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839화 (840/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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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로운 조수

나는 여행 준비를 마친 함선 식구들을 향해 마중 인사를 건넸다.

“그럼 잘 다녀와.”

“히잉… 수호 씨도 같이 갔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워요.”

나는 칭얼거리는 비올라를 껴안으며 다독여줬다.

비올라가 칭얼대는 이유는 갑작스러운 계획 변경 때문이었다.

원래 계획은 오늘부터 강한나를 제외한 모두가 강한나의 고향을 여행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부득이하게 나도 빠지게 되어서 실망한 것이었다.

다른 식구들도 비올라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레나, 베아트리체, 시호 모두가 나를 빼놓고 여행을 가는 게 맞나 싶은 반응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행 계획은 취소되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나야 함선 밖을 자주 돌아다니지만, 비올라는 그렇게 못하잖아. 이참에 눈치 보지 말고 재미있게 놀아.”

나랑 다르게 함선 식구들은 이럴 때가 아니면 새로운 세상을 체험해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내 말을 들은 비올라가 칭얼거림을 줄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갔다 와서 여행에서 있었던 일들 전부 이야기해줄게요!”

“하하, 기대할게.”

나는 그렇게 비올라를 다독여준 다음 아르모니아를 향해 말했다.

“아르모니아, 잘 부탁할게.”

“수호 님께서도 문제가 생기시면 바로 통신으로 알려주십시오.”

“정말 급한 경우에는 통신으로 말해줄게. 혹시라도 그쪽에서도 문제가 생기면 나한테 바로 알려줘.”

“알겠습니다.”

그렇게 아르모니아와의 인사를 마지막으로 다들 여행을 떠났다.

나는 그렇게 배웅을 마치고 나서 바로 강한나가 기다리고 있는 연구실로 향했다.

그녀가 있는 연구실은 고민태의 연구 부지에 자리한 개인 연구실이었다.

참고로 개인 연구실은 고민태가 직접 사용하던 고급 연구실이었다.

원래 강한나는 평범한 연구원처럼 연구 부지를 돌아다니며 배울 생각이었었다.

하지만 고민태가 바로 기각했다.

강한나가 돌아다니는 게 싫어서가 아니었다.

아무리 강한나가 연구실 소속이었다고 해도 이미 퇴사한 입장에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건 입장상 서로 좋지 않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다른 이유도 있었다.

‘영혼과 관련된 실험이면 다른 연구원들의 귀에 들어가서 좋을 게 없겠지.’

영혼과 육체를 합치는 건 고민태도 내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고민태가 육체를 다루는 데에 있어서 우주 제일의 전문가라고 해도 결국 영혼을 볼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영혼을 볼 수 있는 나나 강한나가 없으면 애초에 성립되지 않는 기술인 셈이었다.

‘뭐, 다른 사람들이랑 부대끼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그렇게 연구 부지를 한참 걷고 나서야 강한나가 거주하는 개인 연구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연구실에 들어가서 인기척을 냈지만, 강한나는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키보드를 두드리며 입을 열었다.

타타탁! 타타타탁!

“잘 갔어요?”

“네. 다들 같이 가지 못해서 아쉬워하더라고요.”

“그렇겠죠. 비올라랑 베아트리체랑 시호가 당신과 여행 갈 수 있다고 해서 얼마나 기대했는데요.”

강한나는 나와 말을 주고받으면서도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리고 심지어 키보드를 폭풍처럼 두드리는 손가락의 속도도 줄이지 않았다.

나는 그런 강한나를 보며 내심 감탄했다.

‘뭔가 중요한 걸 타자로 치는 거 같은데. 대화 나누면서 저게 된다고?’

아르모니아가 강한나에게 워프 일을 맡긴 이유는 이제야 알 수 있었다.

그만큼 유능하기 때문이었다.

“한나 씨도 같이 못 가서 아쉽다고 하더라구요.”

“오히려 잔소리꾼 없어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요?”

“잔소리꾼이라뇨….”

내 말을 들은 강한나가 피식 웃는 것과 동시에 엔터를 경쾌하게 중지로 튕기며 키보드에서 손을 떼어냈다.

“후우우우~ 오랜만에 하려니까 몸이 잘 안 따라주네요.”

“몸이 안 따라 준다고요? 지금도 그냥 엄청 대단한 거 같은데….”

“대단? 푸웃… 지금 모습을 예전 동료들이 봤다면 바로 깔깔거리면서 비웃었을걸요?”

하긴… 그 정신 나간 인간들이라면 그럴 것 같긴 하네.

나는 기지개를 켜는 강한나의 뒤에 자리 잡은 다음에 그녀의 어깨를 주물러줬다.

“흐아아아… 더… 더 세게 해줘요.”

나는 신음을 흘리는 강한나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그녀의 앞에 있는 모니터를 바라봤다.

“허…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네요.”

내가 이곳에 함선 식구들과의 여행을 취소하고 여기에 남은 이유는 단 하나였다.

강한나가 고민태에게 지식과 기술을 전수받는 동안 그녀의 조수가 되어서 도와주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강한나의 조수가 되는 건 불만이 없었다.

아니, 강한나가 그만큼 고생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그녀를 도와줄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숫자와 문자 놀음은 대학교 때 졸업한 내가….

“제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없겠는데요?”

뭘 도와줄 수 있을까 싶었다.

분명 화면 안에 있는 글자와 숫자는 따로 놓으면 다 아는 존재들인데, 조합된 상태는 도저히 내 머릿속에서 이해할 수 없는 존재로 변해 있었다.

내가 멍하니 화면을 보자, 강한나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당신 골탕 먹이려고 여기 남긴 거 아니니까요.”

“딱히 골탕 먹었다는 생각은 없어요. 그냥 도움이 되나 싶어서….”

내가 그렇게 말꼬리를 흐리며 머리를 긁적이자, 강한나는 미소를 머금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리로 오세요.”

강한나는 나를 이끌고 연구실의 다른 방으로 향했다.

그 방안에는….

“와… 강도가 들어오면 바로 뛰쳐나갈 것 같은 그런 방이네요.”

사람의 신체들이 분리된 채 여기저기 진열되어 있었다.

다만 분위기가 이상할 뿐이지, 딱히 공포스러운 분위기는 아니었다.

강한나는 내 소감을 오히려 마음에 들어 하며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무수히 진열된 분리 신체를 지나쳐서 우리가 도착한 곳은….

“응? 여자… 네요?”

지금껏 분리되었던 다른 신체와 다르게 완전히 조립된 여자의 신체가 눕혀 있었다.

내 말에 강한나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했다.

“여자라기보다는 여자의 신체라는 말이 정확하겠네요. 당연하지만, 이 신체는 분리 신체들을 일단 조합한 거예요.”

나는 강한나의 대답을 듣고 나서 신체를 차분히 훑어봤다.

그리고 신체를 훑어보며 내가 내린 감상은….

‘와… 존나 예쁘네.’

소위 여신이라는 표현을 써도 될 정도로 엄청난 미녀라는 사실이었다.

얼굴부터 시작해서 가슴, 골반, 허벅지, 종아리, 그리고 보지까지… 모든 부위가 우월하다는 표현을 써도 부족할 정도로 뛰어났다.

어느 정도로 예쁘냐면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서 만질뻔했다.

다행히 강한나가 옆에 있어서 정신을 차리고 손을 뻗는 멍청한 짓을 하지는 않았지만….

강한나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물었다.

“어때요? 괜찮은 육체죠?”

누가 봐도 함정이었다.

하지만 그런 얄팍한 함정에 순순히 당해줄 내가 아니었다.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둘러대며 대답했다.

“그럭저럭 괜찮은 육체네요.”

내 대답에 거짓은 없었다.

아무리 아름다운 신체라고 해도 결국 영혼이 없는 빈 껍데기일 뿐이었다.

즉, 신체는 괜찮아도 혼이 없으니 관심이 없다는 것을 돌려서 대답한 셈이었다.

강한나는 내 대답에 만족했다는 듯이 미소를 슬며시 지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강한나의 미소를 보며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불안감이 담긴 표정으로 강한나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설마 제가 도와줄 일이 이 육체랑 관련된 일은 아니죠?”

아무리 내가 도와준다고 했지만, 이런 시체 같은 몸뚱아리와 연관된 일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무리 외형이 여신과 같이 뛰어나도 결국 빈껍데기에 불과했다.

그런 빈껍데기랑 섹스하라고 하면… 왠지 자괴감이 들 것 같았다.

내가 곤란하다는 듯이 묻자, 강한나가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입술을 달싹거렸다.

“맞아요.”

“하아….”

나는 한숨을 쉬면서도 딱히 투덜거리지는 않았다.

일단 도와주기로 약속한 이상 그녀가 시키는 일은 웬만해서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쉬자, 강한나가 쿡쿡 웃으며 손을 휘저었다.

“푸훗… 좀 더 장난을 쳐볼까 했는데, 도와주겠다고 나선 사람에게 더 이상 장난칠 수는 없겠네요.”

“아… 제가 생각한 거 아니죠?”

“푸웃… 무슨 생각 하셨는데요?”

“저 몸뚱아리랑 그런 짓을 하라는 건 줄 알았어요.”

일단 강한나가 도와달라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최악의 경우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강한나는 고개를 절레거리며 쓰게 웃었다.

“아쉽게도 그건 맞는데요?”

“….”

아까는 장난이라며?

지금 설마 나를 놀리는 건가?

내가 뚱한 표정으로 응시하자, 강한나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그래도 걱정하지 마세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시체랑 하라는 의미는 아니니까요.”

“아! 그럼….”

강한나는 내 반응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저 육체에 어울리는 영혼을 넣고 해주세요.”

결과적으로 저 육체와 섹스하는 건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다.

내가 생각했던 최악의 상황과 강한나가 부탁한 상황은 완전히 다른 상황이었다.

‘그러면 할만하지.’

어떤 영혼이 들어갈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육체는 여신과 같았다.

적당히 예쁘기만 하다면 모든 것을 포용해줄 용의가 있었다.

하지만 내 속에 불타오르는 의욕과 별개로 의아한 점도 떠올랐다.

“그런데 굳이 영혼을 넣는 이유는 뭐예요?”

내가 원하는 건 클라우디아의 영혼이 들어갈 그릇을 만드는 방법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 신체에 영혼을 넣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하지만 강한나는 내 말에 진지하게 대답하기 시작했다

“분리 신체에 영혼을 넣기 위해서는 거기에 걸맞은 육체를 만들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신체 정보가 필요하죠.”

“그렇죠.”

그 신체 정보란 DNA를 뜻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클라우디아에게는 머리카락은커녕 DNA 한 줄기조차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죠.”

“그렇…죠?”

여기까지는 내가 강한나와 나눴던 대화와 똑같았다.

강한나는 저 설명을 근거로 클라우디아의 육체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지금의 강한나는 고민태에게 다른 방법을 전해 들은 상황이었다.

그 방법은 바로….

“신체 정보가 없다면 신체 정보를 만들어 내는 수밖에 없죠.”

없는 정보를 다시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DNA를 만들어 낸다고요?”

“비슷해요. 일단 이걸 봐주세요.”

강한나는 내게 검은색 초커 목걸이를 건네줬다.

나는 강한나에게 받은 검은색 초커 목걸이를 요리조리 보며 물었다.

“이 목걸이가 신체 정보를 만들어 내는 거예요?”

“만들어 내는 게 아니에요. 수집하는 거죠.”

강한나가 건네준 목걸이는 고민태가 직접 만든 목걸이였다.

목걸이를 착용한 분리 신체를 다른 사람과 연결한 채 계속 자극하면 다른 사람의 신체의 정보를 수집하는 목걸이였다.

자료를 수집하기 위한 자극은 간단한 전기 신호부터 시작해서 과격한 폭행… 더 나아가서 고문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 강한나의 설명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자극하며 모인 정보를 도태로 DNA를 재구성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목걸이는 의외로 영혼이 들어간 분리 신체에도 적용이 된다고 하네요.”

고민태는 이민수의 육체를 수시로 만들어주며 영혼과 육체를 동시에 연구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지금 목걸이는 그 결과의 산물이었고….

나는 그제야 강한나가 내게 조수를 하라고 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제가 적합한 영혼을 찾아오면 되는 거네요?”

만약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여자 영혼에게 다시 한번 살 기회를 준다고 하면 어떠한 조건을 걸더라도 승낙할 것이다.

심지어 그게 몇백 명에게 윤간당하는 행위라고 할지라도….

하지만 강한나는 내 말에 고개를 절레거리며 대답했다.

“생판 모르는 영혼한테 그런 호의를 베풀 이유가 있어요?”

“그럼…?”

“오히려 반대로 접근해도 괜찮잖아요.”

“반대로요?”

“네, 가령….”

내가 고개를 갸우뚱하는 순간 강한나가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이어 나갔다.

“죽이고 싶을 정도로 싫은 영혼을 여기다 가두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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