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770 - 770.위그드라실 (6)
길드온은 마담이 한 말을 통해 행복한 미래를 떠올린 듯이 얼굴을 붉히며 직원들에게 끌려 나갔다.
엘프들이 하루 만에 매춘으로 벌어들인 포인트는….
‘7,000만 포인트….’
내 입가에 미소를 강제로 띄우게 만들었다.
그야 7,000만 포인트 전부가 내 수익은 아니다.
계약서에는 한여름을 제외한 남자들의 경우에는 모든 관리를 마담이 해주는 조건으로 30%의 수익만 받기로 했다.
즉, 엘프들은 오늘 하루 내게 2,100만 포인트를 벌어다 준 셈이었다.
‘나중에 인원수 늘어나고, 잘 나가면 비율 조정은 해주겠지.’
만약 경매장이 흥하면 분배 비율을 50%까지 끌어올릴 생각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바꿀 생각은 없었다.
엘프들의 몸값을 늘릴 수 있었던 이유는 마담이 경매장을 설립했기 때문이다.
즉, 그녀의 경영 덕분에 나도 그만큼 벌 수 있었던 것이다.
‘경매장 설립에 들어간 비용이랑 인건비, 홍보비까지 계산하면 좀 더 이익이 생기게 둬도 괜찮겠지.’
그리고 마담과 좋은 관계를 맺어서 나쁠 건 없으니까.
나는 그렇게 비율 조정을 나중으로 기약하며 단상을 바라봤다.
그리고 드디어….
“여러분들께서 기다리고 기다리시던 오늘 피날레를 장식할 물품… 한여름입니다!”
한여름이 등장했다.
지금까지 엘프들이 등장할 때 들려온 목소리는 호숫가의 잔잔한 물결과 같았다.
하지만 한여름이 등장하자….
(꺄아아악! 드디어 나왔어!!!!)
(나도… 나도 드디어 여름이랑 하룻밤을 보낼 기회가 생긴 거야!)
마치 폭풍우 속의 거센 파도가 경매장 내부를 덮친 듯한 느낌이었다.
한여름의 인기가 보통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니까 이런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경매장을 만들었겠지.
하지만….
(빨리 시작해!!!)
(나 전 재산 털 각오로 왔어!!!)
이 정도일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었다.
나는 이미 포기한 듯이 차분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한여름을 보며 턱을 매만졌다.
‘나중에 마담이랑 상의해서 얼굴 관리 좀 받게 만들어야겠다.’
여기 있는 여자들은 한여름의 전성기(0층 시절)를 보지 못했음에도 환호성을 내지르는 중이었다.
한여름이 전성기 시절의 외모만 되찾는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인기가 많아질 것이다.
인기가 많아지면 포인트를 더 많이 벌 것이고, 포인트를 많이 벌면 당연히….
‘흐흐흐… 포인트 때문에 무거워져서 터널증후군 생기는 거 아냐!?’
내 손목이 무거워질 정도로 많은 포인트를 벌어다 줄 것이다.
내가 속으로 탐욕적인 웃음을 흘리는 사이에 경매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여기 계시는 분 중에 한여름 씨를 모르는 분은 없으리라 생각하며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다만, 아까 엘프들과 다른 점을 명시하도록 하겠습니다.”
마담은 한여름의 인적 사항을 넘기고, 아까 경매와 다른 점을 설명했다.
“한여름 씨의 몸은 하나이지만, 원하는 분이 너무 많은 관계로 3파트를 나눠서 경매를 진행하겠습니다.”
2시간씩, 총 3명의 고객을 받겠다는 소리였다.
다들 살짝 아쉬워하면서도 수긍했다.
(좀 아쉽네요.)
(저는 오히려 좋은걸요? 한 명만 낙찰받으면 너무 경쟁이 치열하잖아요.)
(하긴….)
100명을 모아놓고 딱 한 명에게만 판매하면 그건 그거대로 문제가 생길 것이다.
애초에 경매장을 만든 이유가 한여름을 다른 고객들… 그것도 포인트가 넘쳐나는 고객들에게 판매하기 위해서였다.
그동안은 단골에게만 맛보여줬던 한여름을 고루고루 맛보여주기 위한 자리.
그래서 마담은 한여름 자체가 아닌, 한여름의 시간을 경매에 출품한 것이었다.
“일단 첫 번째 타임입니다.”
대부분 첫 번째 타임을 노릴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남자는 여자와 다르게 고르게 정력을 분배하는 게 불가능하다.
남자의 정액은 첫 사정에 대부분이 쏟아져 나가게끔 신체가 만들어져 있으니까….
두 번째 타임이 제일 인기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리고 첫 타임만큼 인기 있는 것이 바로 3번째… 마지막 타임일 것이다.
한여름의 몸은 두 타임을 뛰어서 지친 상태겠지만, 그런 건 약을 써서라도 허리를 흔들게 만들면 그만이다.
하지만 마지막 타임은 결국 여유가 존재한다.
업소 마감까지 연인처럼 껴안고 마무리하는 것도 여자들에게는 하나의 즐거움일 것이다.
마담은 평소와 다르게 흥분된 표정으로 팔을 양쪽으로 뻗으며 목청 높여 외쳤다.
“일단 첫 번째 타임… 1,000만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말도 안 되는 시작가.
하지만 경매장 내부에는 그 누구도 불만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들려오는 소리는 오직….
타타타타탁! 타타타탁! 타타타타탁!!
무수한 터치음뿐이었다.
그리고 터치음과 동시에 마담 또한 흥분한 듯이 목청 높여 외쳤다.
“1,500만! 2,000만! 2,500만!”
정작 포인트를 내지 않고 있는 나조차 입을 벌리고 마담의 목소리를 멍하니 들었다.
“허….”
너무 황당해서 말이 나오지 않는 금액.
여기 있는 여자들은 고작 한여름의 2시간 갖기 위해 천문학적인 포인트를 쏟아붓는 중이었다.
그리고 결과는….
“4,000만!! 더 이상 없습니까? 4,000만 포인트 이상 없습니까!?”
마담도 흥분한 채 고객들의 포인트 지갑을 열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마담의 흥분한 목소리는 일단락되었다.
“한여름 씨의 첫 번째 타임은 4,000만 포인트에 낙찰되었습니다.”
그렇게 한여름의 첫 타임이 4,000만 포인트에 낙찰되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럼… 두 번째 타임! 1,000만 포인트부터 시작하겠습니다!”
한여름의 두 번째 경매가 진행되었다.
..
..
나는 마담과 한여름을 멍하니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1억 1천만… 미쳤네.”
첫 번째 타임은 4천만 포인트, 두 번째 타임은 3천만 포인트, 그리고 마지막 타임은 4천만 포인트.
합계 1억 1천만 포인트.
한여름이 업소에서 기록한 하루 매출이었다.
‘와… 남창이 존나 대단하구나….’
나는 입을 벌리고, 이 매춘 업소의 전설로 남을 한여름의 얼굴을 확인했다.
아까까지는 차분한 표정을 짓던 한여름은 경매당하는 자신의 처지에 화가 났는지 평소처럼 다시 분노에 차오른 얼굴로 부들거렸다.
하지만 그의 모습은 엘프들과 살짝… 아니, 많이 달랐다.
몸을 파는 게 익숙해진 탓인지 분노하는 모습을 보일지언정 반항심은 보이지 않았다.
“오늘 참여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내일도 이 시간에 경매를 진행할 예정이며….”
그렇게 한여름을 피날레로 장식하며 경매가 마무리되어 갔다.
마담이 마무리 인사를 진행하자, 남자 직원들이 한여름을 끌고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연히 나와 눈이 마주친 한여름은….
“!!!”
나를 보며 광기의 분노가 쏟아지는 표정으로 노려보기 시작했다.
가면을 써서 정체를 알아볼 수 없을 텐데도 한여름은 나를 알아본 듯싶었다.
‘하긴, 나 혼자만 남자고, 심지어 VIP석에 앉아 있으니 알아보는 게 당연하겠지.’
나는 실실 웃으며 한여름을 향해 손을 흔들어줬다.
그리고 내 인사를 받은 한여름은….
“!?!?”
반항심을 그득그득 드러내며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한여름의 반항심이 담긴 몸부림은 단상 뒤의 그림자에 점점 먹혀들어 가더니….
“잘 가라.”
이내 종적을 감추었다.
..
..
경매가 끝나자마자 마담은 제일 먼저 나를 찾아와서 배웅해줬다.
다른 VIP 손님도 챙겨줘야겠지만, 마담은 나만큼 중요한 손님이 없다는 식으로 띄워줬다.
그렇게 마담에게 배웅받으며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 업소에서 제일 많이 벌던 아이가 누군지 아시나요?”
“어… 글쎄요.”
알 턱이 있나.
그런데 예상외로 나는 이미 그 여자를 알고 있었다.
“아까 당신이 호출 벨로 불렀던 아이예요.”
“아….”
남자를 유혹하는 것에 모든 목적을 쏟아부은 듯한 복장을 입었던 여자.
확실히 외모와 몸매가 보통이 아니었다.
텐프로가 아니라, 1프로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미인이었다.
“그 아이의 최대 매출이 얼마였는지 나시나요?”
“오… 아니, 천만 정도 아닌가요?”
참고로 한여름이 첫날 매춘으로 벌어들였던 포인트가 천만이었다.
나는 거기에 걸맞은 액수를 불러본 것이었다.
하지만 마담의 대답은 내 예상과 달랐고, 내 귀를 의심하게 했다.
“최대 매출이 200만 포인트였어요.”
“…정말요?”
고작 200만이라고?
레티티아에서 제일 잘 나가는 창관의 탑이 고작 200만 포인트를 번다고?
내가 충격받은 듯한 표정을 짓자, 마담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것도 예전 이야기예요. 지금은 100만 벌면 잘 버는 편이죠.”
“허….”
“몸을 팔려는 여자의 공급이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예요.”
그리고 남자의 공급은 땅을 치는 상황….
어쩔 수 없는 현상이었다.
위그드라실에서 소환 시즌이 되면 모든 소환사는 0층으로 소환된다.
그리고 0층에서 1층으로 올라갈 때, 대부분 여자는 살아남고 남자는 갈려 나간다.
왜냐고?
‘0층 보스전….’
애초에 잡지 못하게 만든 보스에게 죽게끔 유도하는 시스템.
남자는 그 보스전에 정보를 몰라도 도전하는 반면에 여자는 두려움에 선뜻 나서지 못한다.
그 때문에 남녀 비율은 개판을 치는 것이었다.
‘이번 소환의식이 1년 됐다고 했지? 고작 1년 만에 이 정도면 나중에는 더 떨어지겠네.’
아까 업소 탑을 찍던 그 여자가 나를 보는 심경은 어땠을까?
아마 콜로세움을 하루 만에 개박살 낸 나를 바라보는 일반 소환사들의 심경과 비슷했을 것이다.
마담은 미소를 흘리며 내게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런데 그 아이는 한여름이 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콧대가 엄청 높았어요.”
“….”
고작 200만… 아니, 100만 벌고 콧대가 높다라….
하지만 생각해보면 내가 사는 세상을 다른 사람들의 세상과 비교하는 건 애초에 의미 없는 짓이었다.
“성격도 좋지 못하고, 손님들에게 매번 틱틱 거리면서 무례하게 굴기도 했어요. 심지어 저한테도 반항했고요.”
“…정말요?”
아까 내게 복종하듯이 무릎 꿇고 올려다보던 여자와 동일 인물이 맞나 싶었다.
내가 명령하면 바로 귀두에 키스를 날릴 것 같이 순종적으로 보였는데….
‘역시 사람은 기질창을 보지 않으면 모르는구나….’
내가 의문이 담긴 표정을 짓자, 마담이 쿡쿡 웃으며 내 하복부를 자극할만한 미소를 흘렸다.
“아까 당신이 매몰차게 내보내서 엄청 충격받은 거 같더라고요.”
“하하하….”
“심지어 평소에 자존심이 있어서 수수한 복장만 입던 아이가 직접 그렇게 입을 줄도 몰랐고요.”
그 헐벗은 복장은 마담이 명령한 게 아니었다.
본인이 직접 그렇게 입은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그 여자와 살을 섞을 이유는 전혀 없었다.
‘로열층에 나를 기다리는 여자들이 있는데, 굳이….’
아까 그 여자의 외모와 몸매를 생각하면 삼인방보다 좀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었다.
아마 삼인방은 익숙해졌고, 그 여자는 처음 봤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결국 민하연과 한 자매가 있는 한 내가 창녀에게 홀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그 세 명이 내 마음을 꽉 잡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지?’
이런 주제에 대한 의문을 품자, 마담은 내 속마음을 읽었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잠깐 손목을….”
위그드라실에서 손목을 달라는 건 포인트를 주겠다는 의미밖에 없었다.
오늘 정산을 해주려는 건가 싶어서 마담의 팔목을 잡았다.
그리고 내게 들어온 포인트는….
“어?”
1억 8천만 포인트… 오늘 경매로 벌어들인 모든 수익이었다.
나는 당황하며 마담에게 다시 포인트를 돌려주려고 했다.
“실수로 전부 넘겨주신 거 같은데요? 다시 돌려….”
“아뇨. 오늘 수익은 제 감사의 표시로 받아주세요.”
마담이 말하는 감사의 표시는 한여름과 엘프를 데리고 온 것이 아니었다.
바로….
“아까 그 아이가 기죽은 모습…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아까 말했던 콧대 높은 아이 덕분이었다.
창집을 운영하다 보면 포주는 창녀들과 기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마담도 그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인기 있는 남창들이 대거 들어오면서….
“목이 뻣뻣하던 다른 아이들이 제게 와서 굽신거리더군요.”
그 부분이 해결된 것이었다.
심지어 남창들은 무조건 명령에 복종하게끔 지배권도 가지고 있는 상황….
지금 이 업소는 남창만으로 창녀들의 모든 매출을 뛰어넘어 버린 것이었다.
덕분에 창녀들의 제어가 쉬워진 것이고…
“어떤 아이는 대놓고 제게 복종하겠다고 애원하기도 하더라구요.”
진짜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창녀들이 위기의식을 갖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위기의식 덕분에 마담은 포주로서의 권력을 다시 손에 쥔 것이고….
“당신 덕분에 최근에 답답했던 마음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어요.”
“하하… 도움이 되어서 다행이네요.”
이런 것이 바로 일석이조.
마담의 신뢰도 얻고, 포인트도 얻고….
마담은 배웅하며 몇몇 가지 이야기를 더 건네줬다.
내일부터는 다시 정상적으로 정산하되, 경매장 건축에 쓰였던 비용을 전부 회수하면 비율을 올려주겠다는 이야기였다.
‘캬… 진짜 마음에 들었나 보네? 비율을 먼저 올려주겠다고 말한 걸 보니까….’
그리고….
“혹시라도… 저에게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성심성의껏 만족시켜드릴게요.”
“….”
나를 유혹하는 것이었다.
다만 그전에 했던 유혹들과 달랐다.
그전에는 내 하복부를 간지럽히는 유혹이었다면 지금 마담의 유혹은 내 마음을 간지럽히는 유혹이었다.
진심이 담긴 우수에 찬 눈빛으로 나를 보는 여자.
나는 마담에게 약속했다.
“조만간 시간 나면 같이 식사하죠.”
“…후후, 고마워요.”
마담은 진심으로 내게 고마워했다.
그렇게 마담과 약속을 잡은 뒤, 헤어지고 로열층으로 향했다.
‘크으으… 1억 8천만 포인트.’
게임에서 핵 쓰는 기분을 현실에서 느낄 수 있었다.
포인트가 마구마구 복사된다고!
그렇게 행복한 기분으로 로열층으로 향하는 순간… 아르모니아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빨리 로열층으로 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일 있어?’
이미 느낌이 왔음에도 나는 희망 회로를 돌리며 물었다.
하지만 내 간절한 기도가 담긴 희망 회로는….
[지금 막 한봄이 스텔라와 대치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르모니아의 말과 함께 합선된 듯이 불타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