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704화 (704/898)

새로운 경험

나는 베아트리체의 침실에 들어가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생각보다 일이 커졌네.’

내가 베아트리체의 침실에 들어가는 이유.

강한나의 제안 때문이었다.

베아트리체에게 모든 것을 경험시켜보자고 말한 강한나.

즉, 지금까지 만난 여자들의 상황을 재현해서 베아트리체에게 경험시켜주자는 이야기였다.

다만 분위기만 잡고, 그 뒤에 일은 본인이 원할 때만 진도를 나가기로 했다.

‘의외네. 그냥 적당히 타협하라고 윽박지르는 타입 같았는데.’

강한나가 저렇게 진지하게 임할 줄은 몰랐다.

그것도 한창 잠자리에 들 시간에 사람들까지 부를 줄은 또 몰랐고….

‘뭐… 나도 재미있는 거 같으니까 장단에 맞춰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베아트리체의 침대에 다가갔다.

“쿠울….”

“….”

일단 연기 점수 0점.

아무리 잠을 잔 적이 없어도 잠을 자는 사람들의 모습을 눈에 담아왔을 것인데, 저런 허접한 연기라니….

그래도 하는 모습이 귀여워서 모르는 척하기로 했다.

“잘 자네. 그럼….”

나는 조심스럽게 베아트리체의 침대 안으로 파고 들어간 뒤, 그녀의 몸을 껴안는 순간….

“흐히히….”

“….”

베아트리체가 신음 같은 웃음소리를 내뱉었다.

거기다 평소에 얌전하던 고양이 귀가 파닥거리고, 꼬리가 얌전히 있지 못한 채 이불 안을 휘저었다.

…그냥 껴안았을 뿐인데.

‘뭐… 일단 넘어가자.’

하나하나 따지고 들면 진도를 뺄 수 없겠지.

애초에 그냥 그 상황을 연출하는 것뿐이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베아트리체를 껴안은 채 그녀의 목덜미 향을 맡기 시작했다.

“쓰읍… 하아… 냄새 좋네.”

“흐아아앙….”

베아트리체의 신음을 무시하기로 했다.

레나의 침실을 몰래 침입해서 했던 행동을 똑같이 재현했다.

침몽은 애초에 먹혀들지 않으니, 대충 당시의 상황만 재현했다.

그렇게 나와 침대에서 꽁냥거리던 베아트리체가 내린 결론은….

“조… 좋긴 한데… 뭔가 부족하다냥!”

헤실헤실 웃으며 거부했다.

“그래.”

하긴 처음부터 잘 될 거라고 생각은 안 했다.

그렇게 침대에서 같이 나온 뒤, 밖에서 기다리는 여자들에게 알려줬다.

“취향이 아니래요.”

“아하… 그럼 다음이네요.”

강한나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은 전혀 귀찮은 내색 없이 다음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럼 다음은 어떤 상황이 좋을까요?”

다들 귀찮아하기는커녕 즐기기는 듯 보였다.

“다음은 내 차례가 좋지 않을까?”

“아! 하긴 영혼 상태에서 경험하는 것도 신기한 경험이긴 하죠.”

“후후후!”

심지어 이 상황의 원흉인 시호도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여자들은 원래 이런 거 좋아하나?’

생각해보면 이 폐쇄적인 함선에서 즐거움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야 원하는 세계에 가고 싶다면 워프를 사용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내 임무를 뒤로 시간을 조율해야 하는 불편함이 존재했다.

즉, 그녀들에게 이 상황은 절대 놓칠 수 없는 최고의 이벤트라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영혼 상태는 좀 힘들 것 같습니다. 주인님께서 배우신 스킬을 배우려면 에넬이 많이 들 것 같으니….”

심지어 레나조차 미소를 지으며 대화에 참여할 정도니까….

“아아… 그렇네….”

“그럼, 한나 씨가 경험했던 방식은 어떨까요?”

“최면과 페로몬… 그것도 베아트리체 씨에게는 통할지 의문이네요.”

“그럼….”

그렇게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여자들을 보며 미안한 감정이 서서히 퍼져 오르기 시작했다.

함선에 갇힌 생황.

모두 만족한다며 나를 안심시키지만, 보는 내 입장은 언제나 불편함의 연속이었다.

‘씁… 매번 느끼지만, 이런 장면을 볼 때마다 미안하네.’

내가 그렇게 속으로 죄책감을 품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제나 말씀드리지만, 저들은 원해서 이곳에 온 자들입니다. 그런 생각이 의미가 없습니다.]

‘…또 내 말을 엿들었군.’

[들렸을 뿐입니다.]

나는 그런 아르모니아를 향해 한 마디 건넸다.

‘이왕 보는 김에 같이 와서 즐기지?’

[…저는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나는 이왕이면 아르모니아도 이곳에 왔으면 했다.

하지만 본인이 싫다는데, 억지로 오라고 하는 것도 마냥 좋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시끌벅적한 여자들을 놔두고, 아르모니아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아르모니아. 너는 어떻게 생각해?’

[어떤 것을 말씀이십니까?]

‘그… 첫경험 말이야. 너도 원하는 상황이 있어?’

평소의 나라면 장난기가 담긴 목소리로 말했을 것이다.

아르모니아를 놀릴 생각으로….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이 순간만큼은 아르모니아의 진심을 알고 싶었다.

그리고 아르모니아에게 들려온 목소리는….

[사람이 중요하지, 상황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평소보다 낮게 깔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노기보다는 침울함이 엿보이는 그런 목소리였다.

하지만 나는 그런 아르모니아의 분위기를 모르는 척하며 앞에서 시끌벅적 떠드는 여자들을 바라봤다.

‘상황도 중요하지 않을까? 여자들은 그런 거 많이 신경 쓰는 모양인데?’

남자라고 분위기와 상황을 무시한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남자는 상대방만 마음에 든다면 웬만한 상황은 무시할 수 있다.

남자에게 첫경험이란, 로맨틱한 포근한 분위기가 아닌 하복부에서 끓어오르는 마그마와 같으니까.

여자들이 들으면 질겁할 수 있겠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자연이 만들어준 번식의 방식인걸….

나는 당연히 아르모니아도 저 앞에 수다를 떠는 여자들과 같다고 생각했다.

같은 여자니까.

하지만 들려온 답은 예상외의 답이었다.

[저는… 상대방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외의 상황은… 사치라고 생각합니다.]

‘….’

아르모니아는 설마… 남….

[혹시라도 말씀드리지만, 이상한 생각을 하시면 다음 단기 임무는 굉장히 고되실 겁니다.]

‘…미안.’

강한나에게 한 것처럼 뻥카를 칠까 했지만, 지금 아르모니아에게 뻥카를 치면 왠지 진짜 고될 것 같아서 포기했다.

나는 결론을 냈다.

아르모니아가 다른 여자들과 다르게 독특할 여자일 뿐이라고….

그렇게 아르모니아와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비올라가 내게 쫄쫄 달려와서는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수호 씨. 결정했어요!”

그녀들이 내린 결론.

그건 바로….

“결혼식이에요!”

“…응?”

내 귀가 잘못된 거 아니겠지?

..

..

나는 턱시도를 입은 채 화단에서 기다리며 실없이 웃었다.

“이게 뭔지….”

평생 입어 본 적이 없던 턱시도를, 오늘… 그것도 오밤중에 입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거기다 다들 내 턱시도를 입힌 뒤, 베아트리체의 웨딩드레스를 입히겠다고 우르르 몰려서 빠져나간 상황.

그 결과….

“오래 걸리네….”

나 혼자 화단에 덩그러니 놓이게 되었다.

내 중얼거림을 들은 아르모니아가 내게 상황을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준비는 끝마쳤지만, 세세한 부분까지 완벽하게 꾸미려는 것 같습니다.]

‘….’

그런 것도 여자들의 즐거움 중에 하나겠지?

나는 남자라 잘 모르겠지만….

살짝 이해가 가지 않는 한편 안심되기도 했다.

‘그래도 다행이네. 언제나 심심했을 텐데. 거기다 사이도 좋아질 테니, 일석이조네.’

결과적으로 함선 밖에서 노는 것만큼 즐기는 것 같으니까.

그렇게 아르모니아와 노닥거리며 모두를 기다리는 순간이었다.

촤아악!

화단 문이 열리면서 베아트리체를 뺀 나머지 멤버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베아베아체 정말 예쁘더라고요!”

“맞습니다.”

“아… 나도 저렇게 꾸며보고 싶다~”

“시호, 너는 그냥 복장만 바꾸면 되잖아?”

“느낌이 다르단 말이야~”

다들 내가 모르는 세상의 아름다운 장면을 목격한 듯 이야기하며 문 앞에 대기했다.

그리고 그렇게 대기하던 여자들 사이로….

“베아트리체 씨. 들어오세요.”

“으… 응….”

하얀색 광채를 내뿜는 존재가 천천히 화단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멀리서 보더라도 눈을 멀게 만들 것 같은 강렬한 광채.

각종 레이스와 굴곡으로 인해 반사되는 빛은 마치 그 존재만으로 진짜 빛을 품는 것처럼 화려함을 담고 있었다.

왜 웨딩드레스가 하얀색으로 고정됐는지 알 수 있는 광경이었다.

지금 베아트리체의 모습은….

“으으으… 걷기 힘들다냥.”

하늘에서 갓 태어난 천사의 모습 같았다.

손에 씌어있는 하얀색 웨딩드레스 장갑.

커다란 가슴을 강조하는 오프숄더.

그리고 주황색과 보라색 머리카락을 비추는 반투명한 면사포.

그 모든 것을 중심으로 만드는 베아트리체.

솔직히 베아트리체를 보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적당히 감탄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너무 감탄하면 다른 여자들에게 굉장히 실례가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내 입에서 나온 감탄사는 도저히 내 이성이 막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와….”

베아트리체의 웨딩드레스가 내 눈에 있는 생기를 빼앗고, 그녀의 매력이 내 입을 벌리게 했다.

그렇게 내 이성을 쏙 빼 먹은 베아트리체가 나와 시선을 못 마주친 채 화단 중앙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마치 진짜 결혼식을 하는 것 같은 그런 분위기였다.

아니, 애초에 그렇게 기획하고 만들어 놓은 자리였으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하달까….

내가 그렇게 베아트리체를 멍하니 바라보자, 그녀가 내 앞까지 다가와서는 간신히 입을 열었다.

“너, 너무 뚫어지게 쳐다보지 마라냥….”

“하하….”

솔직히 한 소리 하고 싶었다.

그런 복장을 하고, 남자에게 보지 말라고 하는 게 얼마나 잔인한 말인지 아냐고….

베아트리체는 그 정도로 화려한 미모를 뽐내고 있었다.

그렇게 베아트리체와 나 사이에 어색한 기류가 감도는 중에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저희는 밖에서 기다릴게요.”

“응? 피곤하지 않으세요? 이제 주무셔도 될 거 같은데….”

“결과를 알아야 하잖아요. 아까처럼 마음에 안 들 수도 있으니까.”

강한나는 그렇게 말하면 제일 먼저 화단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연달아 들리는 목소리들….

“으아~ 한나야 같이 가~”

“베아베아체! 화이팅!”

“부디 좋은 추억이 되시길….”

다들 화단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남은 베아트리체….

“으으으… 지, 진정이 안 된다냥….”

베아트리체의 얼굴은 평소처럼 의기양양하던 모습은 침몰하고, 마치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의 안개를 드러낸 바다와 같았다.

한마디, 한마디를 할 때마다 숨이 흐트러지고, 입술을 떨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땀을 흘리지 않는다는 것 정도?

‘이왕 꾸민 건데 땀을 흘리지 않아서 다행이네.’

그렇게 안도하며 베아트리체의 몸을 끌어안았다.

“흐얏!”

내가 갑자기 끌어안자 당황하며 허리를 오들오들 떨기 시작했다.

그리고 웨딩드레스 치마 속으로 꼬리가 채찍처럼 휘날리는 것도 느껴졌다.

그만큼 지금 상황이 긴장되는 것 같았다.

‘뭐… 내가 먼저 나서는 게 당연한 거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검지를 이용해서 베아트리체의 턱을 슬며시 들어 올렸다.

“흐아아….”

“베아트리체, 어때? 지금 상황은 마음에 들어?”

“으으… 그으… 그게….”

베아트리체는 쉽사리 내 말에 대답하지 못한 채 그저 얼굴을 붉히고, 내 시선을 피할 뿐이었다.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에도 화단에 있는 치솟아 오르는 꽃향기는 내 콧속으로 요동치듯 파고들어 왔다.

오히려 침묵으로 인해 주변 분위기를 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아름다운 화단, 그리고 다채로운 꽃, 그리고 그곳에 남은 두 남녀.

분명 좋아해야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베아트리체는….

“그… 흐으으….”

부끄러운 듯이 얼굴을 붉히며 대답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답은 듣지 못했다.

하지만 그게 대답이 되었다.

내가 지금까지 만나고, 사랑해온 여자들만 수만 명이 넘는다.

비록 게임 속의 인물들이었지만, 나는 게임을 플레이할 때마다 진심으로 그녀들을 바라보아왔다.

지금 베아트리체의 모습만 보고 그녀의 대답이 뭔지 확신할 수 있었다.

나는 베아트리체를 턱을 들어 올린 채 그녀의 입술로 천천히 다가갔다.

“아… 하아….”

베아트리체의 눈꺼풀이 주황색 눈동자를 가두면서, 내가 하는 모든 행동에 대한 면죄부를 행하겠다고 선서했다.

어떠한 대화도 오고 가지 않았지만, 모든 것이 합의된 이 상황.

나는….

“츄읍….”

베아트리체의 입술에 내 입술을 살며시 대며 키스를 시작했다.

화단 정원에서 이뤄지는 키스.

나는 키스를 멈추지 않고, 계속 베아트리체의 혀를 얽혀냈다.

그렇게 베아트리체와 3분가량 키스를 한 다음 그녀의 입술 안에 있던 내 혀를 뽑아냈다.

“하앙… 조하… 히히….”

베아트리체는 좋다고 헤실헤실 웃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그냥 넘길 수 없는 상황이었다.

베아트리체는 다른 여자들보다 성욕의 임계치가 훨씬 높은 편이었다.

꿈속에서는 억지로 흥분시키면 그만이지만, 지금은 현실이다.

그녀에게 진정한 행복을 주기 위해서는 내 모든 것을 걸고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하얀색 별 가루 같은 웨딩드레스를 입은 베아트리체를 빙글빙글 돌려서 꽃밭에 눕혔다.

“햐읏….”

마치 모든 색깔이 존재하는 도화지에 하얀색 물감이 칠해진 듯한 기이한 장면.

나는 그런 기이하고, 환상적인 하얀색 물감 위에….

“베아트리체… 사랑해.”

나만의 색을 넣기 위해 그녀를 껴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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