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그드라실 (6)
나는 길을 걸으며 음료를 맛봤다.
“음… 역시 최고야.”
내가 아는 한 이 세상에 지금 내가 마시는 음료수만큼 달고, 맛있는 음료는 없을 것이다.
내가 그렇게 감탄사를 내뱉자, 게꼬수가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그거 왜 모아놓고 마셔 미친놈아….
평소에는 얌전하던 분이 갑자기 왜 저렇게 투덜거리는 걸까….
나는 다시 한 모금 마시면서 말했다.
“한번 나오기 시작하면 한 번에 마시기 힘들어서 어쩔 수 없었어요.”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그럼 모유 촉진제를 먹이지 않으면 되잖아!
내가 마시고 있는 음료의 정체는 한봄의 모유였다.
어제 한봄의 삐침을 풀어주겠다고 그녀의 작은 가슴에서 모유를 사정없이 짜냈다.
그 양은 대략 1리터 우유병에 들어갈 정도….
한봄은 1리터나 되는 모유를 쏟아낸 뒤에 침과 애액을 질질 흘리며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
인체의 신비는 오묘하다.
그 작은 가슴에서 어떻게 화수분처럼 모유를 쏟아낼 수 있는 걸까?
나는 투덜거리는 게꼬수의 채팅을 보며 대답했다.
“봄이가 원해서 먹는 거잖아요. 그렇다고 짜낸 모유를 버리는 것도 아깝고….”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그냥 딸이나 칠 것이지….
“???”
결론이 왜 그렇게 나는 거지?
나는 게꼬수에게 딱히 그 부분을 지적하지 않았다.
괜히 지적해봤자, 돌아오는 답은 자위해달라는 소리일 테니까.
그렇게 게꼬수와 투덕거리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침마다 들르는데도 불구하고 귀찮음보다 기대감이 더 끓어오르는 그곳.
나는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흥겹게 입을 열었다.
“자, 수금하러 왔다~”
어제 한여름이 벌어 놓은 포인트를 수금하는 시간.
하루를 시작하는 동시에 축복받는 듯한 그런 시간이었다.
하지만 방 안에서 나를 맞이한 건 고요한 침묵이었다.
“응?”
처음에는 설마 한여름이 없나 싶었지만….
“뭐야. 있었으면 대답해야지.”
한여름은 식탁 의자에 앉아서 멍하니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
한여름은 마치 세상을 잃은 듯한 표정으로 창밖을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런 한여름의 모습에 실실 웃으며 다가갔다.
‘어제 납치당하지 않은 게 생각보다 충격이 컸나 보네.’
이미 회귀 전과 많은 것… 아니, 모든 것이 달라졌다.
붉은 초승달은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고, 한여름은 그 이유를 짐작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
회귀자이지만, 오히려 주변 인물보다 더 모르는 얼간이.
‘하긴 자기 말고 또 회귀자가 있을 거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하겠지.’
나는 한여름의 옆에 서서 말했다.
“야, 포인트 내놔.”
“….”
한여름은 침묵한 채 내게 팔을 뻗어서 포인트를 건네줬다.
3,500만 포인트.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한여름의 하루 벌이로 로열층 1박을 하고도 남는 포인트.
생각 같아서는 지금 당장 카지노의 수익을 1억으로 바꾸고 싶은 심정이었다.
한여름이라면 분명 가능할 테니까.
하지만 나는 바로 고개를 절레거리며 욕심을 억눌렀다.
‘아냐. 황금을 낳는 거위… 그런 녀석을 다른 녀석들에게 죽게 만들 수는 없지.’
아무리 VIP 카지노에 부자들이 넘쳐난다고 해도 하루 만에 1억을 뜯기면 눈이 뒤집힐 것이다.
첫날은 넘어가겠지만, 이틀, 사흘, 나흘…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 보면 분명 분노를 참지 못하는 한계점에 도달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제2의 베르덴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최악의 경우에는 VIP 카지노에서도 퇴출당할 가능성도 있고….’
나중에 상황을 봐가면서 수익률을 늘려보기로 결심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한여름에게 재차 명령했다.
“자, 그럼 오늘도 열심히 일하고 포인트 벌어와라. 그럼….”
그렇게 명령을 남기며 방을 떠나려는 순간이었다.
“잠깐….”
“??”
한여름의 부름에 나는 고개를 돌려서 녀석을 확인했다.
죽은 듯이 허망하게 창밖을 보던 한여름이 나를 지긋이 바라보는 중이었다.
그리고는 눈에 힘을 주며 내게 물었다.
“너… 최근에 뭐 했냐?”
“???”
내가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우는 이유는 한여름이 한 말의 의도를 몰랐기 때문이 아니었다.
한여름이 너무 한심해 보여서 그랬다.
‘병신인가… 그렇게 말하면 누가 대답을 해주겠냐?’
한여름은 어떻게 해서든 이번 회차에서 생긴 변화를 캐치하려고 노력하는 중일 것이다.
변화의 중심은 자신이지만, 그 변화에 영향을 미친 건 나라고 생각하는 중일 것이다.
자신의 변화된 행동이 나를 변화시키고, 내가 뭔가 했다는 결론을 낸 것이다.
하지만 내가 한여름에게 그런 일들을 이야기할 의무도 없거니와….
“설마 너한테 내가 있었던 일을 일일이 보고하라는 이야기냐?”
해줄 생각도 없었다.
내 말에 한여름은 움찔하더니, 나를 바라보며 변명하듯 입을 열었다.
“그,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외부 일을 전혀 알 수 없어서 궁금했을 뿐이야.”
“….”
한여름의 모습은 무작정 두려움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다.
회귀한 사실을 들키면 진짜 지옥이 펼쳐질 거라고 생각해서 조심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너 말고는 다 안다. 이놈아.’
이미 민하연, 한봄, 한가을은 한여름의 회귀 사실을 알고 있는 상황.
정작 회귀자 본인만 그 사실을 모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한여름은 허둥지둥 변명만 늘어놓고는 내게 갑자기 달려와서 좋은 정보가 있다는 듯이 말을 걸었다.
“야… 내가 포인트 더 벌 수 있는 좋은 방법 알아냈는데. 어때?”
“??”
대부분 저런 말을 들으면 의구심이 들거나 솔깃하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냥 한여름이 미쳤나 싶었다.
갑자기 뭔 소리일까….
내가 의문이 든 표정으로 바라보자, 한여름은 제안하듯 내게 말했다.
“콜로세움에서 승패를 맞추는 걸로 포인트를 벌 수 있다고 하더라. 그것도 같이하는 게 어때?”
“하하….”
나는 한여름의 말에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이 녀석이 왜 이러는지 대충 짐작이 갔다.
‘어떻게 해서든 외부에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을 많이 만들고 싶다 이거지?’
한여름은 혹시나 하는 희망을 품으며 자신이 납치될 수 있는 상황을 좀 더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저번 회차에 자기를 납치한 녀석들이 다시 나타나 주길 바라며….
그리고 그런 한여름의 모습을 보면서 안심했다.
‘역시 한여름이네. 멘탈이 아주 튼튼해.’
철천지원수 같은 내게 굴종하며 포인트를 바치고, 원치 않는 여자에게 몸을 팔고….
한여름은 온갖 수모를 겪으면서도 강철 멘탈을 자랑하는 중이었다.
‘그래. 계속 그렇게 단단하게 있어 줘라.’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한여름에게 말했다.
“됐어. 지금도 충분하니까 신경 쓰지 마.”
“너, 너도 이왕이면 좀 더 효율적으로 포인트를 벌어들이면 좋잖아! 카지노도 분명 한계가 있을 거야!”
한여름은 콜로세움에 가야 할 나름 합당한 이유를 제시했다.
하지만….
“됐어. 문제가 생기면 그때 가서 해결하면 그만이지.”
내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했다.
“그,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벌면….”
“됐다니까. 어차피 나한테 벌어주는 거잖아? 갑자기 왜 그렇게 열심히 하려는 건데?”
내가 못마땅하듯이 바라보며, 한여름은 애원하며 내게 말했다.
“이… 이렇게 된 거… 너한테 인정이라도… 바, 받을까 싶어서….”
“….”
한여름은 내 신뢰를 받아서 지금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나은 인생을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고… 봄이랑 마찬가지로 연기는 재능 없네.’
한여름의 연기는 허술하다 못해 유치하게 보이기까지 했다.
마치 유치원생이 열심히 만든 유아용 가면처럼 보일 정도였다.
차라리 상대가 한봄이라면 귀엽게라도 보이지….
‘그렇게 미간에 주름 만들고, 목소리 톤도 조절 못하면서 무슨 연기를 하겠다고….’
한여름이 내게 내뱉은 말은 내가 아닌 누가 봐도 거짓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정도로 허접했다.
하지만 그 허접한 연기를 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 한여름… 0층에서 봤을 때랑은 완전히 달라졌는데? 이제 슬슬 자기 처지를 깨달았구나?”
“….”
한껏 아부를 떨던 한여름은 내 말 한마디에 얼굴이 옅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속으로 낄낄 웃으며 진짜 연기를 보여줬다.
“그런 태도 보기 좋네.”
“그, 그럼 콜로세움에 가는 건….”
“아니, 그건 좀 생각해 보자.”
한여름은 내 말에 눈썹을 꿈틀거리면서도 반발하지 않았다.
‘오… 내 다음 말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면서 참는 건가?’
나는 인내심을 가지며 참는 한여름의 모습에 감동하며 말을 이어 나갔다.
“솔직히 나는 지금도 충분해. 그런데 네 모습을 보니까 그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네.”
“그, 그럼 오늘부터 당장….”
“그래도 안 돼.”
“왜!?”
한여름은 인내심을 참지 못한 채 소리쳤다.
한여름은 아차 싶었는지 입을 가리며 횡설수설 변명했다.
“더, 더 벌면 좋잖아? 나는 그저 너한테 포인트를 벌어주고 싶어서….”
나는 잠깐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분위기를 잡았다.
잠깐의 침묵 뒤에 나는 표정을 풀고 입을 열었다.
“그렇긴 하지. 그런데 귀찮아. 콜로세움까지 너를 데리고 다녀야 한다는 거 아냐?”
“그, 그럼 나 혼자….”
“그래서 생각해 봤어.”
“??”
나는 물음표를 띄운 한여름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일단은 지금 루틴대로 가자. 포인트 벌다가 두 달쯤 뒤에 네 자유시간도 줄 겸 콜로세움으로 보내줄게.”
즉, 두 달 뒤에는 자유를 보장하겠다는 의미였다.
“나 열심히 할게! 지금이라도….”
“그건 안돼.”
나는 냉정하게 한여름의 말을 잘랐다.
한여름은 내 단호한 외침에 입술을 몇 차례 씹더니, 결국 승복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알았어.”
“좋아! 말 잘 들어서 좋네! 그럼 오늘도 열심히 벌어와.”
“….”
“…대답은?”
“아, 알았어! 여, 열심히 벌게!”
한여름은 그렇게 외치며 나보다 먼저 방을 빠져나갔다.
나는 그런 한여름이 떠나간 방에서 실실 웃었다.
“열심히 노력해라. 내가 위그드라실 최정상에 도달하면 그때는 풀어줄지 고민해 볼게.”
나는 그렇게 웃으며 나도 마찬가지로 방을 떠나갔다.
..
..
그 이후 나는 멤버들의 스펙을 올리는 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한여름이 하루에 벌어들이는 3,500만 포인트.
내가 던전으로 벌어들이는 하루 수익은 350만 포인트.
그리고 한봄 팀이 던전으로 벌어들이는 수익도 350만 포인트.
참고로 재미있는 사실은 한봄 팀은 수익이 나는 족족 내게 전부 넘겨주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처음에는 내가 사양하며 나머지 멤버들끼리 분배해서 저축해 놓으라고 당부했었다.
하지만 한봄과 삼인방은 오히려 내 말에 반발했다.
반발하는 이유가 참 재미있었다.
(아저씨는 저희한테 천만 포인트를 쑥쑥 줬잖아요.)
(맞아요. 지금까지 받은 게 있는데, 당연히 드려야죠.)
(저희 포인트는 전부 수호 씨가 관리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나도 동의!)
참고로 어느 정도였냐면 아이템도 내가 직접 관리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식으로 이야기도 오고 갔을 정도였다.
당연하지만, 아이템은 오히려 내가 전부 가지고 있으면 불편함을 야기할 수 있기에 기각되었다.
그 이후 멤버들은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각자 300만 포인트씩 비상금을 가지고, 모든 포인트는 내게 전부 건네주기로 합의를 봤다.
사실 그렇게 합의를 봤어도 크게 의미는 없었다.
어차피 버는 족족 민하연, 한봄, 한가을, 삼인방에게 건네주면 그녀들의 스킬 레벨을 올리는 것에 집중했으니까.
그렇게 20일 동안 성장에 치중한 결과, 엄청난 결과물이 탄생했다.
한봄과 한가을은 각자 가지고 있던 두 개의 스킬들을 전부 40레벨까지 찍었다.
그리고 삼인방도 만만치 않게 레벨을 올렸다.
전설 직업을 가지고 있는 손혜은과 박진희는 가지고 있는 전설 직업 스킬 3개를 전부 5까지 찍었고, 박선희는 검술 레벨을 40까지 찍었다.
참고로 이곳에서 평범하게 지내는 소환사들의 레벨은 대략 20 안팎이다.
지금 내 멤버들은 3층에 있는 소환사들 입장에서 괴물처럼 보일 것이다.
그리고 내 손으로 만들어진 최고의 결과물….
나는 실실 웃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하연이는 진짜 내가 만든 거지.’
민하연….
민하연은 3개의 전설 레벨을 7까지 올리고, 궁술과 블릿 타임 레벨(민하연은 직업권을 썼기 때문에 궁사 스킬이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을 40까지 찍었다.
민하연에게 쏟아부은 포인트만 대략 4억.
타나토스의 신녀와 궁사라는 직업을 동시에 가진 민하연은 삼인방과 한봄이 동시에 덤벼도 이길 수 있을 정도로 압도적인 실력을 갖췄다.
‘4억이나 쏟아부으니까 장난 아니긴 하네….’
그렇게 20일간 성장에 치중한 뒤, 우리는 한동안 쉬기로 했다.
우리가 쉬는 곳은 바로….
“와… 여기… 이런 곳이 진짜 있구나….”
멤버들과 같이 로열층에 들르는 것이었다.
멤버들은 양지현이 이곳에 처음 왔을 때처럼 천국에 방문한 것처럼 로열층에 홀려서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하루 숙박비가 3천만 포인트.
하지만 인원수 제한이 없고, 무엇보다….
“로열층을 일주일간 이용할 시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6일을 이용하면 하루 무료라는 것이었다.
지배인은 그렇게 내게 숙박 이용에 관한 설명을 진행한 뒤, 마지막으로 물었다.
“어떻게… 이용하시겠습니까?”
지배인의 말에 멤버들이 전부 흔들리는 눈동자로 나를 응시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들을 보며 씩 미소를 지었다.
“무기한으로 이용할게.”
나를 기대감으로 바라보는 그녀들에게 주지육림… 아니, 진정한 쥬지유린의 삶을 맛보여 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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