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그드라실 (6)
“내 마사지 더 받고 싶으면 드레스 벗어봐.”
스텔라는 이성이 증발한 듯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지, 지금 무슨 말을…?”
만약 평소의 스텔라였다면 바로 나를 노려보며 매도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스텔라는 일단 조심스럽게 내 의도를 알아보기 위해 의문을 가질 뿐이었다.
그녀가 이런 무례한 말을 듣고도 화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그래도 배우는 게 있긴 있었네.’
아까 욕실에 같이 가자는 말에 오해하며 화를 냈던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즉, 지금 내가 한 말도 자신이 뭔가 오해한 것이 있을 수 있겠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마사지 더 받고 싶으면 드레스를 벗으라니까?”
아까도, 지금도 스텔라는 오해 따위는 한 게 아니었다.
내 확정타가 담긴 대답에 스텔라는 잠시 멍하니 보더니, 금세 정신을 차리고 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이, 이게 무슨 짓이죠!?”
스텔라는 눈에 분노를 담아내며 나를 거칠게 매도하기 시작했다.
“아까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고 약속했잖아요! 감히 내게 그런 거짓을 말하다니!”
스텔라는 분노에 일갈을 내지르면서도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내가 지금까지 알아온 스텔라라면 절대 이곳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아까 받던 마사지를 이어받고 싶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확신하며 뻔뻔하게 입을 놀렸다.
“무슨 소리야? 고작 옷을 벗는 것뿐이잖아?”
“옷을 벗는 것뿐이라뇨!?”
“그렇잖아? 옷을 벗어도 속옷은 입고 있을 거 아냐? 그리고 네가 옷을 벗는다고 해서 정조 마법이 해제되는 것도 아닐 것이고.”
“그, 그렇지만….”
스텔라는 내 말에 설득당해서 수긍하는 게 아니었다.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는 모습을 보니, 어떻게 해서든 내 말에 수긍해서 다시 마사지를 받고 싶은 것이다.
스텔라가 망설이는 모습에 나는 실실 웃으며 계속 뻔뻔하게 이야기했다.
“속옷도 입고 있어~ 내가 겁탈할 수 있는 것도 아냐~ 그저 내가 발마사지하는 동안 눈요기하고 싶다는 것뿐이야.”
“크으윽! 역시… 인간은 믿을 게 못 되는 종속이군요.”
나는 스텔라의 말에 피식 웃었다.
‘웃기고 있네… 너도 믿을 게 못 되는 녀석이라는 거 다 알고 있거든?’
스텔라에게 침몽한 덕분에 그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꿈속에서 본 스텔라는 어떻게 해서든 나를 노예로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스텔라가 나를 잡기 위해 세운 계획은 단순했다.
5층 가기 전에 나와 친분을 쌓은 뒤에 친분을 이용해서 나를 5층으로 초대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초대에 응한 내가 5층에 가서 빈틈을 보이는 순간… 스텔라는 왕국의 모든 병력을 전부 동원해서 나를 잡을 계획을 세운 것이었다.
처음에는 꿈이라 너무 과장된 건가 싶었다.
아무리 그래도 소환사 한 명에게, 그것도 이제 막 3층에 온 소환사를 잡기 위해 5층의 전 병력을 동원하는 건 너무 터무니없으니까….
하지만 몇 번 더 침몽한 끝에 스텔라의 마음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만큼 당신을 원하는 거죠.]
[그리고 그만큼 수호 님의 실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
사실 궁금하긴 했다.
3층에서 날아다니는 내가 과연 4층, 더 나아가서 5층에서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
‘뭐, 그건 나중에 직접 가보면 알 수 있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스텔라를 내려다봤다.
스텔라는 나를 노려보면서도 고민하는 중이었다.
이대로 고민의 시간이 길어져도 결과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세상 앞일은 이미 과거를 경험한 회귀자도 쉽사리 예측하지 못하는 법이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스텔라가 결정의 시간을 앞당길 수밖에 없는 필살의 말을 건넸다.
“그러면 여기서 마무리하자. 이왕 욕실에 들어왔으니 씻고 와라.”
“!?”
나는 그렇게 말하며 욕조를 나가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내가 욕조를 나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자, 잠깐만요!!”
스텔라의 찢어질 듯한 목소리가 욕실을 뒤덮었다.
나는 목소리에 반응하듯 고개를 돌려서 스텔라의 얼굴을 바라봤다.
스텔라는….
“버… 벗을 테니까… 마무리는 해줘요.”
울먹이며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스텔라의 울먹이는 모습에 불쌍함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스텔라가 울먹이는 이유는 창피함과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다.
“내가… 내가 인간 따위에게….”
일평생 느껴보지 못한 굴욕감과 수치심을 인간에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런 스텔라의 모습에 만족하며 다시 자리를 잡았다.
“좋아. 빨리 벗어봐.”
“다… 당신… 이런 인간일 줄은….”
“누가 본다고 닳기라도 하냐? 거기다 속옷을 벗으라고 한 것도 아닌데.”
“까드득!”
스텔라는 이를 갈며 내 말에 굴욕감이 담긴 울분을 얼굴로 표출했다.
그리고는 양손을 꽉 쥐며 눈을 꽉 닫았다.
그 뒤에….
파아앗!
인벤토리에서 옷을 교체할 때 나오는 빛이 스텔라의 몸을 감쌌다.
단 2초.
빛의 옷감을 입고 있던 스텔라는 2초 후에….
“으끄으으윽!”
몸을 뒤덮던 빛의 옷감이 전부 사라지며 속살이 전부 드러났다.
지나가던 남자들을 바로 발기시킬 것 같은 매혹적인 몸매.
하지만 웃기게도 내 눈에 스텔라의 몸매는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내 눈에는….
‘오 속옷이 예쁘네?’
그녀의 몸에 달라붙어 있는 건 하얀색의 세트 속옷이 들어올 뿐이었다.
레이스와 장식, 문양이 새겨진 마치 예술품처럼 느껴지는 아름다운 속옷이었다.
왕가의 인증을 받은 속옷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겼다.
‘나중에 하연이랑 봄이한테도 저런 거 선물해줘야겠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스텔라에게 몸에 대한 평가를 해줬다.
“오, 예쁘다. 보기 좋네.”
“보, 보기 좋다고요!? 내 몸을 보고 고작 그런 평가를!?”
스텔라는 속살을 드러냈다는 수치심보다, 내 무뚝뚝한 감흥에 굴욕감을 느끼는 듯 보였다.
하지만 더 이상 좋은 평가를 해주기는 힘들었다.
‘이미 몇 번이나 봐서 감흥이 안 나는데….’
스텔라의 알몸은 이미 전에 수도 없이 봤었다.
심지어 그녀의 얼굴을 보며 몇십 번을 자위했고, 몇십 번을 사정해서 정액을 먹였다.
그야 지금도 예쁘지만, 처음 봤을 때처럼 감탄이 나오기는 힘들었다.
차라리 사랑이라도 찐득하게 하면 진짜 사랑스럽게 보였겠지만, 스텔라와 나는 그런 관계도 아니었다.
“예쁘다는 것만으로 충분하잖아. 눈요기는 됐으니까. 다시 마사지해줄게.”
“누, 눈요기!? 내, 내가 인간에게 이런 취급을….”
스텔라는 울먹거리면서도 본능적으로 내 쪽으로 발을 내밀었다.
어떤 의미에서 무서운 장면이었다.
인간을 혐오하고, 선민사상을 가지고, 지독한 이기주의로 가득한 여자가 그저 발 마사지에 빠져서 인간 남자 앞에서 옷을 홀라당 벗은 것이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심각하게 빠졌네.’
나는 속으로 웃으며 스텔라의 발을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나는 발톱을 정리할 때처럼 스텔라의 왼쪽 발바닥을 오른손에 올리고, 오른손으로 발등을 잡은 채 양손으로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하으으읏! 히으으윽!”
스텔라는 속옷 차림이라는 사실도 잊은 채 내 마사지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손 마사지를 받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교성과 선보이며 망가져 갔다.
“하으으으읏!”
손 마사지를 할 때도 스텔라는 절정하는 듯한 반응을 보여줬었다.
그런데 오늘 처음 맛보는 발 마사지에 혼이 빠져나가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겉보기에 스텔라의 모습은 손 마사지보다 발 마사지가 더 취향인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혼이 빠져나가는 모습을 하는 이유는 환경과 취향의 문제가 아니었다.
바로….
‘자, 오늘은 완전히 함락시켜야 하니까 온 힘을 쏟자.’
내가 진심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얼굴에 웃음기를 싹 다 지운 채 스텔라의 발을 마사지 해줬다.
“흐으으읏! 거기! 조아!! 좀 더 세게!”
쾌락에 젖은 표정만 보자면 발마사지에 자신의 왕국까지 팔아버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이거 신기하네…. 섹스도 아니고, 고작 발 마사지에 이렇게 변할 수 있다니….’
[저는 좀 공감이 가네요.]
사실 강한나도 스텔라의 [손 페티쉬], [성감대(손)] 못지않게 요상한 성벽을 지니고 있었다.
바로 정액 중독.
그것도 그냥 평범한 정액이 아닌, 내 몸이나 옷에 들러붙은 정액을 입술로 핥는 것을 좋아한다.
인간혐오를 가진 스텔라는 인간인 내 손에 의해 페티쉬와 성감대를 얻게 되었고, 결벽증이 있던 강한나는 내 속옷에 묻은 정액을 핥으며 흥분하는 체질이 되었다.
강한나에게 미안한 감정이 있긴 했지만, 그녀는 지금 와서 불만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가끔 내 속옷을 보고 침을 삼키는 자신의 모습은 창피하다고 느끼는 것 같지만….
나는 다시 스텔라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슬슬 강약을 조절해야겠다.’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마약에 중독되더라도 체력이 전부 소진되면 마약을 할 사이도 없이 기절하는 게 인간이다.
엘프도 다를 건 없을 것이다.
나는 스텔라의 체력 상태를 수시로 체크하며 강약을 조절했다.
그렇게 왼쪽 발을 마사지하는 데에 20분이라는 시간이 소요되었다.
“조아!! 이제 오른발도…! 빨리…!”
스텔라가 애원하는 순간이었다.
“아이고, 팔 아프다.”
나는 왼손바닥에 있던 스텔라의 왼발을 놓아 버렸다.
내가 갑자기 손을 놓자, 스텔라가 아까보다 훨씬 더 격앙된 목소리로 일갈했다.
“뭐 하는 거예요!!! 지금 당장 다시 잡아요! 아니, 오른발! 오른발을 만져줘요!”
진짜 딴 사람… 아니, 완전 다른 엘프가 다 됐구만….
스텔라가 지배하는 아르보스 엘프들의 모습이 궁금했다.
기고만장하고, 냉혈한 같은 공주가 인간 남자의 손을 갈구하는 모습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나중에 반응을 보기 위해서라도 꼭 어떻게 해서든 5층을 올라가야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그렇게 결심하며 양손을 털기 시작했다.
“아, 나 손 아프다니까….”
“손 아픈 건 그쪽 사정이고요!! 약속했잖아요!!”
“그야, 약속은 했지만….”
나는 손을 털며 시선을 스텔라의 가슴으로 향했다.
하얀색 브래지어에 잘 감싸진 가슴.
나는 스텔라의 가슴 쪽을 보며 비릿하게 웃었다.
“가슴을 보여주면 또 힘이 날 것도 같고….”
나는 이미 브래지어 안의 내용물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있었지만, 보고 싶은 마음에 샘솟았다.
스텔라는 입술을 콱 깨물며 바들바들 떨었다.
‘어차피 한 번에 승낙하지는 않겠지.’
나는 당연히 스텔라가 완강히 거부하리라 판단했고, 꽤 강한 실랑이가 오고 갈 것을 예상했었다.
하지만….
“조, 좋아요!!”
스텔라는 단숨에 승낙한 것이었다.
나는 되레 당황한 표정으로 입을 멍하니 벌렸다.
‘이것이… 손기술의 힘…?’
나는 내 손에 감탄하면서도 스텔라에게 길드온이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엘프… 나랑 상성이 너무 좋은데?’
5층을 지배하는 엘프들… 두렵다는 생각보다 오히려 빨리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뭐, 엘프들은 알아서 만나게 될 거고….’
일단 중요한 건, 아직 본 적도 없는 엘프들이 아니었다.
스텔라가 멍하니 바라보는 나를 보며 외쳤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가슴 속옷을 벗어주겠어요! 대신!”
스텔라는 호랑이와 같이 눈을 치켜세우며 외쳤다.
“이번이 마지막이에요! 만약 여기서 하다가 또 멈추면 가만히 두지 않겠어요!”
“약속할게!”
나는 싱글벙글하며 다시 자세를 잡고, 스텔라를 올려다봤다.
재미있는 장난감을 선물 받은 어린애의 표정을 지으며 스텔라를 바라봤다.
“내가… 내가 왜 이런….”
스텔라는 굴욕감에 눈물을 흘리면서 양손을 교차해서 가슴을 가렸다.
그리고는 손에 전부 들어오지 않는 자신의 가슴을 쥔 채 브래지어를 탈착했다.
브래지어는 빛이 되어서는 사라졌고, 그 자리에는 스텔라의 양손이 자리 잡았다.
“뭐야? 손 안 치워?”
“저, 저는 약속을 지켰어요!”
스텔라의 말처럼 그녀는 확실히 약속은 브래지어를 벗는 것이지, 가슴을 보여주는 게 아니었다.
살짝 아쉬웠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가슴을 보는 건 어렵지 않지.’
나는 비릿하게 웃으며 스텔라의 오른발을 손에 올렸다.
“흐으으읏!”
스텔라는 신음을 흘리며 온몸을 파르르 떨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 스텔라를 발 마사지의 늪으로 끌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발 마사지를 받으면서도 힘을 주고 있던 팔도….
“하으으읏! 거기! 거기 좋아! 좀 더!”
어느 순간 양팔을 풀고, 출렁이는 가슴을 내게 자랑하기 시작했다.
새빨갛게 달아오른 유두.
그 유두를 입에 넣고 혀와 이로 농락하고 싶었다.
‘흐흐흐, 좀 만 기다려라. 이따 실컷 먹어줄 테니까.’
나는 그렇게 속으로 웃으며 출렁이는 스텔라의 가슴을 마음껏 감상하며 발마사지를 진행했다.
그리고 오른발 중지를 마사지하고, 약지로 넘어가려는 순간이었다.
“아이고, 팔 아파….”
나는 아까처럼 스텔라의 발을 놓고 일어서서 양팔을 털기 시작했다.
스텔라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노기가 잔뜩 담긴 목소리로 일갈했다.
“왜 또 멈추는 건가요!!! 약속했잖아요!! 빨리 만져주세요!!”
이제 스텔라의 눈에 이성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차라리 처음부터 맛보지 않았다면 저렇게 분노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스텔라에게 내 마사지는 마약과 같이 중독성을 지닌 경험였다.
마치 악마가 강림한 듯한 스텔라의 모습에 나는 전혀 기가 죽지 않고, 실실 웃으며 말했다.
“보지를 보면 좀 의욕이 생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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