 싫어어어!)
“아, 시끄럽네.”
(무, 무슨… 히야아아아악!!)
레이아는 고함과 함께 반항했지만, 내가 [인도자의 안광]을 사용하자마자 바로 비명을 지르며 반항을 멈추었다.
‘와… 케르베로스의 안구를 쓰긴 했지만 배우길 잘했네. 진짜 편하네.’
나는 그렇게 새로 배운 기술을 사용하며 레이아를 준비해 둔 육체에 쑤셔 넣었다.
레이아는 내게 끌려와서 빈껍데기 육체에 들어가자마자 자기 몸인 것처럼 눈을 뜨고 경악하기 시작했다.
“뭐, 뭐야…!? 나, 나 살아난 거야?”
레이아는 막 들어간 육체를 확인하며 환희에 찬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죽은 자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다.
삶.
레이아는 남자인 내 앞에서 알몸 상태임에도 환희에 찬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강한나는 그런 레이아의 모습에 아랑곳하지 않고 내게 명령하기 시작했다.
“좋아, 육체에 잘 들어갔네. 그럼 이제 데이터 수집을 시작하지.”
“알겠습니다.”
“데, 데이터 수집…?”
나는 어리둥절해하는 레이아를 바라봤다.
레이아는 알몸임에도 육체의 감각이라는 쾌락을 느낀 탓에 창피함을 못 느끼는 모양새였다.
나는 그런 레이아에게 비릿한 미소를 지어주며 천천히 옷을 벗기 시작했다.
“레이아 씨, 부디 저희 연구에 협조해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