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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812화 (813/898)

Chapter 812 - 812.마법 학교 슈트라 (6)

소냐가 나를 학생회에 추천한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맞아요. 루이스 학생이 학생회에 입부할 자격이 되고, 이번에 학생회에서 입부를 제의했다네요.”

루이스가 학생회에 들어갈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나는 소냐의 말을 듣고 걱정하기는커녕 오히려 고개를 갸우뚱했다.

“루이스가 조건이 된다고요? 성적은 우수하지만… 루이스는 레빈의 브란트루프 가문 출신인데요?”

루이스는 레빈 왕국에 있는 브란트루프 가문의 장남이다.

그 사실은 너무 유명해서 굳이 알아볼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조건이 된다니….

소냐는 내 의아한 듯한 얼굴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 못하는 게 정상이에요. 루이스 학생을 알고 있다면 당연히 이해할 수 없을 테니까요. 루이스 학생이 조건에 맞아떨어진 건 신분 때문이 아니에요.”

“어…? 그럼 설마…?”

소냐가 말했던 학생회에 들어갈 수 있는 두 번째 조건.

“네. 루이스 학생이 이번 학기 등록금을 미납했다고 하네요. 학생회에서는 당연히 그 사실을 알고 상위권 학생인 루이스에게 입부를 제의한 것이고요.”

슈트라도 명색이 교육 기관이라 학비가 존재한다.

참고로 슈트라의 등록금은 귀족들조차 귀로 들으면 눈으로 소리가 튀어나올 정도로 비싼 편이었다.

그럼 평민들은 어떻게 그 비싼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일까?

등록금을 지불할 능력이 없는 학생들은 몸으로 때운다고 보면 된다.

여름학기 동안 슈트라 도시를 돌아다니며 마법을 사용해서 도시 주민들을 돕는 식으로 등록금을 대신하는 편이었다.

그래, 일단 등록금이 비싼 건 지금 당장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아무리 브란트루프가 흔들렸어도 등록금을 못 낼 정도는 아닐 텐데…?’

브란트루프 가문이 아무리 흔들리고 있다고 해도 학비를 못 낼 정도는 아닐 것이다.

‘이건 또 카린한테 물어봐야겠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소냐에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했다.

“소냐 교수님 감사합니다. 이렇게 신경 써주셔서….”

“후후, 수호 학생한테 이런 인사를 받으니, 추천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하….”

소냐는 기본적으로 모든 학생을 평등하게 대해주는 편이지만, 유독 다르게 대해주는 인물이 두 명 있었다.

나와 루이스였다.

나와는 사랑을 나눈 사이이다 보니 다른 학생보다 더 잘 대해줬고, 루이스는 예전에 실수한 것이 있어서 차갑게 대하는 편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이렇게 나를 추천한 이유는 루이스가 나보다 더 잘나갈 것을 우려해서 진행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었다.

거기다 나랑 루이스의 사이가 나쁜 것을 알고, 좀 더 차별하는 편이었고….

“학생회는 이름처럼 거창한 일을 하거나 바쁜 일을 처리하는 곳이 아니에요. 그저 학생들 사이에 생긴 문제를 해결하고, 동아리 문제를 처리하는 게 대부분이죠.”

소냐는 일장 연설을 늘어놓으며 어떻게 해서든 나를 학생회에 입부시키려고 했다.

그렇게 일장 연설을 늘어놓던 소냐는 쓰게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 말로 마무리 지었다.

“수호 학생도 창창한 미래를 꿈꾸고 이곳에 왔잖아요? 저는 수호 학생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창창한 미래를 꿈꾸긴 했지… 이미 루나와 카린을 내 품에 들여서 꿈을 이뤄서 문제지만.

나는 소냐의 간곡한 부탁 같은 연설을 듣고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소냐 교수님의 추천도 있었으니, 들어가는 쪽으로 고민해볼게요.”

“혹시라도 루나 학생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잘 말해 놓을게요.”

현재 전격 연구 동아리에는 나와 루나만 있었다.

만약 내가 학생회에 입부하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전격 연구 동아리에는 루나만 남게 될 것이다.

소냐는 그런 부분을 고려해서 루나를 잘 타이르겠다고 말한 것이었다.

“아, 루나는 제가 직접 말할게요.”

“수호 학생이 따로 말해도 좋겠지만, 제가 사정을 말하는 쪽이 더 나을 거예요.”

소냐의 말대로 지금 학생회 입부 문제는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소냐가 설명해주는 게 훨씬 보기 좋았다.

내가 말하면 자칫 내 이득만 챙기려고 떠나는 분위기가 되지만, 소냐가 말하면 내 미래를 걱정해주는 교수로 비칠 테니까.

“소냐 교수님… 정말 감사합니다.”

“후후, 또 다른 문제가 있으면 저한테 와서 상담받아요.”

그렇게 의문을 해소한 뒤, 소냐와 헤어졌다.

하지만 소냐에게 대부분의 의문을 해소한 것과 별개로 다른 의문이 생겨버렸다.

‘루이스 녀석은 왜 학비를 미납한 거지?’

루이스의 등록금 미납 사실이 내심 마음에 걸렸다.

설마 학생회에 들어가는 조건을 우연히 알아서 일부러 미납한 건가 싶었지만….

[그건 아닐 거예요. 귀족의 입장에서 학비 미납이라는 불명예는 반역만큼 끔찍한 타이틀일 거예요.]

강한나의 말대로 루이스의 성격을 따지면 학생회에 들어가겠다고 학비를 미납하는 짓을 하지 않을 것 같았다.

내가 아는 루이스는 그런 사실을 감내할 수 있을 만큼 인내심이 있는 녀석이 아니었다.

일단 현재 루이스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건 카린이었다.

카린은 현재 NTL 코퍼레이션 소속이고, 마음먹으면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염탐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그동안 따로 카린 브란트루프의 생활을 체크하지 않아서 저희도 정확한 상황을 알 수 없습니다.]

아르모니아의 말대로 소속이라고 해도 카린의 사생활을 꼼꼼히 염탐한 건 아니었다.

오늘 안에 카린을 꼭 만나서 루이스의 사정을 듣고 싶었다.

‘학장 집에서 짧게 연습하고 나서 만나야겠다.’

그렇게 학장의 저택으로 향하려는 순간이었다.

[수호 님.]

‘응?’

[지금 막 카린 브란트루프의 영상을 띄워서 확인해 보니….]

아르모니아가 살짝 말꼬리를 흐린 뒤에 이어서 현재 상황을 설명해줬다.

[마침 루이스 브란트루프가 카린 브란트루프의 숙소로 찾아왔습니다.]

***

태어난 순간부터 브란트루프라는 이름을 받은 카린은 일평생을 호의호식하며 살아왔었다.

태어나자마자 카린이 자리 잡은 그녀의 방은 평범한 일가족이 사는 주택보다 훨씬 넓었고.

시종과 경비는 언제나 그녀의 곁에서 대기하며 그녀가 원하는 것이 있으면 발에 부리나케 돌아다니며 해결해줬다.

그런 삶을 살면서도 딱히 편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 게 카린이었다.

그게 당연한 삶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재 카린은 그런 일평생을 살아왔던 삶과 거리가 있는 생활 중이었다.

카린은 슈트라에서 제공해준 방에서 지내는 중이었다.

10평 정도 되는 작은 방에서 지내며, 서민들이 먹을법한 음식을 먹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평범한 귀족이었다면 절규를 내지르며 뛰쳐나갔을 것 같은 그런 생활이었다.

하지만 카린은… 오히려 매일매일 행복을 느끼며 미소가 지워지지 않았다.

그녀가 행복해하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슈트라.

평생 발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슈트라에 발을 들였다는 사실만으로 카린은 매일 웃으며 지낼 수 있었다.

그리고 카린은 오늘도 아침부터 입학시험 공부를 하며 미소를 유지하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는….

“왜 찾아온 건데?”

“….”

카린은 자신을 찾아온 루이스를 보며 속에서 피어나오는 짜증을 표정에 전부 드러냈다.

루이스는 그런 카린을 보며 자신도 짜증 나는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일단 안에 들어가서 이야기하자.”

“방 좁아서 싫어. 하고 싶은 말 있으면 여기서 빨리하고 가.”

“하아아….”

루이스의 미간에 겹겹이 주름이 생기고,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런 상태로 계속 우물쭈물하던 루이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야… 어머니와 아버지께 내 학비에 관한 이야기 들은 거 없어?”

루이스는 아까 학생회의 사람이 직접 와서 그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학생회 사람이 찾아온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학생회 입부 권유였다.

입부 권유를 받을 때만 하더라도 루이스는 어깨를 으스대며 자기도 모르게 실소를 흘려버렸다.

최근에 안 좋은 일이 연달아 터지다 보니 자신을 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 것이었다.

하지만 그 기분도 잠시였다.

학생회에서 찾아온 두 번째 이유는 학비 미납에 관한 것이었다.

루이스는 학비 미납에 관한 이야기를 듣자마자 속이 썩어들어 가면서 얼굴에 드러내 버렸다.

어떤 의미에서 루나가 성수호에게 빼앗겼을 때 느꼈던 굴욕만큼의 창피함을 느낄 정도였다.

일단 루이스의 등록금은 브란트루프 가문에서 직접 사람을 보내서 수납하고 있었다.

그래서 루이스도 등록금에 관해서는 단 한 번도 신경 쓴 적이 없었다.

루이스가 얼굴을 붉히며 묻자, 카린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실소를 흘리며 입을 열었다.

“어머니께서 네 등록금을 나한테 맡기셨어. 대신 내달라고 하면서.”

“뭐!?”

루이스는 당장이라도 카린을 때릴 듯한 위압감을 풍기며 그녀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장난해!? 너 때문에 내가 얼마나 창피를 당했는지 알아!? 빨리 등록금 내놔!!”

루이스는 자신이 당했던 창피함이 카린 탓이라는 사실을 깨닫자, 그녀에게 윽박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루이스의 흥분에도 불구하고 카린은 싸늘한 표정으로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없어.”

“…뭐?”

“지금 네 등록금은 내 수중에 없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내 등록금이 왜 없는데?”

루이스가 그렇게 다시 닦달하려는 순간, 카린이 그의 말을 시퍼런 날 같은 말로 잘라 버렸다.

“입 막느라고 죄다 써버렸어.”

“입을 막다니, 무… 어…?”

루이스는 순간 머릿속에 지옥 같은 장면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자신보다 덩치가 큰 여자가 자기 몸 위에 타고 골반을 부러뜨릴 듯이 짓누르던 여자의 모습을….

그리고 그 모습을 떠올리자, 아까까지 새빨갛던 얼굴이 사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드, 등록금 말고도 있을 거 아냐…? 새, 생활비라든지…. 아, 아니면 너도 돈 있을 거 아냐!? 일단 좀 빌려주면….”

“없어.”

“…뭐?”

“네 등록금뿐만 아니라, 내 돈도 전부 넘겨줬어. 내가 여기서 생활할 동안 쓸 경비 전부를…. 내가 왜 이런 곳에서 지내는지 관심도 없었구나?”

“그, 그럼….”

루이스는 현기증을 느끼며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었다.

카린이 슈트라에서 제공하는 기본 숙실에서 지낼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슈트라가 너무 좋아서 이곳에서 지내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그러면 여기서 지내는 이유가….”

“바깥에서 식사는커녕 숙소도 잡을 돈이 없어서 이곳에서 지내는 중이야.”

“아아….”

루이스의 머릿속에는 자신을 올라탄 매춘부와 카린의 말이 맴돌며 그의 정신을 무너뜨렸다.

루이스가 아무리 철부지처럼 살았어도 현실을 외면하며 살아오지는 않았다.

매춘부와 마부의 입을 막을 수만 있다면 전 재산을 내 걸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카린까지 자신 때문에 피해를 볼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루이스는 어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차선책을 입에 담았다.

“그, 그럼… 어머니께 편지를 보내서 일단 돈을 부쳐달라고….”

“어떻게 편지 쓰려고? 돈 없다고 투덜거리게? 공작님께서도 자리를 비우신 상황에서 그런 편지를 보내겠다고?”

“드, 등록금 정도는 어떻게든 보내주실 수 있을 거 아냐!?”

“너 등록금이 얼마인지는 알기나 해?”

“어, 얼만데…?”

카린에게 등록금 액수를 들은 루이스는 눈에 초점이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다.

“그, 그렇게… 비쌌다고!?”

“하아… 진짜 이런 녀석이 동생이라니….”

카린은 고개를 절레거리며 차가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일단 슈트라는 등록금 마련할 형편이 없는 학생들을 위한 일도 있다고 하더라. 그거 알아봐.”

“우, 웃기지 마! 내가 왜 그런 일을….”

“그럼 퇴학하던가.”

“으그으으윽!”

루이스는 어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아까 학생회에서 왔던 선배의 말을 떠올렸다.

(학생회에 들어오면 등록금 면제예요.)

자신을 위로하는 듯한 말에 속으로 화를 냈었지만, 루이스는 지금 그 말이 자신을 살려줄 동아줄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루이스는 그 기억을 떠올리고 나서야 간신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후우우… 일단 등록금은 내가 알아서 할게. 너는 입학시험 준비나 열심히 해.”

“잘하고 있었어. 네 얼굴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야.”

“너 정말….”

루이스는 카린에 대한 죄책감을 지우고 다시 화를 내려는 순간이었다.

“응? 여긴 웬일이냐?”

“응?”

루이스와 카린이 고개를 돌려서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했다.

목소리의 주인은….

“서, 성수호? 네가 왜 여기는 왜…?”

성수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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