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717화 (717/898)

위그드라실 (6)

-경고! 다수의 소환사가 던전에 침입했습니다!-

새빨갛게 물든 홀로그램.

나는 내가 본 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며 주변을 둘러봤다.

하지만 내 착각일 것이라는 믿음은….

“수… 수호야. 이 경고문….”

민하연의 떨리는 목소리를 듣고, 착각이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민하연과 한봄, 삼인방은 전부 나를 당황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들의 눈빛이 내가 본 경고문이 착각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잠깐만 기다려봐.”

나는 모두를 진정시킨 뒤, 파티원과 거리를 벌리고는 생각하기 시작했다.

던전에 침입자가 생기는 경우는 더러 있다고 설명을 들었다.

대개는 던전을 입장하는 상황에서 실수가 일어나는 것이었다.

그렇게 실수로 입장하면 그냥 다시 나가면 그만이다.

즉, 그냥 가끔 생기는 헤프닝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 일을 헤프닝으로 취급할 수 없었다.

‘나갈 생각이 없어 보이네?’

만약 침입자가 발생하고, 그 침입자가 나가면 경고문과 마찬가지로 침입자가 떠나갔다는 표시가 뜬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 눈앞에는….

-경고! 다수의 소환사가 던전에 침입했습니다!-

붉은색 경고창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우리에게 경고를 보낼 뿐이었다.

저 말은 즉….

[…실수가 아닌 것 같네요.]

악의를 가지고 들어온 것으로 간주할 수 있었다.

그야 이 상황만 가지고 무조건 악의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던전 입구는 분명 콜로세움에서 보낸 관리자가 입장료를 받고, 사람을 들여보내는 중이다.

그런 상황에서 레드 소환사의 입장을 쉽사리 허가했을 리가 없다.

하지만 그런데도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둘 중의 하나다.

레드 소환사 지망생이거나….

‘일단 정찰을 보내봐야겠네요.’

몰래 들어온 레드 소환사이거나….

상대방이 누구인지는 확인할 필요가 있겠다고 판단했다.

내 말을 들은 강한나가 내게 물었다.

[지금 바로 시호를 보낼….]

‘아뇨. 시호는 괜찮아요.’

[??]

시호는 혼령이고, 정찰에 유용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곳은 위그드라실.

영혼을 볼 수 있는 존재들도 있고, 심지어 공격도 가능한 세상이다.

만약 상대방이 우리처럼 영혼을 보고, 내가 가진 [케르베로스의 안구]처럼 영혼을 제압할 수 있는 아이템이 있다면 시호를 위험에 빠트리는 꼴이 된다.

나는 시호만큼 정찰에 적합하면서 위험 부담을 안을 수 있는 존재를 떠올렸다.

‘소우타.’

2층에서 만난 붉은 초승달의 전(前) 수장.

나는 [영혼 소환술]을 사용해서 소우타를 소환했다.

내가 소환하자마자 눈앞에 소우타가 튀어나왔다.

(흐억! 뭐, 뭐야!)

“나야. 잘 지냈냐?”

(아… 난 또 뭐라고….)

소우타는 투덜거리면서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한숨을 쉬는 소우타의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처음 봤을 때는 망토를 두르고, 작은 몸으로도 카리스마를 풍기던 소우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카리스마를 풀풀 풍기던 녀석은….

“…너 뭐 하고 있었냐?”

엉성한 천 옷을 입은 채 대걸레를 들고 있었다.

마치 청소부처럼….

내 질문에 소우타는 우물쭈물하더니,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처… 청소하고 있었다.)

청소부 같은 게 아니라, 진짜 청소부였나 보네.

“네가 무슨 청소를 해?”

(…다른 영혼들 선동한 죗값으로 한동안 성 내부를 청소하면서 반성하라고 하더라.)

“….”

묘지기가 착하긴 착하네. 2층을 관리하는 자기를 귀찮게 했는데, 청소로 퉁쳐주고….

그렇게 사정을 들은 내가 헛웃음을 흘리자, 소우타가 투덜거리듯이 입을 열었다.

(청소 중에 도망쳤다고 혼나겠네…. 무슨 일이야?)

“아, 그게….”

나는 현 상황을 소우타에게 간략하게 설명했다.

던전에 들어와서 보스를 잡았는데, 갑자기 침입자가 나타났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들의 정체를 알아봐 줬으면 해서 소환했다고….

내 설명을 들은 소우타는 진지하게 내 말을 끝까지 듣더니, 미간을 찌푸리기 시작했다.

(…침입자?)

처음에는 내가 시키는 일이 귀찮아서 저렇게 찌푸리나 싶었지만….

(이렇게 다수의 침입자가 실수로 들어왔을 리가 없잖아. 이거 분명 붉은 초승달 녀석들 같은데?)

“붉은 초승달? 걔들이 왜 나와?”

던전 입구는 관리자가 소환사를 확인하며 입장료를 받는 중이다.

그런데 붉은 초승달이 무슨 수로 들어온단 말인가?

내가 의아해하며 고개를 갸우뚱하자, 소우타가 설명을 이어 나갔다.

(너는 모르겠지만… 던전 입구가 하나만 있는 게 아니야.)

3층의 던전들 전부가 비밀 입구를 가지고 있고, 그 비밀 입구는….

(도시 지하에 있는 미궁… 내가 예전에 만들어 놨던 조직의 은신처와 이어져 있어.)

붉은 초승달의 은신처와 이어져 있다고 설명해줬다.

그리고 설명을 전부 들은 나는….

“…왜 나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당장 붉은 초승달이 나를 덮칠 이유가 없어 보이는데….

내가 그렇게 의아해하자, 소우타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너 콜로세움 나갔지?)

“어? 나갔지.”

(거기서 지배자까지 따내고?)

“어? 그걸 네가 어떻게 아냐?”

나는 소우타에게 콜로세움에 대해서 단 한 번도 이야기해 준 적이 없었다.

그냥 내 실력을 가늠해서 대충 그렇게 추측했나 싶었지만… 내 생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추측한 것이었다.

(내가 수장으로 있었을 때, 여기 지배자들에게 의뢰를 자주 받았었지. 그 의뢰가….)

소우타는 나를 보며 씨익 웃었다.

(경쟁자들을 제거해달라는 의뢰였었지.)

“….”

범인이 누군지 알아냈다.

도미 드레크와 케닐.

그리고 그 둘의 의뢰를 받은 붉은 초승달.

내가 짜증이 나는 표정으로 이마를 긁적이자, 소우타가 실실 웃으며 공중에 붕 뜨기 시작했다.

(내가 정찰 갔다 올 테니까 너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응? 굳이?”

소우타는 의외로 의욕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설명만 해주고 귀찮아서 떠날 줄 알았는데….

하지만 소우타는 내 생각과 다르게 실실 웃으며 의욕을 보였다.

그리고 그가 의욕을 보인 이유는….

(전에 내가 부탁한 거 잊었어? 그 녀석들 조지는 거라면 내가 발 벗고 도와준다고.)

“아하….”

자기가 만든 조직을 박살 내고 싶어 하는 녀석.

그야, 진짜 목표는 자신을 배신한 현 수장을 족치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 현 수장을 족치기 위해서는 붉은 초승달이라는 조직을 흔들 필요가 있었다.

소우타는 지금 상황을 오히려 즐기는 듯 보였다.

(일단 내가 염탐하고 올 테니까 너는 여기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그래.”

내 대답을 들은 소우타는 영혼 상태로 쏜살같이 날아가 버렸다.

나는 소우타가 떠난 뒤에 다시 동료들과 합류해서 사정을 설명해줬다.

내 설명을 들은 민하연과 한봄은….

“하아… 미친놈들….”

“찌질하다. 찌질해….”

의뢰를 건 두 남자를 향해 매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도미 드레크와 케닐을 욕하면서 시간을 보내자….

(나왔어.)

오래 지나지 않아서 소우타가 돌아왔다.

소우타는 피식 웃으며 우리에게 일단 첫마디를 흘렸다.

(일단… 내 생각대로 붉은 초승달이 맞아.)

소우타는 유령상태로 벽에 숨어서 그들의 계획을 전부 귀에 담은 뒤, 우리에게 입을 통해 전달해줬다.

다만 소우타도 의아한 점이 있었다.

(예전이랑 방식이 다르던데?)

“방식이 다르다고?”

(응. 생포하는 게 목적이라고 하더라.)

소우타가 있었을 때는 무조건 사살 의뢰만 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의뢰는 포획이 주된 목적이라는 사실을 염탐으로 알 수 있었다.

사실 왜 생포하려는지 대충 알 수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 자신들의 굴욕을 우리들의 고통으로 풀고 싶은 것이겠지.

(일단 지금 녀석들이 꾸미는 짓을 설명해줄게.)

붉은 초승달은 현재 각종 상태 이상 함정을 던전 길목에 배치해놓은 상태라고 했다.

입구까지 도달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빡빡하게….

그 말을 들은 민하연이 피식 웃으며 한봄의 등을 감싸 안았다.

“우리는 봄이 있어서 상태 이상 전혀 문제없는데?”

민하연의 말대로 상태 이상이라면 웬만해서 한봄 수준에서 풀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웬만한 상태 이상이라면 말이지….

(저 여자애 한 명으로는 힘들걸?)

“…왜?”

(녀석들… 너희를 잡는 것에 모든 것을 걸었다는 듯이 조직에 있던 최상급 함정들을 모조리 챙겨왔어.)

최상급 함정.

한봄이 풀지 못하는 상태 이상이 존재할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에는 그녀가 함정에 걸릴 수도 있었다.

소우타의 말처럼 작정하고 함정을 깔아놨다면 상황이 마냥 좋지는 않았다.

“그럼 어떻게 하지? 강행 돌파는 힘들 거 같은데….”

그렇게 다들 고민하며 내 눈치를 보는 순간이었다.

(너희 트롤 잡았지?)

“응. 잡았지.”

나는 쿨하게 대답해줬다.

가고일을 이용해서 잡긴 했지만, 우리가 잡는 게 맞긴 하니까.

현재는 박진희가 [안치소] 스킬을 통해 가고일과 트롤 둘 다 보관 중이다.

(그 녀석 드랍템 중에 일정 시간 상태 이상 면역 아이템 있었지? 그거 쓰면 좀 더 낫긴 하겠네.)

“아니, 드랍템 안 나왔어.”

강령술의 치명적인 단점.

몬스터를 잡고, 그 몬스터를 소환수로 만들면 드랍템을 얻을 수 없는 단점이 존재했다.

어차피 이런 던전에서 나오는 아이템 따위… 관심도 없기도 했고….

내 말에 소우타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우뚱하며 툴툴거렸다.

(무슨 소리야? 그거 무조건 떨구는 아이템인데? 내가 죽은 사이에 뭔가 바뀌었나?)

“그게….”

나는 박진희에게 트롤을 꺼내달라는 무언의 눈빛을 보냈다.

“네!”

박진희는 내 명령에 시원하게 대답하며 가고일과 트롤을 꺼내서 소우타에게 보여줬다.

두 괴물을 본 소우타는….

(이, 이게 뭐야!!)

“뭐긴, 소환수지.”

나는 소우타에게 오늘 우리가 던전에 방문한 목적을 간단하게 설명해줬다.

우리의 목적은 박진희가 가진 전설 직업에 어울리는 소환수를 얻으러 온 것이라는 설명….

그 설명을 들은 소우타는….

(이게 말이 돼!? 트롤은 원래 잡는 녀석이라고 해도, 가고일은 잡으라고 배치해 놓은 녀석이 아냐!)

“엥?”

소우타의 말에 따르면 가고일은 그저 중반부에 등장하는 방해꾼과 같은 역할이었다.

중간에 깨어난 뒤, 던전 중간중간 돌아다니는 옵저버를 통해서 소환사를 찾아서 방해하는 역할

죽지 않고 계속 방해하는 게 가고일의 역할이라는 것이었다.

“…난 잡았는데?”

(미친….)

이제야 트롤이 가고일에게 처발린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애초에 잡으라고 만들어 놓은 놈이 아니니까….

심지어 두 몬스터가 서로 싸운다는 것을 상정하고 만들어 놓은 게 아니었기에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었다.

(아니, 잡는 건 둘째치자.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소환수로 부릴 수 있는 거지? 보스 몬스터를?)

소우타의 말을 들어보니 그제야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대개 이런 경우 소환수로 잡을 수 있는 건 일반 몬스터만 가능하다.

그런데 박진희의 강령술사는 던전의 보스 몬스터를 포획한 것이었다.

(미친… 전설 직업이 존나 좋네. 부럽다. 나도 살아 있었으면….)

하지만 그의 부러움과 별개로 지금 상황을 타개하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어 보이지 않았다.

붉은 초승달 정도면 트롤 정도는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가고일도 귀찮을 뿐, 딱히 화염 브레스를 피하는 게 어렵지는 않으니까.

지금 제일 큰 문제는 무력 수준이 아니다. 무수한 함정을 회피하며 던전을 빠져나가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래도 함정을 피하는 건 쉽지 않겠는데….”

(…? 무슨 소리야. 이제 해결할 수 있게 됐잖아?)

얜 또 뭔 소리야?

내 생각을 대변하듯 나머지 멤버들도 나와 똑같은 표정으로 소우타를 바라봤다.

소우타는 허탈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건 뭐 초짜들도 아니고… 보스 몬스터랑 제대로 싸워본 적이 없어서 뭘 모르는 거 같네.)

“??”

(야,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라.)

소우타가 트롤과 가고일을 엄지로 가리키며 피식 웃었다.

(너는 보스 몬스터가 상태 이상 걸리는 거 봤냐?)

***

각자 머리에 붉은색 보석을 달고 있는 신원불명의 존재들….

그들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어둠 속에서 기다릴 뿐이었다.

그렇게 침묵이라는 존재를 숭배하는 것처럼 조용히 있던 레드 소환사들….

그들 중의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언제 올까요?”

“….”

그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모두 그의 질문에 짜증을 내거나, 타박하지 않았다.

모두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기다리다 보면 분명 올 거다. 어차피 이곳은 무조건 지나갈 수밖에 없는 길목이야.”

무리를 통솔하는 것 같은 남자의 말에 침묵이 다시 그들을 어둠처럼 에워싸기 시작했다.

그렇게 조용히 성수호의 일행을 기다리는 순간이었다.

슈우우….

“…또 나타났군.”

옵저버 한 마리가 나타나서 그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공격도 하지 않고, 위협도 하지 않는 무해할 것 같이 생긴 몬스터.

하지만 그 몬스터에게 시선이 닿은 것만으로도 주변의 몬스터를 끌어들이는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처리할까요?”

“….”

리더로 보이는 남자가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미 성수호 일행이 몬스터를 쓸어가며 전부 해치운 상황.

함정을 설치하고 기다리는데, 옵저버를 없애려다가 성수호 일행이 나타나기라도 하면 곤란한 건 그들이었다.

“몬스터들은 전부 제거됐으니까 놔둬. 우리는 그냥 조용히….”

리더가 그렇게 옵저버를 무시하는 방향으로 명령을 내리려는 순간이었다.

콰아앙!!

그들이 대기하고 있는 길목에서 뭔가 터져나가는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쾅! 파앙! 치지지직!!

리더가 고개를 돌려서 조직원들에게 조용히 말했다.

“함정 발동 소리다. 우리는 녀석들의 상태를 보고, 뒤로 빠질지 녀석들을 잡아낼지 관망을….”

하지만 그의 말이 끝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어… 어어….”

조직원들 전부가 어버버하는 얼굴로 리더의 뒤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왜 그래? 무슨….”

그가 뒤를 돌아보는 순간….

“저, 저게 왜!?”

동굴을 꽉 채운 것 같은 연기를 뚫고….

크롸아아앙!! 끼에에엑!!

“왜 저 둘이 여기에 있어!?”

절대 같이 있어서는 안 되는 가고일과 트롤이 그들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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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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