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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772화 (773/898)

Chapter 772 - 772.위그드라실 (6)

 “내 부탁은… 그 여자를 마음껏 가지고 논 다음에 내 앞에서 버려줘.”

 나는 민하연의 요염한 목소리에 홀릴 듯이 멍하니 앞을 바라봤다.

 -[NTL 기질(중)]-

 [NTL 기질]은 예전에 민하연에게 발현되었던 기질 중의 하나이다.

 심지어 저 기질은 아이러니하게 나와 첫경험 전에 발현되었던 기질이었다.

 자궁 문신도 없던 시절에 생긴 뒤에 어느 순간 잊힌 그 기질….

 그 기질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허미….’

 씨앗을 발화해서 어느새 싹이 트고 올라와 버린 것이었다.

 사실 [NTL 기질]은 내가 걱정하던 기질 중의 하나였다.

 타인의 연인을 뺏어서 느끼는 감정을 양분으로 삼아 쾌락을 느끼는 기질.

 즉, 민하연은 언제나 다른 여자로부터 남자를 뺏고 싶어 하는 욕망을 지닌 상태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나는 여태껏 민하연이 [NTL 기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그 이유는 심플하다.

 ‘나 말고 다른 남자에게 관심이 없어서 잊고 있었네.’

 민하연은 [NTL 기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나 이외의 이성에게 단 1의 관심도 주지 않았다.

 전혀 일치하지 않는 기질과 태도.

 솔직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저게 가능한가?’

 나는 한여름 덕분에 무수한 회귀를 거쳤고, 그때마다 민하연을 마주했다.

 하지만 그녀가 다른 남자에게 눈길을 주는 경우는 없었다.

 ‘기질창이 오류를 일으킨 거 아닌가?’

 NTL 기질이 있는데, 다른 남자에게 관심이 없다니….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게 의문을 가지고 있을 때, 통신으로 강한나의 피식거리는 웃음이 들려왔다.

 [발상을 전환해 보세요.]

 ‘발상 전환?’

 [민하연은 당신을 지독하리만큼 사랑하고 있어요.]

 내 입으로 대답하지 못했지만,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부분이었다.

 민하연은 내가 최초로 종속을 걸었던 여자이고, 목숨을 걸고 이곳까지 같이 온 동료이자 연인이다.

 거기다 민하연은 2층에서 있었던 거울의 저주 사건 이후로 나를 거의 신봉하듯 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민하연이 나를 사랑하는 것과 [NTL 기질]의 오류가 무슨 상관관계인가 싶었다.

 [당연히 관계가 있죠.]

 ‘??’

 [애초에 저건 오류가 아니에요. 다만 대상이 절대 변하지 않는 것뿐이지.]

 ‘아…!’

 이제야 이해가 갔다.

 내게 기준에서 NTL이란 일단 여자에게 끌리고 시작된다.

 그 끌리는 여자에게 연인이 있다면 그 연인을 박살 내서 빼앗아 오는 개념.

 하지만 민하연의 NTL은 나랑 아예 개념이 다르게 적용된 것이었다.

 [민하연이라는 여자는 당신을 버릴 생각도, 떠날 생각도 없어요. 오히려 버려지면 자살할 정도로 당신을 사랑하죠.]

 ‘….’

 [즉, 당신만 잠시 다른 여자에게 마음을 줬다가 다시 돌아오기만 한다면 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거죠.]

 ‘민하연… 진짜 많이 변했구나.’

 내가 만난 녀석 중에서 제일 잘생겼다고 생각되는 한여름.

 그런 녀석이 바람 피는 것조차 참지 못하고 분노하던 민하연이었다.

 그런데 내게는 오히려 바람피우는 것을 종용하며 자신의 숨은 욕구를 채우려는 것이었다. 

 일단 정리의 시간이 필요했다.

 나는 한봄에게 자지를 빼지 않고, 끌어안은 채 민하연에게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하연아, 괜찮겠어? 네가 하는 부탁은 결국 내가 그 여자랑 잠자리를 가지라는 거잖아.”

 “설마 지금 와서 그 여자 관심 없었다고 거짓말하려는 거 아니지?”

 “….”

 살벌하다.

 민하연도 바보는 아니다.

 내가 스텔라를 데리고 오면서 불순한 목적을 가졌을 거라는 건 진작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저 모르는 척해줬을 뿐이지.

 하지만 나는 물에 섞인 두 색의 물감처럼 거짓과 진실 사이의 경계를 흐트러트리기 시작했다.

 “애초에 5층에서 이용해 먹을 생각으로 데리고 온 거였어. 그 과정에서 과격한 수단을 쓸 생각도 있었고.”

 마냥 뻥은 아니었다.

 스텔라를 내 소유로 만들면 5층의 지배권이 내게 들어오는 건 사실이니까.

 스텔라에게 애정을 줄 생각은 눈곱만치도 없었다.

 민하연은 게슴츠레한 눈으로 대답했다.

 “…믿을게.”

 거짓말이다.

 민하연의 눈은 내 말을 거짓말로 확신하고 있었다.

 내 거짓말을 믿어준다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었다.

 민하연은 다시 표정을 풀고는 한봄과 결합한 나를 등 뒤에서 끌어안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 부탁 들어줄 거야?”

 베갯머리 송사라는 말이 있다.

 부부는 베갯머리를 나란히 하고 자는데, 자는 동안 부인이 남편을 말로 홀려서 자기 뜻을 이룬다는 속담 같은 말이다.

 그리고 나는 그 속담의 위력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 위력이 어느 정도냐 하면 내 고환 안에 미세하게 남아 있던 정액들도 뽑혀 나갈 정도였다.

 움찔거리며 정액을 내뱉은 자지에 한봄이 몸을 흠칫 떨었다.

 “흐응!?”

 나는 그런 한봄을 껴안으며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민하연에게 대답했다.

 “누구 부탁인데, 당연히 들어줘야지.”

 ..

 ..

 그렇게 즐거운 3P를 즐기며 밤을 보냈다.

 나는 해가 뜨는 즉시 로열층을 떠나서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그리고 저녁 시간쯤 일을 마치고, 로열층에 돌아와서 스텔라와 같이 호텔을 나왔다.

 나는 오늘도 약속대로 스텔라를 데리고(모시고) 웨드록 가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같이 마차에 탄 뒤에 그녀에게 경고했다.

 “너 나랑 약속한 거 기억하지?”

 “….”

 스텔라가 이곳을 이용할 때, 나와 한 가지를 약속했었다.

 내가 정한 시간에만 시설을 이용할 것.

 다른 멤버들은 지금까지 같이 욕실을 이용하기 때문에 불만이 없었다.

 그리고 어제까지도 크게 문제없었다.

 하지만 오늘, 본격적으로 문제가 발생했다.

 바로 스텔라가 욕실을 독차지하듯 이용해 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스텔라는 뻔뻔하게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대답했다.

 “지금 당신은 제 호위예요. 저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오… 그렇게 나오시겠다?”

 나는 헛웃음을 흘리며 대답했다.

 “그럼 오늘부터는 욕실 금지.”

 “윽!”

 스텔라는 내 말에 입술을 꽉 깨물며 나를 매섭게 노려보기 시작했다.

 ‘슬슬 본성이 드러나는구나.’

 스텔라의 모습은 정말 기이하기 짝이 없었다.

 마치 대자연을 담아 놓은 듯한 청록색의 눈동자와 머리카락.

 스텔라의 외모는 마치 순수함의 상징 모조리 담아 놓은 듯 보였다.

 하지만 지금 스텔라의 모습에 순수함 따위는 없었다.

 스텔라는 슬슬 내게 본성을 하나 두 개씩 꺼내기 시작했다.

 어제 낮에 처음 만났을 때는 요조숙녀였지만, 어느 순간 까칠한 깍쟁이가 되어 버렸다.

 그래도 예쁘니까 봐줄 만했다.

 아니, 봐주는 것이 당연했다.

 세상 모든 까칠함을 담았어도 그 존재가 미녀이고 내 앞에서 다리 벌리면 그게 천사이고 또한 선녀 아니겠는가?

 그때까지 참는 것도 인생의 묘미이고….

 나는 속으로 웃으며 스텔라에게 어깨를 으쓱거리며 흥얼거렸다.

 “그게 싫으면 그냥 나가면 그만이고….”

 스텔라는 한껏 짜증 나는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더니, 고개를 팽 돌리며 대답했다.

 “알았어요. 이제부터 시간 지킬게요.”

 “좋아.”

 스텔라가 고개를 숙였으니, 나도 적당히 물어서 주기로 했다.

 세상 모든 일에는 밀당이 중요한 법.

 나는 적당히 물러선 뒤, 그녀와 분위기를 풀기 위해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왜 그렇게 욕실에 오래 있는 거야?”

 “….”

 사실 1, 2시간 정도 이용했다면 나도 크게 나무랄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스텔라가 욕실을 이용한 시간은 대략 5시간.

 그래… 하루에 5시간이면 그것도 넘어가 줄 용의가 있었다.

 하지만 스텔라가 욕실을 이용한 횟수는….

 “그러다가 피부 다 불어 터지겠다.”

 두 번.

 심지어 웨드록 가문에서 식사한 뒤에 로열층에 돌아가면 또 욕실을 이용할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되면 스텔라가 욕실을 이용하는 시간은 총 15시간.

 하루에 깨어 있는 시간 대부분을 욕실에서 보내는 셈인 것이다.

 그리고 그 덕분에 다른 멤버들이 이용을 못 하는 불편함이 생긴 것이고….

 스텔라는 내 말을 듣자마자 불쾌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까도 말했지만, 당신은 제 호위예요. 그런 추잡한 언행을 하면 용서하지 않겠어요.”

 “….”

 용서하지 않으면 어쩔 건데?

 하지만 나는 딱히 뭐라고 하지 않았다.

 일단 호위를 자처했으니,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스텔라를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제가 욕실 안에 있었던 일을 당신에게 말해야 할 의무는 없어요. 설마 그 선까지 넘어달라고 부탁하는 건 아니겠죠?”

 “….”

 고작 가벼운 질문에 저런 식으로 반박할 줄은 생각 못했다.

 누가 보면 욕실에 같이 들어가자고 한 줄 알겠네….

 “알았으니까. 시간이나 잘 준수해.”

 “….”

 그렇게 욕실 문제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

 욕실 이용 횟수는 하루에 세 번, 이용 시간은 최대 2시간.

 나는 그것조차 엄청 많다고 생각했다.

 누가 하루에 욕실을 10시간 넘게 사용하겠는가….

 그렇게 욕실 문제를 해결하고 나니까 다시 침묵이 감돌았다.

 애초에 스텔라와 긴 이야기를 주고받을 만큼 친한 사이가 아니다 보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이었다.

 간단한 질문이라도 건네며 친분을 쌓을까 싶었지만, 그것도 포기했다.

 질문해봤자 내가 원하는 대답은커녕 기본적인 응답조차 없을 것 같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내 속에 지루함과 아쉬움의 감정 따위는 없었다.

 나는 스텔라를 보며 오히려 속으로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뭐, 속마음은 나중에 욕실 안에서 차차 알아가면 되니까.’

 ..

 ..

 나는 웨드록 가문에서 식사를 마친 스텔라를 데리고 다시 로열층으로 돌아왔다.

 나는 로열층에 도착하자마자 스텔라에게 아까 했던 경고를 다시 상기시켜줬다.

 “아까 말한 거 잊지 말라고?”

 “하아… 알았으니까. 그만 해요.”

 스텔라는 짜증이 담긴 목소리로 대답한 뒤, 몸을 기품있게 돌리며 방으로 향했다.

 하지만 발걸음은 얼마 가지 않아서 멈췄다.

 뭔가 할 말이 있나 싶어서 뚱하니 쳐다보니, 스텔라는 몸을 돌려서 내게 말했다.

 “잠깐 단둘이 이야기해요.”

 “???”

 스텔라는 그 말만 남기고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무슨 말을 하려고 저러지?’

 스텔라의 에메랄드빛 은하수 같은 머리카락을 구경하며 그녀의 방으로 뒤따라갔다.

 방에 들어가서 단둘이 되자, 스텔라는 살짝 거만한 자세를 취하며 내게 물었다.

 “아까부터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2시간은 너무 짧아요.”

 “허허….”

 “3시간… 아니, 최소한 4시간으로 늘려주세요.”

 정말 뻔뻔하네.

 하지만 나는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허탈하게 웃을 뿐, 딱히 스텔라를 질타하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당연히 조건 없이 늘릴 생각은 아니에요.”

 역시나 뭔가 걸 줄 알았다.

 스텔라가 이기적인 여자는 맞지만, 어리석은 여자는 아니었다.

 무작정 시간을 늘려달라고 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일단 스텔라의 말을 경청하기로 했다.

 “무슨 조건인데?”

 “….”

 스텔라는 잠시 고민하며 침묵하더니, 얕게 한숨을 쉬며 내게 대답했다.

 “당신은 제 몸을 원하죠?”

 “…??????”

 도대체 왜 저 질문을 하는지 질문하게 만들고 싶은 말도 안 되는 질문.

 나는 귀가 잘못됐나 싶어서 오히려 물었다.

 “뭐라고 했어?”

 “하아… 제가 두 번 말하게 만들지 말라고 한 거 기억 못하시나요?”

 “허….”

 뭐래… 지가 현실성 없는 말을 꺼내놓고….

 스텔라는 차갑게 내려앉은 초록색 눈동자로 내게 다시 질문했다.

 “제 몸을 보고 싶나요?”

 “어… 그렇지?”

 여기서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나는 진실을 말한 대가로 스텔라의 파격적인 제안을 들을 수 있었다.

 “제 옷을 벗길 수 있는 권한을 드릴게요.”

 “!?”

 농담이 아니라, 진짜 눈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제안.

 옷을 벗기는 권한을 준다는 건 내게 자신의 알몸을 보여준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그 제안을 서슴없이 권한다고?

 “그 권한을 드리는 대신에 로열층 욕실에 대한 권한도 제게 넘겨주세요.”

 “….”

 나는 튀어나올 것 같은 눈을 양손으로 비빈 뒤, 다시 차분하게 스텔라를 쳐다봤다.

 나는 확신했다.

 ‘누가 봐도 함정이네.’

 그래… 이건 함정이다.

 스텔라는 분명 믿는 구석이 있으니, 저런 제안을 했을 것이다.

 만약 내가 여기서 긍정하게 된다면 자칫 곰 덫에 걸린 사람 꼴이 될 것이다.

 그렇게 판단한 나는 진지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스텔라에게 대답했다.

 “아주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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