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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820화 (821/898)

Chapter 820 - 820.마법 학교 슈트라 (6)

“선배… 혹시 하넬로네 선배한테 복수하고, 에드가 선배를 되찾고 싶지 않으세요?”

밀레나는 방금 전까지 침울하던 표정을 싹 지우고 당황해하며 내게 물었다.

“그, 그게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예요. 하넬로네 선배에게 복수하고, 에드가 선배를 되찾지 않겠냐는 거죠.”

나는 팔짱을 끼고 거만하게 서서 밀레나를 내려다봤다.

“밀레나 선배가 하넬로네 선배와 에드가 선배와 무슨 관계인지 대충 알고 있어요.”

“그… 그걸 어떻게….”

밀레나는 내 고압적인 자세에 주눅 들며 내 시선을 피하기 바빴다.

몸을 움츠리며 파르르 떠는 모습이, 지금 당장 도망치고 싶어도 몸이 따라주지 않는 그런 모습이었다.

내가 밀레나에게 이렇게 거만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단순했다.

밀레나가 남에게 이끌려 다니는 타입이기 때문이었다.

‘밀레나가 루이스에게 빠지지 않은 이유를 대충 알겠네.’

밀레나와 루이스가 같이 일한 지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루이스는 예쁜 외형에 속하는 밀레나에게 은근슬쩍 작업을 걸었다.

그럼에도 밀레나가 루이스에게 전혀 관심이 없고, 에드가에게 온 정신을 쏟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었다.

루이스는 기본적으로 호감이 있는 여자에게 교양있게 행동하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밀레나는 오히려 그런 친절함이 무관심으로 이어지는 스타일이었다.

밀레나가 무슨 과거를 가졌는지는 모르지만, 기질창을 통해서 그녀의 현재 이상형을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매너와 교양있는 남자보다는 유치하더라도 자신감을 드러내는 남자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밀레나는 그런 성격 덕분에….

‘이런 여자는 친절하게 굴면 오히려 매력을 못 느끼는 스타일이지.’

루이스의 유혹에 전혀 넘어가지 않은 것이었다.

“에드가 선배랑 잘 사귀고 있는데, 하넬로네 선배에게 뺏긴 거 맞죠?”

“그, 그걸 어, 어떻게…?”

“제가 눈치 하나는 빨라요.”

나는 밀레나의 책상 위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서 그녀를 내려다봤다.

학생회 멤버들이 봤다면 예의 없이 무슨 짓이냐고 호통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행동이었다.

하지만 밀레나는….

“으… 흐으윽….”

내 행동을 질타하기는커녕 오히려 눈가에 눈물이 고이며 울먹이기 시작했다.

나는 팔짱을 끼고 책상 위에 앉은 채 이야기를 진행했다.

“에드가 선배랑 잘되고, 더 나아가서 하넬로네 선배에게 한 방 먹일 수 있게 도와줄게요. 어때요?”

“….”

밀레나는 눈을 꾹 감고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숨을 고르며 진정한 뒤에 눈을 뜨고 입을 열었다.

“왜… 왜 나를 도와준다는 거야?”

나와 시선을 못 마주치고 있지만, 밀레나의 눈에는 의지력이 깃들어 있었다.

‘좋아. 일단 넘어왔다.’

나는 그렇게 용기를 내어 한 발짝 내디딘 밀레나의 마음속으로 신뢰의 씨앗을 던졌다.

“저도 그냥 심심해서 이런 제안을 하는 게 아니에요.”

“어? 그럼 무슨 이유로…?”

밀레나는 최대한 용기를 낸다는 듯이 내게 물으며 나를 힐끗 쳐다봤다.

나는 그런 밀레나를 내려다보며 씩 웃어줬다.

“하넬로네 선배가 저를 너무 이용해 먹어서 복수해주려고요.”

“아!”

밀레나는 내 말을 듣자마자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하넬로네에게 당했던 일을 떠올리니, 몸이 자동으로 반응하는 것이었다.

밀레나는 내가 던진 씨앗을 덥석 받아들이며 마음속에 심어 버렸다.

이제 씨앗이 발아하고, 싹이 트고, 꽃을 피우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너도 나처럼 당했구나… 불쌍해라.”

“….”

아니, 당신만 하겠습니까?

나를 불쌍하게 여겨주는 마음은 좋지만, 동정심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불쌍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는 밀레나의 표정은 내 마음을 밝게 비추었다.

‘관리하면 훨씬 낫겠네.’

머리카락 좀 정돈하고, 표정에도 생기를 불어넣으면 하넬로네보다 더 예쁠 것 같았다.

‘애초에 관리했으면 에드가를 하넬로네에게 그렇게 뺏기지 않았겠지.’

나는 쓰게 웃으며 밀레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꽤 많이 당했어요. 그래서 복수하고 싶은데, 혼자서는 힘들 것 같더라고요.”

“맞아. 걔는… 얍삽한 곳에서만 머리를 잘 굴리거든.”

밀레나는 내가 말할 때마다 맞장구를 치면서 환하게 웃었다.

그렇게 유대감을 형성한 뒤, 나는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진행했다.

“제가 몰래 정보를 캐오긴 했는데, 신입이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선배가 도와주실래요?”

“그래, 그래! 말만 해!”

“그러면 한가지 약속해주세요. 이제부터 제가 마법을 사용할 건데… 절대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요.”

“마, 마법? 알았어!!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기는 뭐하지만…. 내가 비밀 하나는 잘 지켜!”

밀레나는 마치 교주를 바라보는 신도처럼 내 다음 말을 간절히 기다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하넬로네의 비리가 담긴 녹음기를 틀어줬다.

(제발 이 일을 넘어가 주세요! 그러면 제가 꼭 보상을….)

당연히 밀레나의 앞에서 대놓고 녹음기를 사용한 건 아니었다.

주머니 안에 있는 녹음기를 몰래 실행시킨 것이었다.

녹음기 음성을 들은 밀레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면서 소리쳤다.

“뭐, 뭐야!! 가, 갑자기 사람 목소리가!”

“선배 진정하세요. 마법이에요.”

“마, 마법!? 사람 목소리를 내는 마법이 있다고!?

나는 밀레나에게 사람 목소리를 몰래 담는 마법을 사용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당연히 밀레나는 한동안 믿지 않았다.

이리스나 카린처럼 마법을 모른다면 쉽게 믿겠지만, 밀레나는 2학년 최상위 성적을 받은 우등생이었다.

그런 밀레나를 이해시키는 건 쉽지 않았다.

하지만 계속 흘러나오는 사람 목소리에 밀레나는….

(예산을 받자마자 바로 보답하겠습니다! 절대 이 일을 떠벌이지도 않고요!)

“지… 진짜 그런 마법이 있다고?”

“네, 믿어주세요.”

“맙소사….”

밀레나는 마침 들려오는 하넬로네의 목소리를 들으며 표정을 단단히 굳혔다.

(뭐… 그렇게 성의를 표시해주시는데, 너무 야박하게 굴 수는 없죠.)

“….”

밀레나는 하넬로네의 목소리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 믿을게.”

“다행이네요. 설득하는 데에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슈트라에 외부 반출 금지 마법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는 얼핏 들었어.”

밀레나는 최상위권 학생인 만큼 교수들에게 은연중에 슈트라 내부 비밀을 언뜻 들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에게 가르치지 않는 금기 마법이 존재하고, 그 마법들은 슈트라의 정식 교수들만 배운다는 사실을….

“그런데… 너는 어떻게 그런 마법을 배우게 된 거야?”

나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절레거렸다.

“비밀이에요.”

“…알았어. 일단 지금 당장은 묻지 않을게.”

그 말인즉슨 나중에는 물어보겠다는 이야기였다.

밀레나도 여자이기 전에 한 명의 재능있는 마법사였다.

사람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마법이 있다는 사실은 마법사인 밀레나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준 것이었다.

“비밀 지켜주실 거죠?”

“그건 걱정하지 마. 절대… 절대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을게.”

사실 말한다고 해도 딱히 문제는 될 건 없었다.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마법이 있다고 말하면 사람들이 오히려 미친 사람 취급할 것이다.

“지금 들려드리는 목소리는 면담 중에 저를 내보내고 몰래 나눈 대화예요.”

“…응.”

밀레나는 내가 들려준 음성을 마치 시험공부 하듯이 집중하며 들었다.

그렇게 하넬로네의 음성을 들은 밀레나는….

“나쁜 년….”

미간을 찌푸리며 속에서 우러나오는 분노를 끄집어냈다.

밀레나의 말처럼 하넬로네는 나쁜 년이라는 호칭도 아깝지 않았다.

밀레나의 우러나오는 분노에도 녹음기는 계속 음성을 재생했다.

(부정 건에 대해서는 일단 보류할게요. 그렇다고 제게 뭔가 잘 해주려고 마세요.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예산을 집행할 테니까.)

(며… 명심하겠습니다.)

말은 저렇게 했지만, 하넬로네의 목소리에서 실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냥 넘어가면 보류로 끝나지 않겠다는 협박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모든 음성을 재생한 녹음기가 재생을 멈췄다.

그리고 모든 음성을 들은 밀레나는….

“생각보다 쉽지 않을 거 같아.”

의외로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사실 나도 밀레나와 같은 생각이었다.

녹음기는 아무에게나 들려줄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즉, 대화 내용을 토대로 하넬로네가 동아리 부장들을 협박했다고 고발해야 하지만….

“일단 다들 무작정 믿지 않을 거야. 그리고 대화 내용을 봐도 그래. 하넬로네는 직접적으로 돈을 달라고 하지 않았어. 그저 돈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을 유도했을 뿐….”

여기까지도 예상했던 일이었다.

하넬로네는 교묘하게 돈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을 유도했을 뿐이지, 직접적으로 돈을 달라고 말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나는 은근슬쩍 밀레나를 떠보듯이 질문을 던졌다.

“일단 학생회장이나, 교수님들께 말해보는 건 어떨까요?”

“좋은 방법이 아니야. 만약 아리엘 선배와 교수님께 말씀드려서 공표하면….”

밀레나는 내 눈치를 보며 간신히 뒷말을 이어 나갔다.

“하넬로네는 동아리 부장들에게 다 뒤집어씌운 뒤에 빠져나갈 거야.”

사실 나도 밀레나와 같은 생각이었다.

하넬로네 정도 되는 여자라면 최악의 상황에서도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놨을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이렇게 밀레나에게 방법을 계속 던지는 건 이유가 있었다.

‘좋아. 생각보다 이런 일도 머리를 잘 쓰네.’

사회성이 제로라서 이런 일에 젬병일 줄 알았는데, 상황 파악하는 능력이 나쁘지 않았다.

“잡아내려면… 좀 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해. 아니면 빠져나가지 못할 함정을….”

밀레나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하넬로네를 잡아낼 방법을 고심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봐왔던 밀레나와 동일 인물이 맞나 싶을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나는 그렇게 하넬로네를 잡아낼 궁리를 하는 밀레나에게 정답에 접근할 수 있게 또 질문을 던졌다.

“돈을 받을 때, 잡아내면 어떨까요?”

“돈을 받을 때…?”

즉, 현장을 덮치자는 이야기였다.

내 방법을 들은 밀레나의 얼굴에 서서히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맞아. 현장을 덮치면 제아무리 하넬로네라도 발뺌은 못 할 거야.”

그야 빠져나갈 구멍은 억지로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단 돈을 받는 상황을 잡아내면 하넬로네도 분명 적지 않게 타격을 입을 것이다.

“그런데 그 현장을 어떻게 잡아내지? 하루종일 뒤를 따라다닐 수는 없는데….”

나는 이미 하넬로네가 뇌물을 받을 방법과 날짜를 전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마치 내 머리로 추측했다는 듯이 천천히 이야기를 진행했다.

“그럼 하넬로네 선배가 돈을 받을만한 날을 예상해보면 어떨까요?”

“돈을 받을만한 날을 예상한다고? 어떻게?”

의아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밀레나를 보며 진지하게 대답했다.

“하넬로네 선배의 성격이라면 절대 학교 내부에서 돈을 받지 않을 거예요.”

“학교 내부가 아니라면 어디…?”

“밀레나 선배. 하넬로네 선배가 매주 외박하시는 거 아세요?”

“응. 시험 기간이 아니면 언제나 외박을… 아!”

밀레나는 그제야 내 말뜻을 이해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애초에 그런 돈을 학교 내부에서 받을 리가 없어.”

거기다 동아리 부장들은 동아리 담당 지도 교수와 친분이 있어서 다른 학생들에 비해서 상점을 후하게 받는 편이었다.

즉, 동아리 부장들과 바깥에서 만나는 건 어렵지 않다는 이야기였다.

“이번 주말에 외박이나 외출을 해서 돈을 받을 가능성이 커요.”

나는 이미 하넬로네가 정한 약속 장소와 시간을 알고 있었다.

하넬로네가 정한 약속 시간은 전부 이번 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몰려 있었다.

이번 주 평일에 예산을 나눠주고, 나눠준 예산을 주말을 이용해서 재빠르게 자기 주머니에 채울 속셈이었다.

내 말을 들은 밀레나는 나를 마치 예언가나 선견자를 바라보듯 우러러보기 시작했다.

“맞아! 대부분 동아리가 예산을 받고 나서 바로 쓰는 경향이 높아서 네 말처럼 빨리 받으려고 할 거야!”

“그럼 선배….”

“응?”

나는 밀레나를 내려다보며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이번 주말에 저랑 같이 슈트라 밖으로 산책하러 가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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