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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818화 (819/898)

Chapter 818 - 818.마법 학교 슈트라 (6)

(이야, 저 여자 수완 장난 아닌데? 아까 일을 빌미로 돈 좀 받아내려는 거 같은데?)

“….”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다.

강한 사리사욕과 권력에 심취한 하넬로네가 지금 일을 그냥 넘어갈 리가 없지.

클라우디아는 내부에서 있었던 일을 계속 실시간으로 보고해줬다.

(와~ 입놀림이 좋네. 본인 입에서는 돈 이야기를 한 푼도 꺼내지 않고, 상대방이 계속 돈 이야기를 꺼내게 만들고 있어.)

(마치 자기는 돈 따위는 관심 없다는 듯이 말이야.)

(뭐랄까… 오히려 저쪽에서 뇌물을 주고 싶어서 안달하는 분위기가 됐는데?)

클라우디아를 통해 대충 사정을 파악했다.

지금 실험실 내부에서는 내가 들으면 안 되는 이야기가 오가는 중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한편으로 하넬로네의 치밀함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와, 저런 상황을 만들려고 오전부터 빌드업을 짜고 있었나? 아니지… 방학 동안 계획했으려나?’

[작년부터 계획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넬로네도 나처럼 1학년 때 학생회에 들어왔을 것이고, 자연스럽게 감사 직책을 부여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감사 직책을 부여받고, 회계를 구경하면서 이런 발상을 했을 가능성이 컸다.

그리고 그걸 이제 실행에 옮긴 거겠지.

‘진짜 대단한 여자네.’

하넬로네는 머리도 똑똑하고, 더 나아가서 사람을 쥐락펴락하는 재주도 있었다.

거기다 그런 재주를 잘 활용해서 사리사욕을 채우는 추진력은 나조차도 감탄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하넬로네에게는 한가지 예상치 못한 불운이 그녀를 뒤덮고 있었다.

그건 바로….

‘여우짓도 구미호 앞에서 하면 곤란하지.’

내가 그녀를 감시하는 부사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아마 하넬로네는 지금 내가 자신의 편이라고 생각하는 중일 것이다.

아니, 같은 편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자기가 제어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게 속으로 웃는 사이에 클라우디아가 벽을 뚫고 나와서 마지막 보고를 했다.

(야, 예산 중에 일부를 떼어주는 것으로 합의 본 거 같아. 그것도 직설적으로 이야기한 건 아니야. 동아리 부장이 억지로 주겠다고 말한 거지.)

클라우디아가 말한 뒤에 바람 역학 연구회 부장이 문을 열고 나왔다.

들어갈 때는 태연했지만, 나올 때는 초췌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 저는 면담 끝났습니다. 들어오시라네요….”

“네.”

나는 실험실에 들어가서 하넬로네의 상태를 확인했다.

아까와 같이 미소를 머금은 하넬로네가 나를 보며 뻔뻔한 태도로 말했다.

“바람 역학 연구회 문제는 보류하기로 했어. 동아리 내부에 사정이 있었고, 내가 나중에 확인하기로 했어. 이제 다음 사람 불러줘.”

“네, 알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실험실 밖에서 대기하는 다음 순번의 학생을 호출했다.

그렇게 다음 순번 부장과 면담을 시작한 하넬로네는….

“동아리 예산으로 회식했는데… 비용이 터무니없이 많이 들었네요?”

아까와 똑같은 방식으로 부장을 몰아세우기 시작했다.

“그, 그게 모든 부원이 모인 거라….”

“모든 부원이요? 어디서 드셨죠?”

“외출해서 먹었습니다!”

“외출이요? 제가 기억하는 부원들은 대부분 외출할 수 있는 상점을 가지고 있지 않으신데요? 그나마 한 분 계셨죠. 이름이… 여자 이름이었는데….”

“그, 그게….”

“설마… 그 부원이랑 단둘이서만 회식을 했다는 건 아니겠죠?”

“아, 아니… 그게….”

딱 봐도 여자랑 데이트하는 데에 예산을 써버린 것 같았다.

“그… 그… 그그….”

분명 저 동아리 부장은 하넬로네보다 선배였다.

하지만 지금 장면만 보자면 선배, 후배가 뒤바뀐 정도가 아니라, 마치 교수와 학생을 보는 느낌이었다.

‘뭐… 하넬로네가 미래의 교수가 될 인재이긴 하지.’

하넬로네는 현재 2학년생 중에서 교수가 될 가능성이 큰 인재 중의 한 명이었다.

만약 하넬로네가 교수가 된다면 그녀가 맡은 학생들은 꽤 고달픈 학창 생활을 보내게 될 것이다.

나는 미래에 입학하게 될 학생들을 떠올리며 통신으로 말했다.

‘얼굴도 모르는 녀석들아, 나한테 고마워해라. 내가 교육해서 그런 미래가 오지 않게 만들어줄 테니까. 아르모니아.’

[네.]

나는 속으로 씩 웃으며 아르모니아에게 말했다.

‘도청기 하나 만들어줘.’

네가 그렇게 자랑스럽게 여기는 똑똑한 머리… 현대 문물로 깨부숴주마.

..

..

동아리 부장들의 면담은 대부분 비슷하게 흘러갔다.

하넬로네가 예산 문제로 트집을 잡으며 부장들을 궁지로 몰았다.

그리고 내가 잠시 자리를 비켜주면 두 사람은 부정한 거래를 주고받았다.

대부분 예산을 받으면 몰래 넘겨주겠다는 식이었다.

그야, 모든 부장이 그런 식으로 꼬투리를 잡힌 건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청렴해서 면담 자체가 순식간에 끝난 경우도 있었다.

‘그런 사람의 뒤까지 억지로 잡을 필요는 없겠지.’

하넬로네는 선을 지키며 이득을 챙겼다.

들키면 문제가 되겠지만, 비상한 머리를 가진 하넬로네가 들킬 것을 각오하고 이 일을 벌였을 리가 없다.

들키지 않을 자신이 있거나, 문제가 생겨도 빠져나갈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을 것이다.

그렇게 마지막 면담을 끝내고 문밖에서 기다리자, 마침 문이 열리며 마지막 면담을 했던 부장과 하넬로네가 같이 나왔다.

“그,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네, 조심히 가요~.”

마지막 면담자가 크게 한숨을 쉬는 것과 동시에 무거움 발걸음을 이끌고 자리를 떠났다.

어느새 학교 내부에 쏟아지던 햇빛이 자취를 감췄고, 복도에는 마나석의 빛이 군데군데 비추며 음산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하넬로네는 밤늦게까지 면담했음에도 오히려 상쾌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말했다.

“수고했어!”

“수고하셨습니다.”

“이렇게 오래 걸릴 줄 알았으면 면담을 3일로 나눠서 진행할 걸 그랬네.”

하넬로네는 학생회실로 향하면서도 얼굴에 웃음을 지우지 않았다.

아니, 하지 않은 게 아니라 못한 느낌이 강했다.

그 무수한 동아리의 예산을 자기 손에 넣을 수 있게 되었으니 웃음이 절로 나올 수밖에….

하지만 갑자기 미소를 굳힌 채 나를 응시하며 의미심장한 말을 건넸다.

“학생회에 들어오고 나서 첫 업무 소감은 어때?”

분명 얼굴에는 미소가 담겨 있었지만, 그녀의 눈빛에는 살벌한 위압감이 담겨 있었다.

마치 내가 하는 대답에 따라서 나의 처분을 결정하겠다는 듯한 느낌이 확 들었다.

‘내가 혹시라도 이상한 의심을 할까 봐 걱정인가 보네.’

하넬로네 입장에서 나는 별것 아닌 신입인 것과 작은 변수였다.

나는 선량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선배께서 이렇게 열정적으로 회계 일을 하시는데, 제가 도울 수 있는 게 없어서 죄송하더라고요.”

“….”

“시키실 일이 있으면 부담 갖지 마시고 말씀해주세요.”

하넬로네는 내 말에 눈을 깜박거리며 멍하니 바라봤다.

그리고는….

“후후후! 오늘 첫날이잖아! 그래도 그렇게 노력하려는 모습은 보기 좋네!”

하넬로네는 긴장을 풀고는 미소를 지으며 나와 같이 학생회실로 향했다.

내가 자신의 계획을 전혀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사실 모르는 게 정상이여야 했다.

어제 막 입부했고, 첫 업무도 옆에서 지켜보는 게 전부였다.

이상함을 느끼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인 것이다.

그렇게 화기애애해진 분위기를 이끌고 학생회실에 도착했다.

그런데 학생회실 입구에는 에드가가 벽에 등을 기대고 서 있었다.

마치….

“…이제 왔네?”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말했다.

나와 나란히 걷던 하넬로네가 폴짝폴짝 뛰어서 에드가 옆에 선 뒤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어머? 선배. 여기서 뭐 하세요? 설마 늦은 시간에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남은 거예요?”

“…네가 너무 늦는 거 같아서 기다렸어.”

에드가는 하넬로네의 애교에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오래가지 않았다.

에드가는 나를 힐끗 보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고, 나를 노려보며 하넬로네에게 조용히 물었다.

“왜 이렇게 늦은 거야?”

“아~ 면담이 생각보다 길어졌어요.”

“면담을 이렇게 오래 했다고? 저 녀석이랑 같이…?”

“에이, 회계를 담당하는 제가 예산 일을 대충 넘길 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후배가 너무 잘해줘서 그나마 빨리 끝난 거예요.”

하넬로네의 말에도 에드가는 쉽사리 믿지 못하는 표정으로 계속 나를 노려봤다.

“…정말 면담만 한 거 맞지?”

“그럼요!”

하넬로네는 대충 분위기를 파악한 뒤, 내게 싱긋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오늘 아침부터 정말 수고 많았어! 내일 방과 후에 학생회실에서 보자.”

“네, 알겠습니다. 선배.”

“그래, 조심히 들어가~.”

“네, 선배님들도 수고하셨습니다.”

나는 그렇게 예의를 차리며 인사를 건넨 뒤에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발걸음을 옮기면서 모든 감각을 청각 신호에 집중하며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었다.

“선배, 학생회실에 누구 있어요?”

“아니, 다들 일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갔어.”

“그럼… 잠깐 학생회실에서 단둘이 이야기할래요?”

“조, 좋지!”

두 사람은 그렇게 말하며 학생회실로 들어갔다.

나는 두 사람이 학생회실에 들어간 것을 확인한 뒤에….

‘심심한데 마침 잘됐네.’

바로 전격 마법 연구회 동아리실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다행히 학생회실과 동아리방은 같은 건물이어서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챙겨 놓은 열쇠를 이용해서 동아리실에 들어간 뒤에 문을 잘 잠그고….

“후우, 오랜만이네.”

바로 의자에 앉아서 [유령의 시간]을 시전했다.

내가 영혼 상태로 육체를 빠져나오자, 옆에 있던 클라우디아가 흠칫 놀라며 신기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전부터 궁금했는데, 너 그 능력 어디서 배운 거야? 볼 때마다 신기하네.)

(하하, 비밀이에요.)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을 회피한 뒤에 학생회실로 향하며 클라우디아에게 말했다.

(여기서 기다려주세요. 금방 갔다 올게요. 혹시라도 제 몸에 문제 생기면 학생회실로 와서 불러주세요.)

(구랴~)

클라우디아는 그렇게 대답한 뒤 죽은 듯이 앉아 있는 내 육체를 신기한 듯이 구경했다.

나는 그런 클라우디아는 놓고 학생회실로 쏜살같이 날아갔다.

내가 전격 마법 연구회까지 달려온 시간이 3분 정도였다면 학생회까지 날아간 시간은 고작 해봐야 5초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같은 건물인데다가 유령 상태로 벽을 통과할 수 있어서 단숨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렇게 도착하자, 마침 두 사람이 어두운 학생회실에서 오손도손 대화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선배, 졸업 시험 준비는 잘 되시나요?”

“당연하지. 내가 누군데.”

두 사람은 마나석 하나만 켜놓은 상태로 무드있는 분위기를 연출하며 꽁냥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싱긋 웃는 하넬로네와 이야기를 주고받던 에드가가 갑자기 하넬로네의 손을 슬며시 잡았다.

거기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그 뒤에 에드가가 하넬로네의 손을 잡고 천천히 얼굴을 그녀의 얼굴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딱 봐도 입맞춤하려는 모양새였다.

‘아, 설마 벌써 관계까지 한 사이인가?’

그렇게 하넬로네와 에드가의 모습을 보며 실망하려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하하, 선배… 여기 학생회실이에요.”

하넬로네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황급히 빼냈다.

그런 하넬로네의 반응에 에드가가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학생회실이 어때서? 나는 부회장이고, 이 학생회실은 내가 관리하는 곳이나 마찬가지잖아.”

“그래도 저희는 학생이잖아요. 저는 졸업전까지는 학업에 집중하고 싶어요.”

나는 하넬로네의 말을 듣고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오! 그럼 지금까지 키스도 하지 않았다는 거네!?’

나는 당연히 하넬로네와 에드가가 살을 섞은 사이일 줄 알았다.

‘에드가 정도 되는 남자도 저렇게 철벽 방어를 했다면… 의외로 조신하게 살았을 수도 있겠네?’

슈뢰딩거의 처녀.

일단 내 기준에서 하넬로네는 처녀일 수도 있고, 비처녀일 수도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흐흐흐, 좋아. 계속 그렇게 철벽 방어하라고!’

두 사람은 내가 옆에서 웃는 것도 모른 채 실랑이를 벌이기 시작했다.

“너도 알잖아! 슈트라는 이성 교제를 오히려 독려한다는 것을!”

“그래도… 저는 졸업할 때까지 학업에 집중하고 싶어요. 선배도 졸업이 얼마 남지 않았잖아요. 집중해야죠.”

하넬로네의 변명에 에드가는 험악하게 인상을 쓰며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너 설마… 이번에 온 신입생들에게 꽂힌 거 아냐?”

에드가의 말은 일부 사실이었다.

하넬로네는 현재 루이스에게 꽂혀 있었다.

그리고 내게도… 다른 의미로 꽂혀 있었다.

하지만 에드가의 말을 들은 하넬로네는 당황하기는커녕….

“선배! 설마 저를 그런 여자로 생각하고 있었던 건가요!”

오히려 역지사지로 화를 내기 시작했다.

“어제 입부한 후배들한테 그런 감정을 느낄 정도로 제가 헤픈 여자로 보이세요!? 실망이에요!”

에드가는 하넬로네의 분노에 오히려 당황하며 그녀를 달래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실실 웃었다.

하지만 에드가가 황급히 내뱉은 변명이 내 웃음을 싹 지워버렸다.

“미, 미안해! 그런 뜻이 아니었어! 아, 아까 네 옆에 있던 머저리 같은 녀석이 너한테 이상한 짓을 했을까 봐 걱정한 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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