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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749화 (749/898)

위그드라실 (6)

나는 로열층 침실에서 양지현과 마저 섹스를 마친 뒤, 허망하게 창밖을 바라봤다.

‘벌써 아침이네….’

원래라면 적당히 한 뒤에 좀 쉴 생각이었다.

하지만 양지현의 무희복이 내 성욕을 들끓게 만드는 바람에 결국 아침 해를 볼 때까지 그녀와 섹스했다.

나는 알몸으로 서서 창밖에 펼쳐진 붉은 노을을 보며 감상에 젖었다.

어제 양지현이 오밤중에 창밖을 보며 감탄하는 모습이 귀여워 보였는데, 막상 나도 그녀와 다를 것 없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감상에 젖은 채 창밖을 보자, 양지현이 욕실에서 깨끗하게 씻고 나와서는 알몸 상태로 내 옆에 섰다.

그리고는 나와 같이 창밖을 보며 어제와 다른 식으로 감탄했다.

“저는… 다시는 이런 풍경을 볼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

현대 사회에서 살다 보면 이런 높은 풍경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그에 비해서 위그드라실에서 살면 이런 장면을 볼 수 있는 날이 얼마나 있을까?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면 0층에 있던 호텔 정도일 것이다.

분명 그곳에서 바라보는 풍경과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분명 비슷하다.

하지만 내 감정은 전혀 비슷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초심자 배려를 위해 마련된 호텔.

그리고 치열한 몸부림을 쳐도 간신히 하루하루 먹고살기 힘든 3층의 호텔.

같은 풍경이지만, 바라보는 느낌은 전혀 다르게 와닿았다.

당연히 양지현은 나보다 훨씬 감동했을 것이다.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양지현은 알몸 상태로 전혀 쑥스러움 없이 창밖을 하염없이 쳐다봤다.

나는 양지현과 같이 창밖의 노을을 보며 입을 열었다.

“혹시 몰라서 다시 물어볼게. 아까 제안 어때?”

언뜻 보면 생뚱맞은 소리처럼 들릴 수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내 생뚱맞은 소리에 양지현은 창밖을 보던 시선을 내게 돌리며 다소곳한 자세를 취했다.

비록 알몸이라 격식이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양지현은 양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나를 진지하게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준비되어 있습니다. 저는….”

양지현은 무릎을 꿇고, 나를 올려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수호 님의 종복입니다. 원하신다면 뭐든 시켜만 주십시오.”

“…좋아.”

내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양지현은 내 미소에 안도하며 내 귀두에 입맞춤했다.

나는 그런 그녀의 귀두 입맞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진짜 대단하네. 시키지도 않았는데, 내가 좋아하는 걸 알아서 딱딱 해주니.’

간부라는 직책은 실력 하나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윗사람의 눈치도 잘 볼 줄 알아야 한다.

레드 소환사가 아닌 그녀가 간부가 된 건 아마도 눈치가 빠른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너무 눈치가 좋아서 나를 소우타로 착각하긴 했지만….’

일단 양지현과의 관계는 완전히 정립되었다.

그녀는 내가 조직을 탈퇴하라는 것부터 해체하는 것까지 전부 원하면 돕겠다고 선언했다.

섹스하면서 한 선언이긴 하지만… 지금 이렇게 이야기한 것을 보면 진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양지현의 귀두 키스를 받고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오늘 잠도 못 자서 피곤할 텐데. 슬슬 자둬.”

로열층의 숙박료는 3천만 포인트.

그리고 그 기준은 24시간으로 정해진다고 했다.

우리가 어제저녁 11시쯤에 체크인했으니, 아무리 못해도 오늘 저녁 11시까지는 우리가 이곳의 주인이라는 의미였다.

양지현은 눈치가 있어서 그런지 내 말을 듣자마자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물었다.

“주… 주인님께서는…?”

나는 불안하게 올려다보는 양지현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나는 오늘 바빠서 나가봐야 해.”

자… 베르덴… 저번 회차에 나를 고생 시킨 벌을 받을 차례다.

..

..

양지현은 자신을 혼자 놓고 나가려는 나를 몇 차례 붙잡았다.

그녀의 입장도 이해가 갔다.

몸과 마음을 전부 바쳤더니, 갑자기 홀로 남겨 놓고 사라지는 남자를 좋아할 여자는 없을 것이다.

심지어 양지현은 조직까지 팔아먹으며 내게 붙었다.

겨울바람을 맞이한 성냥의 기분이 어떤지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잠을 잘 상황이 아니었고, 그녀를 간신히 설득하고 로열층을 떠났다.

솔직히 나도 떠나고 싶지 않았다.

‘3천만 포인트 뽕도 못 뽑았는데….’

로열층에서 재미를 본 건 사실이지만, 제대로 즐기지 못해서 아쉽기도 했다.

심지어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나왔다.

‘만약 일이 빨리 끝나면 저녁에 한 번 찾아가 봐야겠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한가을의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 고민은 한가을의 집에 도착하는 순간 내게 사치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줬다.

한가을의 집에서 나를 맞이한 건….

“오호… 밤새 어딜 갔다 왔어?”

“아… 중요한 볼일이….”

나를 기다린 듯한 민하연과 한봄… 그리고 그 둘의 눈치를 보는 한가을이었다.

세 사람은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외출 준비를 마치고, 가게 1층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긴 아저씨는 이것저것 잘 알아서 동분서주 바쁘게 움직이는 편이지.”

“와, 언니! 그렇게 어려운 사자성어도 쓸 줄 알아?”

“…뒤지고 싶냐?”

“하하… 나는 모르거든~”

한봄과 한가을이 장난이 담긴 만담에도 불구하고 민하연은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꿋꿋이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하긴… 수호가 바쁘면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

“어… 나중에 상황이 되면 이야기해줄게.”

“그래. 일단… 여기 와서 앉아 볼래?”

“….”

나는 셋의 눈치를 보며 자리에 앉았다.

“수호야… 가을이가 회귀한 거 같아.”

이미 아르모니아를 통해서 사정을 전해 들은 상황이라 당황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놀라는 척하며 한가을을 응시했다.

“…정말?”

“네. 언니들이랑 이야기해보니 그런 거 같아요.”

내가 자리를 비운 전날 밤, 한가을이 민하연과 한봄에게 예지(회귀)에 관한 것과 나와의 관계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그걸 토대로 회귀가 한번 거쳐졌다는 것을 짐작하고 한가을에게 이야기한 상황.

그리고 이제 제일 중요한 문제를 다뤄야 할 차례였다.

“그리고… 가을이한테서 신좌의 게임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들었어.”

“….”

“그 뒤에 있는 이야기까지 전부….”

자, 이제 변명의 시간이 왔다.

아무리 민하연과 한봄이 나를 사랑한다고 해도 이 순간 변명을 잘못했다가는 골로 가는 수가 있다.

심지어 오늘은 한봄의 결승전이 치르는 날이었다.

괜히 나 때문에 심란해서 패배라도 하는 순간 그녀를 볼 면목이 없어진다.

내가 눈을 감고 크게 한숨을 쉬며 생각해 놓은 변명을 늘어놓으려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이렇게 빨리 알아서 다행이네.”

“어?”

나는 순간 귓속으로 들어온 말이 잘못된 정보로 인식됐나 싶었다.

민하연이라면 최소한 한소리는 할 줄 알았으니까.

심지어 나뿐만 아니라, 한가을도 놀란 얼굴로 민하연을 바라봤다.

정작 화를 내야 할 민하연과 한봄은….

“그러게 빨리빨리 털어내면 좋지.”

“봄아, 너 오늘 콜로세움에서 팀전 하잖아. 미리 가서 쉬는 게 좋겠다.”

“응. 사람 많을 때 가면 진 빠질 거 같아.”

두 사람은 가벼운 목소리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가게를 나갔다.

그리고 멍하니 서로 바라보기 시작한 나와 한가을은….

“두 사람? 안 나올 거야?”

민하연의 부름에….

“나, 나갈게!”

“나, 나도 가게 문 닫고 갈게!”

허겁지겁 자리에서 일어나서 뒤따라가기 시작했다.

우리는 콜로세움에 가기 전에 삼인방이 지내는 숙소로 향했다.

한봄과 한가을은 같이 나란히 걸으며 대화를 주고받았다.

대체로 한여름의 회귀에 관한 것이었다.

그리고 민하연은….

“….”

“….”

내 옆을 걸으며 느긋한 표정으로 나를 계속 바라봤다.

민하연은 침묵과 미소를 유지한 채 내 옆을 같이 걸어갈 뿐이었다.

그렇게 삼인방이 지내는 호텔에 거의 도달하는 순간이었다.

“수호야.”

“어!? 왜?”

나는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화들짝 놀라서 대답했다.

민하연은 내 놀란 모습에 큰 반응하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전에 말했지? 네가 다른 여자를 만나고 다니는 거 전혀 신경 쓰지 않겠다고.”

“아….”

민하연은 한차례 거울에 저주당한 뒤 내가 구해주고 나서 저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만큼 민하연이 거울에 갇혔을 때 얼마나 절망적이었는지 알려주는 지표이기도 했다.

바람기 때문에 소꿉친구이자, 미남인 한여름과 헤어지려고 했던 민하연이었다.

그런데 내게는 바람을 피워도 좋다고 순순히 허락해준 것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은….

“지금도 변함없어.”

유효했다.

민하연은 내가 한가을과 섹스한 사실에 전혀 개의치 않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대신 나를 끝까지 바라봐주면 돼. 알았지?”

“어… 알았어. 약속할게.”

“후후… 좋아.”

민하연은 내 대답에 만족하며 내 팔짱을 끼었다.

“너는 언제나 약속 하나는 잘 지켰지, 믿을게.”

그렇게 민하연의 속마음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민하연은 내 모든 사랑을 바라지 않지만, 최소한의 사랑을 바란다는 사실을….

“목숨 걸고 약속 지킬게.”

“푸훗… 이왕이면 목숨 걸지 않고, 그냥 평범하게 지켜줬으면 좋겠네.”

“하하… 알았어.”

그렇게 민하연과 대화를 서글서글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삼인방이 지내는 객실에 도착했다.

나는 객실을 앞에 두고 세 사람에게 말했다.

“아, 일단 다들 콜로세움에 먼저 가 있을래?”

“아저씨, 어디 가시게요?”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는 한봄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한여름 한번 확인하고 올게.”

“아침부터 갈 필요가 있나? 한여름이라면 알아서 잘 지낼 거 같은데….”

“아냐. 그래도 확인은 해보려고….”

나는 지금 한여름이 절실히 필요했다.

‘수금… 수금이 필요해….’

공허해진 내 손목을 꽉 채워줄 한여름의 포인트가 필요했다.

나는 세 사람을 놓고, 잔뜩 기대하며 한여름에게 향했다.

그렇게 한여름이 지내는 객실에 들어간 나는….

“…표정 왜 그러냐?”

썩어 문드러진 한여름의 잘생긴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매춘 일 때문에 빡친 게 눈에 보였다.

회귀 전에도 했으면 적응할 때도 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야, 나는 적응하지 못하겠지만!’

라는 생각도 들었다.

내 일 아니니까 적응하는 건 네 책임이다.

나는 한여름의 썩어 문드러진 모습을 보며 흡족한 표정으로 포인트를 받아냈다.

어제 카지노에서 벌어온 2,000만 포인트와 남창 짓으로 벌어온 500만 포인트.

도합 2,500만 포인트….

나는 이 터무니없는 포인트를 보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적어….’

분명 천문학적인 수치의 포인트였다.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도저히 많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단번에 3천만 포인트를 소비한 경험 때문이었다.

‘안 되겠다. 좀 더 수급을 늘려야겠어.’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한여름에게 추가 명령을 내렸다.

“야, 한여름.”

한여름은 짜증 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왜?”

“이제부터는 카지노에서 2천만이 아니라, 3천만 포인트 벌어놔.”

“…뭐?”

한여름은 표정을 굳히며 나를 멍하니 바라봤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저번 회차에 한여름이 벌어들이는 포인트를 변경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회귀 전과 다른 행동을 하니, 의아할 수밖에….

하지만 한여름이 의아해봤자 큰 의미 없었다.

‘어차피 이미 신좌의 게임이나 다른 부분에서 많이 바뀌어서 자기 때문에 바뀌었다고 착각하겠지.’

한여름은 절대 내가 회귀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할 것이다.

그저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뭔가 나비 효과를 불러일으켰다고 착각할 것이다.

“왜…? 왜 갑자기 바꾸는 건데?”

“그냥 많이 벌고 싶어서? 하여튼 오늘부터 카지노에서 3천만 포인트 벌어놔. 만약 하루 수당 채우지 못하면….”

나는 의자에 앉아 있던 한여름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경고했다.

“업소에서 더 열심히 뛰어야 할 거야. 알았지?”

“이… 이 씨… 바아알….”

한여름은 업소라는 소리에 경기를 일으키며 얼굴을 붉히기 시작했다.

‘짜식… 업소에서 했던 일이 쑥스러운가 보네.’

나는 동정 같은 반응을 보이는 한여름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알았으면 빨리 카지노 가서 포인트 벌어~”

“…아, 알았어.”

한여름은 분노를 씹어 먹을 듯이 인내하며 카지노로 향했다.

그리고 나는 그런 한여름의 뒷모습을 보며 실실 웃었다.

‘평생 기다려봐라. 너의 구원자는 이제 나타나지 않을 테니까.’

나는 그렇게 웃으며 콜로세움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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