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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733화 (733/898)

위그드라실 (6)

“자, 잠깐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한가을은 민하연과 한봄에게 그 말을 남기로 황급히 위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이미 과거와 많이 달라진 상태였다.

한가을은 원래 저렇게 허둥지둥 행동하지 않았었다.

차분하게 우리를 가게로 안내한 뒤, 민하연과 한봄을 불러서 따로 대화를 나눴었다.

한가을의 변화된 행동.

그건 회귀자인 한여름이 봤다면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한여름은….

“얘는 처음 온 도시에서 뭘 그렇게 싸돌아다니려고 하는 거지?”

없었다.

회귀자의 이상 행동에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민하연과 한봄을 보며 진정시켰다.

“어차피 억지로 데리고 다녀봤자 귀찮아질 뿐이잖아.”

한여름은 도시 내부로 들어오자마자 내게 허락받고 도시 내부를 돌아다니고 싶다고 떠나간 것이었다.

중요한 건 한여름이 내게 허락받았다는 사실이었다.

굴욕적으로 내게 숙이며 돌아다니고 싶다고 말한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허락했다.

내가 회귀자인 한여름의 단독 행동을 허락한 이유는 간단했다.

‘어차피 카지노에 갔겠지….’

녀석이 갈 곳이야 뻔하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한여름이 카지노에 가는 건 막을 수도 없고, 막고 싶지도 않았다.

‘거기서 포인트 벌고 기다리고 있어라. 금방 수확해주러 가주마.’

나는 실실 웃으며 한가을을 기다렸다.

한가을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1층으로 내려왔다.

“기다렸지?”

한가을이 자리를 비운 시간은 대략 십분.

시간대로 그녀가 무엇을 했는지 추측할 수 있었다.

‘간단하게 닦아내고 속옷만 갈아입었나 보네.’

솔직히 자위도 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 정도는 아니었나 보다.

아니면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서 욕구를 억누르고 내려온 걸지도 모르고….

“언니, 잠깐 이야기 좀 하자.”

그렇게 내려온 한가을은 민하연과 한봄을 불러서 대화를 시작했다.

이 장면은 딱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대화도 저번 회차와 전혀 다를 게 없었다.

대화를 마친 한가을이 미소를 띠며 우리에게 제안했다.

“언니들의 친구분께서 방문해주셨으니, 오늘은 제가 대접해드릴게요.”

우리는 그렇게 회귀 전과 마찬가지로 한가을을 따라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그렇게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순간….

<잭팟! 잭팟입니다! 이번 소환 시즌 첫 잭팟이 터졌습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

..

우리 멤버는 그 뒤에 한여름을 만나고, 그를 따라서 VIP 카지노에 입장할 수 있었다.

‘자… 여기까지는 왔다. 이제 한여름이 도전만 하면 되는데….’

하지만 과정이 같다고 해서 결과까지 같다는 보장은 없었다.

그나마 같은 결괏값을 만들기 위해 한여름을 더 심하게 갈구긴 했지만, 그가 똑같이 도전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회귀 전에 너무 지독하게 굴려서 치가 떨릴 가능성도 컸다.

아니면 되지도 않는 머리로 이상한 계산을 하고 있던가….

우리는 VIP 카지노에서 큰 포인트를 걸지 않고 간단하게 즐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가볍게 카드 게임을 즐긴 지 한 시간 정도 흘렀다.

원래라면 지금쯤 한여름이 먼저 내게 내기를 제안했겠지만….

‘뭐야? 왜 조용하지?’

한여름은 내게 내기 제안하지 않고, 그저 뚫어지기를 바라… 아니, 노려보며 게임에 집중할 뿐이었다.

‘뭐야? 설마 이번 회차에는 포기하려는 건가?’

땀방울 하나가 내 관자놀이를 거쳐서 목덜미로 흘러내렸다.

콜로세움 지배자? 붉은 초승달 박살? 양지현?

그런 건 다 포기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여름을 노예화하는 것만큼은 절대 포기하기 싫었다.

‘하아… 이대로 나가리 되려나?’

그렇다고 내가 먼저 나서서 제안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한여름이 노예 신분을 내기로 걸었던 건, 그가 내가 원하는 게 많았던 ‘을’의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내가 먼저 제안하게 된다면 갑과 을이 아닌, 동등한 위치가 될 가능성이 컸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노예라는 신분을 걸고 내기를 진행하지 않겠지.

다른 수가 없나 골똘히 생각하고 있을 때, 딜러가 차분하게 목소리를 흘려냈다.

“한여름 고객님, 풀하우스로 승리입니다.”

“에이씨… 뭔 놈의 풀하우스가 다섯 번 연속으로 터져?”

“흐흐흐….”

내 투덜거림을 들은 한여름이 씩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그냥 유흥용으로 즐기는 포커지만, 연속으로 지니 할 맛이 나지 않았다.

그야 도박 기술을 이용하면 쉽게 이기겠지만, 당장의 쾌락을 위해 미래를 버리는 짓 따위를 할 생각은 없었다.

이렇게 게임을 하다 보다 보면 언젠가 제안하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최대한 한여름의 장단에 맞춰줬다.

하지만 30분이 지난 시점에서도 한여름은 내게 내기를 제안하지 않았다.

‘후… 일단 다음 기회를 노려야 하나?’

어차피 지금 회차는 3층에 올라온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

시간은 넉넉하고, 케르베로스의 안구가 내 손에 있는 한 언젠가 한여름은 분명 언젠가 도전할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그냥 얌전히 물러날 생각은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수를 쓰는 수밖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

“슬슬 가자.”

“…뭐?”

한여름이 당황한 표정으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내게 도발하기 시작했다.

“뭐야? 설마 계속 져서 삐쳤냐?”

만약 나도 한여름의 회귀에 휩쓸리는 인간이었다면 저 말에 울컥해서 넘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회귀자의 능력을 벗어날 수 있는 인간이다.

“삐치긴 무슨…. 지겨워서 그래, 지겨워서. 그냥 조용히 카드 주고받는 게 뭐가 재미있겠어?”

나는 그렇게 투덜거리는 듯하며 민하연과 한봄에게 말했다.

“다른 곳도 구경하자. 아까 콜로세움 같은 건물 멋지더라. 가보자.”

“그래.”

“네.”

내가 그렇게 민하연과 한봄, 삼인방에게 말하며 그녀들을 이끌고 VIP 카지노를 나가려는 순간이었다.

“잠깐!”

갑자기 뒷덜미가 떨릴 정도로 한여름의 큰 외침이 들려왔다.

주변에 게임을 즐기고 있던 VIP 고객들이 죄다 소리를 지른 한여름을 쳐다봤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를 담당하던 딜러가 그에게 경고를 날렸다.

“유흥을 위한 소음은 괜찮지만, 다른 고객님들께 방해가 되지 않게 주의 부탁드립니다.”

“쯧….”

한여름은 갑작스러운 시선에 얼굴을 붉히고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거둬질 때까지 기다렸다.

그렇게 주변의 시선이 다시 다른 곳으로 향하자, 한여름은 내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야… 너 나랑 내기 한 번 하자.”

드디어 걸려들었다.

나는 속으로 터져 나올 것 같은 웃음을 참으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내기? 싫어. 내게 뭣 하러 너랑 내기해?”

“아까 1층에서 얻은 포인트 얼마인지 알지?”

한여름이 1층에서 벌어들인 포인트는 총 6천만 포인트.

단 한 시간 만에 벌어들인 포인트였다.

이미 알고 있지만, 내가 그것을 아는 척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아니, 모르는 척하는 게 오히려 녀석의 심기를 살살 건드리기 좋겠지.

“몰라? 내가 너한테 관심이 있겠냐?”

“이런 씨….”

역시 긁을 때마다 반응이 찰진 녀석이다.

한여름은 미간을 심히 찌푸리더니, 내게 본론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야… 너도 이 도시에서 포인트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지? 그리고 지금 당장 포인트 부족한 거 아냐?”

한여름의 말대로 나는 지금 포인트가 부족한 상태다.

그야 내일 콜로세움에 참가하면 순식간에 포인트를 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그 사실을 알고 있다고 떠벌릴 수도 없다.

나는 회귀에 대해서 몰라야 하니까….

“뭐… 필요하긴 하지. 그래도 너랑은 하기 싫어.”

“뭐!? 왜 하기 싫은데?”

“미친 풀하우스가 다섯 번 연속에 포커가 그렇게 주구장창 나오는 게 말이 되냐?”

대부분 사람이라면 아무리 대단한 보상이 걸려 있다고 해도 한여름 같은 운을 지닌 녀석과 도박하고 싶은 생각이 들 리가 없다.

그야 내가 거절하려는 이유는 정말 운 때문은 아니지만….

“거기다 나는 걸 수 있는 게 없거든?”

“…있잖아.”

“??”

내가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우자, 한여름이 표정을 굳히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 초록색 눈깔.”

걸렸다.

일단 미끼는 물었다.

아까 내게 내기를 제안한 시점에서 미끼를 문 거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그때는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케르베로스의 안구]를 입에 담은 순간 본인이 낚싯바늘을 목구멍에 넣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제 줄이 끊기지 않게 끌어당길 차례였다.

“푸하하하! 그래. 하긴 그게 있긴 하지. 그런데 어쩌나? 나는 싫은데?”

“….”

한여름은 고민하듯이 고개를 푹 숙였다.

나는 그런 한여름의 모습을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몸을 돌려서 나가기 시작했다.

“여기서 게임 재미있게 즐겨라. 나는 하연이랑 봄이랑 같이 ‘데이트’나 즐길 거니까.”

나는 일부러 데이트라는 단어에 포인트를 줘서 한여름에게 말했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내 도발은….

“야… 멈춰봐.”

한여름에게 먹힌 듯 보였다.

불꽃이 튀는 듯한 눈으로 나를 노려보는 한여름.

나는 그런 한여름에게 [케르베로스의 안구]를 든 손을 뻗었다.

“끄악!?”

“야… 눈 그렇게 뜨지 말라고 내가 몇 번을 말하냐?”

“이 씨….”

한여름은 내가 든 [케르베로스의 안구]를 보며 입가를 파르르 떨기 시작했다.

아이템을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저렇게 두려움에 떠는 것을 보면 이 아이템이 정말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었다.

나는 그런 한여름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팔을 거뒀다.

“그런데 어쩌냐? 솔직히 나는 이거 걸고 내기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는데?”

지금 내가 하는 말은 저번 회차에도 했던 말과 같았다.

“생각해 봐라. 이 아이템이 네 전 재산이랑 바꿀 수 있는 수준이겠냐?”

“….”

한여름은 나를 골똘히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

“그럼 1억 어때?”

“1억…?”

한여름의 제안에 성수호는 오른손으로 턱을 쓸어내며 중얼거렸다.

“그것도 부족한데….”

“….”

한여름은 이미 성수호의 반응을 예상했었다.

저번 회차에서도 성수호가 케르베로스의 안구를 걸게 만들기 위해서 1억과 자기 육체까지 걸었던 한여름이었다.

그리고 그다음에 성수호가 할 말도 대충 예상할 수 있었다.

“1억이랑 네 몸뚱이를 걸면 생각해 볼 수 있겠네.”

“….”

한여름은 성수호의 말에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한 회차를 성수호의 노예로 지냈던 한여름이었다.

그가 얼마나 악질적으로 한여름을 굴렸는지는 회귀자인 한여름만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한여름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성수호에게 대답했다.

“잠깐만 기다려.”

한여름은 그렇게 말한 뒤, 한가을에게 다가갔다.

지금 한여름의 수중에는 6천만 포인트가 전부였다.

그건 저번 회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남은 4천만 포인트를 끌어오는 방법은 단순했다.

“야, 한가을. 나 포인트 좀 빌려줘라.”

한가을은 그 말을 듣자마자 게슴츠레한 눈으로 한여름에게 대답했다.

“나 그 정도 포인트는 없어.”

“그럼 네 가게로 대출이라도 받아. 여기 담보 대출도 받는 거 같던데.”

과거 회귀를 통해 알아낸 사실.

이곳에서는 특수한 아이템이나 건물을 담보로 포인트를 대출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존재했다.

문제는….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이제 막 카지노에 처음 들어선 한여름이 그 사실을 알고 있을 리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아씨… 뭐 대충 다른 곳에서 들었다고 변명하지 뭐….’

한여름은 퉁명스럽게 대답하며 말을 회피했다.

“아까 다른 테이블에서 하는 이야기를 우연히 들었어.”

“….”

한가을은 한동안 한여름을 게슴츠레한 눈으로 쳐다볼 뿐이었다.

한여름은 한가을을 설득하기 위해서, 성수호가 가진 [케르베로스의 안구]에 대한 희소성을 설명해주려고 했다.

“네가 빌려주기 싫어하는 건 이해해. 그런데 저 녀석이 가지고 있는 아이템이….”

“알았어. 해줄게.”

“아니, 거절하기 전에 먼저 설명을…? 어? 뭐라고?”

한여름은 순간 자기 고막이나 뇌가 잘못된 건가 싶어서 귀를 파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뭐지? 저번 회차랑 다른데?’

저번 회차에서 한가을은 이렇게 단순히 설득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회차의 한가을은 마치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바로 수락한 것이었다.

‘혹시 내가 뭔가 다르게 행동했나?’

한여름은 머리가 좋은 편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나쁜 편에 속했다.

운이 좋다 보니 머리와 몸을 쓰는 걸 극도로 싫어했던 한여름이었다.

저번 회차에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부 기억하지 못했다.

‘내가 말을 다르게 했던가? 아니면 내가 너무 시간을 오래 끌었나? 에이씨… 모르겠네.’

한여름이 머리를 감싸고 골머리를 앓는 표정을 짓자, 한가을이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어떻게 포인트를 따게? 아까처럼 포커라도 치려고? 저 오… 아니, 성수호 씨는 포커 치고 싶지 않아 하던데.”

“아… 그게….”

한여름은 ‘신좌의 게임’에 대해서 설명했다.

이번에도 다른 테이블에서 들었다는 변명으로 넘겼다.

“그걸로 승부 보려고.”

“…확실히 운이 좋은 너라면 충분히 승산 있겠네.”

“….”

한여름은 이를 콱 깨물었다.

저번 회차의 한여름은 성수호에게 철저하게 발렸다.

그것도 위그드라실이 주관하는 공정한 ‘신좌의 게임’에서….

‘그래… 그때는 그냥 재수가 좀 없었을 뿐이야. 이번에는 포커 같은 것도 제치고 바로 시작하자마자 운빨로 승부를 봐서….’

한여름은 그렇게 무계획한 계획을 세우려는 순간이었다.

“야.”

“??”

한가을이 한여름을 보며 입가를 씰룩이며 한마디 던졌다.

“나도 그거 해볼래. 신좌의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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