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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730화 (730/898)

위그드라실 (6)

나는 검지와 엄지로 양쪽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밀려오는 두통을 견뎌냈다.

“하아… 이게 무슨….”

열심히 –붉은 초승달- 사냥을 마치고 왔더니, 있어야 할 한가을과 한여름이 증발해버렸다.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보니 늦은 긴했지만,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는 일단 동굴 내부에 불빛을 밝히며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는 막연한 추측을 내던졌다.

“설마 가을이가 여길 나갔나?”

한가을의 능력은 예지다.

레벨이 낮다 보니 허튼 미래를 보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본인 입으로 말했다.

다만 그중에서 확정 예지라고 강제로 띄우는 능력의 경우에는 나름 높은 정확성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만약 한가을이 확정 예지를 받고 어쩔 수 없이 도망쳤다면?

“…아냐. 그렇다는 이야기는 붉은 초승달이 여기를 알아냈다는 이야기가 되잖아?”

그건 말이 안 된다.

이곳은 소우타가 아이템을 몇 달 동안이나 숨겨 놓고도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은 비밀스러운 장소였다.

심지어 한가을과 섹스를 할 때, 방음도 잘 되어서 문제가 없는 장소였다.

이런 장소를 갑자기 알아낸다?

“그건 말이 안 되는 거 같은데….”

내가 장장 7시간 동안 자리를 비우면서도 큰 걱정을 하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이곳의 안정성 때문이었다.

이곳은 그냥 얼핏 지나가면서 본다고 알 수 있는 장소가 아니었다.

특히나 사람을 찾는 수색을 할 때는 지형 관찰에 힘을 덜 주기 때문에 들킬 염려는 더더욱이 없고….

“정말 운이 나빠서 걸렸나? 하아… 일단 그 부분은 나중에 생각하고 가을이부터 찾아….”

나는 적당히 둘러보고 서둘러서 동굴을 나가려는 순간이었다.

끄드득!

“응?”

신발 밑에서 날카롭게 부서지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소리는 작았지만, 뇌까지 파고들 정도로 찌릿한 소리였다.

신발 밑을 확인해 본 결과….

“…이건 또 왜 여기 있냐?”

내가 한가을에게 건네준 것으로 추측되는 [메두사의 머리카락 마비독]이었다.

내용물은 없지만, 병의 모양새를 보니 내가 건네준 게 맞는 거 같았다.

“사용하고 나서 버린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없다.

유리라는 개념을 이해하고 있는 인간이라면 기본적으로 습득하는 게 있다.

한정된 공간에 머물고 있을 때, 유리를 깨트리면 안 된다는 사실.

예지를 가진 것조차 불안해하는 한가을이 가볍게 스치는 것만으로도 자상을 쉽게 일으키는 유리를 이렇게 바닥에 던져 놨을 리가 없었다.

일단 나는 한가을이 고의로 이 유리병을 깨뜨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최악의 경우까지 고려했다.

“안에 내용물이 들어 있는 상태에서 깨졌을 수도 있겠네….”

그리고 다음으로 넘어간 마지막 추측은….

“한여름이 중간에 일어났다는 건데…. 그것도 말이 안 되는데….”

메두사의 머리카락 마비독의 지속 시간은 대략 24시간이다.

정확히 24시간이라기보다는 하루 정도라는 느낌이 강했다.

예전에도 한여름을 농락할 때, 12시간마다 흡입시키면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자리를 비운 시간 7시간과 나와 한가을이 섹스를 한 2~3시간 정도.

대략 9~10시간.

“…처음에 흡입시킨 양이 적었나?”

그렇게 고민하는 찰나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 여유를 부릴 상황이 아니지. 빨리 찾으러 나가자.”

한가을이 걱정되지 않아서 동굴 안에서 차분히 생각한 게 아니었다.

실마리를 찾아야지 그만큼 찾기 수월해질 것 같아서 고민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만큼 중요한 이유도 하나 더 있었다.

‘최악의 상황에는 회귀도 염두에 두는 게 좋겠네.’

만약 회귀하게 된다면 최소한 이런 상황이 또 생기지 않게 반성해야 하니까.

나는 즉시 소우타를 소환했다.

빗자루를 들고 바닥을 쓸던 소우타가 한숨을 쉬며 내게 물었다.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이야?)

귀찮다기 보다는 다른 일을 하는 중에 불려온 것에 대한 불만이 서려 있었다.

나는 재빠르게 상황을 설명해줬다.

“지금 바로 두 사람 좀 찾아봐 줘.”

(그 정도는 문제없지.)

“일단 저쪽으로 향해줘.”

(오케이.)

소우타는 벽을 뚫고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내가 가는 방향을 구분한 뒤, 재빠르게 주변을 돌면서 주변을 수색하기로 했다.

(좋아. 그럼 간다.)

나는 소우타가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나도 바로 수색을 시작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이르더라도 한가을도 소속에 넣어둘 걸 그랬어….’

한가을을 소속에 넣지 않은 건 귀찮아서가 아니었다.

아까 첫 관계를 해놓고 갑자기 생뚱맞게 ‘내 소속 들어올래?’라고 말하기 애매했기 때문이었다.

두통이 느껴지는 이마를 매만지자, 강한나가 나를 위로해줬다.

[애초에 이런 상황이 될 것이라는 건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잖아요.]

[맞습니다. 저희 책임도 있습니다. 이번에 만나면 소속에 넣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

솔직히 두 사람에게 미안했다.

결국 내가 너무 안일해서 생긴 일이었으니까.

그렇게 안전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심지어 보험도 들어놨다.

그런데 일이 틀어졌다.

솔직히 한여름이 회귀하는 건 싫지만, 회귀하더라도 아쉬움으로 넘길 수 있다.

하지만 한가을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나는 오늘 있었던 허술한 일에 대해서 평생 죄책감을 느끼며 살게 될 것이다.

회귀하고 한가을의 기억이 지워지더라도….

내가 입술을 씹으며 주변을 수색하자, 아르모니아가 내게 제의를 해왔다.

[함선의 나머지 인원을 투입해서 수색시키는 게 어떻습니까?]

‘아니. 그건 절대 안 돼.’

레나, 비올라, 베아트리체, 시호를 부른다면 순식간에 주변을 수색해서 한가을과 한여름을 금방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만약 최악의 경우에 네 사람이 이곳에 있는 동안 한여름의 회귀를 하게 된다면?

[어차피 두 번은 죽어야 하잖아요? 유령의 도주 스킬로 한 번에 죽는 게 불가능하다면서요?]

강한나의 말대로 한여름은 죽으면 한동안 무적의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그동안은 자살도 불가능하다.

거기다 내 가호는 한여름의 죽음을 알림으로 알려주는 가호다.

참고로 유령의 도주가 발동될 때도 이 가호는 내게 알림을 보내준다.

즉, 두 번의 경고를 알려주는 것이다.

하지만….

‘아까 실수도 안전하다고 생각했는데, 벌어졌잖아요.’

[…하긴.]

나는 도저히 네 사람을 이곳에 부를 수 없었다.

만약 내가 모르는 한여름의 스킬을 무시하고 그를 죽일 수 있는 능력이 존재한다면?

그리고 알람이 착오가 생겨서 울리지 않으면?

그리고 더 나아가서 그 상태로 회귀가 이루어진다면?

상상도 하기 싫은 것을 넘어서서 지옥 같은 상황이 내 눈 앞에 펼쳐질 것이다.

‘…일단 찾아보죠.’

나는 그렇게 통신으로 말하며 주변을 이 잡듯이 뒤지기 시작했다.

그나마 내가 기대하는 부분은 한가을이 억지로 끌려가고 있을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는 사실이었다.

만약 한가을이 억지로 끌려가는 것이라면 이동이 느릴 수밖에 없으니까….

그렇게 이동하는 중에 벽에서 소우타가 '확' 하고 튀어나왔다.

“와씨! 깜작이야….”

(워씨! 나도 놀랐네…. 거기 아냐. 이쪽으로 와.)

나는 소우타에게 찾았냐고 묻지도 않고, 그의 뒤를 재빠르게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보이는 기질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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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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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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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덴과 한가을의 기질창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혹시라도 추가 인원 중에 내가 기질창을 등록하지 않은 녀석들이 있나 싶어서 소우타에게 물어본 결과….

(내가 봤을 때는 붉은 초승달 간부 한 명이랑 네 동료 두 명만 있었어.)

“…여자 상태는 어때?”

내가 불안한 표정으로 묻자, 소우타가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손발이 묶여 있긴 했지만, 네가 생각하는 그런 일은 없어 보이더라.)

“휴우….”

즉, 베르덴만 처치하면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린다는 이야기였다.

암기 때문에 베르덴에게 한번 당한 적이 있었지만, 베르덴의 실력 자체는 양지현보다 한 수 아래였다.

거기다 [비겁자의 술법]이 있으면 녀석을 잡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하지만 나는 녀석을….

“넌 이번에 잡히면 진짜 쉽게 안 넘어간다.”

네오 니플헤임이라는 꿈의 동산에 보내줄 생각 따위는 없었다.

한가을과 한여름의 안전이 확보되는 순간 이승에 존재하는 지옥을 맛보게 해주기로 했다.

그렇게 베르덴과 한가을의 기질창이 거의 다다를 때쯤 나는 [비겁자의 술법]을 사용해서 두 사람에게 접근했다.

사라진 내 모습을 본 소우타가 감탄했다.

(오… 이 거리에서 벌써 인기척이 느껴져? 진짜 대단하네.)

소우타는 그렇게 감탄한 뒤 멈춰선 다음, 보이지 않는 내게 마지막 말을 남겼다.

(나는 여기서 대기할게. 또 갔다가 불려오면 서로 귀찮잖아. 너 해결한 거 확인하고 돌아갈게.)

나는 그런 소우타에게 따로 대답하지 않고, 그대로 한가을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한가을이 있는 도착했을 때, 내 눈에 들어온 광경은….

“이런 씨발… 이대로는 성수호에게 죽는 게 문제가 아니라, 조직에서 쫓겨나게 생겼어.”

베르덴이 황망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바위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한가을은….

“하으….”

손발이 묶인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나는 [비겁자의 술법] 상태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다행히 큰일은 없었나 보네.’

한가을의 상태를 확인해보니 무릎에 큰 찰과상을 입기는 했지만, 다행히 그 외에는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나는 폐 속에 들어 있는 숨을 전부 내쉬고는 다시 들이마시며 베르덴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런 씨발… 양지현에게 진짜 숙여야 하나?”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베르덴.

나는 녀석을 보자마자 바로 살인 욕구의 급류가 심장을 통해 쑤셔 들어오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분노는 차분한 호흡으로 진정시킬 수 있었다.

‘그냥 죽이면 아깝지.’

여기는 위그드라실.

일반 소환사들끼리 분쟁이 생겼을 때는 위그드라실의 기준에 따라 처벌이 결정된다.

하지만 상대는 레드 소환사.

레드 소환사와 일반 소환사 사이에는 법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두 존재 간에 무슨 일이 생겨도 위그드라실은 모든 것을 용서해준다.

내가 그렇게 베르덴을 어떻게 구워삶을까 고민하는 순간이었다.

삐용~삐용~삐용~

‘어!?’

귀에 짜증이 날 정도로 착 감기는 알람음이 내 귓속을 맴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타겟(한여름)이 사망했습니다!-

내 눈앞에 사망 알림음이 떴다.

나는 알람음을 듣고 나서야 주변에 한여름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뭐야? 이 새끼 어디 갔어?’

[그건 한가을을 구하고 나서 생각하세요. 일단 첫 번째 죽음이에요.]

지금 한여름은 [유령의 도주]가 발동된 상황일 것이다.

한여름은 대략 8분 정도 무적이고, 한 번 더 죽게 되면 회귀가 진행된다는 이야기였다.

‘일단 8분. 그동안 여기 먼저 정리하죠.’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베르덴과 한가을을 바라봤다.

둘 다 내가 가진 가호 덕분에 시간이 멈춰있었다.

내가 가진 가호는 한여름이 죽으면 알림과 동시에 주변 인물이 10초간 멈춰있는 능력이었다.

나는 대략 5초 정도 남은 상태에서 베르덴의 양팔과 양다리에 화살을 쏘아 박았다.

콱! 콱! 콱! 콱!

시간이 멈춘 베르덴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바위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시간 종료.

“양지현에게 도우……? 아… 아아아… 아아아아악!!!!!!!”

베르덴이 말하는 도중에 비명을 지르며 앉아 있던 바위에서 굴러떨어졌다.

그리고 그렇게 굴러떨어지며 그의 팔과 다리에 박힌 화살에서 피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이끼이이익! 씨발!!! 뭐야! 뭔데!!! 끄아아악!”

그리고 이 사태를 이해 못하는 건 베르덴뿐만이 아니었다.

“뭐, 뭐야!?”

한가을은 묵인 상태에서 자신 앞에 쓰러진 베르덴의 모습에 기겁하며 몸을 굴리며 이동했다.

“으악! 뭐, 뭐야!?”

나는 온몸을 이용해서 구르는 한가을을 막고는 입을 열었다.

“가을아, 괜찮아?”

“오, 오, 오, 오빠!?”

허둥지둥하는 한가을의 포박을 풀어주자, 그녀가 내게 와락 껴안으며 울기 시작했다.

“흐으윽! 오빠, 죄송해요! 제가… 제가 실수해서….”

“괜찮아. 일단 진정하고 앞에 일부터 처리하자. 한여름은 어디 있어?”

나는 걱정하듯이 한여름의 위치를 물었다.

그리고 한가을은 나를 껴안은 채 팔을 쭉 뻗어서 방향을 가르쳐줬다.

“아까… 아까 저 레드 소환사의 칼에 맞고, 저쪽으로 도망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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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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