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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799화 (800/898)

Chapter 799 - 799.위그드라실 (6)

“남의 꿈속에 들어오시는 능력은 어떻게 얻으신 거죠?”

“….”

나는 스텔라의 질문을 듣자마자 바로 머리를 굴렸다.

내가 있는 장소는 꿈속이다.

꿈은 현실적인 부분을 반영하면서도 한편으로 현실적인 상황이 일어나지 않는 장소였다.

일단 내가 스텔라의 질문을 듣고 나서 내린 결론은….

‘꿈과 관련된 무언가가 나오는 꿈인가…?

나는 당연히 스텔라가 ‘꿈과 관련된 인물이 나오는 꿈’을 꾸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것 말고 다른 추측도 존재하긴 했다.

스텔라가 지금 상황을 꿈이라고 인식하는 중이고, 더 나아가서 내가 꿈속에 침입한 것도 인지하는 것.

하지만 나는 그 추측을 떠올리자마자 고개를 절레거렸다.

‘아냐…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말도 안 돼.’

그래, 꿈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자각몽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스텔라가 자각몽을 꾸고 있다는 사실이 확실하다면….

“언제까지 숨어 계실 거예요? 성수호 씨?”

스텔라는 내가 꿈속에 침입한 것도 인지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진짜 알았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예전에 레나가 내 침몽을 어느 정도 인지하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깨어나고 나서 인지한 것이었다.

레나조차도 꿈속에서는 내게 속수무책으로 당했었다.

세상 누가, 자기 꿈속에 몰래 들어올 수 있다고 생각하겠는가?

즉, 지금까지 침몽을 들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래, 지금까지는….

“언제까지 숨어 계실 건가요? 아! 혹시 나보고 무서워서 꿈 밖으로 도망치신 건가…? 후후후.”

“….”

스텔라는 도발이 잔뜩 스며든 미소를 지으며 킥킥 웃었다.

‘강제로 꿈을 바꿔 볼까?’

꿈 내용을 바꾸는 건 마나 소모가 많지만, 어렵지 않은 편이었다.

만약 상대가 한여름이나 루이스같이 내가 철저하게 무너뜨려야 하는 녀석이었다면 어떻게 해서든 상황을 모면하려고 시도했을 것이다.

하지만….

“후우… 어떻게 알아낸 거야?”

나는 스텔라 앞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미 들킨 시점에서 그런 짓을 해봤자 오히려 나만 손해지.’

상대는 한여름이나 루이스처럼 그저 무너뜨려야 하는 상대가 아니었다.

무너뜨리되, 내가 소유해야 하는 상대였다.

그런 상대에게 이미 수를 읽혀놓고 억지로 밀고 들어가봤자, 이겨도 이긴 게 아닌 싸움이 될 것이다.

멀티 게임에서 치트 쓴 것을 들키지 않고 이긴 것과 치트를 썼다는 사실을 들키고 나서 이기는 건 별개의 문제인 것처럼….

내가 모습을 드러내자, 스텔라는 갑자기 미소를 환하게 지었다.

“아….”

스텔라는 순간 표정을 다시 가다듬고는 비릿한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정말 제 꿈속에 들어오셨던 거군요.”

“그래. 일단 네 말대로 모습을 드러냈어. 이제 네가 내 질문에 답할 차례야. 어떻게 알아낸 거야?”

“훗… 알고 싶어요?”

“….”

스텔라에게 침몽을 인지할만한 능력은 없었다.

그건 기질창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기질창도 놓칠 수 있는 부분이 하나 존재한다.

아이템.

‘설마 정신력을 강화하거나 정신 조종에 면역을 가진 아이템이 있나?’

하지만 나는 바로 고개를 절레거리며 그 추측을 파기했다.

‘그게 있었으면 진작에 썼겠지.’

스텔라는 내게 계속 농락당하며 궁지에 몰릴 때까지 제대로 된 대처를 못 했었다.

애초에 그런 아이템이 있었으면 진작에 사용했었을 것이다.

스텔라는 내가 고민하듯 계속 바라보자, 피식 웃으며 몸을 돌리며 말했다.

“일단 자리를 옮기죠.”

“…그래.”

나는 스텔라를 따라 왕궁 성 복도를 거닐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마주치는 병사나 시종 엘프들이 내게 달려들었지만, 그럴 때마다 스텔라가 큰 소리로 그들을 막았다.

“감히 나를 찾아온 손님에게 검을 휘둘러?”

“모, 몰라봬서 죄송합니다!”

엘프들은 스텔라의 말에 쪽도 못 쓰고 벌벌 떨 뿐이었다.

스텔라의 매서운 눈초리를 받은 엘프들은 마치 수명이 1~2년씩 단축되는 듯 보였다.

‘꿈속이라고 하지만, 아마 현실에서도 저러겠지?’

스텔라의 태도를 보면 아마 5층 아르보스 왕국에 있는 엘프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엘프들에게 동정심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그건 엘프라는 족속들을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한 인간들의 기준일 뿐이었다.

스텔라의 꿈을 몇 번 들락날락하며 엘프들을 경험한 나는….

‘쌤통이다.’

벌벌 떠는 엘프들의 모습에 오히려 통쾌함을 느꼈다.

병사뿐만 아니라, 시종조차도 나를 발견하면 왕궁에 벌레가 출몰했다는 듯이 처치하려고 들었다.

만약 침입자를 처치하려는 목적만 있었다면 오히려 이해했을 것이다.

아르보스 왕국 역사상 인간이 이 나라에 발을 들인 기록은 없는 것 같으니까.

하지만 그들이 나를 바라보는 모습은 그저 침입자가 아니었다.

“맙소사 공주님께서 인간을….”

“아무리 3층에 자주 방문하셔도 그렇지….

“저러다가 질병에라도 걸리시면….”

“….”

이곳 엘프들이 인간을 혐오하는 수준만 따지면 스텔라보다 더 심한 편이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스텔라는 부득이한 용무로 3층에 자주 방문하는 반면에 5층에 사는 엘프들이 평생 5층을 벗어나는 일이 없었다.

심지어 어떤 엘프는 스텔라보다 오래 살았음에도 인간의 모습을 사진이나 그림으로도 본 적이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했다.

자꾸 나를 보며 하수구에 올라온 쥐새끼 취급을 하는 엘프들….

‘뭐… 꿈속에서 화내봤자 나만 손해지.’

그렇게 주변에 들려오는 목소리들을 무시하며 스텔라와 나란히 걷는 순간이었다.

“어머… 소문처럼 고블린과 닮았네요.”

“이런 씨발, 뭐!?”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순간 욕설이 튀어나와 버렸다.

나는 기본적으로 고블린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예전에는 싫어했지만, 루드윅과 웨드록을 만나고 나서 고블린에 대한 편견을 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고블린과 닮았다고 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머리 뚜껑이 튀어 오른 것이었다.

내게 고블린과 닮았다고 한 엘프는 여자로, 스텔라만큼 훌륭하지는 않지만, 나름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딱 봐도 그저 시종 노릇을 하는 여자는 아닌 것 같았다.

그녀는 옆에 있는 엘프들과 속닥거리며 계속 내 흉을 봤다.

“어머, 설마 저 인간… 우리 언어를 알아듣는 건가?”

“….”

‘참자… 여기서는 기질창도 못 보고, 어차피 이곳은 꿈이야. 현실에서 저런 성격이라는 법도 없고….’

나는 그렇게 화를 참으며 스텔라의 뒤를 따르려고 했다.

하지만….

“…응?”

“….”

스텔라는 발을 멈추고 몸을 돌려서 내 흉을 보고 있는 여자 엘프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스텔라는 무표정으로 내 흉을 봤던 엘프에게 말을 건넸다.

“에르미나.”

“네, 공주 전하.”

내 흉을 보던 여자 엘프는 스텔라가 부르자, 바로 격식을 갖추며 스텔라 앞에 무릎을 꿇었다.

에르미나라는 엘프는 표정, 눈빛, 목소리, 몸가짐 모두가 마치 신을 영접하는 듯이 스텔라를 대했다.

그리고 스텔라는 신처럼 거만한 태도로 에르미나를 내려다봤다.

마치 이게 당연하다는 듯이….

‘이야… 성격이 거만해질 만하네. 300년간 이런 대접을 받았으니.’

그렇게 스텔라의 모습을 보며 감탄하는 순간이었다.

“그동안 수고했어.”

“고, 공주 전하…?”

스텔라의 한 마디에 에르미나의 기품이 넘치던 얼굴이 올라가며 두려움에 떠는 눈빛으로 스텔라를 바라봤다.

스텔라는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이어 나갔다.

“설마… 내게 설명을 요구하는 건 아니겠지?”

“아, 아, 아닙니다!! 죄, 죄송합니다! 당장 새로운 수석 시종을 맡을 자를 선별하겠습니다!”

“그래.”

“우우웃….”

스텔라는 에르미나의 흐느끼는 울음에 관심 없다는 듯이 다시 몸을 돌려서 가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멍하니 서 있는 내게 말했다.

“뭐 하세요? 빨리 오지 않고?”

“아, 그래.”

나는 허겁지겁 스텔라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스텔라의 돌발 행동 덕분에 그녀와 가는 길에 뒷담화를 듣지 않을 수 있었다.

‘아니… 애초에 뒷담화를 한 것도 웃기긴 하네.’

아르보스 왕궁의 분위기를 따지자면 애초에 내 흉을 대놓고 한 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음… 그냥 꿈이라서 그런 거겠지?’

나는 그렇게 추측하며 스텔라에게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어디로 가는 중이야?”

“제 침실이요.”

“허….”

너무 직설적인 대답이라 당황스러웠다.

아니, 애초에 이번에 꿈속에 들어온 뒤에 단 한 번도 맨정신이었던 적이 없던 것 같지만….

그렇게 스텔라의 침실에 도착했다.

방문 앞에는 화려한 은 갑옷 기사 두 명이 문 양옆에 나란히 서 있었다.

은 갑옷 기사들은 나와 스텔라가 같이 있는 모습에 경악하는 듯이 전투 태세를 갖췄지만, 스텔라의 불호령에 바로 정자세로 바꾸었다.

스텔라는 기사 두 명에게 거만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오늘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으니, 함부로 내 귀를 어지럽히는 자가 없게 만들어.”

“아, 알겠습니다!”

뭐랄까… 내게 능욕당하는 스텔라가 맞나 싶었다.

심지어 전에 침몽을 통해 몰래 관찰했을 당시에, 스텔라는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모든 의사소통을 손짓, 발짓, 눈짓으로 모든 것을 해결했다.

덕분에 아르보스의 왕권이 얼마나 강력한지 알 수 있었다.

‘내가 그런 여자의 처녀를 따먹은 거네….’

나는 속으로 실실 웃으며 스텔라와 같이 그녀의 침실에 들어갔다.

침실 내부는 로열층 못지않게 화려했다.

다만 한계는 존재했다.

가구와 장식들은 로열층보다 훨씬 더 화려했지만, 그 베이스가 되는 방은 살짝 허름한 느낌이 들었다.

‘거참… 신기한 저주네.’

나는 이질적인 스텔라의 침실을 구경하며 스텔라를 따라 침실 중앙으로 향했다.

스텔라는 침실 중앙에 있는 식탁에 앉았고, 나는 둘러보는 것을 마무리하고 맞은 편에 앉았다.

이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할 차례였다.

“어떻게 알아낸 거야?”

“제가 했던 질문에 먼저 대답해주세요. 꿈속으로 들어오는 능력… 그건 어떻게 얻으신 거예요?”

나는 고개를 절레거리며 대답했다.

“알려줄 수 없어.”

“…위그드라실에서 얻은 능력이 아니군요. 그럼 당신의 다른 능력들은….”

나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스텔라의 말을 끊고, 질문을 던졌다.

“일단 내 질문에 대답해. 내가 들어온 걸 어떻게 안 거야?”

“…질문에 대답하면 당신도 대답해줄 건가요?”

“가능한 선에서 대답해줄게.”

“흥… 약속을 어떻게 믿죠?”

내가 그동안 쌓은 업보 덕분에 스텔라는 내 약속을 전혀 믿지 않았다.

하지만 믿지 않으면 어쩔 건데?

나는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뻔뻔하게 대답했다.

“나 슬슬 귀찮아지려고 하는데.”

“….”

내가 지은 표정은 아까 스텔라가 다른 엘프들에게 지었던 표정과 비슷했다.

내 말과 표정은 스텔라에게 경고하는 중이었다.

너와 나와의 위치를 망각하지 말라는 경고를….

스텔라는 눈살을 찌푸리며 나를 노려보더니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좋아요. 대신 그 전에 한 가지만 약속해줘요.”

스텔라는 눈에 힘을 주며 내게 단호하게 말했다.

“이후에… 다시는 제 꿈속에 몰래 들어오지 마세요.”

“…좋아.”

이건 진심이었다.

스텔라는 적에 가까웠지만, 한편으로 내 소유로 만들고 싶은 여자였다.

그런 여자의 꿈속에 계속 들락날락하며 정보를 빼내면 제아무리 종속을 걸었다고 해도 신뢰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거기다 이미 들통났으니, 다음에도 들키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스텔라에게 확답을 줬다.

“절대로 다시는 들어오지 않을게.”

“…제 말을 제대로 들은 거 맞나요?”

“????”

설마 나한테 히스테리 부리는 건가? 지가 들어오지 말라고 해놓고….

내가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짓자, 스텔라는 자기가 더 어처구니없다는 식으로 입을 열었다.

“몰래 들어오지 말라고 했잖아요. 누가 다시는 들어오지 말래요?”

“….”

도저히 스텔라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종잡을 수 없었다.

‘뭐, 이런….’

나를 좋아하는 건가 싶다가도 하는 말과 태도를 보면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설마 종속에 걸린 부작용 때문인가?’

나를 혐오하면서도 종속 때문에 호감을 갖다보니 정신이 망가진 거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기질창에 그런 부작용은 없었다.

나는 일단 스텔라의 단호한 표정을 보며 진지하게 대답해줬다.

“약속할게. 네 꿈속에 들어올 때는 무조건 네 허락을 맡을게.”

“….”

스텔라는 그제야 안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것만… 그것만 지켜주면 됐어요.”

“….”

하긴 누군가에게 속마음을 들키는 건 내키지 않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내키냐는 떠나서 세상에서 제일 싫고, 두려운 일 중의 하나일 것이다.

‘이제부터 침몽할 때는 주의해야겠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스텔라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스텔라는 그런 나를 보며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진행했다.

“얼마 전에 당신이 저를 혼자 뒀을 때, 조용히 머릿속을 정리할 수 있었어요.”

“예전에 당신을 만나고 난 뒤에 생겼던 이상한 일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상기해봤어요.”

“그러다 보니 당신에게 이런저런 능력이 있을 거라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그중의 하나가 꿈에 들어오는 능력이었죠.”

나는 스텔라의 말을 듣자마자 눈살을 찌푸렸다.

“뭐…? 잠깐!? 능력을 쓰거나 아이템을 써서 내가 꿈에 들어온 걸 알아차린 거 아니었어?”

“훗….”

스텔라는 코웃음 친 뒤, 미소를 지으며 흥얼거렸다.

“그냥 당신과 같이 있을 때 일어났던 모든 일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토대로 추측하다 보니 그런 능력이 있을 거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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