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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761화 (762/898)

Chapter 761 - 761.위그드라실 (6)

 나와 대치하던 남자 엘프는….

 “…흥.”

 콧방귀를 낀 뒤에 루드윅을 따라 자기 무리로 돌아갔다.

 분위기가 풀린 틈을 타서 지배인이 내게 다시 사과했다.

 “불편함을 끼쳐서 죄송합니다. 사죄의 의미로 일주일간의 숙박료 면제 혜택을 제공해드리겠습니다.”

 “뭐, 그렇게 말하면….”

 나는 겉으로 기분이 풀리지 않는 척했지만,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다.

 ‘개꿀!!!’

 로열층 일주일 숙박료는 1억 8천만 포인트다.

 그야 그런 혜택 하나만으로 내 더러워진 기분이 다시 깨끗하게 돌아가지는 않았다.

 나는 지배인에게 조용히 질문했다.

 “저 녀석들 누구야?”

 “5층에서 내려온 엘프들입니다.”

 “5층?”

 5층에 존재하는 엘프 나라에서 온 외교 사절단이라고 한다.

 참고로 그들의 존재는 3층에 있는 소환사 대부분은 이미 알고 있다고 설명해줬다.

 “고객님께서는 3층에 오신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모르시겠지만,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저희 도시를 자주 왕래하던 존재들입니다.”

 전쟁이 나는 와중에도 이 도시는 중립을 유지하는 중이었다.

 그러다 보니 간혹 이렇게 외교 관계 때문에 엘프들이 방문한다는 것이었다.

 레드 소환사 표식도 전쟁 중에 생긴 것이라, 레드 소환사 표식이 있다고 해도 엘프만큼은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 레티티아의 룰이라고 했다.

 그리고 방문하면 언제나….

 “언제나 로열층에서 지냈습니다.”

 “아하….”

 그간 로열층에 지내는 인간이 없다 보니까 문제가 없었지만, 내가 로열층에 묵게 되면서 문제가 생긴 것이었다.

 나는 저 멀리서 루드윅과 대화를 나누는 스텔라에게 다시 시선을 고정했다.

 대화는 일방적으로 루드윅이 굽히는 듯한 분위기였다.

 “크히히히… 이렇게 행차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이름을 까먹었네…. 이름이 뭐였지?”

 “크히히! 루드윅입니다.”

 “뭐… 이번에는 기억하도록 노력해볼게.”

 여자 엘프는 루드윅을 하대하듯이 대했다.

 하지만 루드윅은 스텔라의 무례에 전혀 개의치 않고, 계속 낄낄 웃으며 이야기를 진행했다.

 “로열층을 찾으신다고 들었습니다.”

 “맞아.”

 여자 엘프는 그렇게 짧게 대답하고는 말을 이어 나갔다.

 “당신이 이렇게 직접 왔으니 해결할 수 있지?”

 “크히히… 아쉽지만, 그건 제가 해결해드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하아….”

 루드윅의 대답을 들은 스텔라는 나지막이 한숨을 쉬었다.

 스텔라의 한숨을 들은 남자 엘프들은 다시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설마 비용을 더 받기 위해 수작을 부리는 건가?”

 “크히히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비용을 두 배로 내신다고 하셔도 불가능한 건 불가능합니다. 애초에 호텔은 제 관한 구역도 아닙니다.”

 “그럼 투숙객의 신상 정보를 알려줘라. 우리가 직접 해결하지.”

 “ 크히히히! 가능할 리가 있겠습니까! 레티티아 호텔은 고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저조차도 로열층의 투숙객 정보는 열람할 수 없습니다!”

 나는 실랑이를 벌이는 루드윅과 엘프들을 보며 조심스럽게 지배인에게 물었다.

 “루드윅이 로열층 투숙객 정보를 정말 몰라?”

 “투숙객 정보는 도시의 주인이신 웨드록 님께서도 열람이 불가하십니다. 그게 웨드록 님의 뜻입니다.”

 웨드록 이름을 거론했을 뿐인데, 순식간에 신뢰도가 천장을 찍었다.

 호텔이 고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말은 거짓이 아닌 모양이었다.

 그렇게 지배인과 조용히 대화를 마치는 순간까지도 실랑이는 계속 이어졌다.

 “로열층은 불가능하지만, 하나의 층을 전부 대여해드리겠습니다. 전부 럭셔리 룸으로 이루어진 층입니다.”

 “웃기지 마라! 공주님께서 그런 하찮은 곳에 묵게 할 수는 없다!”

 “크히히… 그럼 웨드록 가(家)의 저택으로 모시겠습니다.”

 “고귀하신 공주님께서 고블린이 기거하는 장소에 묵으라는 말이냐!? 어디서 감히….”

 “크히히히… 이거, 이거… 정말 곤란하군요.”

 로열층.

 엘프들은 로열층만을 원하고 있었다.

 ‘하긴… 그만큼 대단한 장소이긴 하지.’

 그렇게 속으로 낄낄 웃으며 실랑이를 구경하는 중에 스텔라와 또 눈이 마주쳤다.

 “….”

 “….”

 아까는 눈빛에만 담겨 있던 거만이 이제는 표정으로 드러나 있었다.

 엘프들이 그토록 로열층을 바라는 이유는 바로 추정할 수 있었다.

 ‘저 여자가 그토록 그 방을 원한다는 거겠지.’

 나는 그런 스텔라를 보며….

 ‘그거 재미있겠네.’

 재미있는 생각이 떠올랐다.

 나는 스텔라와 눈을 마주한 채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내가 어느 정도 거리를 좁히자, 내 인기척을 느낀 엘프 한 명이 황급히 막으며 검을 겨눴다.

 “감히 소환사가 접근해도 되는 분이 아니다. 당장 꺼지거….”

 “로열층에서 지내고 싶다고?”

 내 질문에 루드윅뿐만 아니라, 엘프… 심지어 스텔라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검을 겨누며 나를 막고 있는 남자 엘프가 다시금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너 같은 녀석이랑 상관없는 이야기다. 내 경고가 끝나기 전에 물러서지 않으면….”

 “로열층이면 나랑 상관이 있는데?”

 나는 엘프들… 그것도 유독 스텔라를 뚫어지게 응시하며 비릿하게 웃었다.

 “내가 지금 그 로열층의 투숙객이거든.”

 “뭐!?”

 내 말에 놀란 건 엘프들 뿐만이 아니었다.

 루드윅이 킥킥 웃으며 박장대소했다.

 “크히히히히! 최근에 잘 나간다고 생각은 했지만, 로열층에서 지낼 정도라니… 정말 기대 이상이군요!”

 중갑옷을 입고 있는 남자 엘프들이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아까 나한테 재수 없게 굴었던 업보가 이렇게 되돌아올 줄은 몰랐지?’

 나는 속으로 웃으며 엘프들이 어떻게 나올지 기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스텔라도 눈동자에 넣었다.

 하지만 스텔라는 못마땅한 듯한 표정을 지을 뿐, 내게 어떠한 말도 건네지 않았다.

 나라는 존재와 말을 섞는 역사조차 남기기 싫다는 듯이….

 나와 스텔라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응시하는 사이에도 남자 엘프들은 서로 조용히 대화를 진행했다.

 “하필 저런 녀석이….”

 “아니, 오히려 잘 된 거 아닌가?”

 “그래, 포인트를 주면 알아서 물러나겠지.

 “여차하면 무력으로 해결하지….”

 “그럼 누가 제안을….”

 “잠깐… 지금….”

 남자 엘프들의 속닥거리는 대화는 길지 않았다.

 그들의 속닥거리는 대화가 길지 않았던 이유는 결단력이 좋았기 때문이 아니었다.

 아까 내게 시비를 걸었던 길리온이 나와 스텔라 사이를 막아선 뒤, 스텔라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미처 눈치채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됐다. 다음부터 주의하도록.”

 처음에는 대응하느라 늦은 것 때문에 저러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남자 엘프들이 나를 노려보는 눈빛을 보며 깨달을 수 있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 또다시 공주 전하를 바라보면 다음에는 내가 친히 눈을 뽑아주겠다.”

 “….”

 내 시선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한 문책이었던 것이었다.

 예전에 나였다면 길드온의 말에 바로 마법진을 난사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와… 개쩐다.’

 스텔라라는 여자를 갖고 싶다는 욕구가 샘솟을 뿐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무수한 여자들을 만나며 벽을 느껴왔었다.

 그런데 스텔라는 내가 지금까지 만났던 벽 중에서 압도적으로 위압감이 넘치는 벽을 세우고 있었다.

 고귀하고, 숭고한… 마치 모든 것이 다이아몬드로 이루어진 산처럼 높은 벽.

 나는 그 벽을 보며….

 ‘캬… 저런 여자를 따먹으면 어떻게 무너져 내릴까?’

 흥분하기 시작했다.

 다이아몬드로 이루어진 산처럼 높은 벽이 산산이 조각나는 장면.

 나는 그 장면이 너무 보고 싶어졌다.

 하지만 내 흥분을 방해하는 존재가 있었다.

 “정말 역겨운 표정이군.”

 “….”

 길드온이 내 흥분에 재를 뿌려 버린 것이었다.

 길드온은 정말 역겹다는 듯이 나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나는 아르보르 왕국의 왕실 근위대장 길드온이다.”

 “어. 나는 성수호다.”

 “….”

 길드온은 내 간략한 소개가 마음에 들었는지 얼굴을 꿈틀거렸다.

 하지만 침묵은 길지 않았다.

 “네 녀석이 이렇게 정체를 밝히고, 로열층을 제공해주려는 의지에 깊은 감사를 표하겠다. 원하는 게 무엇인지 말하면 바로 제공하도록 해주지.”

 길드온은 내키지 않는 표정을 지으며 내게 손을 내밀었다.

 아마 포인트를 건네주려는 것이겠지.

 나는 다시 한번 길드온의 뒤편에 서 있는 스텔라를 확인했다.

 더 이상 내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호텔 로비를 훑어보는 스텔라.

 거대한 산처럼 세워진 다이아몬드 벽.

 나는 그 벽의 주인을 보며 흥분되는 심장을 진정시켰다.

 ‘일단 계획대로 진행하자.’

 애초에 내가 로열층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그저 내 과시욕을 증명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좋아. 내가 제시한 조건을 수용하면 로열층을 ‘일부’ 이용할 수 있게 해줄게.”

 도발….

 “조건? 그리고 일부는 무슨….”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는 길드온의 뒤에서 내게 시선조차 주지 않는 스텔라를 보며 도발을 감행했다.

 “저기 뒤에 있는 네 공주… 그 공주가 내 침실에서 자는 조건으로 로열층에서 무료로 지낼 수 있게 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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