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그드라실 (6)
한여름이 재생한 영상은 그가 생각하던 장면을 아득히 뛰어넘을 정도로 현혹적인 장면이었다.
처녀 신만 받아들일 것 같이 성스러운 욕조.
그런 장소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여성들….
그리고 남자가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신성 모독 죄를 물어야 할 것 같은 그런 장소에 버젓이 들어간 성수호.
성수호는 거만하게 앉아서 여자들에게 말했다.
(만약에… 내가 먼저 백기를 들면 위그드라실에 있는 동안 내가 여기 있는 여자분들의 노예가 될게요.)
유치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 내기.
하지만….
(흐으읍! 끄으읏! 흐으으으읍!!)
한가을을 시작으로….
(하아앙! 좋아! 수호 씨 좋아요!)
(안에 싸줘요!)
(나도! 나도 안에!)
삼인방을 거쳐서….
(호오오오오옥!)
(흐오오오옥!)
어느새 민하연과 한봄까지 그의 내기를 받아들이며 다리를 거침없이 벌렸다.
그리고 여자들의 교성에 한여름은 입을 벌리고 침을 질질 흘렸다.
“크윽… 하읏….”
정신이 나간 게 아니었다.
자기 입에서 침이 줄줄 흘러나오는지도 모를 정도로 집중하고 있는 것이었다.
평생 집중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던 한여름이었다.
공부, 돈벌이, 이성.
한여름은 이 모든 것에 노력이라는 개념을 부여해본 적이 없었다.
그랬던 한여름은 평생 체험해보지 못했던 집중을 이곳에서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여름이 집중할수록 점점 그를 피폐하게 만들었다.
한여름의 피폐 수치가 올라가는 이유는 민하연과 한봄의 섹스 영상을 보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저….
“씨발… 이런 걸 보여줄 거면….”
성수호가 그에게 자위 금지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밤새 중년의 여성들에게 성욕을 쥐어짜졌음에도 한여름은 성욕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 남은 성냥개비 같은 성욕의 불씨는 장작에 옮기지 못한 채 그저 하찮게 손을 태우며 타오를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한여름의 모습을 보며 조롱하는 존재들….
└ㅋㅋㅋㅋㅋㅋㅋㅋ 여친이랑 여동생 섹스하는 거 보면서 자위하고 싶냐?
└내버려 둬. 저것 또한 무스비… 아니, 섹스비.
└섹스비. 이지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섹스를 못 하는데요!?
그렇게 조롱하는 존재들이 있는가 하면 영상에 집중하는 존재들도 있었다.
└캬… 예술이네.
└예술이긴 한데… 왜 포커스가 얼굴에만 맞춰져 있냐?
└저렇게 보여줄 거면 전부 보여주지….
성수호가 찍은 영상은 언제나 중요한 신체 부위가 가려져 있었다.
└뭐… 그런 거 싫어하는 남자들 있잖아.
└하긴 그럴 일은 없겠지만, 유포라도 되면 성수호도 난감하겠네.
다들 그렇게 수긍하면서 다시 영상에 집중했다.
영상 안에 있던 성수호는 어느새 한봄과 섹스를 했고, 그녀의 모유를 욕조에 분사했다.
한봄의 모유가 흥건한 욕조를 보며 채널은 한바탕 뒤집혔다.
하지만 그 뒤에 그들을 더 놀라게 하는 존재가 있었다.
바로 욕조에 넘쳐나는 성수호의 정액이었다.
└아니, 씨발 저게 인간이냐?
└제우스 새끼 꼬추 달려 있을 때도 저 정도는 아니었어!
└제우스 꼬추 털린 적 있었음?
└뒤졌으면 털린 거지 뭐….
└씨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위그드라실이 고추를 추수한 거구나!
욕조에 넘쳐나는 정액의 모습은 한여름조차 경악하게 만들었다.
‘씨… 씨발… 저게 가능한 거야?’
한여름은 지금까지 성수호를 그저 뇌가 성욕에 지배된 원숭이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도 운이 좋게 능력들까지 얻은, 사람보다 강한 원숭이 정도….
하지만 한여름의 그런 고정관념은 지금 영상을 보며 완전히 탈바꿈했다.
성수호가 한봄의 자궁 안에 싸지른 정액량은 한여름에게 남은 찌꺼기 같은 자존심조차 불태워 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불타고 남은 자존심의 재.
그 남은 재들은….
(싼다!!!)
(호오오오옥!!)
평생 사랑해오던 민하연의 자궁 안에 사정한 정액량을 보고 강풍에 맞아서 가루가 되어 흩날려갔다.
“서… 성수호….”
민하연의 자궁에 사정한 정액은 한봄에게 사정한 정액의 양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 보였다.
성스러운 욕조 물은 어느새 정액으로 뒤덮여 있었고….
(일단… 다음은 목욕을 다 즐기고 나서 하죠.)
성수호의 마지막 말과 함께 첫 번째 보석의 영상이 마무리되었다.
한여름은 성수호의 마지막 대사와 함께 고개를 푹 숙였다.
그의 눈에 들어온 건….
“…씨발.”
자신의 바지를 찔끔 적신 하찮은 얼룩이었다.
그리고 그 장면은 채널의 존재들에게도 영향을 줬다.
└이야… 누가 보면 침이라도 뱉은 줄 알겠네.
└이건 무효야!!! 한여름은 아까 착정당했잖아!!
└그거 아니더라도 레벨이 다르지 않음? ㅋㅋㅋㅋㅋㅋ
한여름은 그들의 조롱과 비난에 현기증을 느끼면서도 고개를 쉽사리 들지 못했다.
성수호와의 실력 격차가 벌어지는 건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남자로서의 자존감마저 무너지니 쉽사리 회복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게 멍하니 자신의 가랑이를 보던 한여름에게 채팅 한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야… 그런데 아까 성수호가 준 촬영기… 대략 열댓 개 정도 됐지?
└ㅋㅋㅋㅋㅋㅋㅋ아직 볼거리 많네.
└아니, 볼거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
└????
다들 물음표를 날리며 다음 채팅을 기다렸다.
그리고 채팅이 올라오는 순간….
└영상 하나당 감상문… 한 장이라고 하지 않았냐?
“씨… 씨발….”
한여름은 순간 현기증을 느끼며 그 자리에서 고꾸라져버렸다.
***
나는 손에 쥐어진 종이를 보며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야, 한여름.”
“…왜?”
나는 손에 쥐고 있던 종이를 팔랑거리며 짜증이 진득하게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이게 감상문이냐, 아니면 초등학생 일기장이냐?”
“이… 이익….”
나는 한여름에게 한가지 명령을 내려놨었다.
보석 하나당 A4용지 하나 분량의 감상문을 적어 놓으라고.
그리고 한여름은 그 명령을… 일단 수행은 했다.
문제는 수행하기만 했다는 사실이었다.
“맞춤법은 고사하고, 띄어쓰기도 개판이네. 심지어 단문만 썼으면서 비문투성이잖아.”
“이… 씨….”
한여름의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은 창피함 때문일까? 아니면 분노 때문일까?
나는 둘 다 이리라 추측했다.
나는 엉망으로 쓴 감상문에, 겉으로 질타하면서 속으로 낄낄 웃었다.
‘한여름, 너 때문에 내가 하루하루 즐겁다.’
자기 여친과 동생이 다른 남자에게 따먹히는 모습을 보고, 감상문을 쓰는 회귀자.
세상 어디서 이런 녀석을 또 어디서 보겠는가?
하지만 나는 쾌재를 부르는 속 마음을 연기력으로 감추며 감상문 종이를 챙겼다.
“됐어. 너한테 기대한 적도 없으니까.”
“이… 이끼이이익!!”
한여름은 내 말에 이를 갈며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한여름은 분노와 창피함이 담긴 욕설을 참아냈다.
‘올… 많이 성장했네.’
정말 장족의 발전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성과였다.
NTR 성장의 표본….
나는 그런 한여름의 성장한 모습을 보며 씩 웃었다.
“자, 오늘도 줄 테니까 내일까지 보고 감상문 써놔.”
“자, 잠깐… 이거… 제발 그만하자….”
한여름은 애원하면 감상문 쓰는 명령을 철회해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절레거리며 대답했다.
“그러면 진짜 괜찮을 만한 감상문을 써 내봐. 만약 괜찮은 감상문이 나오면 그때는 멈춰줄게.”
“왜… 왜 이런 명령을 내리는 건데?”
한여름의 의문을 보며 나는 씩 웃었다.
“너 직업이 유령 기사잖아?”
“그, 그게 이거랑 무슨 상관인데?”
나는 한심한 눈으로 한여름을 보며 고개를 절레거렸다.
“이래서 이해력 딸리는 녀석은….”
“이… 까드득….”
한여름은 이를 갈며 인내했다.
나는 그런 한여름의 인내심에 만족하며 미소를 지었다.
“유령 기사는 정찰 능력이 뛰어나지만, 너한테 문제가 하나 있잖아.”
“무… 문제?”
“그래. 상황 보고 능력이 형편없어.”
간단히 말해서 말재주와 글재주가 형편없다는 이야기였다.
“나중에 네가 정찰 갔다 와서 이딴 거지 같은 감상문 수준의 보고를 듣기 싫어서라도 단련시켜주려는 거야.”
“자, 잠깐! 두, 두 달… 아니, 이제 한 달 뒤에는 자유롭게 해준다고 했잖아!”
자유…?
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
그야 콜로세움에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여유를 줄… 수도 있다고 언급을 했을 뿐이다.
사실 그것도….
‘개구라지만!’
나는 한여름에게 자유 시간 따위를 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육체가 미이라가 되거나, 정신이 피폐해지지 않는 수준으로 평생 굴리고 싶을 뿐….
하지만 나는 초장부터 한여름의 기대를 깨부술 생각은 없었다.
기대감은 삶의 원동력이 되니까….
나는 일단 말을 돌리며 한여름을 질타했다.
“네가 만약에 자유가 된다고 치자. 나랑 평생 연 끊고 살 거야?”
“그… 그건 아니야.”
‘이야, 살짝이지만 연기력이 늘었구만….’
거짓말을 태연하게 내뱉는 것을 보니 연기력 레벨이 좀 올랐을 것 같았다.
“그럼 됐네. 나중에 같이 위층으로 올라갈 때를 대비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되잖아. 동시에 어휘력 늘리는 공부라고 생각하고….”
“그게, 뭔, 개 같은…….”
“뭐!? 개 같은??”
“아, 아냐…. 실수야….”
나도 내가 하는 소리가 얼마나 개소리인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원래 권력이 있는 자들은 무릇 사람을 부릴 때 개소리를 씨불여도 되는 법이다.
지금의 나처럼….
한여름은 눈을 질끈 감고 입술을 잘근잘근 씹더니, 몸을 떨며 간신히 내 말에 대답했다.
“아… 알았어. 할게….”
“좋아! 그런 긍정적인 마인드 좋다니까!”
“….”
내 칭찬에도 불구하고 한여름은 전혀 기뻐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여름의 하루 루틴에 NTR 감상문 작성하기가 추가되었다.
“나는 참 좋은 주인 같아. 노예의 복지와 교육도 책임져주니까.”
“….”
나는 그렇게 한여름의 꿈틀거리는 눈꼬리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는 내일 또 올게. 카지노랑 매춘 열심히 하고, 감상문도 잘 써놔!”
“이… 씨… 아, 알았어….”
“좋아. 그럼 수고~”
나는 그렇게 썩은 얼굴은 한 한여름에게 환희의 미소를 지으며 객실을 빠져나왔다.
..
..
한여름에게 감상문 명령을 내린 지 어느덧 한 달이라는 기간이 흘렀다.
그동안 나와 파티원들은 로열층에서 무기한 숙박하며 난교 파티를 즐겼다.
그리고 그렇게 찍은 난교 파티 영상을 모조리 한여름에게 건네줬다.
한여름은 모든 영상을 본 뒤, 감상문을 작성해서 내게 줬다.
그렇게 한 달이라는 기간이 지난 한여름의 글솜씨는….
“…중학생은 됐네.”
초등학생을 간신히 벗어난 수준이 되었다.
한여름은 내 한숨 소리를 듣자, 얼굴을 빨갛게 달아오르며 항변하듯 말했다.
“여, 열심히 썼다고!”
“열심히 쓴 거랑 잘 쓴 거랑 같냐?”
“이런 씨….”
한여름은 눈을 감고 분한 듯이 바들바들 떨었다.
나는 그렇게 바들바들 떠는 한여름을 보면서 속으로 웃었다.
‘이야… 진짜 적응했나 보네.’
0층에서 한여름은 나와 민하연이 한 침대 위에서 같이 섹스하는 모습을 보고 발광을 하던 녀석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나와 민하연이 섹스하는 모습의 영상을 보고 감상문까지 적을 정도의 면역력을 지니게 되었다.
한여름이 이렇게까지 면역력이 생긴 건 그저 내 실력이 좋거나, 한여름의 적응력이 좋아서가 아닐 것이다.
‘회귀… 그게 오히려 독이 된 거지.’
회귀자가 겪는 계속되는 똑같은 경험은 불안감을 마모시킨다.
심지어 현재가 사라질 과거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존재들이 회귀자다.
나는 그렇게 적응한 한여름을 보며 속으로 혀를 찼다.
‘올라오는 내내 그렇게 당해놓고….’
사실 마냥 한여름이 멍청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2층까지는 그나마 기회가 있었지만, 지금 한여름은 내 노예 신분이 되어서 회귀할 방법이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내 기분을 띄워서 빈틈을 만드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다.
‘뭐… 희망을 품고 계속 노력해 봐라.’
그런 미래는 오지 않을 테니까.
나는 그렇게 속으로 웃으며 겉으로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원래 오늘부터 콜로세움도 보내려고 했는데… 너는 일단 콜로세움에 갈 상황이 아니다. 계속 감상문 쓰면서 글솜씨 좀 늘려라.”
“뭐!? 자, 잠깐만! 약속이 다르잖아!”
“약속은 얼어 뒤질!”
내가 험악한 표정으로 외치자, 한여름이 움찔거리며 뒷걸음쳤다.
역시 회귀자는 우주 최고의 적응자다.
한여름은 어느새 NTR에 적응한 것도 모자라서 나라는 존재에게 굴복하는 것도 적응해 버린 것 같았다.
나는 한껏 움츠러든 한여름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적당히 읽을 수준까지는 끌어 올려봐. 그때까지는 감상문 계속 쓰는 걸로 해야겠다.”
한여름은 울분을 압축시킨 듯한 목소리로 작게 대답했다.
“아… 알았… 어.”
“좋아. 그럼 내일도 올 테니까 열심히 벌어놔~”
나는 그렇게 말하며 한여름의 숙소에서 나왔다.
“자… 그럼 어디를 갈까?”
로열층에 가면 멤버들이 온몸으로 나를 환영해줄 것이다.
섹스를 하는 건 지루하지 않았다.
언제나 신선하고, 즐거운 게 섹스다.
하지만 그런 나라고 해도 한 달 내내 미친 듯이 섹스만 하다 보니 살짝 현자 타임이 느껴졌다.
‘오전에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여유 좀 챙기자.’
나는 그렇게 결심하며 호텔 1층으로 향했다.
그렇게 로비를 통과해서 호텔을 나가려는 순간이었다.
“웃기지 마라!”
호텔 로비에서 평소답지 않게 소란스러웠다.
딱 보니 접수대 쪽에서 문제가 생긴 듯했다.
‘오!! 모야, 모야!’
그동안 너무 평화를 누린 나머지 소란스러운 외침이 내 흥미를 이끌기 시작했다.
나는 접수대 쪽으로 몰래 접근해서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호텔 지배인은 침착하게 난동을 피우는 존재들을 말리고 있었다.
“지금 남아 있는 최고급 룸은 럭셔리 룸입니다. 그곳도 최고급 객실로….”
“웃기지 마라! 그럼 로열층에 묵고 있는 녀석을 대면해서….”
“그건 안 됩니다. 규정상 저희는 먼저 묵고 있는 손님의 기분과 안전, 비밀을 최우선으로….”
그리고 지배인과 실랑이를 벌이는 존재들은….
“이익! 지금 당장 로열층을 내놓지 않으면 네 녀석의 목을 베어 버리겠다!”
머리 위에 붉은색 보석을 달고 있는 중갑옷을 입은 남자 엘프들이었다.
하지만 내 눈에 들어온 건 남자 엘프들이 아니었다.
‘오오오오오오….’
“하아… 정말 곤란하네.”
에메랄드빛의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미친 듯한 미모를 뽐내는 여자… 위그드라실에서 보게 된 두 번째 여자 엘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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